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5
“그러니까 본맹과 협력해 혈교에 대항하자는 것인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성녀와 매영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 막사에 있던 백무명을 비롯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성녀와 매영설이 천마신교 특사로 왔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하긴 했었다.
하지만 실제 동맹을 제의하자 다들 놀라워하면서도 당황스러워했다.
백여희가 무심히 말했다.
“천마 교주님의 생각인가요?”
“네. 교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천마 교주께서 우리 영웅맹을 너무 우습게 보시는군요. 서장무맹을 사주해 본맹을 궤멸시키려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와서 동맹이라니. 또 무슨 음모를 꾸미려는 것이죠?”
“서장무맹 문제는 교주님께서도 유감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귀맹의 맹주님을 오해해서 비롯된 일이지요. 확실히 다시 말씀드리지만, 본교의 적은 바로 백천 그자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노여움을 푸시고 함께 혈교를 소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은 번지르르하군요. 그럼 천마 교주께서 왜 우리 맹주님께 생사결을 제의한 것이지요? 본맹을 단숨에 흡수하려는 음모가 아닌가요?”
“그것 역시 오해세요. 우리 교주님께서는 순수한 무공 대결을 원하십니다. 생사결은 비무에 어떤 제한도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생사결이 부담되시면 응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흥!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성녀께서도 말을 참 교묘하게 하시네요. 일단 몇 가지 물어보겠어요.”
“네. 말씀하세요.”
“지금 천마 교주께서 삼십만 병력을 이끌고 황산으로 진격하고 있는 게 사실인가요?”
“그래요. 이미 알고 계셨군요.”
“어떻게 혈교 총단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지요?”
“잘 아시겠지만 혈교는 본교와 원수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혈교의 최후 목표는 본교의 멸망에 있으므로, 교주님께서 미리 놈들을 제거하기 위해 출정을 결정하신 것이지요.”
“그럼 천마신교에서 해결하면 되지 왜 우리 영웅맹을 끌어들이려 하는 건가요?”
“몰라서 묻는 건가요? 혈교 세력은 본교와 비교해도 절대 약하지 않아요. 그래서 영웅맹의 협력을 요청하는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혈교는 공동의 적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요. 일단 동맹 체결 수락은 별론으로 하고 구체적인 공격 계획을 듣고 싶군요.”
“감사해요. 다들 아시다시피 본교 본대 병력 삼십만이 오늘 중 안휘성 권역에 진입하게 될 겁니다. 일단 안휘성 안으로 진입하면 황산까지는 하루 거리에 불과하지요.”
“그래서요?”
“황산에 도착하면 일단 포위 작전을 펼칠 겁니다.”
“포위망을 구축한 후 우리 영웅맹 병력이 합류하기를 기다려 총공격을 가하려는 건가요?”
“그래요. 본교와 귀맹 병력을 합치면 오십만이 되니 충분히 혈교 놈들을 소탕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변수는 지금 합비를 떠나 황산으로 향하고 있는 혈교 십만 병력입니다.”
“그 병력을 우리 영웅맹이 맡아달라는 건가요?”
“네. 놈들을 추격해주세요. 본교 본대 병력이 황산에 도착하는 것이 놈들이 복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테니, 이후 본교에서도 일부 병력을 북상시켜 양쪽에서 그 십만 병력부터 소탕하자는 것이지요.”
“일부 병력이라 하셨는데, 어느 정도를 보내실 생각인가요?”
“십만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남은 이십만 병력은 황산을 계속 포위하고 있어야 하니까 더는 힘들 것 같네요. 일종의 각개격파 전략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설사 본교 교주님께 섭섭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혈교부터 제거한 후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만약 우리가 거절한다면?”
“거절하신다면 본교로서도 어쩔 수 없지요. 계속 혈교와 싸우게 될지 아니면 십만대산으로 철군하게 될지 그건 상황에 따라 결정될 거예요. 우리가 할 말은 다 한 것 같으니 이제 결정을 해주세요. 부맹주께서 최종 결단을 내려주시는 게 좋겠군요.”
성녀가 백무명을 쳐다봤다.
매영설 역시 그를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빛을 받은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조금 전 통성명을 했을 때부터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라 보던 두 사람이었다.
‘분명 내 신분을 의심스러워하고 있군. 아마도 내가 가짜 영웅보 대공자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밝힐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백무명이 말했다.
“수락하겠소. 성녀 말씀대로 혈교는 공동의 적이니 지난 일은 일단 잊는 게 좋을 것 같소. 다행히 우리 영웅맹과 천마신교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으니, 과거는 모두 잊고 혈교 소탕에 힘을 합치도록 합시다. 이는 맹주님께서도 이전에 주장하시던 바였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아, 맹주님께서도 혈교 소탕을 위해 천마신교와 협력하라고 하셨습니까?”
매화검선의 물음이었다.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평소 지론이셨지요. 혈교의 힘은 무척 강해 본맹이나 천마신교 단독으로 소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천마 교주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닙니다. 혈교 소탕 후 언제든 태도를 돌변해 본맹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 문제를 뒤로 미루고 공동의 적인 혈교 소탕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모두 제 뜻을 따라 주시겠습니까?”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백여희를 비롯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었으나 백무명의 빠른 결단으로 정리된 셈이었다.
성녀와 매영설 또한 감사를 표시했다.
“감사해요.”
“빠른 결단에 경의를 표해요.”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하오. 귀교와의 일시 동맹에 대해 찬성하나 그 전에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게 뭔가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본맹 무사들이 황산에 도착할 때까지 두 분은 우리와 동행해주셨으면 하오.”
성녀와 매영설이 안색을 굳혔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저희 두 사람을 인질로 잡아 놓으시려는 건가요?”
매영설이 다소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백무명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다만 본맹과 귀교와의 연락책으로 두 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무엇보다 두 분 중 성녀의 성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소. 합비를 빠져나간 혈교 십만 병력을 우선 소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고수 한 명이 아쉬운 터라. 어떻게 하시겠소?”
“수락하겠어요.”
성녀가 대답 후 전음으로 매영설에게 몇 마디 말을 했다.
그러자 매영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기야 우리 측에서도 귀맹이 약속을 지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감사하오. 그럼 내일 새벽 전 무사들을 이끌고 남하를 하도록 하겠소. 성녀께서는 본대에 전서구를 보내 십만 병력을 따로 선발해 곧장 북상시켜 남하하는 혈교 십만 병력을 막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본맹 병력과 남북으로 협공을 가해 황산으로 복귀하는 혈교 십만 병력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오.”
“알겠어요.”
* * *
“부맹주가 우리 두 사람을 왜 따로 부른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설마 자신이 가짜 영웅보 대공자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매영설의 물음에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예요. 다만 우리가 너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것은 분명 실수였어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진짜 영웅보 대공자의 얼굴이었어요. 생각 같아서는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 그건 그렇고 사부님께서 정말 영웅맹과 힘을 합쳐 혈교를 소탕하려고 마음먹은 걸까요?”
“매 소저. 교주님을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최근 사부님 모습을 보면 왠지 낯설어요. 우리 두 사람에게 말도 잘 안 건네시고, 이런 와중에 자칭 영웅보 대공자가 나타났으니. 사부님 말고 백동방 공자가 또 있다니 너무 수상해요.”
“오늘 이곳 팔공산에서 우리가 본 백동방은 가짜예요. 하지만 굳이 우리가 그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지요. 괜히 의문을 제기했다가 간신히 이룬 동맹까지 깨어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저 역시 최근 교주님께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교주님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 일단 혈교를 소탕할 때까지 지켜보도록 해요.”
“네. 성녀님. 어떤 경우에도 혈교 놈들은 반드시 소탕해야 하니까. 하지만 사부님 의도를 확실히 모르는 게 조금 불안하긴 해요. 사부님의 무공 수위와 본교 병력 정도면 사실 영웅맹 도움 없이도 혈교 놈들을 소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혈교주의 무공이 생각보다 강해 교주님과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면 의외로 싸움이 오래 걸릴 수가 있어요. 교주님께서 영웅맹과 동맹을 체결하라고 명을 내리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 좋겠지만······ 일단 부맹주가 가짜 영웅보 대공자란 사실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네.”
성녀가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두 사람이 있는 대기 막사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영웅맹 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맹주께서 오셨습니다.”
성력으로 음파를 차단하고 있었던 성녀가 차단을 해제한 후 말했다.
“들어오시게 하세요.”
“네.”
무사의 대답 후 얼마 있지 않아 백무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하오. 내일 새벽 출발할 때까지 푹 쉬셔야 하는데······.”
“아니에요. 따로 저희에게 하실 말씀이 있는가요?”
“그렇소.”
“말씀하세요. 무슨 일인가요?”
“그게······ 혹시 내 신분에 관해 의심하고 있지 않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성녀가 침착하게 부인을 했다.
매영설 역시 마찬가지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
“천마 교주께서 실은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이라는 사실을 나 역시 잘 알고 있소.”
“아니! 그 사실을 어떻게?”
매영설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성녀가 눈치를 줬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두 분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로 천마신교 교주요. 물론 원래는 지금처럼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이었소. 아, 그리고 귀교의 부교주로 최근 교주로 자처한 백천 그 사람 역시 바로 나요. 마지막으로 영웅맹주 백무명 또한 바로 나요. 비록 기억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두 분이라면 내 말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보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성녀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영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맹주께서 제 사부님이란 말씀인가요?”
“그렇소. 다만 옛 기억을 아직 전부 되찾지 못했을 뿐이오. 확실한 것은 아마도 황산으로 진격하고 있는 가짜 천마와 겨루고 난 후 알게 될 것 같소. 하지만 그전에 두 분께서 진실을 아셔야 헛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밝히는 것이오.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겠소? 내 완전히는 아니나 최근 기억을 부분적으로 회복하고 있으니 두 분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을 해드리겠소.”
“지금 하시는 말씀이 진심인가요?”
성녀가 정색하며 물었다.
더는 그녀 역시 이 문제를 회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영설 또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부터 찬찬히 설명을 해보겠소. 이후 질문을 받겠소. 그러다 보면 혹시 두 분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를 것도 같소.”
“네. 경청하겠어요.”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