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86
사천 청성산.
산 아래 펼쳐진 무수히 많은 막사들.
바로 영웅맹 무사 십만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었다.
진영 정중앙에 있는 지휘 막사 안에서는 지금 열띤 작전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서장무맹 놈들이 모두 청성산 위에 집결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장생문 총호법 방표의 보고에 장생문 문주이자 영웅맹 장로인 장생노인이 안색을 굳혔다.
“놈들의 병력이 십만으로 불어났다고 했소?”
“네. 포달랍궁에서 원로 라마승이 대거 지원을 왔다고 합니다.”
“으음, 지금 우리 병력으로 놈들을 소탕할 수 있겠소? 병력으로만 본다면 비슷한데······.”
“불가합니다. 선발대 무사 일부가 놈들과 전투를 벌였지만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특히 원로 라마승들의 무공은 대부분 절정고수 이상이라 지금 우리 병력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있을 수만은 없지 않소? 이렇게 있다가 놈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산 아래로 내려와 총공격을 가한다면 어찌 막을 수 있겠소?”
“지금으로서는 별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멀리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총호법. 어떤 경우에도 그것도 안 되오. 놈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때 단번에 소탕해야 하오. 아, 이럴 때 맹주님이 계셨으면 좋으련만······.”
장생노인이 아쉬워했다.
영웅맹 무사들을 거느리고 이곳 사천성까지 왔을 때 그래도 자신감이 있었던 것은 위기에 처하면 맹주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식에 의하면 영웅맹주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아닌가.
들리는 것이라고는 천마신교 부교주 백천의 활약뿐이었다.
“백천 무사가 서장무맹 세력을 소탕하고 천마신교 교주가 되었다는데, 혹시 우리에게 지원을 해주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을까요? 이파동맹이 부분적이나마 복원되었으니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와준다면 우리로서는 대환영이오. 하지만 그에게 당장 급한 것은 교주 자리의 완전한 탈환이오. 지금 천마신교에는 교주가 두 명 있는 셈이니,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곳으로 지원을 오기는 힘들 것이오.”
“그래도 원로 라마승 중 최고수라는 환희대불(歡喜大佛)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백천 그 자뿐입니다.”
“무슨 소리요? 우리 맹주님도 계시지 않소? 나는 믿고 있소. 맹주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으실 거라는 것을.”
장생노인의 말에 지휘 막사에 모인 백여 명의 지휘부 고수들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웅맹주는 워낙 신출귀몰하고 한나절이면 중원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어 다들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무사 한 명이 급히 지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큰일 났습니다. 서장무맹 놈들이 하산하고 있습니다.”
“전 병력이 말이냐?”
“네. 완전히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으음, 설마 우리가 이곳으로 집결하기를 기다렸단 말인가.”
장생노인이 안색을 굳혔다.
다른 지휘부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서장무맹 병력을 포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청성산에 놈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든 병력을 이곳으로 모이게 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놈들의 유인 작전에 걸려든 것 같았다.
“문주님.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원 병력이 없는 한 지금 상태에서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승산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철군을 하자는 말이오?”
“네. 지금은 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소. 싸우지도 않고 후퇴부터 하면 무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게 분명하오. 게다가 놈들의 기동력이 뛰어나 곧 추격을 당할 것이오. 포위망을 구축한 것은 아직 우리이니 설사 전멸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소. 명을 전하라.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환희대불.
그는 포달랍궁 원로 라마승의 대표로 서장무맹의 태상원로라 할 수 있었다.
서장무맹주가 형산에서 백무명에게 패해 그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린 후 서장무맹의 지휘권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넘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환희대불 그는 바로 전대 서장무맹주였다.
그가 맹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은 신공을 완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포달랍궁 심처에서 폐관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공을 완성한 날 서장무맹 무사들이 형산에서 대패한 소식을 들었다.
시신 한구도 보존하지 못하고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에 그는 분노했다.
몸이 사라졌다는 것은 가루가 되었는 뜻인데 그만큼 강한 타격을 받은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환희대불은 포달랍궁에 남아 있던 라마승 오만여 명을 이끌고 사천성으로 가면서 맹세했다.
서장무맹 무사 삼십만 명을 죽음으로 몬 백천이라는 자를 갈기갈기 찍어 죽이겠노라고.
하지만 그전에 이미 사천성에 들어온 영웅맹 무사 십만 병력을 상대해야 했다.
사천성 곳곳을 점령하고 있던 서장무맹 무사들은 그동안 의식적으로 전투를 피해 왔는데, 그들은 환희대불의 명에 따라 모두 청성산으로 모였다.
당연히 장생노인을 비롯한 영웅맹 무사들 역시 청성산으로 몰려와 산 아래에 포진해 포위망을 형성했다.
하지만 환희대불은 개의치 않았고 청성산에 모여든 서장무맹 무사들을 위해 특수 대법을 펼쳤다.
그 세세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실제 서장무맹 무사들의 무위는 이전보다 세 배 이상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이는 포달랍궁에서 지원을 온 오만여 라마승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라마승은 이제 승려이기 전에 서장무맹의 무사로서 사기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청성벌.
청성산 아래에 있는 이 벌판에 지금 서장무맹과 영웅맹 무사들이 살벌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다.
원래 장생노인의 지휘 아래 기존의 포위망을 더욱더 좁히려 했지만, 환희대불이 손쉽게 포위망으로 사용하던 포위진을 무력화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진법은 서장무맹 측이 펼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영웅맹 무사들이 후퇴해 비교적 진법의 변화가 약해지는 이곳 청성벌에서 정면 대치를 하게 된 것이었다.
서장무맹 무사들 앞에서 지휘 수레를 타고 있던 환희대불이 껄껄 웃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오늘 네놈들은 여기서 단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한다. 죽기 전에 남길 말이 있으면 해라. 그래. 장생노인이라고 했던가? 네놈이 대표로 하는 게 좋겠군.”
“헛소리하지 마라. 우리가 비록 무공이 약하다고 해도 네놈들 절반은 저승으로 데려갈 자신이 있다.”
“후후후! 모든 것은 실력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영웅맹 무사 중에서도 가장 허약한 네놈들이 무슨 수로 우리 무사 중 절반이나 죽일 수 있단 말이냐?”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다. 방 총호법. 그대가 나서서 놈들의 무위를 시험해 보시오.”
“네. 문주님.”
방표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왔다.
이는 혹시 모를 지원 병력을 기다릴 시간을 벌기 위해서로 영웅맹주가 오는 것이 영웅맹 측에서는 최선의 결과였다.
“어느 놈이 나와 겨루겠느냐?”
방표가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그는 최근 무공이 급상승해서 장생문 총호법 신분을 넘어 명실상부한 이번 사천 출정 무사 중 이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라마승 한 명이라도 죽인다면 그의 명성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었다.
중년 라마승 한 명이 앞으로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 역시 말을 한 필 타고 있었는데, 라마승답지 않게 검을 들고 있었다.
“나는 서장소불(西藏小佛)이라고 한다. 일검에 목을 베어주마.”
“하하하! 가소로운 놈! 나 방표가 제대로 된 중원 무공을 보여주마!”
얼마 후 두 사람은 각자의 검을 휘두르며 빠르게 교차했다.
차차차창.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졌다.
말과 사람이 함께 내지른 비명이었다. 놀랍게도 방표와 그의 애마가 각각 두 동강 나며 지른 것이었다.
“후후후! 삼류무사보다 못한 놈이었군. 수고했다. 서장소불.”
“감사합니다. 대불님. 놈들이 시간을 끌려는 것 같은데 그냥 쓸어버리지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놈들의 병력이 십만뿐이라 성에 차지는 않지만, 복수의 서막으로는 안성맞춤일 것 같군.”
환희대불이 말을 한 후 사자후를 터뜨렸다.
“우우우우!”
순간 영웅맹 무사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환희대불의 사자후에 기혈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공력을 일시 상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사 대부분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 상태로라면 본래 공력의 삼할도 채 발휘하지 못할 상황.
장생노인이 당황했으나 그의 무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 큰 차이가 없는 무공을 지녔던 방표가 일개 라마승의 일검에 당해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아, 절대고수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알겠구나. 맹주께서 사천성으로 오시기 전까지 무사들을 이쪽으로 데려와서는 안 되었다.’
장생노인이 뒤늦은 후회를 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모두 자세를 바로 하라! 놈들의 병력은 우리와 같다.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환희대불의 사자후에 의해 기혈이 흔들린 영웅맹 무사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느껴졌다.
환희대불이 껄껄 웃었다.
“불쌍한 놈들! 영웅맹주 그놈은 수하들이 이런 상황인데도 어디에 가 있는 것이냐? 지금이라도 나타나면 내가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이련만.”
환희대불이 손을 들어 총공격을 명하려던 찰나.
청성벌 동쪽에서 인영 하나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는 가공할 속도로 날아와 영웅맹과 서장무맹 무사들 사이에 내려섰다. 그의 얼굴을 본 영웅맹 무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
“맹주님이시다!”
“맹주님이 오셨다!”
그랬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백무명이었다.
그는 처참하게 죽어 있는 방표의 시신을 한번 쳐다본 후 지존검을 높이 들었다.
“영웅맹 무사들이여! 내가 왔다!”
내공을 실은 그의 목소리가 영웅맹 무사들의 귀에 전달되었다.
바로 그 순간 흔들렸던 기혈이 급속도로 안정되지 않는가.
영웅맹 무사들이 음공에 당한 것을 단번에 간파하고 백무명이 역시 음공으로 그 회복을 해준 것이었다.
환희대불이 말했다.
“네놈이 바로 영웅맹주 백무명이냐?”
“그렇다. 네가 바로 환희대불이냐?”
“그렇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일대일 대결을 벌일 용기가 있느냐?”
“좋다. 바로 시작하지.”
백무명과 환희대불이 십장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백무명은 환희대불의 무공이 서장무맹주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군. 최근 신공을 완성해 대단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인 것 같구나.’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백여희가 조심하라던 말이 떠올랐다.
사실 환희대불의 무공 수준은 아직 완벽하게 알 수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할 수밖에. 내가 패배하면 그것 역시 실력의 부족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환희대불은 조용히 합장을 할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환희대불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키 역시 높아졌는데 순식간에 십장 높이의 거인이 되었다.
“모든 것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환희대불이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거대한 장력이 마치 폭풍우처럼 밀려왔다.
백무명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풍이었다.
백무명이 들고 있던 지존검을 앞으로 내리쳤다.
평범한 동작.
순간 지존검에 나온 검풍이 환희대불이 날린 장력과 거세게 충돌했다.
꽈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