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3
“영웅맹 합비지부장 한우근(韓宇根)이라고 합니다. 부맹주님과 화산옥녀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그동안 합비지부 무사들은 은신해 있었던 겁니까?”
“네. 혈교 놈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합비성 전체를 장악하는 바람에 피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처음에는 합비 무림인들과 힘을 합쳐 대항도 해봤지만, 놈들의 무공이 워낙 높아 역부족이었습니다.”
“칠마종 놈들과 비교하면 어땠습니까?”
“혈교 놈들이 두 배 이상 강했습니다. 당시는 무림맹 합비지부를 맡고 있었는데 초반에는 그나마 대등하게 싸웠습니다. 물론 당시와 비교해 병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놈들의 개별 무력 차이는 확실합니다.”
안색이 상기된 노인, 한우근이 얼굴을 다시 붉혔다.
그는 원래 무림맹 합비지부의 지부장이었다.
하지만 칠마종의 공격으로 지부 무사 대부분을 잃었는데, 영웅맹이 다시 무림의 실세로 떠오르고 무림맹이 해체되자 자연스럽게 영웅맹 합비지부를 맡게 되었다.
이는 당시 영웅맹이 무림맹 잔존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이전 무림맹 지부장을 그대로 영웅맹 지부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칠마종이 제거된 후 각지에서 은신해 있던 무림맹 무사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무림맹 지부장들이 영웅맹 지부장으로 변신하면서 이전 수하들을 끌어모으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칠마종의 공격으로 워낙 피해가 커 새롭게 구성된 영웅맹 합비지부 무사의 수는 천명이 채 되지 못했다.
한데 체제를 안정화하기도 전에 혈교의 공격을 받아 다시 한번 은신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하지만 지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낙양 영웅맹 총단에 현지 사정을 전서구로 알리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백여희가 처음 혈교 침공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사실 한우근이 보낸 보고서 덕분이었다.
당시 한우근은 자신과 수하들 백여 명이 은신해 있는 곳도 보고했었다. 일만여 포로들을 이곳 폐장원으로 옮긴 백무명과 악완이 그들을 관리할 무사가 필요해 연락을 취했던 것이었다.
그 결과 포로들을 구출한 지 사흘 째 되는 지금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있었다.
부맹주가 직접 왔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인지 폐장원으로 모인 무사들의 수도 천여 명에 육박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영웅맹 합비지부 무사들은 아니었고, 이번 혈교 침공으로 은신해 있던 합비 무림인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형식적이나마 대부분 영웅맹에 가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신속하게 이곳 폐장원으로 모일 수 있었다.
백무명은 매우 기뻐하며 그들 모두를 포로들을 돌보는 데 투입했다.
부상자들이 많아 백무명 혼자서는 다 치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금은 당장 목숨을 위협받는 포로는 없었다.
오히려 포로 상당수는 혈교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운공요상에 열중하고 있었다.
백무명이 봐도 포로 중 일할에 해당하는 중상자들을 제외하고는 당장 전투에 참여할 정도의 몸 상태를 회복한 것 같았다.
이는 백무명이 신선술의 일종인 신선치유술(神仙治癒術)을 펼친 덕분으로 실로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한우근이 말했다.
“뇌옥에 갇혔던 분들의 회복력이 실로 놀랍습니다. 이게 다 부맹주님의 놀라운 의술 덕분인 것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건 그렇고 수석 군사가 이끄는 본맹 본대 무사들은 어디까지 도착했소?”
백무명이 악완을 쳐다봤다.
악완은 원래 계획대로 그동안 백여희와 전서구로 연락을 취해오고 있었다.
“곧 하남성 권역을 벗어나 이곳 안휘성 으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혈교 놈들의 공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소?”
“네. 수백 명 규모의 별동대 병력이 곳곳에 매복하고 기습 공격을 가해오고 있으나, 그때마다 잘 격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오. 사실 혈교 놈들이 별동대를 구성해 공격을 가하는 것은 진격을 늦추려는 의도도 있지만, 우리 무사들의 무위를 평가하려는 의도가 주목적일 것이오. 놈들을 격퇴했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내 말을 잘 전달했소?”
“네. 부맹주님.”
한우근이 함께 있어서일까.
악완이 공자 대신 부맹주 호칭을 사용했다.
악완이 숨을 고른 후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안휘성 내에 주둔지를 마련하는 겁니다. 곧바로 이곳 합비성까지 진격하게 되면 피로도가 상당해 전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간에 한 번 휴식을 취할 장소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백 군사 역시 같은 생각이라 안휘성 내에 적당한 곳을 골라 그곳에 일차 진영을 구축할 계획인 듯합니다.”
“으음, 하기야 이곳 합비성 내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양민들의 희생이 막심할 것이오. 여희 성격이면 이미 적당한 주둔지를 물색해 놓았을 것 같은데 그곳이 어디라고 하오?”
“직접 보시지요.”
악완이 서찰을 꺼내 백무명에게 보여줬다.
그동안은 악완이 일단 설명부터 해주고 서찰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보안상의 우려 때문인지 직접 보여준 것이었다.
“으음, 팔공산(八公山)이라. 이곳 합비와도 가깝고 놈들을 유인하기에 적당할 것 같소. 한 지부장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팔공산은 지세가 험해 천연요새라 할 수 있지요. 무작정 이곳으로 진군하는 것보다 그곳에 진영을 세우고 휴식을 취한 후 때를 노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혈교 놈들이 유인 작전에 걸려들겠습니까?”
“그건 아마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황산에 있는 혈교주에게 보고 후 지시를 받으려 할 텐데, 우리 뜻대로 따라주겠습니까?”
“그건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지요. 그나저나 이곳의 위치가 아직 놈들에게 발각되지 않았습니까?”
“네. 지난 사흘 동안 놈들이 포로들이 은신해 있는 이곳 장원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었으나, 부맹주님께서 장원 주위에 설치한 보호진 덕분에 아직 발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할 테니 한 지부장께서는 돌아가셔서 하던 업무를 처리해주십시오.”
“네. 부맹주님.”
한우근이 고개를 숙인 후 집무실에서 나갔다.
“백 공자님. 놈들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승산이 있을까요?”
“악 소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일단 저도 목격했지만 혈교 놈들의 무공이 칠마종 놈들보다 두 배 이상 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비록 병력은 우리가 이십만으로 놈들보다 두 배이나 실제 전력은 대등할 가능성이 커요. 물론 이는 황산에 있는 혈교 본대 이십만 병력을 제외한 전력 비교예요.”
“나 또한 그 점을 우려하고 있소. 그래서 이전 전투에서 맹주님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먼저 놈들의 공격력을 무력화할 방도를 찾는 중이오.”
“아! 혹시 저번에 뇌옥에서 펼치신 그 신선미혼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신선미혼술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나 그 효력 유지 시간이 짧아 아무래도 다른 것을 펼쳐야 할 것 같소.”
“음공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음공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아직 내공 회복을 하지 못해 신선술 중에서 하나를 골라 시도를 해볼 생각이오. 구체적인 것은 그때 알게 될 것이오.”
“네. 한데 남궁세가에 있는 혈교 장로들을 제거하는 계획은 언제 실행에 옮길 생각인가요?”
“오늘 밤이오. 수뇌부가 제거되면 수하들이 당황할 테니, 본대 무사들의 안휘성 진입을 막는데 힘을 집중하기 힘들 것이오.”
“혼자 가실 건가요?”
“그렇소. 이곳은 악 소저가 관리하도록 하시오. 비록 보호진을 쳐두었으나 흑반선들이 쳐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으니까 경계를 철저히 하시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알겠소.”
* * *
“태장장로님. 영웅맹 놈들이 안휘성 경계 지역까지 접근했습니다.”
“놈들 병력이 이십만이라고 했나?”
“네. 이동 경로로 봐서 이곳 합비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교주님께서 따로 지시를 내리실 것이다. 문제는 포로들을 구출해나간 놈들이다. 아직 놈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느냐?”
“죄송합니다.”
“쓸모없는 놈! 어서 나가라!”
“네.”
무사 한 명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백발노인 한 명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바로 혈교 태상장로 만혈괴인(萬血怪人)이란 자였다.
그의 옆에는 네 명의 노인이 더 있었는데, 그들 역시 혈교 장로들이었다.
다시 말해 이곳에 혈교의 십대장로 중 다섯이 모여 있는 셈이었다.
“태상장로님. 아무래도 찝찝합니다. 그 많은 포로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포로들을 구출해 간 놈들에 대해서는 알아봤소?”
“네. 남녀 두 명이라고 하는데 은잠술을 펼치고 있어 그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작 두 명이 일만여 포로들을 빼돌리다니. 지금 이 일로 교주께서 매우 화가 많이 나셨소.”
“하지만 지금은 영웅맹 놈들 격퇴가 먼저가 아니겠습니까?”
“내일쯤 황산에서 전서구가 올 것이오. 그동안은 교주님께서 지시한 대로 영웅맹 놈들을 너무 심하게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오. 별동대는 모두 철수시켰소?”
“네. 교주님 지시대로 공격하는 척하면서 계속 후퇴를 해 그 피해가 크지 않습니다.”
“잘했소. 소문이 조금 퍼지긴 했으나, 아직 놈들은 본교 무사들의 무공 수위를 잘 모르고 있소. 본교 무사들이 칠마종 무사보다 두 배 이상 강하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되면 매우 당황할 것이오.”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승패는 교주님 말씀대로 영웅맹주와 교주님 두 사람의 대결로 결정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하나 그전에 먼저 백동방이라는 그 애송이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오.”
“애송이라고 하지만 반선 네 명을 제거한 자입니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난 그 말을 믿지 않소. 백무명 그자가 자신의 대리자로 내세우려고 일부러 백동방 그자를 띄운 것에 불과하오. 처음부터 부맹주로 임명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먼저 출발했다고 하니까 지금쯤은 이곳 합비에 침투해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일찍 도착해봐야 기껏 할 수 있는 것은 지휘부 고수 암살 정도일 테니.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면 좋을 텐데.”
“놈을 직접 제거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소. 그래야 세상이 내 존재를 알게 되지 않겠소?”
“하기야 태상장로님의 무공은 교주님을 제외하고 본교에서 최고이니 백동방 그놈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당연한 일이오.”
만혈괴인이 말한 바로 그때였다.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그는 바로 백무명이 아닌가.
“웬 놈이냐?‘
만혈괴인을 비롯한 다섯 장로가 깜짝 놀라며 일제히 장력을 날렸다.
좁은 공간이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세였다.
하지만 백무명은 그저 빠르게 지존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무명검법을 펼친 것인데 지난 사흘간 운기행공을 거듭해 정말 특별한 무공 외에는 이제 신선지기로 펼칠 수 있었다.
“크윽!”
“으윽!’
다섯 장로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위 음파를 차단해두었기 때문에 경계 무사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백무명이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장로들을 쳐다봤다.
‘생각보다 쉽군. 아니. 그만큼 내 무공이 강해진 걸까. 하기야 내 몸속의 신선지기 양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 때문에 무명검법의 위력도 극성에 가까워진 것 같군.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 무공이 높아질수록 심마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혹시 기의 폭주가 시작된 것일까? 어서 빨리 천마 그자와 대결을 벌이는 수밖에 없겠군.’
백무명이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