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5
피리를 부는 백무명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비록 서장무맹 무사들이 해독약을 미리 복용해 어떤 경우에도 공력을 잃지 않는다고 하나 그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펼치고 있는 음공이 단순한 천마음이 아니라 그가 깨달음으로 그 위력을 강화한 천마무형음이기 때문이었다.
삘리리리.
잔잔하면서도 강력한 음파가 서장무맹 무사들을 선별적으로 강타했다.
이 음파라는 것은 그 세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의 수와 크게 상관이 없었다.
삼십만 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일각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서장무맹 무사 중 쓰러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무명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몇몇 서장무맹 무사들이 비틀거렸지만 곧 신형을 바로 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방어였다.
서장무맹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우리가 칠마종 놈들과 같은 줄 알았느냐? 우리는 네놈이 개량한 천마음을 정밀하게 분석했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해독약을 개발했다. 아, 물론 음공이 독공은 아니지만 우리는 극독이라 생각하고 우리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네놈의 천마음 공격은 우리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못한다. 반면 네놈은 이미 많은 공력을 소모했을 터. 어떠냐? 사내답게 너와 내가 단둘이 붙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
백무명이 대답 대신 계속 피리를 불었다.
서장무맹주가 발끈했다.
“장로들은 들으시오! 어서 저놈을 공격하시오! 천마음을 내는 동안 제대로 된 반격을 못 할 것이오.”
“존명!”
“존명!”
서장무맹 장로 백여 명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가까운 거리라 얼마 되지 않아 백무명과 삼장 거리까지 좁혀졌고 곧바로 일제히 장력을 날렸다.
쏴아아.
좁은 공간에서의 백여 개의 장력이 가공할 속도로 백무명을 덮쳐갔다.
놀라운 것은 백여 개의 장력이 각각 다른 경로로 날아가 그 어느 것도 중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퇴로를 막기 위해서인지 백무명의 머리 위에서도 십여 개의 장력이 쏟아져 내렸다.
그 공격이 워낙 강력하고 빨라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조차 백무명에게 도움을 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백여희가 안색을 급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기야 백무명의 천마무형음이 통하지 않을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의 무공으로 백무명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라버니! 제발!’
백여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볼 때.
콰콰쾅 하는 폭음이 연달아 나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로 백무명의 음파 보호막에 장력이 튕겨 나가며 서장무맹 장로들이 지른 비명들이었다.
알고 보니 백무명이 펼친 천마무형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튕겨 나간 백여 명의 서장무맹 장로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는 보호막과 장력이 충돌하면서 순간적으로 그들이 복용한 해독약의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천마무형음에 그대로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삘리리리.
천마무형음의 곡조가 변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이 서장무맹 무사들이 복용한 해독약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었다.
“아악!”
“크윽!”
서장무맹 무사들이 조금 전과 달리 비명과 함께 썩은 짚단처럼 쓰러져갔다.
내공이 약한 자는 그대로 즉사할 정도로 강력한 음공의 위력이었다.
대부분은 일시 공력을 상실했는데, 눈이 풀리고 몸이 비틀거리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총공격!”
와아아.
영웅맹 무사들이 일제히 서장무맹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력을 잃은 서장무맹 무사들이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놀라운 것은 천마신교 무사들이었다.
서장선생이 진 속에 풀어 넣은 독 때문에 공력을 잃었던 그들이 한시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회복한 것이다.
그들은 백무명의 명을 기다리지도 않고 영웅맹 무사들과 합세하여 서장무맹 무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삼십만 대 이십만.
병력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고 한쪽은 무사 대부분이 공력을 상실한 상태.
그 결과는 너무나 명확했다.
순식간에 서장무맹 무사 십만의 목숨이 사라졌다.
천마무형음을 멈춘 백무명은 서장무맹주와 서장선생 두 사람의 합공을 받고 있었다.
차차차창.
세 개의 검이 서로 부딪히면서 눈이 부실듯한 검광이 발출되었다.
세 사람 근처에 있던 무사들이 놀라서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이대 일의 대결.
처음에는 상호 균형을 이뤘다.
기세로 봐서는 백무명의 압승이어야 했지만,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리하게 천마무형음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음공이 통하지 않는 적들의 허점을 파악하고 곧바로 음파를 개량하는 작업은 실로 막대한 내공이 필요했다.
게다가 막바지에 천마신교 무사들의 해독까지 시켜줬다.
이는 혹여 전투 중 그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실제 아직 완전히 공력을 잃지 않은 서장무맹의 절정고수 일부는 천마신교 무사들을 도륙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었다.
반면 서장무맹주는 천마무형음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
이는 서장무맹 무사들이 수가 워낙 많아 음파를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 확대해야 했기 때문으로, 초절정에 이른 서장무맹주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서장선생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무공은 서장무맹주와 비슷했다.
그야말로 숨겨둔 무기였다. 이에 더해 서장무맹주가 처음부터 비장의 무공을 펼치자 백무명 또한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이나마 다시 깨달음을 얻어 무형검의 경지를 높인 백무명을 두 사람이 제압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커졌다.
천마무형음을 내지 않아도 되자 백무명이 서서히 원래 공력을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되겠다. 잠력을 폭발시켜 단숨에 놈을 죽여야겠다.’
서장무맹주가 서장선생과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 동시에 기를 폭발시켰다.
서장 특유의 잠력 폭발 무공으로 두 사람의 몸에서 수도 헤아릴 수없이 많은 핏빛 광선이 발출되었다.
몸속에 잠재해 있던 기운을 직접 외부로 발출하는 것으로, 단 한 번밖에 펼칠 수 없지만 기존 공력의 열 배 이상의 위력이 있었다.
쏴아아.
피의 폭풍 같은 것이 백무명을 덮쳐왔다.
백무명이 천마령을 앞으로 던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순간 천마령에서 붉은 광채가 동심원 모양으로 뻗어 나와 서장무맹주와 서장선생이 발출한 잠력 폭풍강기를 막아냈다.
꽈아앙.
지반이 크게 흔들리며 산 전체가 떠나갈듯한 폭음이 들렸다.
울컥.
백무명이 피를 한 모금 토해낸 후 앞을 보니 서장무맹주와 서장선생이 쓰러져 있었다.
서장선생은 이미 온몸이 터져 즉사한 상태였고, 서장무맹주는 심후한 공력 때문이지 아직 죽지 않고 꿈틀대고 있었다.
백무명이 지존검으로 서장무맹주의 목을 베려는 그 순간.
산 전체에 붉은 안개가 깔리며 서장무맹주의 몸이 사라졌다.
백무명이 흠칫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서장무맹 무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은 안개가 그들의 몸에 닿자 다들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특수 이동대법!’
백무명이 사태를 파악했으나 이미 안배되어 있는듯한 과정을 중단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서장무맹 무사들의 수는 대략 이십만 명.
이미 죽은 십만 구의 시체도 곧 사라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역시 이 모든 조화를 백무명의 공으로 돌리는 분위기였다.
와아아!
“교주님 만세!”
“대승이다!”
천마신교와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형산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백무명의 안색은 조금 굳어 있었다.
‘지금까지 백만에 가까운 무림인들이 이런 식으로 사라졌다. 필시 그들은 신선계로 갔을 터. 흑반선들의 의도를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면 반드시 후환이 될 것이다. 십만대산에 있는 가짜 천마를 제거한 후 신선계로 직접 가서 흑반선들을 소탕해야 할듯하구나.’
* * *
“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계속 천마신교 교주로 지낼 건가요?”
“어찌하겠느냐? 십만대산에 있는 가짜 천마를 제거할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을듯하다. 무엇보다 내가 진짜 천마였다는 게 거의 사실인 것 같고 말이다.”
“저도 오라버니가 진짜 천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약간의 불안감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 천마가 오라버니보고 양신이라고 했던 부분이 마음에 걸려요.”
“여희 너도 내가 양신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요. 오히려 저는 십만대산에 있는 가짜 천마가 양신이라고 생각해요. 양신이 존재한다면 말이지요.”
“으음, 그것은 나도 미처 생각 못 했구나.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양신이 아니라면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천마 행세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문제는 성녀의 태도예요. 지금쯤이면 이곳 형산에서의 전투 결과가 십만대산에도 전해졌을 텐데, 과연 성녀가 오라버니를 교주로 인정할지 궁금해요.”
“그러고 보니 서장무맹 놈들을 제거한 지 사흘이 지났구나. 이제 사천성으로 갈지 십만대산으로 갈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사천성에선 아직 소식이 없느냐?”
“사천성에 남아 있던 서장무맹 세력이 청성산에 집결하고 있어 그곳에서 전면전을 벌이게 될 것 같다는 보고만 받았어요.”
“으음, 장생노인이 무사들을 잘 지휘하고 있지만 걱정이다. 이곳 형산에서 본대가 대패해 아무리 서장무맹 무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사천성은 서장과 가까워 보급이 원활한 곳이다. 놈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천 무림을 계속 장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 아무래도 내가 가봐야 할듯하다.”
“사천성에요?”
“그렇다. 가짜 천마와의 대결은 지금 당장 급한 것이 아니다. 반면 사천성에 가 있는 우리 영웅맹 무사 십만 병력의 안위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다행히 청성산에 서장무맹 놈들이 집결하고 있다니 내가 가볼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
“하기야 본 맹 무사들이 대패한 후 가면 늦은 감이 있어요. 게다가 포달랍궁에서 폐관 수련 중이던 원로 라마승들이 대거 청성산에 지원을 왔다고 하니 아무래도 전력상 우리가 불리할 것 같아요.”
“사천성에 있던 서장무맹 잔당이 오만 정도라고 했느냐?”
“네. 하지만 포달랍궁이 지원 병력으로 오만 정도를 보냈다는 첩보가 사실이라면 십만이 되니 병력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 사천성에 가 있는 본 맹 병력은 대부분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이다. 그들의 무공 수준은 강한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지금 바로 청성산으로 출발해야겠다. 여희 너에게 천마신교 무사들에 관한 지휘권을 넘길 테니 그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오라버니의 절대 무위를 직접 목격한 이상 십만대산에 있는 가짜 천마가 아무리 위협을 가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천마령은 오라버니에게 있으니까요. 한데 사천성에 천마신교 교주 신분으로 갈 건가요?”
“그게 약간 고민인데, 아무래도 영웅맹주 신분으로 가야 할 듯하다.”
“그럼, 천마신교 무사들에게는 운공요상을 위해 이곳 형산에서 며칠간 폐관에 들어간다고 하세요. 천마조 덕분에 사천성까지 반나절이면 갈 수 있으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 아니겠어요?”
“그러는 게 좋겠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마. 지휘권은 여희 네가 갖고 있지만 천마신교 무사들에 관한 일 처리는 전붕 장로와 상의하도록 해라.”
“알겠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절대 방심하지 말고요. 아셨죠?”
“알겠다. 너도 조심해라.”
“네. 흑반선 놈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