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76
십만대산.
천마신교 총단 취의청.
성녀 주재로 열린 작전 회의에 긴박함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이 총단을 둘러싼 진을 돌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단을 보호하는 진은 모두 일곱 개.
진 하나하나가 모두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하지만 벌써 진 세 개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그것도 오늘 갑자기 한꺼번에 말이다.
매영설이 말했다.
“이대로라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나머지 진들이 무너질 겁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아, 아직 본대가 회군하려면 며칠이 더 걸릴 텐데······.”
성녀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사흘 전 형산에서 천마신교 본대가 대승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기쁘기 그지없었다.
백무명의 활약으로 도마종과 색마종, 지옥마종 삼십만 병력이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고 하니 믿기 힘든 전과였다.
물론 처음에는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교주로 행세하고 있는 백천 무사가 천마음을 펼쳤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사신의의 좀 더 상세한 보고가 전서구를 통해 전달되자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백천이 교주비고에 들어가 교주 무공을 연마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천마신교 본대는 대승을 거두고 십만대산으로 복귀 중이었다.
남하 도중 적재적소에 병력을 보내 칠마종 잔당들을 소탕 중이라 복귀가 조금 늦어지고 있기는 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또 낙양에서 영웅맹 무사들과 함께 남하 중인 천마신교 무사들 역시 순조롭게 십만대산으로 복귀 중이었다.
이들 병력만 합해도 모두 이십만이었다.
천마신교가 자랑하는 천마칠진(天魔七陣)만 버텨준다면 그들 병력이 복귀해 서장무맹 무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어제까지만 해도 천마칠진은 아무 문제 없이 적들을 막아냈다.
그래서 본대 병력의 복귀 속도를 더 빨리해달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참고로 천마신교 총단을 사수하고 있는 병력은 대략 십만 정도였다.
원래는 오만 정도였으나 인근에 있던 교도들이 달려온 덕분에 십만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정예들이 대부분 출정을 나갔기 때문에 이 병력으로 세 배가 되는 서장무맹 병력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백무명의 지시로 총단에 남았던 천마수호대 대주 관풍요가 말했다.
“총단에 있는 수많은 기관진식을 활용한다면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서장무맹주의 무공입니다. 사실 천마칠진 중 세 개의 진을 파훼한 자 역시 바로 그 자이니까요. 마치 우리 진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거침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속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떻게든 교주님 한 분이라도 빨리 복귀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서장무맹주 그자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천마조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성녀가 말을 하다 그만두었다.
천마 교주가 실종되어 현재 천마조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천마조를 부릴 줄 모르면 혼자서 탈 수 없었다.
성녀를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이 침통해 할 때.
무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성녀님. 지금 진 밖에 교주님이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성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지금 서장무맹주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고 계십니다.”
“아! 아무래도 복귀 중 우리 상황을 알고 천마조를 타고 오신 것 같군요.”
성녀가 다시 한번 기뻐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생각했다.
‘하기야 천마음을 익혔다면 천마조 역시 부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매영설이 말했다.
“어서 천마루(天魔樓)로 가봐요.”
“그래요. 어서 모두 천마루로 가보도록 해요.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요. 철 대주는 언제든 투입할 수 있도록 지존대(至尊隊) 무사들을 대동하고 오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존대주 철탑이 고개를 숙인 후 먼저 취의청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 언급된 지존대는 바로 이전 지존강시들로 구성된 부대로, 현재는 대원 모두가 절정고수 수준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장무맹에 비해 병력이 열세인 천마신교로서는 그나마 믿을만한 자원인 셈이었다.
다만 서장무맹 역시 절정고수 이상이 수천 명이라고 알려져 실제 전투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 * *
‘왠지 기분이 좋지 못하구나. 천마조를 타고 십만대산에 먼저 가봐야 했나.’
백무명이 지휘 막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제까지 십만대산에서 날라온 전서구에 의하면 천마칠진으로 서장무맹 무사들을 잘 막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굳이 혼자 가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무맹과 합세해 천마신교 총단을 공략할 것 같았던 색마종과 지옥마종 세력을 이번에 형산에서 전멸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직 자신이 진짜 천마 교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마음이 확고하게 정리되어야 성녀와 매 소저, 그리고 생사신의에게 그 문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왜 오늘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것일까. 내가 모르는 변수라도 발생한 것인가.’
백무명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 그가 걱정하는 적은 흑반선들을 제외하고 서장무맹주가 유일했다.
하기야 칠마종 종주들이 무림에서 사라진 지금 그의 적수가 될만한 다른 사람이 없었다.
‘아무래도 무사들은 생사신의에게 맡기고 나 혼자 십만대산으로 먼저 가봐야겠다. 아무리 천마칠진이 강력하다고 해도 한번 진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다행히 칠마종 잔당은 이제 거의 소탕했으니까 더는 내가 여기서 할 일이 없다. 며칠이라도 빨리 십만대산으로 가서 힘을 보태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백무명이 결심을 굳히고 생사신의를 부르려던 찰나.
마침 생사신의가 상기된 안색으로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서찰이 들려 있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십만대산에서 전서구가 날아온 것 같았다.
참고로 전서구가 날아오면 생사신의로 하여금 먼저 보도록 명을 내린 바 있었다.
“아! 마침 잘 오셨습니다. 총단에서 새 연락이 왔습니까?”
“네.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생사신의가 기뻐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백무명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교주님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소식입니까? 서장무맹 놈들이 절진을 통과했습니까?”
“바로 말씀드리지요. 천마 교주께서 복귀하셔서 서장무맹 놈들을 제압하셨다고 합니다. 직접 읽어보시지요.”
“아!”
백무명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함께 당혹감이 보였다.
그가 놀란 것은 서장무맹 무사들을 제압했다는 것도 있지만 천마 교주의 등장이었다.
하기야 십중팔구 자신이 천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천마가 나타났다고 하니 아무리 백무명이라도 놀랄 만했다.
백무명이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서찰을 읽어내려갔다.
서찰은 성녀가 보낸 것으로 오늘 아침 상황이 설명되어 있었다.
서장무맹 병력이 갑자기 천마칠진 중 세 개의 진을 뚫고 총단으로 진입하는 중 천마가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내용이었다.
천마는 대담하게 서장무맹주와 모든 것을 걸고 일대일 대결을 벌였는데, 패자는 승자의 명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약속을 했었다고 했다.
다행히 천마가 간신히 서장무맹주를 이겼고, 서장무맹주가 승복해 천마의 명을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속 이행의 결과 역시 놀라웠다.
천마신교와 서장무맹의 동맹 체결이 순식간에 이뤄진 것이다.
다만 약속대로 서장무맹주는 천마의 명을 따라야 한다는 전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황이 이러하니 어서 병력을 이끌고 십만대산으로 돌아와 교주를 뵈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백천을 부교주라 칭하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천마와 상의해 백무명을 부교주 자리에 유임시켜줄 생각인 것 같았다.
물론 천마의 직접적인 명이 없어 부교주 인정 문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천마로서도 백무명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교주께서 그동안 어디에 계셨다고 합니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도 이 서찰에 적힌 내용이 전부입니다. 십만대산에 도착하면 그때 교주님께서 설명해주시겠지요.”
“그렇겠군요. 천마 교주께서 무사히 복귀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더는 제가 교주 행세를 할 필요가 없겠군요.”
“아닙니다. 일단 십만대산까지는 아무 말 하지 말고 이대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괜히 무사들이 동요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생사신의의 말에 백무명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당장 교주 얼굴을 지우고 백천 무사의 얼굴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줄 알았던 것이다.
“혹시 신의께서 천마 교주님이 진짜인지 아직 확신을 못 하시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백 무사께서도 천마음을 연마하셨기에 천마 교주님과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주신물로서 천마음은 동등한 자격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교주가 둘일 수는 없는 게 아닙니까? 물론 제가 교주가 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천마령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두 분 다 천마음을 연마하셨다면 천마령을 가지고 있는 분이 교주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게 율법입니다. 이번에 복귀했다는 천마 교주께서 진짜라면 아마도 천마령을 가지고 계실 터. 천마령을 보고 난 후 비로소 역용을 풀고 부교주 백천으로 돌아가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한데 아무래도 천마 교주님의 보다 구체적인 지휘서신이 날라올 것 같군요.”
“그건 그때 가서 그 내용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회군 속도를 좀 더 빨리하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무사들에게 명을 내려 진군 속도를 빨리하라고 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생사신의가 막사 밖으로 나간 후 백무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물론 천마 교주의 복귀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 혼자 착각한 것일까. 하기야 내가 영웅보에 와서 그동안 동방에서 지냈다고 말했다는 것이 거짓일 리가 없지. 한데 무슨 이유로 내게 천마 교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걸까.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긴 그의 흔적. 정말로 내가 그를 공격하고 기억과 물건을 빼앗은 걸일까. 아무래도 천마를 직접 만나봐야 의문이 풀릴 것 같구나.’
백무명이 좀 더 깊게 생각했다.
일단 그가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혹시 지금 십만대산에 나타났다는 천마가 가짜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서장무맹과 갑자기 동맹을 맺은 것도 그렇고 당연히 생각해볼 문제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천마를 잘 아는 성녀가 서신을 보내왔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오히려 서신에 그렇게 자세한 내용 없이 회군을 재촉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나를 제거하려는 것이 아닐까. 천마가 나를 자신을 해친 범인으로 지목했다면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말 그렇다면 골치 아파지겠구나. 지금 내가 천마령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악재라면 악재다. 하지만 천마령은 지존환 속에 들어가 있어 외부인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나의 정확한 신분을 알기 위해서라도 천마와의 만남을 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