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8
“저놈이!”
진법선인의 죽음에 분노한 소요선인이 파진옥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파진옥은 이미 백무명의 손으로 돌아온 후였다.
소요선인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기야 백무명이 파진옥을 이용해 진법선인을 죽인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았다.
파진옥은 흑반선회주의 소유로 그가 허락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한데 아무 관계가 없는 백무명이 파진옥을 마치 자신의 무기처럼 사용하니 놀랄 만도 했다.
“네놈이 어떻게 파진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느냐?”
소요선인이 말을 하며 주위에 있던 반선들에게 눈짓했다.
순간적이지만 어느 정도 기혈을 안정시킨 반선들이 백무명을 포위했다.
소요선인을 비롯해 모두 열다섯 명.
여전히 많은 숫자였다.
백무명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소요선인은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그 뚜껑을 열었다.
순간 알약 열다섯 알이 나와 자신을 비롯한 반선 열다섯 명 모두의 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반선들은 이미 그 약의 정체를 아는 듯 순순히 입을 벌려 복용했다.
약을 먹은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반선들의 안색이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천마음으로 인해 당했던 내상이 치유된 것이었다.
반선들은 그러한 회복을 당연시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그들이 복용한 환약은 바로 흑반선회주가 직접 제조한 것으로 그 어떤 내상이라도 즉시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었다.
환약의 이름은 회회단(回回丹)이라 했다.
이 회회단은 내상 회복과 더불어 한시진 동안 공력을 두 배로 강화해주는 효능도 있었다.
반선들의 전신에 상서로운 기운이 서리는 것도 아마도 그런 효능 때문인 것 같았다.
“후후후! 왜 말을 못 하느냐? 아무튼 이제 네놈은 끝났다. 우리가 이미 내상을 회복했으니까. 이제는 네가 다시 피리를 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조금 전 복용한 단약을 믿고 있는 것이오?”
“그렇다. 회회단이라고 하지. 회주님께서 직접 제조하신 선단(仙丹)으로 그 위력이 막대하지.”
“대신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할 수 있지 않소?”
“그걸 어떻게 아느냐?”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소.”
백무명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복부는 멀쩡했다.
분명 파진옥이 그의 복부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소요선인이 아직 공격을 못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파진옥을 백무명이 소유하게 된 것도 아직 모르겠고 여하튼 수세에 몰린 기분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 공력이 두 배가 되었으니 합공을 가하면 저놈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소요선인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회회단의 약효가 가장 강해지는 것이 바로 복용 후 일각 정도 흐른 후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맞춰 공격을 가하면 두 배가 아니라 네 배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소요선인은 더 확실히 이기기 위해 은근히 일각 후를 기다렸다.
‘네놈 역시 내상이 회복될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그게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소요선인이 시간을 끌기 위해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냐? 어떻게 해서 파진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느냐?”
“내가 다시 파진옥으로 그대들을 공격할까 두려운 것이오?”
“후후후! 두려울 게 뭐가 있느냐? 네놈이 정식으로 파진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회회단을 복용하면 파진옥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걱정하지 마시오. 최소한 오늘은 파진옥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파진옥은 내 소유가 되었소.”
백무명이 파진옥을 손에 들고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주위 압력 때문에 파진옥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그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신선비급 상에 수록되어 있던 신선술이었다.
그 신선술은 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비술로 용보술(用寶術)이라 했다.
용보술은 그 어떤 법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비술로,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과 일체가 되는 의식이 필요했다.
특히 자신의 피를 법보에 떨어뜨려 이전 주인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중요했다.
다만 법보의 현 사용자가 자신보다 내공이 약해야 하는데, 원주인이었던 흑반선회주가 소요선인에게 사용 권한을 위임한 것이 백무명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내공 비교의 상대는 원주인이 아니라 현 사용자이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파진옥을 자신의 몸에 밀착시켰던 것도 피를 뿌리기 위해서로 동시에 용보술을 펼친 바 있었다.
그 결과는 진법선인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다만 오늘은 더는 파진옥을 사용할 수 없는데, 원래 주인이 바뀌게 되는 날에는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백무명은 파진옥을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 모든 내용을 의념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명심법이었다.
물론 소요선인 등 흑반선들과의 대결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천마음을 다시 낼 수도 있었으나 반선들이 어느 정도 내성을 지니게 되어 그 위력이 반감될 우려가 있었다.
무엇보다 천마음을 낼 때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천마음은 천마심공과 천마진기를 토대로 펼쳐야 최대의 위력을 발휘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천마대장경을 독파하면서 자신의 몸에 천마진기가 잠복해 있음을 어느 정도 느꼈으나 시간 부족으로 활성화를 시키지는 못했다.
활성화만 되면 천마진기를 포함해 모든 내공을 무명심법으로 통일시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기존 내공으로 천마음을 펼쳤는데 그 위력이 반감되고 말았던 것이다.
아니 절반 정도도 아니고 원래 위력의 삼할 정도만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음의 성질상 한번 이겨낸 자는 어느 정도 내성을 지니게 되어 곧바로 재공격을 가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그 내성도 하루만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저자들 역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무명심법과 무명검법을 완벽히 펼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행히 파진옥의 법력이 내 몸에 스며들어 내상을 회복시켰을 뿐만 아니라 내공 역시 두 배 증가하였으니 해볼 만하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무명심법 역시 최대로 운공했다.
바로 그때였다.
소요선인이 자신이 기대하던 공격 시간이 당도했음을 알고 반선들에게 명을 내렸다.
“지금이오! 흑반선진을 유지한 채 공격하시오!”
쏴아아.
쏴아아.
반선들의 장력이 무자비할 정도로 강하게 백무명을 향해 날아갔다.
그야말로 해일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회단을 복용하고 일각 후 그러니까 네 배의 공력에다가 흑반선진 자체의 효능으로 두 배 더 강하게 증폭되어 총 여덟 배의 위력이었다.
물론 백무명의 경우에도 파진옥의 힘을 흡수해 두 배의 공력 증가를 가져온 상태였다.
하지만 원래 열세였던 상황에서 증가 폭 역시 열세였다.
승산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싸움은 공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백무명은 얼마 전 본얼굴을 찾게 되면서 자신이 무형검의 경지에 오른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무형검의 경지는 그야말로 깨달음의 영역이었다.
따라서 내공의 중요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물론 내공이 강할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내공이 열세라도 깨달음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게 바로 무형검의 경지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백무명 스스로 아직 무형검의 경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는 기억의 불완전함과도 관련 있었는데, 자신의 경지를 확실히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뿐이지.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일일 것이다. 무공도 마찬가지다. 형식이 없어야 장애가 없어진다.’
일촉즉발의 순간.
백무명은 다소 마음을 내려놓았다.
홀가분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무집착(無執着)이었다.
‘그래 그동안 지난 기억에 너무 집착했었다. 하지만 내 본성은 기억과는 관련 없이 완전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두려워하고 아쉬워할 것인가.’
백무명이 지존검을 수평으로 그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반선들의 합공장력에 검강으로 맞선 것이었다.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백무명과 반선들이 동시에 비틀거렸다.
“으윽!”
“으윽!”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양측의 상태가 비등해 보였다.
소요선인이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모두 내게 공력을 모아주시오.”
“네.”
“네.”
반선들이 일제히 대답 후 각자의 등에 손을 대고 공력을 넣어주었다.
반선들의 공력을 한데 모은 반선 한 명이 마지막으로 소요선인의 등 뒤 명문혈에 손을 댔다.
소요선인이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떤 후 백무명을 향해 장을 뻗었다.
소요선인의 장심에 반선들의 내공이 모두 모인 것은 물론이었다.
내공 대결의 양상이 진행되었다. 백무명이 이를 피하지 않고 좌장을 내밀었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장이 맞부딪히며 내공 대결에 들어갔다.
“으으······.”
수세에 몰린 사람은 바로 백무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막바지 내공까지 끌어모았다.
지금 상태에서 물러나면 심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기에 한번 승부를 내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반선 열다섯 명의 합공은 무시무시했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힌 채 있는 힘을 모두 끌어모았다.
그때였다.
몸속 곳곳에 잠재해있던 천마진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양측이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
백무명이 흡수대법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천마신교 교주 무공이기도 한 흡수대법은 공포의 대명사로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는 효능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보다 공력이 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흡수대법의 원리상 당연한 것으로 그 반대가 되면 오히려 상대에게 내공을 빼앗길 위험이 컸다.
한데 지금 상황이 바로 그랬다.
내공의 열세를 느낀 백무명이 전격적으로 흡수대법을 펼쳤으나, 내공을 흡수하는 것도 잠시 오히려 자신 쪽에서 내공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큰일 났구나. 이대로면 내공을 모두 빼앗기고 죽게 된다.’
백무명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소요선인 등 반선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엄청난 내공을 백무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믿을 것은 바로 지존환이다. 네 녀석만 믿는다.’
백무명이 지존환에 내공을 쏟아부었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의 손을 통해 빠져나가던 내공이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잃었던 내공을 금세 되찾은 후에도 반선들의 내공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했다.
“으으······ 괴물 같은 놈. 어서 손을 놓지 못하겠느냐?”
창백해진 얼굴의 소요선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제 백무명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반선들이 탄식했으나 내공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실패했던 흡수대법 역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백무명의 몸속 내공이 반선들의 총내공보다 강력해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