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70
“반선 스승님들과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소요선인과 진법선인, 초극선인 등 스무 명의 반선들께서 영웅맹주 그놈에게 당하셨다고 합니다.”
“반선들을 그렇게 만든 놈 중에 영웅맹주 말고도 영웅보 대공자도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가져온 정보일까.
반선들과 관련한 소식들이 하나둘 칠마종 진영에서도 들리고 있었다.
검마종주, 광마종주, 독마종주 등 칠마종 지휘부 고수들이 대거 모여 있는 지휘 막사 안.
삼백여 명의 칠마종 고수들이 새벽까지 회의를 열고 있었다.
칠마종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검마종과 광마종, 독마종 고수들이었다.
“반선들께서 정말 영웅맹주 그놈에게 당하셨단 말이오?”
검마종주의 물음에 광마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소. 영웅맹주 백무명과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 두 놈에 의해 반선들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것 같소.”
“아! 그게 사실이라면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안 그래도 반선들께서 진을 파훼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초래되다니. 정확한 정보요?”
독마종주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검마종 총군사 검군자(劍君子)가 말했다.
“모두 사실입니다. 반선들께 아무 일이 없다면 왜 아직도 연락이 없겠습니까? 지금 중요한 사실은 반선들께서 부재한 것을 전제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검군자.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시오.”
“네, 알겠습니다.”
검군자가 검마종주에게 고개를 숙인 후 입을 열었다.
“만약 반선들께서 당한 게 사실이라면 지금 놈들은 기고만장해있을 겁니다. 어쩌면 주제도 모르고 선공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선공이라. 놈들이 정말 우리를 공격해올 수도 있단 말이오?”
“네, 저 같으면 지금 바로 기습 공격을 하겠습니다. 반선들께서 부재한 틈을 노리는 것이지요.”
“지금 말이오?”
“물론입니다. 어쩌면 벌써 출발했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전 병력은 아니고 정예 무사들만 먼저 보냈을 겁니다.”
“만일 그렇다면 어서 대비해야 하지 않겠소?”
“이미 비상대기령을 발동해두었습니다. 아침까지 놈들의 공격 소식이 없으면 다행이지만 솔직히 걱정됩니다.”
검군자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지휘부 고수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기습 공격을 당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서 반선들이 진을 파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급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할 만도 했다.
광마종 총군사 광마서생(狂魔書生)이 말했다.
“놈들이 보호진의 이점을 버리고 소림사 밖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설사 기습 공격을 시도한다고 해도 곳곳에 무사들이 잠복해 있으니 미리 보고가 들어올 겁니다.”
“저는 놈들의 기습 공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독마종 총군사 만독선생(萬毒先生)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검마종, 광마종, 독마종 삼마종의 총군사 세 명 중 두 명이 기습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는 그만큼 실제 공격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검마종주가 말했다.
“반선들께서 설사 화를 당하셨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오. 스무 분 정도 오셨는데, 신선계에 있는 반선들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알고 있소. 흑반선회주께서 이미 알고 조처를 해주실 것이오. 무엇보다 반선들이 없더라도 우리 병력으로 충분히 놈들을 상대할 수 있소. 그런 의미에서 놈들이 제 발로 진 밖으로 나왔다면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오. 게다가 지금 우리 진영 주위에는 소림사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보호진이 쳐져 있소. 진법선인께서 직접 쳐주신 것이라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외다. 우리 역시 보호진이 있고 아무리 기습 공격을 당해도 충분한 여유가 있소. 결국 놈들과 전면전을 벌이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개인 무력이 월등한 우리가 손쉽게 승리할 것이오. 영웅맹주 그놈은 우리 종주들이 책임지고 제거하겠소.”
독마종주의 말이었다.
검마종주와 광마종주 역시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휘 막사 안으로 무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검마종 무사였다.
검군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삼파동맹 놈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이 새벽에 정말 놈들이 기습 공격을 해왔다는 말이냐?”
검마종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지휘부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 기습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삼파동맹 무사들이 쳐들어올 거로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검군자가 급히 물었다.
“놈들의 병력은 어느 정도냐?”
“아직 날이 완전히 밝아오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강 이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만?”
검군자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놈들은 지금 뭐 하고 있더냐? 아직 우리 보호진을 뚫었을 리는 없을 테고 말이야.”
“그게 놈들이 지금 우리 진영 밖에서 진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영웅맹주 백무명 그놈이 주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폐쇄진으로 바꾸는 것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놈이 마음대로 우리 진을 바꾼다니?”
“사실입니다. 진이 폐쇄진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우리 쪽 공격이 전혀 듣지 않고 있습니다. 화살도 뭔가 벽에 막힌 듯 도중에 모두 떨어지고 말입니다. 직접 가서 보시지요.”
“그럽시다. 여기서 왈가불가할 게 아닌 것 같소.”
“가봅시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지휘 막사 밖으로 나왔다.
삼십만이나 되는 대병력의 진지답게 무사들이 지내고 있던 막사 수는 끝이 없었다.
진영의 규모 또한 상상을 뛰어넘어 경계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칠마종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이곳은 숭산 인근의 계곡이었다. 삼면이 절벽이라 보호진도 입구 쪽만 설치되어 있었다.
한데 그 보호진이 폐쇄진으로 변하고 있다니 놀랄 만도 했다.
지휘 망루 위로 올라간 지휘부 고수들이 진 밖을 보니 이만 명에 달하는 삼파동맹 무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마치 성벽을 앞두고 도열해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저자가 바로 영웅맹주 백무명입니다.”
무사 한 명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무사의 말대로 백무명이었다.
새벽이 되자 이만 정예를 이끌고 이곳까지 온 그는 곧장 계획대로 보호진부터 손을 봤다.
칠마종 무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형을 살핀 그가 무리하지 않고 보호진을 폐쇄진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도는 지금 막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는데, 이는 한쪽 면만 손보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초반에는 경계 무사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검기방패를 넓게 펼쳐 삼파동맹 무사들의 피해를 막았다.
이후 백무명은 절대 내공을 이용해 진의 변환작업을 시작했고 삼파동맹 무사들이 그를 보좌했다.
참고로 백무명이 변경한 폐쇄진의 원리는 간단했다.
일단 칠마종 무사들은 안에서 밖으로 절대 나올 수 없고 공격도 할 수 없었다.
반면 삼파동맹 무사들은 얼마든지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백무명의 지시가 없어 공격을 개시하지 않았지만 불화살이라도 날리면 진영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게 뻔했다.
한 마디로 칠마종 무사 삼십만 명이 감옥에 갇힌 격이었다.
분노한 검마종주가 망루 위에서 소리쳤다.
“네놈이 영웅맹주 백무명이냐?”
“그렇소. 바로 나요.”
백무명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나는 검마종주다. 네놈이 잔꾀를 썼구나. 이런다고 네놈들이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론이오.”
“좋다. 먼저 한 가지 묻겠다.”
“말해보시오.”
“반선 스승님들은 어떻게 되셨느냐?”
“그들은 모두 죽었소.”
“네놈 혼자서 말이냐?”
“나와 영웅보 대공자가 힘을 합쳤소.”
“백동방 그놈도 왔느냐?”
“그렇소. 아마도 이미 그대들의 진영에 침투했을 것이오. 그러니 뒤를 조심하시오. 반선 네 명을 간단히 죽인 백 공자라면 종주들의 목숨 또한 쉽게 거둘 수 있을 테니까.”
“허풍이 심하구나. 고작 이만 병력으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병력이라면 조금 있다가 무사 이십만이 도착할 것이오. 가히 천라지망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포위망을 구축할 생각이니 한 사람도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오.”
“후후후! 우리가 쉽게 당하리라 생각하느냐?”
검마종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태연함에 삼파동맹 무사들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검마종주의 권위는 백무명과 비슷했기에 두 사람 간의 기세 대결이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광마종주와 독마종주 등은 폐쇄진을 파훼할 방법을 찾았으나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야말로 진의 감옥에 갇힌 기분만 느낄 뿐이었다.
검마종주가 말했다.
“백무명! 네놈이 정말 영웅이라면 우리 세 명과 겨뤄볼 용기가 있느냐?”
“세 명이라면 세 종주를 말씀하는 것이오?”
“그렇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수장끼리 겨뤄 승부를 겨루기로 하자.”
“좋소. 진 밖으로 나오시오.”
백무명이 손짓을 한번 하자 생문이 열렸다.
그 문으로 검마종주, 광마종주, 독마종주 세 사람이 나왔다.
백무명 역시 자기 진영에서 앞으로 나왔다.
검마종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대단하구나. 백무명 네놈이 죽게 되면 폐쇄진 역시 풀리겠지?”
“아마 그럴 것이오. 다만 원래대로 보호진으로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진도 없게 될 것이오.”
“그것도 좋군. 네놈이 죽으면 나머지는 허수아비들이니까. 순순히 대결을 수락한 네놈 때문에 저들이 오늘 모두 죽을 것이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오. 오늘 그대들 세 명의 목을 베어 무림대란 종식의 시발점으로 삼을 것이오.”
“후후후! 멍청한 놈! 우리 세 명의 합공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제 무덤을 팠구나.”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구려. 어서 시작합시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뽑아 들고 세 명의 마종주를 쳐다봤다.
사실 그들과의 대결을 예견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폐쇄진을 완성한 후 곧바로 화염 공격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기습 공격을 위해 함께 온 삼파동맹 무사들 역시 불화살을 가져왔기 때문에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 전에 검마종주가 삼대 일의 대결을 제의했고, 미심쩍은 구석은 있었으나 백무명으로서는 내심 바라던 바였기 때문에 바로 수락했다.
그 이유는 바로 상징성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에 칠마종을 크게 격파한다고 해도 그 수장들이 도주하게 되면 그 뿌리를 완전하게 제거하기 어려웠다.
수장들의 상징성으로 인해 언제든 세력을 규합해 다시 발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놈들을 죽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발본색원도 가능하게 되고 당장 칠마종 무사들의 사기도 확연히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폐쇄진을 쳐놓고 화공을 펼치게 되면 폐쇄진 자체도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부분적인 전면전이 불가피했다.
이때 놈들의 수장이 없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잔당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떤 변수가 있어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실력이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백무명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