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75
“교주님. 도마종, 색마종, 지옥마종 세 마종 병력 삼십만이 모두 절명곡 안으로 진입해 포위망을 구축했습니다.”
“보호진은 얼마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소?”
“반시진입니다.”
만검자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되었소. 즉시 전 무사들에게 명을 내려 계곡 중앙에 모이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만검자가 급히 지휘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에 남아 있던 생사신의가 백무명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본교 무사들을 모아 놓고 주위에 검기방패로 보호막을 형성할 생각입니다. 이후 진이 개방되면 놈들을 천마음으로 무력화해야지요. 계획이 성공하면 이후는 총공격을 가해 놈들을 섬멸하게 될 겁니다. 사실 매우 단순한 계획입니다.”
“문제는 음공의 성공 여부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대로 지금 이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놈들을 섬멸할 방법은 이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신의께서는 제가 놈들을 무력화하는 동안 무사들이 보호막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지휘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생사신의가 고개를 숙였다.
이미 교주 대행의 임무를 공식적으로 받은 터라 그가 할 일 역시 매우 많았다.
한데 이렇게 정중하게 백무명을 교주로 대우하게 될 줄 그 자신도 잘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교주무공을 연마했다고 해서 그런 건가. 진짜 교주님을 대하는 듯하다. 하기야 교주신물이라 할 수 있는 천마음까지 익혔으니 천마 교주께서 복귀하지 않는 한 명실상부한 교주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사신의가 백무명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반시진 정도 지났을 무렵.
만검자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모였습니다. 가시지요.”
“그럽시다.”
백무명이 만검자, 생사신의와 함께 진영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천마신교 십만 정예가 도열해 있었다.
다들 중무장을 한 채 전면전을 각오한 표정이었다.
주위를 보니 보호진이 거의 파훼되고 있었다.
일부러 개방하지 않아도 일각 정도면 사라질 것 같았다.
이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었기에 무사들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마치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것처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백무명이 천천히 계단을 밟듯이 십장 높이 허공으로 올라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허공답보.
절대 내공의 소유자만이 펼칠 수 있다는 전설의 경공술에 천마신교 무사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
백 마디 말보다 이 경공술 하나로 무사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며칠간 자신들의 교주가 생각보다 못한 무위를 보여준 게 사실이었다.
이는 생사신의를 교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문제였으나, 대부분 교주가 내상을 입어 아직 회복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천마의 모습 바로 그대로였다.
백무명이 허공에 정지한 상태에서 말했다.
“무사들이여! 여러분의 헌신으로 본좌가 드디어 신공을 완성했다. 이제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놈들을 일시 무력화시키게 되면 그때 총공격을 가해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제거하도록 하라! 알겠는가?”
“존명!”
“존명!”
전시 중에는 오체투지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명이 내려졌음에도 무사들이 일제히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천마신교! 천하제일!”
“교주신공! 천하무적!”
쿵쿵쿵.
머리를 세게 땅에 박아 피가 철철 흐르는 사람이 속출했으나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백무명은 절로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무사들이 오래도록 함께 지내온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단지 사기가 좀 내려가 있는 것 같아 전투 전에 올려줄 생각으로 벌인 행동인데 감정이 묘했다.
‘그래. 이런 기분은 진짜 천마가 아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천마였던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나중에 성녀와 매 소저를 만나게 되면 직접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어쩌면 두 사람은 나의 진짜 신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만약 성녀나 매영설이 천마가 곧 영웅보 대공자라는 사실을 알고만 있다면 모든 의문이 쉽게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생사신의도 있군. 그 역시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칠마종에 이어 서장무맹까지 일단 물리쳐야 한다. 조금만 더 참자.’
백무명이 지존검을 빼 들었다.
“무사들이여! 내가 놈들을 공격할 동안 여러분 주위에 검기방패를 형성할 것이다. 이 검기방패는 놈들의 공격을 막아줄 뿐 아니라 음공으로부터도 보호해줄 것이다. 원래는 선별 공격이 가능하나 놈들의 수가 워낙 많아 내공을 집중하기 위해서니 그렇게 알고 지시를 기다리도록 하라! 모두 일어나서 무기를 들어라! 위대한 본교의 힘을 세상에 드러낼 때가 되었다!”
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천마신교 무사들이 일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이 지존검으로 검기방패를 일으켰다.
순간 동심원 모양의 검기 보호막이 형성되며 천마신교 무사들을 감쌌다.
보다 지속적이고 강한 위력을 위해 지존검을 맨 앞에 박아놓은 백무명이 피리를 꺼냈다.
검기방패는 반투명이라 그 안에서 외부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무사들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백무명이 피리를 든 이유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천마음이다!”
“천마음이다!”
여전히 허공에 있던 백무명이 소리쳤다.
“진을 개방하라!”
그의 말에 겨우 지탱하고 있던 보호진이 마치 안개가 걷히듯 사라졌다.
진이 사라지자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칠마종 삼십만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고대로 도마종, 색마종, 지옥마종 병력 대부분이 모인 것 같았다.
단 한 번의 승부로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고 싶어 하던 백무명으로서는 오히려 고무적인 상황.
하지만 적 병력이 대거 온 것은 칠마종 입장에서도 그만큼 천마신교 무사들을 확실히 궤멸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도마종주가 허공에 있는 백무명을 향해 말했다.
“천마! 이제 네놈은 끝났다. 오늘 이 자리가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
백무명이 대답 대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색마종주가 소리쳤다.
“천마!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도망을 치더니만 이제는 그것도 잘 안되는 것 같구나. 네놈은 오늘 반드시 죽는다!”
“후후후! 지금 보니 완전히 겁을 집어먹고 있군!”
지옥마종주까지 가세해 백무명을 비웃었다.
하지만 백무명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들 삼 인의 마종주들은 이전에 천마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백무명은 아무 기억이 없었다.
괜히 말을 섞었다가 예기치 않은 의혹만 키울 수 있었다.
다만 자신이 피리를 들고 있는데도 마종주들이 놀라지 않고 있는 것은 찜찜한 요소였다.
혹여 새로운 반선들의 등장 등 변수가 있을까 싶어 천마음을 내는 것을 미루고 있었는데, 마종주들은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도마종주가 말했다.
“혹시 천마음으로 우리를 무력화할 생각이라면 꿈 깨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무사들은 이미 방탄수(防彈水)를 마셔 음공이 통하지 않는다. 믿지 못하겠거든 어서 천마음을 내보거라.”
“으음.”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하기야 천마신교와의 전면전을 생각하면서 천마음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백무명이 말했다.
“마종주들은 들어라. 네놈들이 진짜 영웅이라면 나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 어떻겠냐?”
“후후후! 네놈이 영웅맹주 그놈 흉내를 내려는 것이냐? 거절하겠다. 어차피 천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최후 승리는 우리 것이다. 검기방패 역시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것이고. 우리는 서두를 생각이 없다.”
도마종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색마종주과 지옥마종주 역시 마찬가지로 여유가 있었다.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것은 바로 백무명이었다.
음공이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혼자서 삼십만 무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인데,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진퇴양난이군. 저놈들의 능력이라면 검기방패 역시 반나절을 견디기 힘들다. 그렇다고 천마음을 시험해보자니 마종주들의 반격이 우려되는군.’
백무명이 안색을 더욱더 굳혔다.
그로 그럴 것이 천마음을 내게 되면 일시적으로 초기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데, 마종주들이 그때를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천마음이 아무런 위력도 내지 못하는 것을 가정할 때였다.
따라서 백무명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했다.
‘어차피 천마음이 아니라면 이 많은 병력을 나 혼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한번 모험을 해보는 게 낫겠구나. 그 방탄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지.’
백무명이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삘리리리.
바로 천마음이었다.
겉으로는 살살 부르는 것 같았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천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려대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칠마종 무사들이 음악을 감상하듯 편안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다만 마종주들이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았다.
“후후후! 우리 말을 못 믿어 시험을 해보는 것이냐? 하지만 지금 보다시피 천마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도마종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좌수를 들어 올렸다.
“총공격하라! 일단 천마 저놈부터 제거한다! 우리는 삼십만이다. 고작 저놈 한 명을 죽이지 못하겠느냐?”
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칠마종 무사들이 백무명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백무명은 여전히 허공에 있었다.
그리고 피리 역시 계속 들고 있었다.
아직 천마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백무명은 문득 자신이 무형검의 경지에 오른 사실을 떠올렸다.
‘무형이란 형식이 없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방탄수라는 것 역시 하나의 장애에 불과하다. 반선들에게서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음파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지만 그 효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휙휙휙.
칠마종 무사들 중 활을 든 자들이 일제히 백무명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척 봐도 수만 발의 화살이었다.
하지만 백무명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자연스럽게 호신강기를 좀 더 두텁게 할 뿐이었다.
후두두둑.
화살이 호신강기에 부딪혀 그대로 떨어졌다.
백무명은 계속 무형검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무형검의 경지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지배해야 한다.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천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나를 믿고 어떤 걸림도 없어야 한다. 그렇게 음공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그 한계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본얼굴을 찾게 되면서 자신이 무형검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직 그 진정한 위력에 대해선 잘 모르는 그였다.
그런 그가 위기 상황에서 무공 중 하나인 천마음에 무형검의 이론을 대입시켜보는 것이었다.
‘그렇다. 진정한 음률은 구멍 없는 피리에서 나온다고 했지. 음공이라는 생각을 벗어버린다면 장애도 없을 것이다. 이를 이전 천마음과 비교해 천마무형음(天魔無形音)이라 부를 수 있겠군.’
백무명이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삘리리리.
이전과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칠마종 무사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으윽!”
“크윽!”
처음에는 서너 명씩 쓰러지던 것이 빠른 속도로 두 배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각도 채 되지 않아 한 번에 수천 명씩 쓰러졌다.
쓰러진 칠마종 무사들은 하나 같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눈에 봐도 공격력을 상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도마종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자신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수하들이 문제였다.
절정고수 수준이 안되는 무사들은 어김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저놈이 천마음을 낼 때가 기회요! 어서 합공을 가합시다!”
도마종주가 옆에 있던 색마종주와 지옥마종주에게 눈짓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몸을 날린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백무명이 여전히 피리를 불며 오른손으로 지존비수를 꺼내 이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차차차창.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이 치열한 격전에 돌입했다.
이들 마종주들의 무공은 지난번 숭산 인근에서 상대했던 마종주들의 것보다 배는 높아져 있었다.
백무명이 피리를 칠마종 무사들 위로 던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휙휙휙.
피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천마무형음이 최고조로 울렸다.
삘리리리.
간신히 버티던 천마종 무사들이 비틀거리며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이번에는 절정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백무명이 농축된 음파를 피리 속에 담은 채 회전강기에 섞어 퍼뜨렸기 때문에 견뎌낼 자가 없었다.
다만 마종주들만은 예외였는데, 이는 그들이 초절정에 진입해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는 천마무형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 백무명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힘들었다.
백무명이 지존비수로 검강을 날리자, 마종주들이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백무명이 좌수를 아래로 뻗어 지존검을 회수하자 검기방패가 사라졌다.
때를 기다리던 생사신의가 소리쳤다.
“총공격하라!”
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천마신교 무사들이 칠마종 무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수적으로 삼 대 일이었지만 한 사람이 세 명만 제거하면 되기 때문에 칠마종 무사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백무명 역시 마종주들의 목을 베기 위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백무명이 지존검으로 마종주들의 목을 베기 직전.
계곡 안으로 붉은 안개가 급격히 들어와 칠마종 무사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숭산 인근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던 백무명이 놀라지 않고 지존검으로 마종주들의 목을 벴다.
아니 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붉은 안개에 닿은 그들의 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는 살아남은 칠마종 무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그들의 수는 이십만 정도였다.
백무명은 붉은 안개를 유심히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특수 이동대법이 이미 걸려있었구나. 먹구름과 붉은 안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전자의 의지만으로 공간 이동이 되는 것 같군. 마치 승패가 결정되면 시합을 중단시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들을 데려가 과연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
백무명이 더는 집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동안 칠마종 무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시체도 모두 사라졌다.
한데 이번에도 그 모든 현상을 백무명이 만든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놈들이 모두 가루가 되었다!”
“모두 죽었다!”
와아아.
절명곡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무명이 백여희의 권고를 떠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존검을 높이 들었다.
와아아아.
백무명이 소리쳤다.
“무사들이여! 이제 십만대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두 전열을 재정비하고 출발할 준비를 하라!”
“존명!”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