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2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천마신교 무사 십만을 이끌고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이 주둔하고 있던 영주벌에 합류한 패환과 전붕 등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백무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누구의 명을 받고 남하 중이었소?”
“성녀님께 전서구를 받고 곧바로 형산에서 출발했습니다. 영웅맹 무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되었는데 마침 명이 떨어져 최대한 빨리 내려왔습니다.”
“셩녀께서 서장무맹 무사들과 합류하라고 하셨소?”
“네. 합류한 후 합동 작전을 준비하라고 하셨지요. 이는 이번에 복귀하신 교주님의 뜻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으음, 그러니까 패 분타주 말씀은 이제 서장무맹 무사들과 합류했으니 방향을 돌려 다시 북상해 형산에 있는 영웅맹 무사들을 공격하겠다는 것이오?”
“네. 영웅맹주가 본교를 배신하고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을 교주님께서 보낸 전서구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은밀히 영웅맹 무사들을 감시했고 이번에 서장무맹 무사들이 북상하자 저희도 내려온 것이지요. 남하하라는 명이 없었어도 어떻게든 형산을 떠나야 했을 겁니다.”
패환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말은 편하게 하지만 그동안 그 역시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장로 전붕이 물었다.
“정말 영웅맹주가 우리를 배신하고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겁니까? 낙양에서 남하할 때부터 영웅맹주의 얼굴을 보지 못해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
“모든 게 추측일뿐이오. 사실 교주님께서도 복귀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시오. 게다가 최근 다시 폐관 수련에 들어가 더욱더 정보에 어두우실 것이오.”
“그 말씀은?”
“때에 따라서는 총지휘자보다 현장 지휘관의 의견이 더욱더 존중받아야 하는 법이오. 지금부터 영주벌에 도착한 본교 무사들의 지휘는 내가 맡도록 하겠소. 반대하는 분이 있소?”
백무명이 자신의 개인 막사에 모인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을 쳐다봤다.
그들 대부분은 하남성 분타 소속 고수들로 분타주는 물론이고 각 분타의 이름난 고수들은 거의 모두 모여 있었다.
하지만 지휘체계의 혼란스러움을 미리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선뜻 동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패환이 상기된 안색으로 말했다.
“물론 저희는 부교주님의 명에 따라야 하겠지요. 하지만 교주님과 성녀님의 명이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설마 서장무맹과의 합동 작전계획을 찬성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하하하. 역시 패 분타주시오. 좋소. 말 돌릴 필요 없이 바로 이야기하겠소. 여러분은 서장무맹주의 말을 믿소?”
백무명의 말에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천마신교만의 작전 회의를 열기 전에 서장무맹주를 비롯한 서장무맹 측 지휘부 고수들과의 통성명은 마친 상황이었다.
곧바로 합동 회의가 열릴 계획이었는 데 돌연 백무명이 그 전에 천마신교만의 회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다들 이곳에 온 것이었다.
합동 회의는 저녁 식사 후로 미뤄진 상황.
그때까지 천마신교 자체적으로 행동 방향을 세워야 했다.
패환이 말했다.
“물론 서장무맹주의 말을 신뢰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영웅맹을 제거할 때까지는 힘을 합치는 것이 본교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영웅맹을 소탕한 후 교주님께서 서장무맹 놈들이 활개 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사실이오. 하지만 교주님과 성녀 두 분 역시 간과한 부분이 있소.”
“그게 뭡니까?”
“지난 며칠간 서장무맹 측 지휘부 고수들을 만나본 결과 예상보다 훨씬 더 우리 무사들을 이용하려는 것을 알 수 있었소. 일종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곳에 모인 본교 무사 십만 명이 영웅맹 무사들과 양패구상할 확률이 매우 높소.”
“그게 사실입니까? 혹시 우리를 선봉대로 세우려고 한답니까?”
“그와 비슷할 것이오. 문제는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오. 서장무맹 총군사 서장선생의 말로는 보안상 이유로 형산에 도착해서야 알려준다는데 이래서야 어찌 합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소?”
“그럼 교주님이나 성녀님께 이 사실을 어서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타깝지만 그것도 불가하오. 서장무맹 간자들이 총단에 있는 것 같소. 만일 우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늘 밤이라도 서장무맹 측이 우리를 제거하려 할 것이오.”
“믿기 어렵습니다. 서장무맹주는 교주님께 패해 충성을 맹세한 자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웅맹을 소탕할 때까지는 서장무맹 측에서 먼저 동맹을 깨지는 않을 겁니다. 아, 물론 서장선생이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의심스럽기는 하나 저녁에 있을 합동 회의 때 알려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겁니다. 무엇보다 이번 합동 작전은 교주님이 명하신 겁니다. 아무리 부교주님이라 해도 교주님의 명을 거역하실 수는 없습니다.”
“교주님이 아니라 성녀의 명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성녀께서 분명 교주님의 명을 전달한다고 하셨습니다. 교주님께서 폐관 수련에 들어가시기 전에 내리신 명이라 부교주께서 일방적으로 수정하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물론 부교주께서 얼마전 교주님으로 행세하시면서 큰 공을 세우신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교주님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습니다.”
“패 분타주의 말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서장무맹 측의 계획대로 끌려가서는 절대 안 될 일이오.”
“정 그러시다면 총단에 전서구를 보내 교주님의 허락을 받아주십시오. 교주님께서 비록 페관 수련 중이시라 하지만 위급한 상황임을 알고 계시니 성녀님의 출입을 금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간자는 핑계처럼 들리고 아무래도 부교주께서 독자 판단으로 공을 세우시려는 것 같은데, 저희 병력은 오직 교주님의 명만 따를 뿐입니다.”
패환이 다시 한번 교주 핑계를 대며 반발하자, 백무명이 발끈했다.
“패 분타주. 누가 보면 그대가 부교주인 줄 알겠소. 전서구를 보냈다가 그 내용이 서장무맹 측에 들어가 우리가 영웅맹과 싸우기도 전에 공격을 받게 되면 책임을 지겠소?”
“그건······.”
패환이 안색을 굳혔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패환 이자가 십만 무사의 지휘권을 내주기를 꺼리는 것 같군. 하기야 내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겠군.’
백무명이 안색을 풀고 말했다.
“좋소. 내가 너무 패 분타주를 몰아세웠던 것 같소. 저녁에 있을 합동 회의 때 서장무맹 측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시 의논하도록 합시다. 일단 각자 막사로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맹주님. 아무래도 백천 그자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하급무사 출신으로 벼락출세한 자라 쉽게 봤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구려.”
서장무맹주의 말에 서장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단기간에 천마신교 부교주라는 자리를 꿰찬 자입니다. 절대 얕볼 상대가 아니지요. 게다가 그 무공 역시 천마의 아래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교주신물인 천마음까지 익힌 자입니다. 천마가 내색은 안 했지만 얼마나 제거하고 싶겠습니까?”
“하하하. 나도 그건 느꼈소. 백천 그자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니까 곧바로 수락하더구려. 한데 이번 합동 작전에서 천마신교와 영웅맹의 양패구상을 노리는 우리 계획을 간파했다면 백천 그자가 어떤 식으로 나올 것 같소?”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일단 우리 작전계획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자 할 겁니다. 제가 알아서 둘러대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하기야 진은 현장에서 적절하게 발동시키면 되니까.”
“말씀 그대로입니다. 일단 형산 전체를 진법으로 포위하는 게 중요한데 일단 진이 설치되면 그때는 제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지요.”
“하하하. 아무튼 어떤 경우에도 영웅맹 놈들과 천마신교 무사들이 먼저 전면전을 벌이게 해야 하오. 병력도 각각 십만으로 비슷하고 무공도 큰 차이가 없으니 양패구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오. 그때 우리가 공격을 개시한다면 영웅맹과 천마신교 병력 모두 한 놈도 빠짐없이 제거할 수 있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천 그자를 죽이는 것이지요. 맹주님께서 천마와의 비무에서 일부러 비장의 한 수를 감춰두었지만, 만약 천마와 백천 두 사람이 합공을 가하면 맹주님도 어렵게 됩니다. 이번에 영웅맹주가 형산에 오든 안 오든 반드시 백천 그자를 죽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고 있소. 사실 영웅맹주는 나 혼자서 제거할 수 있소. 백천 그자를 지원해달라고 한 것은 천마와 합공을 벌여 나를 상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소. 한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천마와 대결할 때 끝까지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았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맹주님도 비장의 한 수를 숨기셨지만, 천마 역시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맹주님과 천마가 끝까지 싸웠다면 양패구상을 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으음, 천마를 죽일 확실한 방도가 없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혹시 신선계 흑반선들의 도움을 청하려는 것이오?”
“네. 이전에 한번 흑반선회 쪽에서 연락을 취해왔는데 그때는 거절했었지요. 중원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맹주님께서 폐관 수련 중이시라 나중에 보고를 드렸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도움 없이 천하를 차지하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하기야 내 생각도 마찬가지요. 칠마종이 사라진 지금 천마와 나 둘 중 한 사람이 흑반선들의 대리자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데, 천마는 자존심이 높아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을 것이오. 아무튼 그 문제는 영웅맹과 백천 그자를 소탕한 후 다시 논의합시다. 물론 이번에 영웅맹주까지 제거하면 더욱 좋고 말이오.”
“영웅맹주는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무슨 이유요?”
“영웅맹주는 신출귀몰한 자입니다. 그의 행적을 보니 아무래도 신분이 한 가지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안 그러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때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지요.”
“흑반선회 측에서 이미 제거했을 수도 있지 않소?”
“그러면 더욱더 좋지요. 다만 우리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자는 천마입니다.”
“그 이유는?”
“그자의 속셈이 잘 파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그는 맹주께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요. 이후 그는 우리 서장무맹 병력으로 영웅맹을 소탕하려고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뭔가 허술합니다.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텐데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지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제 생각에는 천마가 우리 힘을 빌려 백천 그자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럼 결국 천마의 의도대로 된 셈이 아니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백천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득입니다. 이제 합동 회의 시간이 다 되었군요. 지휘 막사로 가시지요.”
“그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