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7
“진군하라!”
백무명의 명에 따라 이십만 영웅맹 무사들이 일제히 구화산을 향해 나아갔다.
전날 성녀와 매영설의 방문을 받은 백무명은 천마신교와 혈교의 갑작스러운 동맹을 알게 되었다. 밀담 후 그는 즉시 백여희를 비롯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지체없이 구화산에 있는 적들부터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구화산에 원래 주둔하고 있던 천마신교 십만 병력이었다.
혈교와 달리 어떤 경우에도 그들과 싸우는 일은 막아야 했다.
다행히 성녀와 매영설이 그 일을 자처했다.
그 때문일까.
성녀와 매영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먼저 구화산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천마신교 측에는 두 사람이 영웅맹 진영에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질 것이었다.
실제 성녀와 매영설이 자진해서 천마신교와 혈교의 동맹 사실을 알려줬다는 사실은 백무명과 백여희 두 사람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은 두 사람이 말없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천마신교와 혈교의 동맹 사실은 첩보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오늘 새벽 진짜 정탐부대의 보고로 재확인되었다.
천마와 혈교주의 대결이 무승부로 끝난 사실과 이후 벌어진 동맹 체결까지.
상황이 급작스럽게 흘렀으나 지금 최선의 방안은 황산에서 적들의 원군이 오기 전에 재빨리 구화산에 있는 혈교 병력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성녀와 매영설이 구화산에 있는 천마신교 무사들을 설득하여 백무명 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폐쇄진법을 펼쳐 천마신교 무사들을 가두면 된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기의 폭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었기에 하루빨리 천마와의 대결을 성사시키려는 그였다.
두두두두.
와아아아.
말발굽 소리와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일대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 이십만 병력이 마침내 구화산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혈교와 천마신교 무사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탐부대의 보고대로 두 세력 모두 산 위에 있는 것 같았다.
“모두 멈추시오!”
백무명이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십만 영웅맹 무사들이 일제히 진군을 멈추고 도열했다.
일단 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 전투가 시작될 확률이 매우 높기에 마지막 휴식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혈교 놈들이 천마신교 무사들을 방패 삼아 산속에서 우리와 승부를 보려는 속셈인 것 같아요. 분명히 산속 곳곳에 절진과 기관을 설치해두었을 테니 섣불리 올라가서는 안 돼요.”
“그럼 여기서 혈교 놈들을 기다리자는 말이오?”
“네.”
백여희가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하면 영웅맹 무사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으므로 그녀뿐만 아니라 백무명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 모두 긴장된 표정이었다.
대륙표국주 우문성도가 말했다.
“시간을 지체하다가 황산에서 놈들의 지원 병력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병력이 자그마치 사십만입니다. 이곳 구화산에 있는 혈교와 천마신교 병력이 이십만이니 총 육십만이 되지요. 이십만에 불과한 우리보다 세배의 병력입니다. 각개격파할 절호의 기회이니 실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놈들이 산 아래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면 벌써 내려왔을 겁니다. 부맹주께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우문성도의 말에 영웅맹 무사들이 술렁였다.
무사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무래도 그의 말에 지지 의사를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매화검선이 말했다.
“저 역시 우문 국주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비록 진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겠지만 그것을 격파하고 어서 놈들을 소탕해야 합니다.”
“놈들이라면 혈교뿐만 아니라 천마신교 병력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씀입니까?”
백무명이 물었다.
아직 성녀가 천마신교 병력을 회유하려는 계획을 백여희 외에 다른 지휘부 고수들에게 밝히지 않은 상황.
“물론입니다. 천마 그자가 우리를 배신하고 혈교와 함께 협공을 가하려 하는데 어찌 그놈들만 제외하겠습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일단 우리 목표는 혈교 한 곳으로만 한정할 생각입니다.”
백무명의 말에 영웅맹 무사들이 다시 술렁였다.
매화검선이 물었다.
“혹시 우리 영웅맹과 동맹을 맺었다가 형산에서 실종된 백천 그 사람과 연락이 된 겁니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력상으로 봐도 우리가 혈교 한 곳만 상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이니, 한시진 정도만 기다려보도록 하지요. 만일 그때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그때는 부득이 총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영웅맹 무사들이 대답과 함께 임시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임시 진영이라 막사를 전부 치지는 않고 지휘부 고수들이 사용할 막사 백여 개 정도만 곳곳에 설치했다.
“백 군사는 나 좀 보도록 합시다.”
“네. 부맹주님.”
백무명이 백여희를 불러 지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 * *
“오라버니. 성녀가 천마신교 무사들을 회유하는 데 성공할까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성녀의 천마신교에서의 위치를 생각할 때 최소한의 결과는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한시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으면 다른 고수들 말대로 산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때 가서 보자. 성녀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으면 일단 나 혼자 산 위로 올라가 보는 수도 있겠지.”
“오라버니 혼자서요?”
“그렇다. 성녀가 실패했다면 내가 폐쇄진법을 펼쳐서라도 천마신교 무사들을 고립시켜 놓으면 되지 않겠느냐? 한시진만 고립시켜 두면 그동안 혈교 놈들을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내가 먼저 놈들의 공격력을 무력화시켜야 하겠지만 말이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하하. 난 괜찮다.”
백무명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무사 한 명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천마신교 매영설 소저가 특사 자격으로 다시 왔습니다.”
“매 소저가? 어서 모셔오너라.”
“네.”
“부맹주님. 성녀님의 명으로 이렇게 제가 왔습니다.”
매영설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오시오. 안 그래도 소식을 기다렸소. 어떻게 되었소?”
“일단 구화산에 있는 천마신교 무사들의 지휘권은 성녀님이 물려받으셨습니다. 다만 황산 쪽에서 천마 교주님의 지휘 서신이 날아왔습니다. 부맹주님과도 관련 있는 내용이라 대답을 듣기 위해 제가 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천마 교주께서 부맹주님과의 일대일 대결을 원하십니다. 조건은 이기는 쪽이 상대측의 수하를 모두 얻는 것으로 하자는군요.”
“가짜 천마 교주가 영웅맹주가 아니라 나와 생사결을 벌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오?”
“네. 성녀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본교와 영웅맹 무사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번 구화산 싸움에 본교 병력은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는데, 예상을 뛰어넘어 천마 교주께서 부맹주께 생사결을 제의하는 바람에······.”
“아직도 그자를 교주로 생각하시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으니 호칭은 불러줘야지요. 그 대신 이제 사부님이란 호칭은 사용하지 않을 셈입니다.”
“고맙소.”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성녀보다 매영설의 지지를 얻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생사결 제의를 수락하실 건가요?”
“물론이오. 대결의 시간과 장소는 어떻게 되오?”
“대결은 모레 황산에서 열자고 하네요. 부맹주께서 수락하시면 이곳 구화산에 있는 본교와 혈교 병력 모두 황산으로 복귀하게 될 겁니다.”
“으음, 여희, 네 생각은 어떠하냐?”
“황산 어디냐가 중요하겠네요. 정확한 장소가 정해졌나요?”
“황산 혈교 총단이라더군요.”
“본맹 병력을 모두 데리고 가도 무방한가요?”
“네. 이번 생사결이 결정되면 본교와 혈교, 그리고 영웅맹 이렇게 세 곳의 팔십만 병력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겁니다.”
“매 소저 생각은 어때요?”
“저는 부맹주님의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승리할 자신이 있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하기야 오라버니가 천마에게 승리한 후 본맹과 천마신교 병력으로 혈교를 공격하게 되면 단번에 무림을 평정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천마 그자가 차려준 밥상이라, 또 어떤 음모가 숨어있는지 모르겠군요. 제 생각에 천마는 이미 성녀님과 매 소저의 반역을 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성녀님과 저도 각오하고 있어요. 이미 결정한 일이라 후회는 없어요.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혈교주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일이에요.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테니 천마와의 대결에 너무 힘을 빼지는 마세요.”
“하하하. 어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일단 수락할 테니 그대로 진행하자고 하시오. 모든 것은 임기응변으로 해결해나갈 것이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돌아가서 성녀님께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구화산에 있는 본교와 혈교 병력이 먼저 황산으로 복귀할 겁니다. 여러분은 한시진 정도 시차를 두고 황산으로 오시면 될 겁니다.”
“알겠소.”
“네. 그럼 가보겠어요.”
매영설이 고개를 숙인 후 지휘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 밖에는 백여 명의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매영설이 경공을 펼쳐 구화산 위로 올라가자, 백무명과 백여희도 지휘부 고수들을 지휘 막사 안으로 불러들였다.
백여희가 조금 전 결정된 백무명과 천마의 생사결을 지휘부 고수들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 *
“놈들의 함정입니다. 혈교주와 천마가 서로 짜고 부맹주님을 비롯하여 본맹 무사들을 일거에 제거하려는 음모입니다.”
“놈들 소굴로 한번 들어가게 되면 생사결과 관계없이 전면전을 피하기 힘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중과부적으로 우리 쪽 패배가 확실해집니다. 황산에서 놈들의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당장 산 위로 올라가 놈들을 소탕해야 합니다.”
“천마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놈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숱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었다.
하지만 백무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수락을 했습니다. 곧 혈교와 천마신교 무사들이 산에서 내려와 황산 쪽으로 향할 겁니다. 그들이 가는 길을 막지 말고 우리도 뒤따라갈 준비를 해주십시오.”
백무명이 말을 한 후 영웅기를 꺼내 높이 들었다.
다시 반대하려던 지휘부 고수들도 어쩔 수 없는 듯 잠잠해졌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작전 회의가 끝난 후 백무명은 백여희, 백운목 등 핵심 고수 몇 명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 후 그들마저 돌아가자 백무명은 혼자서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모레 있을 천마와의 대결을 앞두고 기존 내공의 억제를 풀려는 것이었다.
원래 불가능했던 일인데 시도를 해보는 것은 그의 몸속에 신선지기가 가득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기의 폭주 현상 중 하나였는데, 기존 내공 역시 폭주를 하고 있어 어서 그 고삐를 풀어줘야 했다.
후유증 때문에 제한되어 있는 내공을 계속 풀어주지 않으면 내부 기폭발로 주화입마가 될 수도 있었다.
‘천마와의 생사결이 아니더라도 더는 참기 어려웠다. 황산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확보되어 있으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내공 발현 제한 현상을 풀어야 한다.’
백무명이 천천히 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방식은 신선지기를 기존 내공과 연결해 한꺼번에 일주천하는 것으로, 단 한 번만 성공하면 기존 내공에 가해진 제한을 풀 수 있었다.
‘마음으로 서로의 기운을 연결해야 모든 것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기존 내공과 신선지기의 구별 또한 사라지며 전체가 하나의 기운으로 될 것이다.’
백무명이 눈을 감고 깊은 운공에 들어갔다.
지휘 막사 밖에는 백여희가 호법을 서고 있었다.
백무명이 그녀에게만 자신의 운공요상 사실을 알려줬는데, 그녀가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지 않고 막사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었다.
‘오라버니의 지금 운공이 무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부디 성공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