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0
합동 회의가 열릴 예정인 이곳 취의청에는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마 역시 태사의에 앉아 있는 가운데 다들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 보내온 전언에 의하면 서장무맹 자체 회의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천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불쾌한 기색도 없었다.
그 바람에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백무명 역시 성녀와 전음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셩녀께 다시 질문을 드립니다. 아까 양신이 본신을 죽이면 자신도 죽게 된다고 하셨는데, 교주께서 말씀하신 악마화와 다른 뜻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악마화가 바로 죽음을 뜻하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린다면 불완전한 양신은 결국 악마화가 되는데, 이 악마화라는 것이 일단 죽은 후 절대마인이 되는 과정이라 보면 되실 거예요. 한데 양신이 본신을 죽이게 되면 이 악마화 과정이 곧바로 진행되게 되지요.」
「일종의 강시가 되는 것과 비슷하군요. 일단 악마화가 되면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겁니까?」
「네. 악마화가 되면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살상을 하게 되는데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어요. 이미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 제거할 방법이 없지요.」
「도검불침이 되는 겁니까?」
「네. 금강불괴 수준이 되어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니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지는 셈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악마화가 된다고 해도 끝이 있지 않을까요? 설마 세상 사람들을 모두 죽일 때까지 살상이 계속되는 겁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악마가 된 불완전한 양신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르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소한 수백만 명을 죽인 후에 스스로 자폭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나 생각해요. 그 정도 살상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살기를 분출했을 것이고 그때는 체내 기혈의 폭주 현상으로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후라 할 수 있겠지요. 수백만 명의 사람, 그것도 무림인들이 중점적으로 희생을 당할 텐데 최소한 무림은 가히 멸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래서 악마화가 되기 전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만일 내가 정말로 양신이라면 섣불리 천마를 죽여서도 안 되겠구나. 곧바로 악마화가 될 테니까. 아, 진퇴양난이군.’
백무명이 속으로 침통해 했다.
눈앞에 보이는 천마는 얄미울 정도로 교주 행세를 잘하고 있었다.
백무명이 보기에도 가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천마신교와 영웅맹의 싸움을 막아야 한다.’
백무명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서장무맹주를 비롯한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이거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서장무맹주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라마승이었는데, 서장무맹주이기 이전에 포달랍궁주이기도 해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이다. 우리 역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았소. 이제 한배를 탔으니 편안하게 행동하시오.”
“감사합니다.”
서장무맹주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천마와의 비무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그는 약속대로 충성을 맹세했는데, 지금 봐도 천마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것 같았다.
서장무맹주와 함께 온 고수들은 서장무맹의 장로들과 원로들로 하나같이 절정고수 중에서도 상급으로 보였다.
백무명이 그들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저 정도 무위라면 굳이 천마와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성녀 말대로 저들 역시 천마신교를 이용해 영웅맹을 제거할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백무명이 눈을 빛내며 천천히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들의 무위를 살폈다.
천마가 말했다.
“그럼 바로 합동 회의를 시작하겠소이다.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서장무맹주께선 아직도 본교가 고수들을 사천성에 파견해 영웅맹 무사들을 상대해주기를 바라시오?”
“네. 아시다시피 사천성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서장무맹 무사들은 정예들이 아니라 영웅맹 십만 무사와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불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주께서 지원 병력을 보내주지 않으시면 부득이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 무사들이 회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논의를 해봤는데, 지금 당장 지원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소. 형산에 있는 영웅맹 무사들을 제거한 다음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겠소. 어차피 같은 영웅맹 무사들이니 공격의 선후 문제가 아니겠소?”
“형산에 영웅맹주가 없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하하하. 벌써 그 정보까지 서장무맹 측에 들어갔소? 그렇소이다. 영웅맹주 그자는 역용에 능통하고 신출귀몰해 또 어디 가서 음모를 꾸미는 것 같소. 놈은 본교와 동맹을 맺고 귀 서장무맹 병력을 제거한 후 다시 본교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서장무맹 무사들을 형산으로 보내 그곳에 있는 영웅맹 놈들을 모조리 제거했으면 하오. 마침 영웅맹 놈들 옆에는 본교 무사 십만이 있으니 호응을 해줄 것이오. 어떻소?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그때는 사천성에 함께 병력을 보내 그곳에 있는 영웅맹 병력 또한 소탕하도록 합시다.”
“으음, 생각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아무리 제가 교주님께 충성을 맹세했다고는 하나 숙고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하시오.”
“감사합니다.”
서장무맹주가 말을 한 후 옆에 앉아 있는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들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 중점적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바로 서장무맹의 총군사인 서장선생(西藏先生)이었다.
상의를 마친 서장무맹주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제의를 받아들이지요.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말씀하시오.”
“사천 무림에 대한 본 무맹의 지배권을 인정해주십시오.”
“영원히 말이오?”
“그건 아닙니다. 백 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교주님이 살아계실 때는 더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좋소. 수락하겠소. 그럼 언제 형산으로 출발하겠소?”
“내일 바로 출발하지요.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출발하고 싶지만 삼십만 병력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하시오. 또 부탁할 게 있소?”
“으음, 아무래도 우리가 영웅맹을 공격하면 영웅맹주 그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니 절대고수 한 명을 지원해주십시오.”
“절대고수라 함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저기 앉아 있는 백천 무사입니다. 아까 소개를 받았을 때 역시 소문대로 무공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와 합공을 한다면 영웅맹주 그놈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락하겠소. 백 부교주! 수고해주겠소?”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무명이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든 영웅맹 무사들을 보호할 생각을 하고 있던 그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하하하. 그럼 조금 전 말한 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합동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소. 내일 출정식 때 다시 보도록 합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처소로 돌아온 백무명은 다시 숙고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내일 다시 형산으로 출정을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삼십만 서장무맹 무사들과 함께.
얼떨결에 수락했으나 왠지 찜찜한 마음이었다.
‘천마가 가짜인지 아닌지 밝혀내는 것이 우선인데, 이대로 가게 되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 것인가. 물론 서장무맹 놈들부터 제거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긴 하지만 아쉬운 게 사실이구나. 하지만 어차피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영웅맹 무사들을 보호하러 가야 했기에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군.’
백무명이 마음을 다스렸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천마를 제압해 가짜 여부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그래. 잘못하면 형산에 영웅맹 무사들과 함께 주둔해 있는 천마신교 무사 십만 병력과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들은 천마 교주의 명만 들을 것이며 서장무맹과 힘을 합쳐 우리 영웅맹 무사들을 공격할 게 분명하다. 이를 막으려면 천마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오늘 밤이 기회다. 자객으로 역용한 후 천마를 제압하고 진실을 알아내면 되지 않을까.’
백무명이 결단을 내리려는 순간.
그의 처소에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성녀와 매영설이 아닌가.
“아직 안 자고 계셨군요. 죄송해요. 기별도 없이 찾아와서.”
성녀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일 서장무맹 무사들과 함께 형산으로 출발하게 되셔서 당황스러우시지요?”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할 일이 많은데 그냥 가려니 좀 그렇긴 합니다.”
“교주님 신상에 관한 의문은 저희도 염두에 두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영웅맹 무사들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게 되면 교주님 가족을 부탁드려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교주께서 나중에 후회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교주께서 가짜라 해도 그분들은 무사하셔야 해요. 어떻게든 그분들은 교주님의 가족이 맞으니까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희도 함께 가면 이렇게 부탁드리지 않았을 텐데 죄송해요.”
“아닙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영웅맹 무사들이 본교와 싸우는 일 자체를 막을 생각입니다.”
“그 말씀은?”
“서장무맹부터 제거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교주님께서도 결국 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지요.”
“복안이 있으신가요?”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야지요. 그렇게 알고 있으십시오.”
“네. 교주님께는 죄송하지만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럼 내일 아침 출정식 때 뵙도록 해요.”
“네.”
성녀와 매영설이 돌아간 후 백무명은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삼경 때까지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든 후 천마의 침실로 잠입할 생각이었다.
‘자꾸 미뤄서는 안 된다. 최소한 그의 무공 수준이라도 파악해야 한다.’
* * *
스스슷.
삼경 무렵 천마전 교주 침실 안으로 잠입하는 한 인영이 있었다.
호법들의 경계는 여전히 삼엄했지만 그의 진입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주 침실에 잠입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백무명이었다.
주위 음파를 차단한 그는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는 천마를 쳐다봤다.
천마는 피곤한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백무명이 은잠술을 펼치고 있어 외부에 보이지 않는다지만 의외의 모습이었다.
한편 백무명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발각되더라도 뒤탈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거 참. 생각보다 무공이 너무 낮은 것인가. 이 정도 가까이 왔으면 아무리 자고 있어도 눈을 뜰 때가 되었는데······.’
백무명이 천마의 혈도를 찍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천마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백무명이 흠칫했다.
“아차! 환영이었구나.!”
백무명이 주위를 살폈지만 호법들이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천마가 암습을 피하고자 환영을 만들어 침상에 두고 자신은 다른 곳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백무명이 탄식했다.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이전에 생사신의가 침상에서 암습을 받고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처를 옮긴 것일까. 아무래도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구나.’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큰마음을 먹고 온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천마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야겠다. 계속 여기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백무명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