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3
“하하하, 여러분께서 오해하고 계셨군요. 제가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형산에 도착해서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바로 보안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맹과 귀교 간의 신뢰이겠지요. 좋습니다. 말씀드리지요.”
서장선생이 말을 잠시 멈추고 지휘 막사에 모인 서장무맹과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을 쳐다봤다.
합동 회의라는 명목하에 두 진영의 지휘부 고수들이 모두 모인 셈이었다.
물론 백무명 역시 패환, 전붕 등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서장선생이 질문에 답하는 시간.
예상대로 패환이 천마신교 무사들만 희생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전했고, 이에 서장선생이 해명하고 있었다.
서장무맹주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는 상황.
다들 서장선생의 입만 바라보았다.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형산 전체를 진법으로 포위할 생각입니다. 이 진법은 유리하고 불리하고 그런 차이가 없으므로 원하신다면 자리 배치를 할 때 원하는 곳을 우선해서 배정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 먼저 싸움이 벌어질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는 영웅맹 놈들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여러분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푸셨습니까?”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습니다. 부교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패환이 백무명을 쳐다봤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말로만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실제 진법을 봐야 확신할 수 있을 듯하오. 혹시 마음대로 진에 변화를 줘 본교 무사들과 영웅맹 무사들이 먼저 싸우게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오.”
“하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모두 보는 앞에서 진을 펼칠 것인데 어찌 그런 꼼수를 쓰겠습니까?”
“그렇다면 안심이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시도를 한다면 그 즉시 동맹은 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영웅맹이 아니라 귀 서장무맹부터 공격할 것이오.”
“으음······.”
서장선생이 안색을 굳혔다.
아무래도 백무명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챈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서장무맹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하시오. 백 부교주 말대로 우리가 그런 꼼수를 쓴다면 어찌 동맹이라 할 수 있겠소?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오. 힘을 합쳐 영웅맹을 소탕해야 할 중대한 순간에 어찌 그런 배신을 할 수 있겠소? 자,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다른 이야기나 합시다. 패 분타주. 최근까지 영웅맹 놈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들의 무공 수준은 어느 정도요?”
“영웅맹 말입니까? 직접 겨뤄보지는 않았지만, 본교 무사들과 대등한 수준이었습니다.”
“다행이오. 비슷한 무위라면 병력이 우세한 우리가 절대 유리할 것이오. 문제는 영웅맹주 그자가 과연 복귀할 것이냐인데 설사 복귀해도 나와 백 부교주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렇게 되기를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서로 힘을 합쳐 간악한 영웅맹 놈들을 소탕했으면 합니다.”
“고맙소. 역시 패 분타주이시오. 한데 이곳에 있는 천마신교 무사들의 지휘권은 패 분타주에게 있는 것이오? 아니면 백 부교주에게 있는 것이오?”
“그건 왜 물으십니까?”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결정을 내리려면 동맹 상대방의 지휘권자를 알아야 하지 않겠소?”
“으음, 그 문제는 저도 조금 전까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교주님께서 정식으로 명을 내리시기 전까지는 제가 무사들을 지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패환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특히 천마신교 고수들의 동요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패환이 분타주 신분으로 부교주인 백무명을 공공연히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분타주 역시 장로 지위를 가지며, 특히 패환은 하남성 분타주들의 대표였다.
그리고 그동안 십만 무사들의 지휘권을 잘 행사해왔다.
아무리 백무명이 부교주 신분이라 하나 정식으로 교주의 명을 받아 지휘권을 이전하는 것도 전혀 불합리한 것은 아니었다.
중인들이 다들 백무명을 쳐다봤다.
의외로 백무명은 담담했다.
패환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부교주님. 죄송합니다. 원래는 지휘권을 넘겨드리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커 제가 직접 총단에 전서구를 보내 교주님의 명을 받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 합니다. 그때까지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좋소. 패 분타주 역시 본교를 위한 마음이니 문제 삼지 않겠소. 다만 형산에 도착한 후 서장무맹 측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수작을 벌인다면 그때는 자동으로 내가 지휘권을 갖게 될 것이오. 약속할 수 있겠소?”
“좋습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부교주님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셈이니 뜻에 따르겠습니다.”
“알겠소.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총단에 전서구는 보내지 마시오. 괜히 보냈다가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가 조금 전 약속한 대로 행동하면 충분할 것이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패환이 백무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백무명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마련한 절충안이었다.
서장무맹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잘 되었소. 부교주께서는 아직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직접 행동으로 보여 신뢰를 얻도록 하겠소. 그럼 바로 형산으로 출발했으면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동의합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군사님. 서장무맹과 천마신교 연합군 사십만이 산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요. 작전 회의를 소집하세요.”
“네.”
무사가 물러나자 백여희가 품속에서 서찰 하나를 꺼냈다.
바로 어제 백무명이 보낸 서찰이었다.
오매불망 오라버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로서는 가문의 단비와도 같았다.
백여희가 상기된 안색으로 서찰을 다시 읽어내려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연합군이 산 위로 올라오면 보호진을 폐쇄진으로 바꾸고 절대 먼저 공격을 가하지 말 것.
따로 신호가 가면 진을 풀고 서장무맹 병력을 공격할 것.
어떤 경우에도 먼저 천마신교 무사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일이 계획대로 되면 영웅맹과 천마신교 병력이 힘을 합쳐 서장무맹 놈들을 제거하게 될 것이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것.
대충 이 정도였다.
‘오라버니께서 아직 천마신교 무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얻지 못하신 것 같구나. 하지만 천마령을 가지고 있으니 결국 지휘권을 갖게 될 것이다. 천마신교 병력만으로 서장무맹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우리 영웅맹 무사들도 참전한다. 그렇게 되면 일단 이번에 형산에 온 서장무맹 본대 병력을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후가 되겠지만 그것은 천마와 오라버니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겠지.’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서장무맹 공략에 관한 내용은 그녀 역시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였다.
정작 그녀의 마음을 불안케 하는 것은 바로 백무명의 정체성이었다.
서찰에는 천마의 복귀와 이로 인해 불거진 양신 문제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백여희의 고민은 백무명의 고민과 대동소이했다.
그녀로서도 누가 과연 진짜 자신의 친오라버니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 오라버니는 내 친오라버니가 맞고, 지금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는 가짜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자가 바로 양신일 수도 있겠지. 일단 이 문제는 서장무맹 놈들을 소탕한 후 다시 생각한다.’
백여희가 안색을 가다듬었다.
어제 긴급하게 날아온 서찰 내용대로 진을 보강한 그녀였다.
그 결과 언제라도 강력한 폐쇄진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서장무맹 측에서 형산 주위에 진법을 설치하고 산 위로 올라오면 곧바로 폐쇄진으로 바꾸라고 서찰에 적혀 있었지. 이제 그때가 다 된 것 같군. 아무쪼록 이번에도 오라버니가 놈들 전체를 무력화시켜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면 아무리 천마신교 병력과 합세해도 양패구상을 면하기 어렵다.’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목표대로 오만 병력을 십만 병력으로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 충원된 영웅맹 무사들의 무공 수위는 기존 병력보다 못했다.
그래서 병력도 열세인 지금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사람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오라버니를 믿자.’
* * *
형산.
산 아래 서장무맹과 천마신교 무사 사십만 병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아침 무렵이었다.
형산에 도착한 그들은 곧바로 진을 치기 시작했다.
서장선생이 공언한 대로 진법을 설치한 것이었다.
“이 진은 천라지망보다 열 배는 강력한 것이라 산 위에 있는 영웅맹 놈들은 단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진이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자동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상대의 진을 파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요.”
서장선생의 말에 서장무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무명, 패환, 전붕 등 천마신교 지휘부 무사들도 옆에 서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 위로 오르게 되면 서장무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은 각기 맡은 구역을 책임지게 될 것이었다.
패환이 물었다.
“산 중턱에 자리한 영웅맹 본거지 주위에는 강력한 보호진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 서장선생께서 설치한 이 진으로 그 보호진을 뚫을 수 있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서로 상극이 되는 진이라 두 개의 진이 십장 이내 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놈들의 진이 뚫리기 시작할 겁니다. 반면 우리 진은 여전히 견고해 놈들에게 도주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그때부터 전투가 시작될 것인데 패 분타주께서 잘 지휘해 영웅맹 놈들을 소탕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본 맹 역시 맡은 구역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양 진영에서 맡은 구역도 병력에 맞게 삼대일 정도가 되니 불만은 없습니다. 방향도 우리가 정했고 말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 먼저 영웅맹 놈들과 싸우게 되느냐인데 그것은 운에 맡겨야 할 것 같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한배를 탔으니 귀교 쪽 전황이 불리해지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교주님. 우리 구역으로 가시지요.”
“그럽시다.”
백무명이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패환, 전붕 등 천마신교 지휘부를 따라 형산 동쪽으로 향했다.
동쪽은 천마신교가 맡은 구역이며 자동으로 진이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산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모두 사라지자, 서장무맹주가 말했다.
“총군사. 백천 저자의 의도가 수상하오. 계획대로 일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겠소?”
“물론입니다. 일단 특수 변화가 시작되면 형산 동쪽 부분만 영웅맹 쪽 진이 사라질 겁니다. 그쪽으로 우리 진의 힘이 집중되게 만들어두었으니까요. 이후는 영웅맹과 천마신교 두 진영이 서로 충돌해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요.”
“한데 특수 변화를 주면 백천 그자가 눈치채지 않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이 호시탐탐 주시하고 있는데 어찌 표가 날 행동을 하겠습니까? 이미 진을 설치할 때 특수 변화를 줬기 때문에 산 중턱으로 올라가 양측의 진이 십장 이내로 들어오면 절로 영웅맹 측의 진이 사라져 싸움이 시작될 겁니다.”
“천마신교 쪽에서 동쪽을 선택했을 때 동시에 조처를 한 것이로구려. 그동안 우리는?”
“동쪽을 제외한 다른 방향은 서로의 진이 팽팽하게 대립할 것이기 때문에 전투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영웅맹과 천마신교 두 병력이 양패구상하게 되는 것이지요.”
“싸움이 시작되면 비로소 우리를 의심하겠구려?”
“그것도 아닙니다. 지원이 없게 되면 우리 서장무맹 역시 영웅맹 측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우리 쪽 상황을 확인할 여유가 없을 테니까요.”
“오! 그렇소?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오. 놈들이 양패구상하면 그때 무사들을 이끌고 가서 살아남은 자를 모두 도륙하도록 합시다. 외부에는 두 세력이 양패구상했다고 알리면 될 것이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