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1
형산.
영웅맹 무사 오만을 이곳에 주둔시킨 백여희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전 들어온 보고 때문이었다.
모두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십만대산에 있던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 명이 이곳 형산으로 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함께 형산에 주둔하고 있던 천마신교 병력 십만이 오늘 새벽 떠났다는 보고였다.
명목은 천마신교 무사들만이라도 십만대산에 먼저 복귀해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의 북상과 맞물려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었다.
결국 백여희는 긴급 작전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천마신교 교주 천마가 복귀 후 서장무맹과 동맹을 맺고 우리 영웅맹을 치려는 것이 확실합니다. 오늘 새벽 패환 분타주의 지휘 아래 천마신교 병력이 남하한 것도 바로 우리를 의식했기 때문이지요. 여기 그대로 있으면 서장무맹 병력이 우리를 공격할 때 호응을 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우니까요.”
대륙표국주 우문성도의 말이었다.
백여희는 아무 말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
지휘 막사 안에는 백여 명 정도의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자리했는데 다들 안색이 굳어 있었다.
얼마 전 백무명의 활약으로 이곳 형산에서 도마종과 색마종, 지옥마종 세력을 소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당시는 천마신교 십만 무사와 함께 남하 중이었으며 착실하게 칠마종 잔당을 소탕하고 있었다.
승전보를 듣고 난 후에도 칠마종 잔당 소탕은 계속되었으며, 이제는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 교주의 복귀 소식에 이은 천마신교와 서장무맹의 동맹 소식은 영웅맹 무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서장무맹주가 천마에게 패해 충성을 맹세했다고는 하지만 두 세력의 동맹은 아무래도 불길한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즈음은 영웅맹 진영 안에 맹주인 백무명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다.
백여희는 무사들의 사기 때문에 그동안 백무명이 홀로 남하한 사실을 숨겨왔는데, 사실 오래도록 숨길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패환 분타주가 천마신교 무사 십만을 이끌고 떠난 것은 일종의 우리 영웅맹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서장무맹 병력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십만대산을 떠난 순간부터 그들은 사실상 적이 되었으니까요.”
“이파동맹은 사실상 깨어진 겁니까?”
화산파 장문인 매화검선의 말이었다.
얼마 전 악완, 고해풍 등 화산파 제자 백여 명과 함께 영웅맹에 합류한 그는 곧바로 장로로 임명된 바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 중 유일하게 영웅맹에 합류한 셈인데, 백무명이 없는 지금 백여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네. 장문인. 안타깝지만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오늘 떠난 천마신교 무사들이 우리와 곧바로 싸움을 벌이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된 이상 서장무맹 놈들과 먼저 싸우는 게 가장 좋은 일이이겠지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칠마종 놈들을 소탕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실로 유감입니다.”
매화검선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칠마종이 소탕되었다고 하나 그 대신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천마신교와 싸움을 벌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장무맹 세력이 건재한 지금 두 세력의 동맹은 영웅맹에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이게 다 천마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동안 가짜 교주를 세우고 실종되었다고 하지만 복귀하자마자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성녀 역시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니 그녀 또한 천마와 의견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의견을 같이한다기보다 차마 천마의 명을 거역하지 못한다고 봐야지요. 이번에 우리와 함께 있던 천마신교 무사들이 떠난 것도 성녀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바로 옆에서 비수를 꽂는 그런 경우는 없게 하려는 것이지요.”
“아무튼 천마신교 무사들이 떠났다는 것은 천마가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이 확실하다는 증거입니다. 처음 천마신교와 서장무맹의 동맹 체결 소식이 들려왔을 때 혹시나 했던 기대가 완전히 깨어진 것이지요.”
우문성도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동맹 소식이 전해졌어도 서장무맹주가 천마에게 패해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져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군사께 여쭙겠소? 상황이 이러한데 맹주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오? 조속히 복귀하셔야 하지 않겠소?”
“맹주께서는 곧 복귀하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우리 영웅맹은 남하를 중단하고 이곳 형산에서 서장무맹 놈들과 싸울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놈들이 도착하려면 며칠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 방어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맹주께서는 최소한 전투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실 겁니다.”
“맹주께서 복귀하셔도 병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서장무맹 놈들은 삼십만인데 우리는 오만에 불과합니다. 오늘 아침 떠난 천마신교 무사 십만이 서장무맹 무사들과 합세하면 무려 사십만 병력이 됩니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일단 사천성으로 간 병력을 불러들이는 것은 너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래서 최대한 인근 무림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합니다. 다행히 많은 무림인이 우리 영웅맹에 가입 의사를 전하고 있어 전투 전까지 십만 병력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백여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그제야 안색을 조금 폈다.
백여희가 눈을 빛냈다.
‘어서 오라버니가 돌아오셔야 할 텐데······.’
* * *
십만대산을 떠난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 병력은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이었다.
그 결과 며칠 되지도 않아 호남성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서장무맹 무사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형산에서 사흘 거리 정도인 영주성(永州城) 인근 벌판인 영주벌이었다.
서장무맹주 주재의 작전 회의가 열리고 있는 지휘 막사 안.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백무명 또한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한편 며칠 전 십만대산에서 출정식을 벌이고 출발할 때 천마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성녀 말로는 신공 수련을 위해 단기 폐관에 들어갔다는데 간밤에 백무명이 교주 침실로 잠입한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분명 환영이 사라졌기 때문에 소란이 있을 줄 알았던 백무명으로서는 의외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장술로 사용되는 환영이라는 것이 다른 원인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백무명은 어쩔 수 없이 서장무맹 무사들과 함께 형산으로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이곳 영주벌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서장무맹의 총군사 서장선생이 말했다.
“오늘내일 중으로 형산에서 출발한 천마신교 무사 십만 병력과 조우하게 될 겁니다. 이곳 영주벌에서 합류해 함께 북상하기로 했으니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맹주님.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오. 나는 적극 찬성이오. 한데 백 부교주는 어떻소?”
“저 역시 찬성입니다.”
“고맙소. 십만대산에서 떠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동안 단 한 번도 우리 작전 계획에 반대하지 않는구려. 하지만 이제 전투가 며칠 남지 않았소. 아무래도 부교주께서 우리보다 중원 지리에 밝을 테니 좋은 의견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해주시오.”
“서장무맹 측의 공격 계획이 뭐라고 했습니까?”
“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동안 구체적 계획을 설명해주지 않았구려. 총군사가 설명해드리도록 하시오.”
“네. 맹주님.”
서장선생이 고개를 숙인 후 말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영웅맹 놈들은 형산에 갇힌 상태입니다. 놈들이 우리보다 병력이 적은 것을 극복하기 위해 방어망을 정비하고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놈들의 활동 범위를 좁히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놈들은 지금 퇴로가 없습니다. 삼십만 아니 사십만 병력으로 형산 일대를 둘러싼 뒤 천천히 진격하면 놈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전술은 보안상 이유로 형산에 도착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니오. 총군사의 작전은 언제나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적중할 것이오. 한데 지금 놈들의 병력이 어느 정도나 되오?”
“원래 오만인데 최근 인근 무림인들이 대거 모여들어 조만간 십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으음, 제법 되는구려. 남하 중인 천마신교 무사들이 합류하면 우리는 사십만이니 사대일 정도 되는군. 그래 가장 강력한 변수라 할 수 있는 영웅맹주 그자는 복귀했소?”
“아직 아무 소식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쉽게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살아있다면 벌써 복귀를 했겠지요.”
“방심해서는 안 되오. 놈은 신출귀몰하고 절대고수라 혼자서 우리 병력 전부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소. 물론 우리 역시 나와 백 부교주가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신중해야 할 것이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서장무맹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다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백무명이 함께 있기 때문일까.
뭔가 자제하는 분위기 또한 느껴졌다.
하기야 오늘 같은 지휘부 고수 전원이 참석하는 작전 회의가 아니면 백무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장무맹주가 말했다.
“백 부교주.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막사로 돌아가서 쉬도록 하시오. 우리끼리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소.”
“알겠습니다. 그럼.”
백무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 막사 밖으로 나갔다.
개인 막사로 돌아온 백무명은 이전처럼 숙고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서장무맹 무사들을 따라왔다면 이제는 그 역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했다.
‘내 예상대로라면 서장무맹 측에서 영웅맹을 소탕하면 아마도 나부터 제거하려들 것이다. 나와 서장무맹주가 합공에 성공하더라도 내상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겠지. 이후 방향을 돌려 십만대산으로 다시 향하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천마는 그러한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그대로 내버려 둔 이유를 쉽게 알 수 없구나.’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여전히 그의 관심사는 천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와 자신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곳으로 올 천마신교 무사 십만 병력을 내 휘하로 두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천마신교 무사들과 영웅맹 무사들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백무명이 눈을 빛내며 지존환에서 천마령을 꺼냈다.
‘천마령은 천마음을 능가하는 확실한 교주신물이다. 처음에는 상황에 따라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해 천마에게 돌려주려고도 생각했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차라리 천마와 나의 관계를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이 상태로 내가 천마신교를 장악하는 것은 어떨까?’
백무명이 천마령을 만지며 자세히 살폈다.
천리비마의 경우에서 봤듯이 이 천마령은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효능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다.
‘성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천마령을 지니고 있는지 알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성력과 관계있는 것 같은데 지존환 속에 숨겨둔다고 해서 안심 놓을 것은 못 되는 것 같군.’
백무명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막사 밖에서 서장무맹 무사들의 소리가 들렸다.
“천마신교 무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