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4
팔공산.
합비성 서북쪽에 있는 이곳 팔공산에 어제부터 이십만이 넘는 무사들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진영을 세우고 주위에 보호진을 설치하는 등 방어태세를 갖추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바로 낙양에서 출발한 영웅맹 무사들이었다.
백여희를 비롯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의 지휘 아래 출정을 했던 그들이 닷새 만에 이곳 팔공산에 주둔하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혈교의 기습 공격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바로바로 격퇴해 그 피해 역시 미미했다.
그 때문일까.
무사들의 사기 또한 매우 높았다.
앞서 출정했던 영웅맹 부맹주의 활약 또한 고무적이었다.
화산옥녀와 부맹주 둘이서 일만여 포로들을 구해내고 혈교 태상장로를 비롯한 장로 다섯 명까지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환호성을 터뜨렸다.
승기를 잡았다고 할까.
황산에 있는 혈교 본대 병력은 모르겠으나 합비성 탈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정오 무렵 백무명과 악완이 만여 명의 무사들을 이끌고 팔공산에 도착하자 무사들의 사기는 절정에 달했다.
지금은 백무명와 백여희의 공동 주재로 작전 회의가 열리고 있는 시각.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휴식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놈들이 이곳 팔공산으로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 전 무사들을 이끌고 가서 합비성을 공략해야 합니다. 부맹주님 활약으로 놈들을 지휘하던 장로들이 제거된 지금이 기회입니다. 더 늦으면 황산에 있는 혈교 본대 병력이 지원 올 가능성이 큽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대륙표국주 우문성도의 말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천하 각지로 표행을 떠났던 그는 지리적인 지식이 풍부했다. 게다가 전략도 풍부해 다들 그의 의견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화산장문인 매화검선이 말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합비로 진격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양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겁니다. 놈들이 성 밖으로 나와 우리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가장 좋겠지만 필시 관아를 협박해 성벽 방어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매우 불리해집니다. 무엇보다 놈들의 무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습니다. 병력이 우리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혈교 놈들의 무위가 높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놈들의 별동대와 직접 겨뤄본 결과 아무리 좋게 봐도 칠마종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방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서도 안 될 겁니다.”
우문성도가 물러서지 않았다.
영웅무관주 성장백이 말했다.
“혈교 놈들의 무위는 부맹주께서 가장 잘 아실 것 같은데,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나보다 여기 계신 합비지부장께서 더 잘 아십니다.”
백무명이 한우근을 바라봤다.
한우근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혈교 놈들이 칠마종 놈들보다 두 배 이상 강합니다. 별동대로 보낸 혈교 놈들이 약하다고 느껴진 것은 우리의 방심을 유도하는 계략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싸우는 척하다가 곧바로 후퇴하는 전술을 놈들이 계속 사용하였을 테지요.”
한우근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혈교 놈들의 무공 수위는 한 지부장님 말씀이 옳아요. 그 문제는 이미 검증이 끝났으니 논쟁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보다 놈들을 소탕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시급해요.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여기서 좀 더 머무는 것과 내일 아침이라도 당장 합비로 가자는 의견뿐인가요?”
“영웅맹 장로 장생노인입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말씀하세요.”
“제 생각에 이번 혈교와의 싸움에서 관건은 바로 수장들 간의 대결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계신 부맹주님의 무공도 훌륭하지만, 맹주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시급한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절대고수가 승패를 좌우하는 모습을 사천성에서 직접 본 터라 마음이 급해지는군요. 부맹주께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맹주께서 오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안 그래도 지금 상황을 맹주님께 전달했습니다. 맹주님께서 알아서 판단하실 겁니다.”
백무명의 말에 좌중이 술렁였다.
백여희가 말했다.
“맹주님께서 오시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 맹주님이 없다고 생각하고 공격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일단 이곳 팔공산에 며칠을 더 주둔할 것인지부터 결정하지요.”
“의견이 분분하니 부맹주님과 수석 군사님께서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악완의 말이었다.
그녀가 백무명의 정혼녀이자 이번에 함께 임무 수행을 한 사실을 다들 알고 있어서인지 별다른 반박이 나오지 않았다.
백여희가 말했다.
“좋아요. 제 생각부터 말씀드리지요. 일단 여러모로 놈들과 전투를 벌이기에는 이곳 팔공산이 유리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무작정 여기서 놈들을 기다릴 수는 없어요. 시간을 지체하다가 혈교 본대가 지원이라도 오면 그때는 각개격파 전략이 실행되기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 모레 아침까지 놈들의 움직임이 없다면 그때는 부득이 합비성으로 진격해야 할 것 같아요. 부맹주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나 또한 찬성이오. 다만 어제오늘 놈들의 움직임에 이상한 점이 감지되고 있는 점이 마음에 걸리오. 아무래도 내가 다시 한번 합비성에 가봐야 할 듯하오.”
“이상한 점이라면?”
“놈들의 수색 활동이 극도로 줄어들었소. 물론 그 덕분에 며칠 전 뇌옥에서 구출한 분들 대부분을 이곳 팔공산으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무슨 일이 놈들 내부에 벌어진 것 같소.”
“으음, 혹시 혈교주의 새로운 명이 떨어진 게 아닐까요?”
백운목의 물음이었다.
백무명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백무명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작전 회의장으로 사용하던 지휘 막사 안으로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무사가 급히 대답했다.
“합비에 있던 정탐부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남궁세가에 있던 혈교 무사 십만 병력이 일제히 성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출발한 건가요?”
“그게 아니라 남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무래도 혈교 총단이 있는 황산으로 복귀하는 것 같습니다.”
“아!”
“아!”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혈교 놈들이 겁을 먹고 도주하는 것 같았으나, 놈들이 뭉치게 되면 조금 전 백여희의 말대로 각개격파 전략의 실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산에는 혈교가 설치해 놓은 무서운 기관들이 있다고 전해져 지금 병력으로 공격해서는 승산이 없었다.
“놈들이 우리 전략을 꿰뚫고 있는 것 같군요. 혈교주가 계략에 능하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그녀 또한 혈교가 합비를 포기하고 물러날 줄은 예상치 못한 것 같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놈들이 황산으로 복귀하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맹주님께서 놈들의 태상장로를 비롯한 장로 다섯을 쉽게 제거하자 놈들이 수습을 제대로 못 하고 결국 복귀를 택한 것 같습니다. 물론 혈교주의 지시가 있었겠지요.”
성장백의 말이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그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군사 생각도 그러하오?”
백무명의 물음에 백여희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부맹주께서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소. 놈들의 무위가 칠마종의 두 배 이상인데 우리를 두려워해서 안휘성 성도인 합비를 포기할 리 없소. 무사들의 사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소.”
“저도 부맹주님과 비슷한 생각이에요. 지금 상황에서 놈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백여희가 의문을 던졌다.
백무명이 말했다.
“현 무림은 신선계 반선들을 제외하고 우리 영웅맹과 천마신교, 그리고 혈교 이렇게 세 개의 세력으로 분할되어 있다고 할 수 있소. 혈교를 긴장하게 만드는 세력은 우리와 천마신교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니, 어쩌면 천마신교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소?”
“아!”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생각도 못 했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다시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황산 쪽에 급파된 정탐부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서 말씀해보세요.”
“천마가 직접 삼십만 병력을 이끌고 황산 쪽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안휘성 접경 지역까지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
“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천마신교가 혈교를 공격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다는 건가요?”
“자세한 것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황산으로 삼십만 병력이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으음, 역시 부맹주님 생각이 맞았네요. 합비성에 있던 혈교 놈들이 황산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은 우리보다 천마신교 때문인 것 같아요.”
백여희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화검선이 말했다.
“하기야 혈교와 천마신교 둘의 사이는 물과 불이라고 들었습니다. 천마로서는 자신이 직접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고 생각했겠지요. 다만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파악이 잘 안 됩니다.”
“천마신교가 혈교를 소탕해주면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 아닙니까?”
우문성도의 물음에 매화검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천마는 우리 맹주님께 생사결 제의까지 한 자입니다. 천마가 복귀한 후 하는 행동을 보면 우리 영웅맹에 매우 적대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천마신교가 혈교를 소탕하면 민심이 천마신교 쪽으로 쏠릴 위험이 큽니다.”
“악 장문인의 말씀이 옳아요. 부맹주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악 장문인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다만 천마신교 혼자서 혈교 세력을 모두 상대하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혈교 역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양패구상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천마로서는 우리 영웅맹과 혈교의 양패구상을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출정에 나선 이유가 조금 의아합니다.”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위험이 클수록 그 보상도 크게 마련이지요. 만약 피해를 보지 않고 혈교를 제압할 방안이 있다면 그것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면 우리에게 동맹 제의를 할 수도 있고요.”
“군사의 생각에 일리가 있는 것 같소.”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무사 한 명이 다시 지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천마신교 성녀와 매영설 소저 두 분이 특사 자격으로 왔습니다.”
“아! 어서 모시고 오게.”
“네. 부맹주님.”
무사가 다시 막사 밖으로 나가자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천마조를 타고 온 것인가. 그나저나 가짜 천마 그자가 영웅보 대공자라고 믿고 있는 두 사람이 나를 보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구나. 어쩌면 두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