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72
낙양 무림맹 총단 탈환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총단에 남아 있던 칠마종 잔당들이 삼파동맹 대군이 밀려오자 그대로 도주하고 말았던 것.
하기야 종주들을 비롯하여 삼십만이나 되는 칠마종 무사들이 죽었으니 다들 놀랄만했다.
참고로 신선계로 데려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십만에 가까운 칠마종 무사들은 모두 백무명에게 죽은 것으로 무림에 알려져 있었다.
백무명이 그 부분을 정확히 하려고 했으나 백여희의 권고에 따라 그대로 두었다.
그녀의 권고는 무사들 사기와 관련이 깊고 다른 지역의 정벌 역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소문대로 백무명이 제거한 것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사라진 그들이 모종의 이유로 전멸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폐쇄진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진 속에 있던 무사들이 압력을 받으면 그런 식으로 먼지처럼 사라지도 했다.
다만 갑자기 나타난 먹구름에 대한 설명은 어려웠으나 지금 당장 그것까지 해명할 이유도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 어차피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흑반선회주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를. 내가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객관적으로 봐서 내게 유리한 상황이니까.’
백무명이 맹주 처소에서 잠시 묵상에 잠겼다.
무림맹 총단을 탈환한 지도 벌써 사흘째.
낙양 성내에 산재해있던 칠마종 휘하 사마세력과 흑도 세력을 소탕하느라 정신없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낙양 무림은 수습이 된 상황.
내일 있을 작전 회의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백무명이 상념에 잠겨있을 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백여희와 성녀, 그리고 장생노인이었다.
이들 세 명의 방문은 예정되어 있던 것으로 내일 회의에 앞서 미리 중지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상황이 위급한 경우에 핵심 지휘부 고수들이 미리 모여 중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무림의 오랜 관례였다.
“총맹주님. 부르셨습니까?”
백여희의 물음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두 분 역시 잘 오셨습니다. 일이 많지요?”
“아니에요. 낙양 무림을 이렇게 정리하니 뭔가 근본이 서는 느낌이에요.”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귀교 상황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 않으실 텐데. 백 군사. 서장무맹이 사천무림을 완전히 장악하고 십만대산으로 본대를 움직였다는 게 사실이오?”
“제. 전서구에 의하면 이미 십만대산 인근까지 도착한 모양이에요.”
“그럼 북상 중이던 천마신교 본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백무명이 성녀를 쳐다봤다.
성녀가 안색을 굳혔다.
“제가 알기로 급히 십만대산으로 회군 중이라고 들었어요.”
“으음, 그럼 어느 쪽이 먼저 십만대산에 도착하느냐가 중요하겠군요.”
“네. 하지만 본교와 형산에서 대치하던 도마종 놈들이 자꾸 싸움을 걸어와 회군이 지체되는 모양이에요. 거기에다가 도마종을 돕기 위해 형산으로 가고 있던 색마종과 지옥마종 놈들이 방향을 바꿔 십만대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큰 게 사실이에요.”
“으음, 놈들이 십만대산으로 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소?”
백무명이 백여희를 쳐다봤다.
물론 그 역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수석 군사에게 먼저 물어봄으로써 더욱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서장무맹과 협공을 가해 십만대산을 장악할 의도일 거예요. 검마종과 광마종, 독마종 이 세 곳이 우리에게 전멸을 당한 것을 보고 놈들이 천마신교 총단부터 노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서장무맹과 십만대산 점령을 두고 싸움이 나지 않겠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예요. 두 세력이 사천 무림을 두고 일찍 밀약을 맺었듯이 이번에도 밀약이 있을 거예요.”
“그게 무엇인 것 같소?”
“칠마종이 십만대산을 분할하는 대가로 서장무맹이 강북무림을 노리도록 허용하는 것이지요. 정확한 것은 모르겠으나 자기들끼리 점령지 분할을 이미 모의했을 거예요.”
“하기야 서장무맹의 힘이 매우 강하다고 하나 천마신교의 저력을 무시 못 하니 색마종과 지옥마종의 도움을 받는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오. 성녀께서는 이러한 추측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가 분석한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내일 아침 작전 회의를 마치고 저와 매 소저 등 백여 명 정도는 먼저 십만대산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천마조를 타고 가시려는 겁니까?”
“네. 천마조를 맹주님도 보셨나요? 소림사에서 천마조를 타고 갈 때 맹주님은 폐관 중이라 못 보셨던 것 같은데······.”
“하하하. 성녀와 매 소저께서 소림사로 다시 오실 때 먼발치에서 봤습니다. 당시에도 폐관 중이라 외부인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요. 한데 천마조가 백 명이나 태울 수 있습니까?”
“네. 아무래도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강시부대를 이용해야 할 것 같아요.”
“아! 강시부대라고 하면 천마강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교주님께서 특별히 제조하신 것인데 아직 보완할 게 많아요.”
“그렇군요. 혹시 철탑 무사가 지휘하는 부대가 아닙니까?”
“아!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오늘 새벽에 우연히 봤습니다. 제가 보기에 완전한 강시는 아니고 반인반시 정도 되겠더군요.”
“맞아요. 사실 우리 교주님께서 언젠가 원래대로 회복시켜준다고 하셨지요. 솔직히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해 지금이라도 회복이 되었으면 해요. 그렇게 되면 그동안 수련한 무공을 고스란히 지닐 수 있을 테니까요.”
성녀가 다소 포괄적으로 말했다.
아직 지존회주와 지존강시에 대해 대놓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분들을 원래 몸으로 회복시키려 하신다면 제가 오늘 밤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사실 지금 상태에서는 한두 달도 못 버티고 심맥이 터져 죽을 겁니다. 그동안 조금 무리하게 훈련을 시켰지요?”
“아, 그걸 어떻게?”
성녀가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기야 백무명의 놀라운 능력을 생각해볼 때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제게 맡겨주시면 치료를 해보겠습니다. 성공하게 되면 강시로서의 위력은 사라지지만 한 명 한 명이 절정고수의 위력을 지니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까지?”
“네. 아마도 천마 교주께서 그들의 임독양맥을 타통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강시로 있을 때 고통을 못 느끼니 최대로 몸을 만들어놨을 것이고 이제 그때가 된 것이지요.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백무명이 일부러 천마 교주의 실종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성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알기로 그분들의 회복은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던데, 혹시 총맹주께서 그러한 경지에 오르셨나요?”
“운이 좋았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바로 가보도록 하지요. 운이 나쁘면 지금 바로 주화입마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 * *
지존강시 백여 구를 원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처음에는 백무명 역시 예상과 달리 여러 난관에 부딪혔으나 침착하게 해결을 해 마침내 성공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철탑의 무공도 절정고수 수준으로 올려줬다. 이는 지존강시의 지휘를 맡기기 위해 천마 교주가 이미 그의 내공을 올려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지존강시를 지휘하면서 그가 터득한 무공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지존강시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정리해줄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 백무명이 해결해준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철탑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원래 몸으로 회복한 지존강시들 역시 기억을 되찾고 감개무량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악양의 일반 흑도 출신으로 지존회에 가입했었는데, 이런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 절정고수가 된 것이었다.
그들에 대한 설명은 성녀와 매영설, 철탑, 진국동 네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해줬다.
백무명은 일부러 자리를 피해줬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들 모두 천마신교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기야 백무명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자신들이 절정고수가 된 데는 천마신교의 지원이 컸다.
각종 무공과 영약 등 투자한 자원이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백무명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본 후 백여희와 함께 처소로 돌아왔다.
장생노인은 일찌감치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었고, 이제 백무명과 백여희 두 사람만 남게 된 것이었다.
맹주 처소로 온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그답지 않게 약간 긴장하는 표정이 느껴졌다.
백여희가 그런 표정을 놓칠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인가요? 총맹주님.”
“백 군사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네. 말씀하세요.”
백여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은 것은 이런 은밀한 이야기까지 하려 할 정도로 백무명이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혹시 백동방 공자에게서 소식이 있소?”
“오라버니 말씀인가요? 어머님께서 소림사로 오셔서 말씀은 하셨지만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백여희가 결국 안색을 굳혔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또다시 백동방에게서 소식이 없자 속으로 적잖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 군사.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절대 놀라서는 안 되오. 내게 한 가지 큰 의문이 있는 데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백 군사인 것 같소.”
“말씀하세요.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백여희가 안색을 회복했다.
군사 신분임을 다시금 자각한 것이었다.
“그럼 먼저 내 본얼굴을 보여주겠소.”
백무명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순간 그의 얼굴이 백동방의 것으로 바뀌지 않는가.
“아!”
침착성을 유지하던 백여희가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럴 줄 알고 처소 주위 음파를 차단한 백무명이었다.
“설마······ 총맹주님께서 제 오라버니?”
“그렇다. 여희야. 내가 바로 네 오라비다.”
백무명이 모자옥패를 꺼내 보여준 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고 백무명으로 생활하다가 영웅맹주가 된 일부터, 얼마 전 악양에서 장씨부인을 만나고 본얼굴을 찾게 되고 함께 소림사로 온 것까지.
“아! 그게 정말인가요?”
백여희가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백무명이 자신이 천마 교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자 그녀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백천 무사로 활동한 게 아니라 오라버니가 원래 천마였다고요? 오라버니는 동방에서 왔다고 하셨잖아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마령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 동방 이야기는 내가 신분을 속이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백무명이 천마령까지 보여주자 백여희가 더는 무작정 부인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성녀나 매 소저에게 말했나요?”
“아직 하지 않았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내일 성녀와 매 소저가 십만대산으로 복귀한다는데 그 전에 내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은 안돼요. 오라버니께서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혹시 오라버니가 천마를 제거하고 그의 기억과 물건들을 빼앗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잖아요?”
“그렇다. 역시 내 동생이군. 그럴 가능성이 있겠느냐?”
“있어요.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니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저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돼요.”
“부모님이나 옥이에게도 말이냐?”
“네. 부모님께서 아시면 오히려 더 걱정하실 것이고, 여옥이는 입이 가벼워서 안 돼요. 오라버니는 당분간 지금처럼 영웅맹주 백무명으로 활동하셔야 해요. 그래야 분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혹시 모르니 지금 바로 영웅맹주 얼굴로 역용하세요.”
“알겠다. 어느 정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구나. 이미 나는 내가 천마 교주일 가능성이 구할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지. 전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백무명이 다시 영웅맹주 얼굴로 바꿨다.
신기한 것은 이제 인피면구가 아니라 역용술로 얼굴을 바꾼 사실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침착하셔야 해요. 자칫 성녀와 매 소저가 오해라도 하면 큰일 날 거예요. 특히 성녀의 성력은 매우 무서워요. 아무리 무형검의 경지에 오른 오라버니라 해도 성녀의 분노를 쉽게 막아내지 못할 거예요.”
“알겠다. 조심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