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7
‘아차. 놈들이 내 계획을 눈치챈 것인가.’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반선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자신의 계획이 실현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동굴 밖으로 나가 정면 승부를 거는 것도 승산이 없었다.
무엇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반선의 공력이 만만치 않았다.
조금 전 들린 목소리에 상상하기 힘든 힘이 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마도 새롭게 나타난 우두머리 같은데 내공 수준이 나와 맞먹는 것 같다. 이 상태에서 남은 반선들의 합공까지 더해지면 솔직히 승산이 없다.’
백무명이 안색을 더욱더 굳혔다.
천운이 따라 신선비급을 복기할 수 있었지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운운술 정도.
하지만 운운술은 공격 무공이라 볼 수 없어 실제 사용하기로 한 무공은 바로 천마대장경 상의 것이었다.
‘동굴 밖에서 천마음을 사용해 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군.’
백무명이 주저할 때.
조금 전 목소리의 주인공, 즉 소요선인이 다시 말했다.
“열을 살리겠다. 그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동굴 전체를 무너뜨리겠다. 하나, 둘, 셋······.”
거침없이 숫자를 살리는 소요선인.
백무명은 의외로 태연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허풍인 것 같았다.
하기야 동굴 입구에 쳐진 진만 확인했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반선들도 아직 몰랐다.
그리고 동굴을 무너뜨리고 싶으면 굳이 경고할 필요도 없었다.
‘동굴을 무너뜨리면 진짜로 내가 안에 있었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지지. 반선들 입장에서는 매우 찜찜할 것이다. 일단 기다려봐야겠군.’
백무명이 눈을 빛내며 그대로 있었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물론 소요선인의 말대로 동굴이 무너지면 백무명 또한 위험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탈출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동굴이 붕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전에 탈출할 수 있었다. 최후의 순간에는 석실 벽을 무너뜨려 피신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기야 반선들을 동굴 속으로 유인해 압사시키려 했던 계획도 천마음으로 내상을 입힌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동굴이 무너져도 반선들 중에 스스로 탈출할 자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밑져야 본전이다.’
백무명이 은잠술을 극대화하며 숨을 죽였다.
소요선인이 열을 살린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 시각.
예고했던 동굴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게 아니오?”
소요선인의 말에 진법선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놈을 죽이더라도 그 목을 회주님께 반드시 가져가야 하오. 이대로 동굴을 붕괴시키고 놈을 죽였다고 보고할 수는 없소. 짐승 같으면 연기를 피우겠는데 놈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게 먹힐 것 같지도 않고. 부득이 반선들을 투입해야겠소.”
소요선인이 옆에서 함께 동굴 입구를 막고 있는 열다섯 명의 반선 중 두 명에게 눈짓했다.
“그대들이 들어가서 수색을 해보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반선 두 명이 고개를 숙인 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백무명이 지존비수를 다시 손에 쥔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스스슷.
반선 두 명이 마치 미끄러지듯이 신법을 펼쳐 백무명이 있는 석실까지 단숨에 왔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아 금세였다.
석실 벽에 은잔술로 숨어 있던 백무명이 다시 한번 숨을 죽였다.
그는 지금 석실 벽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지존비수를 들고 있는 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이들 반선 두 명을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다.
반선 한 명이 말했다.
“역시 아무도 없었군. 어서 소요선인님께 말씀드리세.”
“그러세.”
반선들이 동굴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
“아무도 없습니다!”
소요선인을 비롯한 나머지 반선들이 동굴 안으로 진입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은잠술을 펼친 채 벽에 숨어 있던 백무명이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기야 최근 은잠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그 경지 또한 극에 달해있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
특히 소요선인이 석실 안으로 들어오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아무도 없었군. 혹시 다른 비상통로가 있을지 모르니 다들 수색하시오.”
“네.”
“네.‘
석실 안에 모인 반선 열여섯 명이 정밀 수색에 들어갔다.
하기야 입구에 진을 쳐놓은 자체가 동굴 안에 사람이 있다는 유력한 증거이긴 했다.
하지만 자리를 비울 때도 은신처 발각을 우려해 진을 그대로 활성화해 놓는 게 일반적이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백무명은 은잠술을 여전히 펼친 채 동굴 벽을 따라 움직이며 입구 쪽으로 갔다.
입구를 막고 천마음을 낸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소요선인이 말했다.
“놈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었거나. 일단 이곳을 나갑시다.”
“네.”
반선들이 일제히 동굴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피리 소리 하나가 들렸다.
삘리리리.
바로 천마음이었다.
동굴 입구를 막아선 백무명이 마침내 음공을 개시한 것이었다.
반선들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급히 내공을 일으켜 이에 대항했으나 기혈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기야 지금 정도의 음공 수준이라면 일반 무림고수라면 그대로 피를 토하고 즉사했을 터였다.
일반적으로 동굴 안에서의 음파는 증폭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반선들은 대부분 비틀거릴 뿐 쓰러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소요선인은 이맛살만 조금 찡그릴 뿐이었다.
“우리가 속았군.”
소요선인이 경공을 펼쳐 동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다른 반선들은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는 상황.
바로 그때였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동굴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내상을 입은 반선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소요선인 역시 아직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천장에서 쏟아져 리는 거대한 돌 조각들을 피하기 어려웠다.
백무명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
소요선인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주먹만한 옥이었는데, 그 옥에서 붉은 섬광이 일어나더니 동굴 붕괴가 그대로 중단되었다.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동굴 밖에 서서 소요선인 한 명 정도는 직접 제거할 결심을 굳히고 있던 백무명 또한 놀란 표정이었다.
“하하하. 파진옥이 우리를 살렸구나. 뭣들 하시오? 모두 나오시오.”
돌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반선들이 소요선인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백무명이 그들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그로 그럴 것이 조금 전 파진옥의 섬광에 그 역시 내상을 조금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천마음 또한 낼 수 없는 상황.
반선들을 상대하기 위해 급히 운공으로 내상을 다스리는 중이었다.
“후후후! 역시 백무명 네놈이었구나. 이런 알량한 수로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 조금 전 음공은 무엇이냐?”
“그대들과 입씨름할 생각이 없소.”
백무명이 지존검을 뽑아 들었다.
반선들을 보니 소요선인을 제외하고 다들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절반 이상이 아직 비틀거리고 있는 상황.
반선들의 회복력을 생각할 때 어서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백무명 역시 내상을 입은 상태라는 것.
그가 선공을 가하지 않고 있는 이유였다.
소요선인이 벼락같이 일장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천마음에 의해 가벼운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백무명의 내상이 상대적으로 중하다는 판단하에 승부를 건 것이었다.
쏴아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
가늠하기 힘든 세기.
백무명은 소요선인의 장력이 다른 반선들의 합공보다 오히려 더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선 중에서도 도력이 높은 상급반선이라고나 할까.
백무명은 내심 이 자리를 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워낙 속도가 빨라 정면 대결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소요선인만 제거하면 나머지 반선들을 상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리면 그때는 반선들이 모두 회복하여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꽈앙.
산 전체가 떠나갈듯한 폭음과 함께 지반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다.
“으음.”
백무명이 신음과 함께 피를 한 모금 토했다.
충돌의 여파로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소요선인은 처음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나머지 반선 중 그나마 상대적으로 몸 상태가 괜찮은 진법선인이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요선인님. 괜찮으십니까?”
“으으······”
소요선인이 그제야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그 역시 피를 토했는데 백무명과 비교해 훨씬 많은 양이었다.
“으으······ 네놈이 운운술도 익혔구나. 평등반선에게서 배운 것이냐?”
“아무렇게나 생각하시오.”
백무명이 지존검을 높이 들었다.
무명검법을 펼쳐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기야 시간을 끌수록 그의 손해였다.
만약 이들 열여섯 명의 반선들이 회복한 후 합공을 가해오면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흥! 네놈의 공력이 실로 대단하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소요선인이 흔들리는 신형을 애써 바로 세운 후 파진옥을 높이 들었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파진옥이라고 했던가. 그것으로 소림자 주위에 쳐놓은 진을 파훼할 생각이오?”
“그렇다. 하지만 파진옥에는 여러 효능이 있지. 천하제일의 암기가 바로 이 파진옥이라면 믿겠느냐? 잘 가라.”
소요선인이 파진옥을 던졌다.
가벼운 동작이었다.
파진옥은 호선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가 백무명의 복부에 그대로 박혔다.
푹.
“으윽!’
백무명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의외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분히 피할 시간이 있었다.
“하하하! 역시 회주께서 주신 파진옥이구나. 비록 법보를 사용했지만 백무명 네놈을 제거했으니 기쁘기 그지없다.”
“경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진법선인을 비롯한 반선들이 일제히 소요선인을 축하했다.
어찌 됐든 강한 상대를 제거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직 아니다. 진법선인. 그대가 가서 놈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시오. 확인되면 곧바로 목을 잘라 내게 가져오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진법선인이 비수 하나를 들고 백무명을 향해 다가갔다.
쓰러져 있던 백무명이 다시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파진옥이 날라올 때 그는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날아오는 속도에 비해 주위 압력이 너무 강하자 생각을 바꿨다.
피할 수 없다면 내 것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파진옥에 자신의 복부가 타격을 받았을 때도 꿋꿋이 버텼다.
파진옥이 복부에 박힌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파진옥은 백무명의 복부를 꿰뚫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것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일까.
진법선인이 백무명에게 다가가 목을 베려는 순간.
파진옥이 백무명의 배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진법선인의 머리를 강타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머리 부분은 개인 보호진이 방어하는 방어막 중 가장 약한 곳이었다.
파팍!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진법선인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크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