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6
“운운술이라. 신선비급에 수록된 여러 신선술 중 이것 하나만 지금 바로 펼칠 수 있을듯하다.”
한시진이라는 시간 동안 신선비급을 모두 독파한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비급을 읽으면서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을 이전에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특히 운운술은 실전에 당장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 반선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신선비급에 수록된 신선술은 하나같이 익히기 힘든 것으로 장기적 과제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당장 사용 가능한 것이 운운술인데 동굴 안이라 실제 가능 여부가 불확실했다.
‘운운술은 신선계 안에 떠다니는 신선운에 특화된 것이다. 환경이 다르므로 무림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공한다면 천마조나 천리비마를 능가하는 운송수단을 갖게 되는 셈인데······ 문제는 운운술이 지금 당장 반선들을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히며 다시 신선비급에 수록된 신선술들을 살폈다.
백여 가지가 넘는 신선술 중 대부분은 무공으로도 분류될 수 있었다. 다만 신선술의 특성상 확실히 술법적인 느낌이 강했다.
‘신선술 대부분이 현존하는 무림의 무공들을 능가한다. 하기야 반선들의 기본 내공 자체가 일반 무림고수들과 현격한 차이가 나니······.’
백무명이 비급을 빠르게 넘기며 당장 반선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신선술을 고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한시진이 지나 언제라도 반선들이 이곳을 발견할 수 있어 다소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그러다가 한 신선술에 주목했다.
그것은 무공이라기보다 술법 종류였는데, 어떤 물건이라도 작은 공간에 넣어둘 수 있는 비술이었다.
그 작은 공간 역시 실제 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형체가 있는 물건이면 되었다.
백무명이 이 대목에 주목한 것은 바로 지존환 때문이었다.
‘신선 주머니? 이름도 독특하구나. 신선 주머니로 한번 정해두면 그 안에 크기와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라도 넣어둘 수 있다니. 아무리 축골공의 원리를 이용했다고 해도 믿기 어렵구나. 하지만 내 이미 지존환을 통해 그 원리를 직접 목격했으니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차라리 남은 시간 동안 신선 주머니 원리를 깨달아 지존환에 있을 나머지 물건들을 살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군.’
백무명이 신선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신선 주머니로 쓸 물건은 지존환으로 했다.
아무래도 지존환에 적용된 비술이 바로 신선 주머니 같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게 맞고 실제 신선 주머니를 지존환으로 삼게 된다면 지금처럼 우연적인 요소 없이 자유자재로 물건을 꺼내고 보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 구결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신선술 대부분의 작용은 구결에 의하는데, 그 해석이 너무나 까다로웠다.
특히 백무명의 경우 평등반선으로부터 별다른 지도를 받은 적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한시진이란 시간이 지났을 때 비로소 신선 주머니가 만들어졌다.
처음 설정을 지존환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따로 휴대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신선 주머니와 지존환을 의념으로 연결한 백무명이 이제는 지존환에 남아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지존환에 손을 대지도 내공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지존환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급히 보니 비급과 피리 등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백무명이 가장 먼저 집어 든 것은 바로 비급이었다.
제목을 본 그가 매우 놀랐다.
“천마대장경!”
백무명이 탄성을 터뜨리며 그 내용을 읽어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교 교주비고에 천마대장경이 없어 허전하던 차였다.
무엇보다 천마대장경 상의 무공이 궁금했다.
천마령과 더불어 교주신물이기도 한 천마음도 천마대장경에 수록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우려했던 반선들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아지경으로 천마대장경을 독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바로 천마대장경 역시 이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단지 기억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선술과 달리 이전에 거의 완벽하게 연마한 것 같았다.
백무명이 놀라워하면서도 의아해했다.
‘설마 내가 정말 천마 교주였단 말인가.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백무명이 피리를 집어 들었다.
바로 천마음을 낼 때 사용하는 피리로 이 역시 너무 익숙했다.
백무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천마대장경에 수록된 천마초혼술처럼 상대의 혼을 제압해 기억을 흡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천마초혼술 외에 그런 무공을 익힌 적이 없다는 것인데······.’
백무명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하며 모든 물건을 다시 지존환에 넣어두었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청룡주와 지존선, 모자옥패 등도 모두 넣었다.
신선 주머니 비술을 익힌 이상 이제는 지존환에서 자유자재로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공을 사용할 필요도 없어 금빛 섬광이 일어나지도 않을 터였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의념을 내기만 하면 마치 마술처럼 자동으로 손에 필요한 물건이 쥐어질 것이었다.
그 때문에 외부에서는 지존환에서 물건이 나오는 광경을 전혀 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백무명이 정리를 마친 후 숨을 골랐다.
‘지금 상황에서는 천마대장경에 있는 천마음이 반선들을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다만 성녀를 비롯한 마교 고수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음률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고 휘파람으로 피리를 대체해야겠군.’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천마대장경 상의 무공과 비술은 그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주었다.
특히 천마음은 그에게 또 하나의 운송수단을 제공한 셈인데, 바로 천마음으로 천마조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천마음의 곡조는 성녀가 알고 있는 곡조보다 훨씬 완벽한 것이었다.
‘내가 천마 교주였는지 지금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영웅맹주로서 목전에 닥친 적들을 제거해야 한다.’
백무명이 천마음과 함께 운운술 연마에 집중했다.
운운술을 복습하기로 한 것은 그 원리가 은잠술과 통하고 특수 이동대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일 새벽까지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 * *
“영웅맹주 그놈이 틀림없었소?”
“네. 소요선인님. 일전에 초상화를 본 적도 있고 본인 스스로 인정을 했습니다.”
진법선인이 안색을 굳힌 채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선 네 명이 백무명에게 죽임을 당한 사실을 하루가 지난 지금에 와서야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할 말이 있었다.
소요선인이 신선계로 복귀했다가 조금 전에야 숭산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소요선인이 말했다.
“으음, 환영선인까지 합치면 무려 다섯 명이 놈에게 죽임을 당했소. 한데 열다섯 명이 합공을 가했는데 놈을 놓쳤단 말이오?”
“면목이 없습니다. 워낙 빠르게 도주를 해서······ 하지만 아직 숭산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반선들이 산 아래서부터 올라오면서 포위망을 좁히고 있으니 오늘 중 반드시 놈의 소재를 알아낼 겁니다. 한데 파진옥은 빌려오셨습니까?”
“물론이오. 회주께서 바로 내주셨소. 다만 영웅맹주 그놈을 반드시 죽이라는 명을 내리셨소. 한데 내가 없는 동안 반선 네 명이 죽임을 당했으니 나중에 회주님을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소.”
“사실 회주님께 이 사실을 직보하려고 했으나 소요선인님의 체면을 생각해 참았습니다. 놈의 소재를 파악하는 대로 함께 가서 제거한다면 회주께서도 뭐라 하지 않으실 겁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일단 보호진 파훼는 잠시 미루고 영웅맹주 그놈을 잡아 죽이는 데 힘을 집중하도록 합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법선인이 고개를 숙였을 때.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반선 한 명이 다가왔다.
그가 소요선인을 보고 인사한 후 말했다.
“영웅맹주 그놈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진을 쳐 두어 입구를 은폐했으나 진법선인께서 주신 진법 거울로 비춰보니 동굴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공격하지 않고 보고부터 하러 왔습니다.”
“잘했소. 다른 반선들에게 그쪽으로 모이라고 연락을 했소?”
“네. 소요선인님.”
“후후후! 놈이 스스로 무덤을 팠군. 어서 갑시다. 놈을 저승으로 보내줘야 할 것 같소.”
“네.”
* * *
‘놈들이 동굴 입구에 쳐놓은 진을 마침내 발견했구나.’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석실 안에서 천마음과 운운술을 연마하고 있던 그가 인기척을 느낀 것은 반시진 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물론 처음에는 곧바로 동굴 밖으로 나가 반선들을 제거하려 했으나 놈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생각을 바꿨다.
‘합공을 가하기 위해 나머지 반선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백무명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요지는 바로 반선들을 동굴 석실 안까지 유인한 후 천마음을 이용해 동굴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물론 동굴이 무너지기 전에 백무명 본인은 탈출할 생각이었다.
천마음을 내면 반선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움직임이 줄어들 것이고 그 틈을 이용해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때 사용할 신선술로 그는 운운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운운술을 좀 더 정밀히 살펴본 결과 비단 구름을 타는 것만은 아니었다.
구름이 없어도 마치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유유히 지나갈 수 있는 묘리가 담겨 있었다.
다시 말해 일종의 경신법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신선운이 없는 무림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경공술로 사용하는 것이 더 위력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공격 경로의 예상을 벗어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제 진법선인을 공격했을 때였다.
그 때문일까.
백무명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그것도 잠시 동굴 바깥쪽에서 들리는 인기척이 더욱 짙어졌다.
‘혹시 우두머리가 온 것인가. 여기까지 강한 기도가 느껴지는군.’
백무명이 심호흡을 했다.
이번 승부는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소림사에 있는 삼파동맹 무사들의 안위와도 관련 있었다.
‘나를 믿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든든한 우원군이라 할 수 있으니까.’
백무명이 마음을 다잡으며 반선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콰콰쾅 소리와 함께 동굴 입구에 만들어 놓았던 보호진이 파괴되는 소리가 들렸다.
간단하게 설치한 진이긴 하나 이를 깨트리려면 최소 반시진은 걸릴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이 소리는 법보로 진을 깨트리는 소리 같구나. 위력이 정말 대단하군. 이 정도 위력이라면 소림사 주위에 쳐놓은 진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백무명이 지존환에서 피리를 꺼냈다.
아니 꺼냈다기보다 의념을 내는 순간 그의 손에 피리가 쥐어져 있었다.
그때였다.
동굴 입구 쪽에서 노인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웅맹주 백무명이라고 했나? 동굴 안에 있는 것을 다 알고 왔다. 지금 바로 나와서 투항하지 않으면 동굴 전체를 무너뜨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