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0
“조금 전 본맹 안휘성 합비 지부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아무래도 혈교가 발호한 것 같습니다.”
백여희의 말에 작전 회의에 참석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 중에는 물론 백무명도 있었다.
긴급한 사안이라 그런지 사전에 백여희에게 그 어떤 사항도 듣지 못했던 그였다.
“저도 보고를 받고 처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겁니다. 워낙 중요하고도 긴급한 일이라 부맹주께도 미리 보고드리지 못했답니다.”
백여희가 백무명을 보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아무리 남매지간이라 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백여희가 전서구를 통해 받은 서찰을 백무명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에게 보여줬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혈교 삼십만 병력이 안휘성 황산에서 발호하여 단숨에 성도인 합비 무림까지 장악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사흘 안에 안휘성 전체가 혈교의 수중에 들어갈 것 같다는 예상도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본맹이 서장무맹과의 싸움에 주력하는 틈을 타 세력을 규합한 후 발호를 결심한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백여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웅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추산되는 혈교 병력이 자그마치 삼십만이었다.
삼십만이라면 현재 영웅맹 병력 이십만보다 십만이 더 많은 병력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충원할 수 있는 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남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 이미 칠마종의 공격으로 무사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영웅맹 휘하로 들어왔지만 낙양 무림 연합이 십만 병력을 모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당시 낙양에 무림맹 총단이 있어 원래 무림인이 많았고 비교적 칠마종에 의해 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화산파 장문인 매화검선이 물었다.
“정말 혈교 병력이 삼십만이나 됩니까?”
“네. 그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단숨에 합비 무림을 장악할 정도로 무공도 다들 뛰어나다고 하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하기야 혈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혈마종은 원래 구마종 중 천마종 다음가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지요. 마도의 종주를 가리는 싸움에서 천마종에 패배했지만, 나머지 마종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대놓고 발호했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잘되어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칠마종 전체가 다시 발호한 것과 같은 엄중한 사건으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매화검선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서장무맹과의 싸움은 영웅맹주의 활약으로 깨끗이 마무리되었지만, 지금은 맹주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부맹주를 맡고 있는 백무명에게 눈길이 쏠렸다.
백여희 역시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했는지 은연중 최종 결론을 백무명에게 미루는 눈치였다.
백무명이 선천진기를 이용해 백여희에게 전음을 보냈다.
「여희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저도 고민 중이에요. 오라버니가 무공을 회복한 상태라면 함께 무사들을 이끌고 황산으로 가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아무래도 수성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안휘성 다음 공격 대상은 아마도 이곳 낙양이 속한 하남성이 될 것 같으니까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니 좀 더 의견을 들은 후 최종 결론은 오라버니께서 정하세요.」
「알겠다.」
백무명이 전음을 보낸 후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동안 여러 의견이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의견이 많았으나 대부분 출정파와 수성파의 대립이었다.
대륙표국주 우문성도가 말했다.
“혈교는 주기적으로 발호해 무림에 큰 피해를 안겨준 흉악한 놈들입니다. 당장 무사들을 이끌고 가서 소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세력을 계속 확장해서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게 될 겁니다.”
영웅무관주 성장백이 말했다.
“우문 국주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으나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놈들이 안휘성을 장악한 후 곧바로 본 맹 총단을 노린다면 수성 작전을 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겁니다.”
“안휘 무림은 아직 완전히 장악되지 않았소이다. 그럼 그때까지 안휘 무림인들의 희생을 그냥 두고만 보자는 말씀이오?”
“그것은 아니오. 그들은 적절한 대피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오.”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수석 군사님과 부맹주님께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매화검선의 말에 다시 시선들이 백여희와 백무명에게 쏠렸다.
백여희가 말했다.
“저는 부맹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백무명이 좀 더 생각에 잠겼다.
‘여희가 내게 결정을 맡긴 것은 천마와의 대결과 달리 미룰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게 혈교주와 싸워 이길 자신이 있으면 출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성을 택하라는 뜻인 것 같군. 한데 신선술만으로 혈교주를 제거할 수 있을까?’
백무명이 신선술 중 공격적인 몇 개를 떠올렸다.
대부분 마물이나 요괴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신선술이었으나 사람을 상대로도 펼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래, 한번 시도해보자. 시간이 지체될수록 무림인은 물론이고 양민들의 피해 또한 커질 것이다.’
백무명이 결심을 굳히고 말했다.
“내일 새벽 전 무사를 이끌고 출정하겠습니다. 모두 준비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출정을 앞둔 밤.
영웅맹 무사들이 출정 준비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분주하게 움직일 때.
백무명 또한 맹주 집무실에서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바로 백여희였다.
“그러니까 오라버니 먼저 합비성으로 가보신다는 건가요?”
“그렇다. 이십만 무사를 이끌고 가면 닷새 정도 걸릴 텐데 그동안 안휘성 무림인과 양민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다. 특히 혈교 놈들에게 장악된 합비성은 피의 숙청이 가해질 터. 나라도 먼저 가서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느냐?”
“천마조를 부릴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아! 맞다. 청성산에서 이곳 낙양까지 한나절도 안 걸려 왔다고 했었나요?”
“아직 내가 말하지 않았구나. 내가 익힌 신선술 중에 운운술이라고 천마조보다 빨리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 있다.”
“운운술이라면 신선들처럼 구름을 타고 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다만 운운술이라고 해서 모두 다 빠른 것은 아니고 그 화후에 따라 속도가 천차만별이지.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아 최상급 운운술을 익힐 수 있었다. 아마도 기억을 잃기 직전에 이 운운술 하나를 집중적으로 연마했었던 것 같다.”
“좋아요. 오라버니가 먼저 가시는 것은 바람직해요. 먼저 가서 수뇌부 몇 명만 제거해도 놈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어요.”
“그게 뭐냐? 내가 보이지 않게 되면 무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냐?”
“아니에요. 혈교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해 먼저 가셨다고 말하면 오히려 무사들이 좋아할 거예요.”
“그럼 뭐냐?”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라버니가 한번 떠나면 자의든 타의든 소식이 끊길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최근 잠자코 있는 흑반선들의 움직임이에요.”
“이번에 또 흑반선들이 나를 노릴 것이라는 말이냐?”
“네. 오라버니 역시 공식적으로 반선 네 명을 죽인 사람이니 그들의 보복 대상이 당연히 되지요.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오라버니가 바로 영웅맹주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을지 몰라요. 무엇보다 혈교의 발호 시기가 수상해요. 혹시라도 혈교의 배후에 흑반선들이 있다면 혈교주 한 명만 제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지요.”
“핵심이 무엇이냐? 가지 말라는 것이냐?”
“그건 아니에요. 다만 저는 오라버니 옆에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비상시 저와 소통이 될 게 아니겠어요?”
“으음, 일리가 있군. 무사들이 안휘성에 진입하면 공격 장소와 시기를 정해야 할 테니까.”
“네. 오라버니 활약에 따라 합비성부터 공략할 수도 있고, 아니면 곧바로 놈들의 본거지로 밝혀진 황산으로 갈 수도 있어요.”
“알았다. 그래서 누구를 데려가라는 말이냐? 설마 여희 네가 가려는 것이냐?”
“사실 제가 가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러면 내일 무사들을 이끌고 갈 사람이 없어서 저는 안돼요.”
“그럼 누가 좋겠냐? 설마 여옥이는 아니겠지?”
“물론이지요. 으음, 아무래도 악 소저가 좋겠어요.”
“악완 소저 말이냐?”
“네. 오라버니 정혼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공이 강하고 최근 실전 경험도 많이 쌓아 데리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물론 주 임무는 연락책이지만 말이에요.”
“나야 상관없다만 그녀가 나와 함께 가려 할까?”
“호호호. 그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부르도록 하지요.”
“그럴 필요 없다. 안 그래도 아까 인사하면서 밤에 대화를 좀 하자고 했다. 조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것이다.”
“호호. 잘되었네요.”
백여희가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정말 문이 열리며 악완이 들어왔다.
그녀는 백무명과 백여희가 함께 있자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집무실이긴 하나 밤늦은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 그래도 악 소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저 말인가요?”
악완이 의아해했다.
“그래요. 어서 앉으세요.”
“네.”
악완이 자리에 앉자, 백여희가 조금 전 백무명과 나눴던 이야기를 해줬다.
“어떠세요? 오라버니와 둘이서 먼저 합비성으로 가실 생각이 있으세요? 상당히 위험한 임무라 마음에 내키지 않으시면 억지로 가지 않으셔도 돼요.”
“가겠어요. 아무리 위험한 임무라 해도 영웅맹 호법신분으로 무조건 따라야겠지요.”
악완의 승낙에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악 소저.”
“아니에요. 부맹주님.”
악완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백여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악 소저가 오니까 저는 신경도 쓰지 않네요. 그래서 언제 떠날 건가요?”
“말이 나왔으니 바로 출발하고자 한다. 다만 악 소저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 테니 한 시진 후가 어떻겠습니까?”
“네. 좋아요. 제 아버님께는 말씀드려도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럼 한시진 후 다시 이곳으로 오십시오.”
“네. 그럼 나중에 뵐게요.”
악완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백무명은 다시 백여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부분 이번 혈교와의 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와 이에 대한 대처방안들이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천마신교 이야기가 나왔다.
“궁금한 것은 천마의 반응이에요. 물론 가짜 천마이긴 하나 아직은 천마라고 부르도록 하지요.”
“나 역시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혈교는 천마신교와도 앙숙이라 할 수 있는 데 이번 발호와 천마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부분은 제가 계속 알아볼게요. 십만대산 쪽에 정탐무사들이 제법 가 있으니 정보가 입수되면 전서구로 알려드릴게요.”
“알겠다. 하지만 여희 너도 출정을 떠나야 하는데 정보 수집이 쉽지는 않을 듯하구나.”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전서구를 받는 장소만 달라질 뿐 큰 변화는 없어요. 사실 저는 이번 혈교와의 싸움보다 오라버니와 천마의 생사결이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두 사람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할 텐데, 혹시라도 지금 혈교가 발호한 것이 오라버니의 힘을 사전에 더 빼기 위한 술책이라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천마가 내가 실은 영웅맹주라는 사실을 안다는 보장이 있겠느냐? 게다가 혈교주가 천마의 명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신선계 흑반선들이 두 사람 배후에 공통으로 있을 가능성은 있겠지. 아무튼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단순해 보여도 가장 강력한 것이지.”
“네. 오라버니를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