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2
“여기가 좋을 것 같소.”
“네. 적당할 것 같군요. 인적도 드물고 말이에요. 다만 남궁세가에서 너무 먼 게 아닌가요? 포로가 만 명이라는 점소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 모두를 이곳까지 데려오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요.”
“하기야 최소 한시진 거리니까 그런 걱정도 당연하오. 하지만 닷새를 버텨야 하는데 너무 가까우면 놈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크오.”
백무명의 말에 악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들을 이곳 폐장원까지 옮기는 것은 백무명이 추진하는 일이라 그녀로서는 다만 점검차 물어볼 뿐이었다.
“생각한 게 있으신 것 같군요.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포로들이 당황해서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면 될 것이오. 그러면 내가 알아서 그들을 이곳으로 옮길 것이오.”
“네. 구출 작전은 언제인가요?”
“오늘 밤 삼경 무렵이오. 다만 그 전에 처형될 위험이 있으니 미리 인근으로 가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소.”
“네. 지금 바로 가도록 해요.”
* * *
스스슷.
깊은 밤 삼경 무렵 남궁세가 본가 한 전각 지붕 위에 두 사람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서 대기하던 백무명과 악완이 드디어 남궁세가 내에 잠입한 것이었다.
물론 남궁세가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혈교의 합비지부로 변해 있었다.
십만에 달하는 병력이 주둔하고 있어서인지 세가 내에는 혈교 무사들이 가득했다.
순찰 병력도 대단히 많았다. 대략 스무 명 정도씩 무리를 이뤄 세가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백무명과 악완이 지금 있는 지붕 위는 세가의 뇌옥이 바라보이는 곳이었다.
남궁세가 뇌옥은 만 명 이상의 죄수를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덕분에 뇌옥의 위치를 찾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포로들을 구출할 것이냐였다.
일단 뇌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각 바로 앞 전각 지붕 위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이었다.
악완은 화산파 고유의 은잠술을 펼치고 있었고, 백무명 역시 신선지기를 이용해 은잠술을 펼친 상태였다.
두 사람 중 백무명의 경우 신선지기의 효율이 매우 높아 이제 기존 내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무공은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음 같이 천마진기가 꼭 필요한 몇몇 무공은 아직 가능하지 않았다. 솔직히 어떤 무공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다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신선술을 먼저 펼칠 생각을 하고 있는 그였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해요. 뇌옥 주위에만 병력이 천 명이 넘고, 뇌옥 안에도 간수들이 매우 많은 것 같아요.」
「뇌옥 안에도 천 명 정도의 간수가 있을 것 같소. 모두 합하면 이천 명 정도 되는군. 일단 싸움이 벌어지고 비상종이 울리면 세가 내에 있는 혈교 놈들이 모두 몰려올 테니 최대한 빨리 구출 작전을 완료해야 하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옆에 있는 악완을 보니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몰라서 그런지 다소 불안한 표정이었다.
하기야 백무명 또한 별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았다.
일단 뇌옥 상황을 보고 현장에서 계획을 세우려 했던 그였다.
물론 포로들을 폐장원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한 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운운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운운술 자체로는 만여 명이 되는 포로들을 모두 태울 수 없으나, 그 변형으로 포로들을 자신과 연결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신선지기를 이용해 백무명의 몸과 포로들의 몸을 연결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상대방의 수에 특별한 제한은 없었다.
이는 일단 운운술로 연결되면 그들의 무게가 마치 구름 위에 태워진 것처럼 가벼워지기 때문으로, 백무명이 경공을 펼쳐 포로 전부를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다만 그 유지 시간이 문제인데 백무명은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한시진이 최대라 판단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점은 운운술로 포로들을 자신과 연결하면 포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었다.
마치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뿌옇게 되는데 지금처럼 어두운 밤인 경우 거의 보이지 않게 되는 셈이었다.
백무명은 일단 신선줄 중 하나인 투시술(透視術)부터 펼쳤다.
이 투시술은 운운술을 터득할 때 동시에 터득하게 된 것으로, 막힌 물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효능이 있었다.
백무명이 두 눈을 한번 깜박이자 그의 눈에 금빛 안광이 발했다.
은잠술 때문에 외부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옆에 있는 악완은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비록 각자 은잠술을 펼쳤으나, 혹시 몰라 백무명이 자신의 은잠술의 영향력이 악완에게도 미치게 했기 때문이었다.
악완 역시 그 사실을 사전에 들어 알고 있었으며, 그 덕분에 훨씬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백무명의 은잠술 보조는 십장 밖으로 떨어져 있지만 않으면 그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반드시 두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투시술을 펼친 후 백무명이 전음으로 말했다.
「점소이 말대로 뇌옥 안에 만여 명에 달하는 포로들이 갇혀 있는 것을 확인했소. 간수들의 수 역시 예상대로 천여 명 정도요. 뇌옥 외부에 경계무사 천여 명도 있으니 저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소.」
「아, 뇌옥 내부가 보이시는 건가요?」
「그렇소. 아직 화후가 부족해 잠시만 가능하지만, 다행히 내부를 볼 수 있었소. 포로들은 수백 명씩 무더기로 좁은 감방에 갇혀 있으며 그 상태는 매우 처참하오. 아무래도 고문을 당한 것 같소. 저대로면 비록 처형을 당하지 않더라도 사망자가 속출할 것 같소.」
「정말 걱정이군요.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그분들을 구출하냐인데, 아무래도 혈교 놈들과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공자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너무 무리일 것 같아요.」
「맹주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소?」
「네? 맹주님요? 으음, 맹주님이라면 아마도 가능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두 분을 비교할 생각은 없었어요. 사실 두 분 느낌이 워낙 비슷해 어떤 때는 신기할 정도예요.」
「그건 아마도 내가 맹주님께 무공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오. 일단 운운술로 포로들을 폐장원으로 옮기는 계획부터 말씀드리겠소.」
백무명이 운운술의 변형으로 포로들을 이동시키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이동 과정에서 백무명은 혈교 무사들과 싸워야 할 수도 있으므로, 악완은 그동안 포로들이 함부로 운운술 영향 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다만 포로들이 운운술 영향 범위를 벗어날 확률은 극히 적었기 때문에 그녀가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백무명이 설명을 끝낸 후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동 계획은 확정되었고, 문제는 혈교 무사들의 제거였다.
포로들이 없다면 아예 지금 이 자리에서 놈들을 아예 전멸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포로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백무명 본인의 내상이 회복된 것도 아니라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운운술로 포로들을 연결해서 이동하는 동안 타격을 받아 그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였다.
그렇게 되면 포로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대량 희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백무명이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바로 신선미혼술(神仙迷魂術)이라는 신선술이었다.
이 신선미혼술을 펼치게 되면 상대는 일시 넋이 나가게 되는데, 그 시간은 대략 일각 정도였다.
가장 큰 장점은 운운술과 비슷하게 상대의 수에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운운술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장애물은 쉽게 돌파해서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뇌옥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 외부에서 이 모든 구출 계획을 완료하려는 백무명으로서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문제는 과연 실전에서 통하느냐였다.
이 점은 운운술로 포로들을 연결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백무명이 악완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 후 일단 신선미혼술부터 펼쳤다.
쏴아아.
희뿌연 안개가 뇌옥 전체를 삽시간에 에워쌌다.
뇌옥 주위를 경계하던 천여 명의 혈교 무사들이 하나같이 넋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백무명은 이참에 놈들을 아예 제거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으나 신선미혼술의 특성상 그것까지는 무리였다.
스스슷.
백무명과 악완이 뇌옥 입구까지 다가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정확하게 말해서 백무명이 먼저 몸을 날렸고 악완이 그를 따라온 것인데, 이는 신선미혼술이 예상과 달리 뇌옥 내부까지는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전각 벽을 뚫고 내부에 있는 간수들까지 미혹시켜야 했다.
하지만 아직 백무명의 화후가 낮았다.
벽을 투과하면서까지 신선미혼술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막대한 신선지기가 필요한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백무명이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이 신선계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실수가 있었다.
‘신선계 안에는 공기 중에 신선지기가 가득해 신선미혼술이 벽을 투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나 이곳은 무림이라는 것을 내가 깜박했다. 하지만 대문을 열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운운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백무명이 악완과 함께 뇌옥으로 사용하는 전각의 대문을 열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땡땡땡 하는 비상종 소리가 울렸다.
기관 작동 없이 함부로 대문에 손을 대면 비상종이 자동으로 울리게 되어있었는데, 그걸 미처 몰랐던 것이다.
“침입자다!”
“뇌옥 쪽이다!”
당장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혈교 무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일 났어요!”
악완이 안색을 굳혔다.
백무명이 대답 대신 대문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대문이 박살 나며 뇌옥 안에 있던 간수들이 쏟아져나왔다.
백무명이 다시 신선미혼술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의 장심에서 희뿌연 안개가 뻗어 나와 간수들을 덮쳤다.
그 순간 간수들이 앞선 경계 무사들처럼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것이 마치 마혈을 찍힌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포로들부터 구출합시다.”
“네.”
백무명이 뇌옥 안에 있는 감방들을 차례대로 격파하기 시작했다.
이미 투시술로 뇌옥의 구조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 속도는 놀라웠다.
하지만 벌써 뇌옥 밖에서는 혈교 무사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악완이 소리쳤다.
“놈들이 뇌옥 안으로 진입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오. 폐쇄진을 쳐두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제일 먼저 도착한 혈교 무사들이 뭔가에 막힌 듯 뇌옥 안으로 진입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백무명은 차곡차곡 포로들의 감방문을 부수고 있었다.
남은 간수들 역시 신선미혼술로 처리했는데, 처음 구조를 파악한 덕분에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신선미혼술이 유지되는 시간은 불과 일각 정도.
벌써 처음 미혼술에 당한 혈교 무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뇌옥 바깥에 있던 자들이라 폐쇄진을 뚫고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다.
꽈앙.
마지막 감방문까지 박살 난 그 순간.
백무명이 마침내 운운술을 펼쳤다.
감방들 안에 있던 일만여 포로들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반수 이상이 고문 등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
몇몇이 백무명과 악완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대답해줄 시간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운운술이 펼쳐지자 금빛 운무가 각 감방 안에 가득 찼다.
감방문을 파괴하면서 이미 안배한 터라 순식간이었다.
놀라운 광경은 그때 발생했다.
금빛 운무가 포로들의 몸에 닿은 순간, 그 모습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공자님. 연결이 된 건가요?”
“그렇소. 이제 폐장원으로 가기만 하면 되오.”
“하지만 뇌옥 밖에는 혈교 놈들이 있어요. 지금쯤 최소한 수만 명은 모였을 거예요. 간수들도 곧 깨어날 것 같고 말이에요.”
“간수들은 걱정하지 마시오. 운운술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한시진 정도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오. 아, 그리고 우리가 빠져나갈 곳은 저쪽이오.”
백무명이 가리킨 곳은 대문의 반대편이었다.
“벽을 뚫고 나가실 건가요?”
“아니오. 그대로 통과할 것이오. 내 손을 잡으시오.”
“네.”
악완이 즉시 백무명의 손을 잡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지금 우리 두 사람과 만여 명의 포로들이 연결되어 있소. 일단 이동하게 되면 그들의 모습이 보일 것이오. 나는 혹시 모를 추적자들을 제거할 것이니 아까 말한 대로 포로 중에 탈락자가 없도록 하시오. 그럼 바로 갑시다.”
백무명이 악완의 손을 잡고 맞은편 벽을 향해 나아갔다.
두 사람의 뒤에는 금빛 안개가 마치 유성처럼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그 안개 속에 일만여 명의 포로들이 있는 셈인데, 사실 이는 특수 이동대법과 관련이 있었다.
완전한 이동대법은 아니고 백무명이 운운술을 응용해 생각해낸 것인데,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었다.
샤샤샥.
백무명과 악완이 기이한 음향과 함께 벽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벽 속에 구멍이 있는 듯 정말 통과한 것이었다.
금빛 안개 역시 두 사람 뒤를 따라왔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시진 가량 지났을 무렵.
간수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문이 파괴된 감방이었다.
감방 안에는 포로들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탈주다! 놈들이 도망쳤다!”
간수들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뇌옥 주위를 철통으로 막고 있던 폐쇄진이 풀리며 혈교 무사들이 뇌옥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뇌옥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진이 사라지자 진입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백무명과 악완, 그리고 일만여 포로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