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1
안휘성 합비.
새벽 무렵 성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무명과 악완이었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운운술의 놀라운 속도로 인해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한 것이었다.
시간상으로 봐서는 반시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처음 구름을 타보는 악완을 배려해 속도를 최대한 늦춘 결과였다.
당연히 악완의 놀라움은 컸다.
백무명이 운운술을 펼치기 전부터 상세한 설명을 해줬음에도 그 놀라움은 줄지 않았다.
“정말 대단해요. 신선들처럼 구름을 부릴 수 있다니. 그게 말로만 듣던 신선술인가요?”
“그렇습니다. 신선계와 관련해서는 틈나는 대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네. 맹주님께서 신선계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지만 부맹주님도 그러신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여기선 그냥 백 공자라고 불러주십시오. 우리 둘 다 다른 얼굴로 역용했지만, 호칭 때문에 놈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으니까요.”
“네. 백 공자. 그리고 말씀은 이제 편하게 하세요. 명목상이지만 아직 우린 정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도 되겠소? 그리고 명목상이라니. 그건 너무 섭섭한 말씀인 것 같소. 서로를 차차 알아보자고 하지 않았소?”
“그걸 기억하고 계세요?”
“물론이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이번 행로라도 함께 하게 되어 기쁜 마음이오.”
“저도 마찬가지예요.”
악완이 미소를 지었다.
백무명이 역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악완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혼녀라는 그 신분 하나만으로도 다른 여인과는 느낌이 다른 게 사실이었다.
“아! 저기 혈교 놈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악완이 관도 옆에 대여섯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흑의무사들을 가리켰다.
아직 새벽이라 관도에 사람이 많지 않은데 순찰이 엄격한 편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쪽에서도 혈교 무리로 보이는 무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편 백무명과 악완은 혈교 무사들의 경계와 검문을 피하고자 흑도무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흑도무사 복장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니라 흑의를 입고 있는 것이 고작이긴 했다.
물론 상인 복장을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병장기를 봇짐 속에 숨겨야 하는 등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흑도무사였다.
이전에 칠마종이 장악했던 지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흑도무사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검문은 피하기 힘들었다.
백무명과 악완을 발견한 혈교무사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어디 소속이냐?”
“저희는 낭인 무사들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혈교에 가입하기 위해 이곳 합비성에 왔습니다. 저희에게 기회가 있겠습니까?”
“기회야 물론 있지. 다만 이곳 합비성을 본교가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당장 모집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곧 영웅맹과 전투를 벌여야 할 테니 모집 계획이 빠르게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바로 모집에 응하면 본교 무사가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객잔에 머무르고 있어야 하겠군요. 혈교주님께서도 이곳 합비성에 계시다고 하던데 그때 꼭 한번 뵙기를 바랍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교주님은 황산에 계신다. 이거 보니 뭔가 좀 수상한데······ 혹시 영웅맹 간자들이 아니냐?”
“저희가 말입니까?”
백무명이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악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소 못생긴 얼굴로 역용한 그녀라 그 표정이 자못 우스웠다.
게다가 혹시 몰라 몸매 또한 통통하게 바꿔 더욱더 그랬다.
“하하하! 아니다! 일단 가보도록!”
혈교 무사 중 우두머리가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의 눈은 성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흑도무사들로 보이는 십여 명의 무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위세가 제법 대단했기에 백무명과 악완보다 그들의 검문에 집중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그럼.”
백무명과 악완이 혈교 무사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인근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놈들에게 은자를 좀 주려 했으나 운이 좋아 이렇게 검문을 통과한 셈이었다.
객잔 안 한 구석에 자리한 백무명과 악완은 간단하게 소면과 만두를 시켰다.
정파 무림인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어서인지 객잔 내부에 있던 무림인들은 대부분 흑도로 보였다.
엽차를 마시며 악완이 백무명에게 전음을 보냈다.
「백 공자. 아직 새벽이란 것을 고려해도 생각보다 조용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피의 숙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아요. 최소한 이곳 합비성에선 말이지요.」
「그런 것 같소. 하지만 아직 심처에 은신하고 있는 무림인들이 많을 것이오. 이곳 합비 역시 칠마종에 의해 억압을 받은 곳이니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대처할 것이오.」
「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놈들의 지휘소를 알아내 수뇌부를 제거할 계획이신가요?」
「원래 계획은 그러한데 일단 좀 더 상황을 알아봐야 할 듯하오. 놈들에게 잡힌 포로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말이오.」
「피해부터 최소화할 생각이시군요.」
「그렇소. 이미 지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우리가 온 이상 희생이 계속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소. 본맹 무사들이 합비까지 오려면 닷새 정도 걸릴 테니, 그때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백 군사 말로는 최대한 빨리 가면 사흘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긴 하지만 오는 도중 혈교의 공격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내 생각이 맞는다면 놈들은 이미 암암리에 천하 각지에 그 세력을 침투시켰을 것이오. 일단 식사부터 합시다.」
「네.」
* * *
식사가 끝나자 백무명은 점소이를 조용히 불렀다.
마침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가 있는 상황.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없어서 점소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백무명이 먼저 주위 음파부터 차단했다.
사실 음파를 차단하려면 막대한 내공이 필요한데 그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이는 선천진기를 이용한 게 아니라 신선지기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신선술을 익히게 되면 신선지기라는 것이 몸에 쌓이게 되는데, 그동안은 신선술이 미약해 그렇게 양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운운술을 터득하고 두 번이나 펼치게 되자 본격적으로 신선지기가 쌓이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 신선지기는 신선계에 가득한 기운으로 그것과 관련한 설명은 이전에 평등반선에게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굳이 신선계에 있지 않아도 신선술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체내에 마치 내공처럼 신선지기가 쌓이는 효과가 있었다.
백무명은 그 사실을 신선비급을 통해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급작스럽게 불어날지는 예상치 못했다.
백무명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몸에 상당한 양의 신선지기가 쌓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악완을 구름에 태우고 이곳 합비로 날아올 때였다.
다른 사람을 태우고 운운술을 펼친 것은 처음이라 평소보다 신중했는데, 그 때문에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 수 있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이 신선지기로 일반 무공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효율이 매우 높아 약간의 신선지기만으로도 상승무공을 펼칠 수 있었다.
조금 전의 음파차단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미량의 신선지기만으로도 거의 완벽하게 음파가 차단되었다.
백무명이 은자 한 냥을 점소이에게 준 후 말했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네. 제대로 말해주면 은자 한 냥을 더 주겠네.”
“감사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일단 혈교 놈들이 어떻게 이곳 합비성을 장악했는지 그 과정을 말해주게. 아, 주위 음파를 차단해서 자네 말을 아무도 들을 수 없으니 큰 소리로 말해도 괜찮네.”
“아!”
점소이가 잠시 망설이더니 백무명의 권유와 달리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혈교 무사들이 수시로 객잔 안에 들어와 수색하고 있었으나, 지금 당장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은자 한 냥이었다.
점소이 말의 요지는 대체로 칠마종이 천하 각지를 자신의 세력권 아래로 두는 과정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혈교 십대장로 중 다섯 명이 이곳 합비에 있다는 말인가? 병력은 십만 정도이고?”
“네. 나머지 이십만 병력은 대부분 여전히 황산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산에 혈교 총단이 있는 것은 확실한가?”
“네. 손님들이 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렇군. 그래 이곳 합비성에 있는 혈교 놈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어딘가?”
“아! 그것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이전 남궁세가가 있던 곳이 바로 지금은 혈교 합비지부가 되었습니다.”
“남궁세가? 그럼 세가 터전을 빼앗겼다는 말이군. 남궁세가 무사들이 가만있었다고 하던가? 남궁세가 역시 칠마종과의 싸움에서 몰락했지만 그래도 아직 일부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건만.”
“말도 마십시오. 당시 남궁세가 본가에 오백 명 정도의 가내무사들이 있었지만, 혈교 무사들의 공격을 받고 전멸했다고 들었습니다. 끝까지 싸우던 장로들도 모두 살해되었고 말입니다.”
“으음, 남궁세가주는 이전부터 실종상태라고 했던가?”
“네. 가주님과 자제분인 남궁소 공자는 사천성에서 서장무맹 놈들과 싸우다가 사라져 아직 생사를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남궁총, 남궁박 두 분 장로가 끝까지 본가를 지키고 계셨는데, 이번에 혈교 놈들의 공격을 받고 돌아가셨지요.”
“으음, 그랬군.”
백무명은 이번에 전사한 남궁세가 장로들의 이름이 익숙했으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다.
다만 남궁세가주 남궁패와 그의 아들 남궁소의 실종 소식은 알고 있었다.
이는 천마신교 원로원 고수들의 실종을 조사하다가 그들 역시 비슷한 형태로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실종된 무림맹 지휘부 고수들은 그들 말고도 상당히 많았는데, 무림맹 총군사로 유명했던 만통선생과 구파일방 장문인 중 상당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백무명은 속으로 원로원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신선계로 끌려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혹시 혈교 놈들에게 붙잡혀 있는 무림인들은 없는가?”
“왜 없겠습니까? 지금 남궁세가에 붙잡혀 있는 합비 무림인만 해도 만 명이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알면서도 구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지요. 피의 숙청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각자 은신처에 숨어있기에 바쁘니까요. 어서 영웅맹 무사들이 와야 할 텐데, 곧바로 올 수도 없으니 앞으로 며칠이 포로분들이나 숨어있는 분들이나 지옥 같을 겁니다. 특히 포로분들은 영웅맹 무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처형될 가능성이 매우 커 걱정입니다.”
“이야기 잘 들었네. 지금 들어보니 자네 역시 보통 점소이가 아니군. 혹시 무공을 배웠나?”
“헤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영웅을 꿈꾸며 자라났지요. 비록 점소이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협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상하군. 여기 있네. 은자. 특별히 한 냥 더 주지.”
백무명이 은자 두 냥을 점소이에게 줬다.
“감사합니다. 대협.”
점소이가 허리를 여러 번 굽힌 후 돌아갔다.
악완이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아무래도 포로부터 구해야 할 듯하오. 다만 이곳 합비의 경우 이전 다른 도시와 달리 자체 항거 조직이 없는 것 같소. 따라서 포로들을 구출하기 전에 그들을 숨겨둘 장소부터 구해야 할 듯하오.”
“그런 곳이 있을까요?”
“정상적인 장원이 필요한 게 아니오. 폐장원이라도 닷새 정도 숨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만 있으면 될 것이오. 함께 나가서 찾아봅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