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79
작전 회의는 오전 내내 계속되었다.
하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다만 오후에 있을 서장무맹 측과의 합동 회의 때 서장무맹주의 반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시간이 비는 틈을 타 백무명이 처소에서 함께 쉬고 있는 성녀와 매영설에게 갔다.
천마는 운공을 위해 자신의 침실로 들어간 상황.
생사신의 역시 합동 회의 준비를 위해 취의청에 남아 있어 이들 세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 셈이었다.
백무명이 성녀에게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안 그래도 부교주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지금 교주님 복귀 때문에 매우 당황스럽지요?”
“그렇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말씀해보세요. 저희도 정리를 좀 해봐야 할 듯해요.”
“감사합니다. 먼저 교주님이 진짜 천마 교주님이 맞습니까?”
“네. 확실해요. 저와 매 소저가 교주님만이 알 수 있는 은밀한 일들에 관해 여쭤봤으나 대답에 막힘이 없었어요. 교주님이 가짜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라 의문이 있을 수 없지요.”
“단지 그것뿐입니까?”
“그것 말고 더 중요한 게 있나요? 물론 교주신물인 천마령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나 영웅맹주에게 빼앗겼다고 하니 믿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그 사실은 제가 반드시 나중에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으음, 매 소저도 마찬가지입니까?”
“네. 사부님께서 실종되신 날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어요. 저와 사부님 두 사람만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요. 가짜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다만 저는 사부님께 약간의 이질감을 느낀 게 사실이에요. 아마도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상황 같은데 그것 빼고는 의심할 부분이 전혀 없어요.”
“이질감이라 하심은?”
“뭔가 이전과 조금 느낌이 다르세요. 특히 서장무맹과 관련한 대책 마련에 있어 아쉬움이 있어요.”
“저도 교주님 면전에서 말하지는 못했지만 마찬가지예요. 서장무맹 놈들을 너무 믿고 계시는 것이 조금 불안해요.”
성녀가 매영설의 말을 거들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두 사람에게 약간 실망한 구석이 있었는데 완전히 천마의 말에 넘어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부교주께선 교주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심 가는 부분이 있었나요?”
성녀의 물음이었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복귀하신 교주님이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리가! 솔직히 처음 저희도 의심하긴 했으나 모든 질문에 답을 하셨으며 교주로서의 모든 업무에 정통하셨어요. 이는 교주님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역용 여부는 확인하셨습니까?”
“지금 교주님 얼굴은 원래부터 본얼굴이 아니세요. 역용 여부를 알 수도 없었지만 원래 본얼굴이 아니시라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지요.”
성녀가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노여움은 보이지 않았다.
매영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천마와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두 사람 모두 완전히 의심을 지우지는 못했구나.’
백무명이 회심의 미소를 다시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 성녀와 매영설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무작정 천마와 싸움을 벌이다가는 예상과 달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일단 교주로서의 기억은 얼마든지 훔칠 수가 있습니다. 상대의 기억을 빼앗는 특수 대법의 종류는 무척 많지요. 이를테면 천마초혼술 같은 것 말입니다.”
“부교주께서 천마초혼술도 익히셨나요? 하기야 교주비고에서 천마대장경을 연마했다고 하셨지요?”
“네. 아무튼 천마 교주께서 두 분과의 대화라든지 이전 기억을 잘하고 계신다고 해서 그게 확실한 증거가 못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동맹을 맺은 상대방인 영웅맹을 한사코 제거하려 한다는 겁니다.”
“그야 영웅맹주 그자가 교주님의 양신으로서 교주님을 시해하려 하니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지요.”
“만일 그렇다고 해도 제거 대상은 영웅맹주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굳이 영웅맹 무사들을 모두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백무명의 물음에 성녀와 매영설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두 사람 모두 그 부분에 관해 강한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 교주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최대한 그 뜻을 존중하려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솔직히 그 부분은 저희도 우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주님의 생각도 일리가 있는 게 실제로 영웅맹주와 그 수하들을 분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영웅맹주 한 명만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영웅맹 무사들이 가만있을까요? 양신 이야기는 아예 들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에게 복수하려 할 거예요. 특히 서장무맹과 본교가 힘을 합친 것을 알게 되면 더욱더 분노하겠지요. 그래서 조금 전에 어쩔 수 없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성녀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며칠 간이지만 그녀 역시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던 것 같았다.
매영설이 말했다.
“솔직히 저는 부교주께서 사부님이 가짜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줬으면 해요. 그게 아니라면 다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저희는 사부님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두 분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교주가 가짜라는 사실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중요한 사항인데 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게 뭔지 말씀해보세요.”
“으음, 그건 바로 천마 교주님이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이라는 사실입니다. 두 분도 알고 계셨지요?”
“아!”
“아!”
성녀와 매영설이 깜짝 놀랐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생사신의가 가르쳐 주던가요?”
백무명이 두 사람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번 모험적으로 넘겨짚은 것이었는데 그게 적중한 것이었다.
‘아, 천마가 백동방이 맞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바로 천마란 말이 되지 않는가. 아니지. 내가 정말 양신이라면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겠구나.’
백무명이 혼동을 느끼며 애써 침착했다.
“우연한 기회에 생사신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의는 모르는 사실이니 그분께 책임을 묻지는 말아주십시오.”
“아니에요. 오히려 잘되었어요. 사실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당장 영웅맹을 공격하면 교주님 가족이 있는 영웅보 역시 공격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지요.”
“교주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영웅맹을 공격하려는 겁니까?”
“네. 사소취대라 하시더군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시며······.”
성녀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녀 역시 천마 교주가 가족을 저버리는 것을 이해하기 힘든 것 같았다.
매영설이 말했다.
“저도 사부님께 설득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애초 가족을 찾으러 영웅보로 갔다가 이런 사달이 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앞으로 그 일을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명을 내리셨지요. 하기야 본교 무사들이 알게 되면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게 사실이지요. 정통성 문제도 불거질 게고 저희도 난감한 상황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다니. 최악의 경우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가족만큼은 대피시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 사실 하나만 봐도 지금 교주는 진짜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안타깝긴 하나 심경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확실한 증거 없이 교주님을 몰아세우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하여 처벌을 면키 어려울 거예요. 아, 그리고 조금 전 말씀하신 교주님의 신세내력에 관해서는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세요. 저희는 못 들은 것으로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교주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낼 겁니다.”
“사실 확실히 하려면 정말로 진짜 교주님이 나타나셔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 보이는 낯선 모습은 기억 상실의 후유증으로 인한 성격 변화 정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성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그녀로서도 진퇴양난으로 보였다.
매영설이 말했다.
“최악의 경우 본교와 영웅맹이 실제 충돌하게 되면 최소한 교주님 가족만은 무사할 수 있도록 조처할 생각이 있어요. 사부님께서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으음,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하기야 두 분의 지위로 볼 때 더 이상의 것을 바라기 힘들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밝혀낼 테니 두 분께서는 최대한 냉정히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경우에도 두 분과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저희 두 사람이 어찌 부교주님의 상대가 되겠어요? 게다가 따지고 보면 부교주님도 교주신물인 천마음을 익히셨기 때문에 교주님과 실질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지니고 계세요. 그러니 교주님도 천마령을 회수하지 않는 한 부교주님을 함부로 대하기 힘들 거예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세요. 저희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함께 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면 그때는 본교를 위해서라도 냉정함을 유지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감사합니다. 한데 교주께서 말씀하신 양신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는 겁니까?”
백무명이 성녀를 쳐다봤다.
양신에 관해 시간을 두고 좀 더 알아보려고도 했으나 그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성녀에게 직접 물어본 것이었다.
이는 그 문제가 심마가 되어 백무명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불완전한 양신을 만들게 되면 악마가 된다는 교주님의 말씀은 사실이에요. 특히 본교의 교주신공을 익힌 상황이라면 더욱더 위험하지요.”
“으음, 그게 교주님의 착각일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양신은 일종의 분신으로 알고 있는데 분신이 그렇게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습니다.”
“양신은 단순한 분신이 아니에요. 특히 불완전한 양신은 시한부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 본신을 죽여 그 삶을 이어나가려 하지요. 본능적으로 본신을 미워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양신이 정말로 본신을 죽이면 양신 역시 죽음을 맞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가장 좋은 것은 본신이 양신을 제거하는 것이지요. 원래 양신은 없었던 존재이니까.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교주님께서 정말로 불완전한 양신을 만드셨는지는 저도 몰라요. 영웅맹주를 직접 만나 그가 천마령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으음, 혹시 본신과 양신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가요? 하기야 부교주께선 교주님이 가짜라고 의심하시니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완전한 양신은 양신 이야기만 들어도 심마에 걸릴 가능성이 커요. 존재에 대한 의심 때문에 기혈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지요. 그 외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양신은 결국 주화입마되어 악마가 되는데, 일종의 절대마인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킨다고 알고 있어요. 영웅맹주 그분이 정말 불완전한 양신이라면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제거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분께 구명지은을 입은 터라 마음이 아픈 것 또한 사실이에요.”
“심마라. 다소 모호한 기준이군요.”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이미 심마가 생긴 그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혼란스럽구나. 차라리 내가 천마라고 밝히는 게 빠를 것 같다.’
백무명이 내친김에 천마령까지 보여주고 자신이 천마라고 밝히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는 아직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성녀와 매영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서둘지 말자.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백무명이 호흡을 가다듬을 때.
성녀가 말했다.
“합동 회의 시간이 다 되었어요. 어서 취의청으로 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