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3
다시 한 달이 흐른 후 신선계에 한 사람이 진입했다.
잠력을 일으켜 특수이동 대법 연마 기간을 한 달 단축하는 데 성공한 백엽이 마침내 신선계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전에 신선계와의 연결 통로가 있었던 와룡곡에도 여러 번 갔었지만, 당시 붕괴한 통로는 그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수색을 통해 무림과 신선계의 연결 통로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법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신선계로 들어왔군.’
백엽이 이름 모를 계곡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선계는 무수히 많은 봉우리와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일단 평등반선께서 계신 신선봉으로 가야 한다. 평등반선께서 무림과의 연결 통로에 관해서 알고 계실 수도 있고, 백반선들과의 연락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다만 신선봉의 위치를 모르는 것이 문제구나.’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당시 그는 평등반선을 만나 신선주를 마신 후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신선봉에 있는 한 동굴 안이었다.
하지만 운운술을 터득한 그로서는 한 번쯤 시도해볼 만했다.
운운술을 펼칠 때 그 목적지는 의념으로 결정되는데, 한번 가본 적이 있는 데다가 동굴 안의 풍경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일단 운운술부터 펼쳐보자.’
백엽이 운운술을 펼치자 구름 한 조각이 빠르게 다가왔다.
바로 신선계 안에 떠다니는 신선운이었다.
백엽이 조심스럽게 구름 위에 올랐다.
두 발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게 무림에서 운운술을 펼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이제는 목적지를 지정할 때.
마음속으로 의념을 내기만 해도 되고, 가볍게 말하는 것도 상관없었다.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가볍게 말하는 것이 더 확실할 수도 있었다.
“신선봉으로 가자!”
백엽의 말이 있자, 구름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백엽이 매우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신선계 봉우리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다고 하더니, 역시 봉우리 이름을 들어두기를 잘했구나. 그나저나 평등반선께서는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구나. 그동안 연락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설마 내가 무림으로 복귀하던 날 놈들에게 당한 것은 아니겠지.’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히며 신선계 전체를 둘러봤다.
구름을 타고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음에도 사방은 끝이 없었다.
‘신선계 전체가 하나의 환영진이라고 하더니 그게 정말 사실인 것 같구나. 하기야 시작도 끝도 없다고 했으니 경계가 없을 수도 있겠군.’
백엽이 속으로 감탄하며 계속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그를 태운 구름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한데 반시진이 지났음에도 멈추지 않는 게 아닌가.
날아온 속도로 봤을 때 구름을 타고 온 거리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엽이 초조한 마음을 낼 때였다.
비로소 구름이 속도를 줄이며 한 봉우리 쪽으로 날아갔다.
“아!”
백엽이 탄성을 터뜨렸다.
동굴 입구 하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신선동(神仙洞)이다!”
평등반선과 있을 때 동굴 모양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신선동은 신선봉에 있는 수천 개가 넘는 동굴 중 한 곳으로, 바로 평등반선이 수도하는 곳이었다.
신선봉에 도착해서도 그 위치를 모르면 곤란할 뻔했는데, 신선운이 알아서 그 입구까지 온 것이었다.
이는 백엽이 익힌 운운술의 수준이 높기 때문으로, 시전자의 기억까지 참고해 그 목적지를 찾아가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고맙다!”
백엽이 구름을 향해 말을 한 후 신선동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동굴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없어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인기척이 없다는 것은 평등반선이 안에 없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신선계 지리를 거의 모르는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등반선이 없다면 당분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그의 처지였다.
휙휙.
신선동 안에 들어간 백엽이 경공을 펼쳐 좀 더 깊숙이 들어갔다.
* * *
신선동 안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우려대로 평등반선은 보이지 않았다.
동굴 안에 들어온 지 한시진이 넘어선 지금 백엽은 일단 평등반선을 찾는 일을 중단하고 이전에 그가 지냈던 연공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공실 안에 있는 항아리와 구석에 있는 샘터를 보고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아리에는 일종의 벽곡단이라 할 수 있는 신선단이 여전히 가득했고, 샘터에 물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잘되었군. 내가 예상보다 한 달 일찍 신선계로 들어왔으니 며칠 간이라도 평등반선님을 기다리면서 신선비급 연마에 집중하자. 신선비급을 완전히 연마해야 천년 전 천계제일인이었던 지존천선께서 남긴 힘을 완전히 얻게 된다고 하셨던가.’
백엽이 이전에 평등반선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마신 신선주 안에 지존천선이 남긴 힘이 있고, 이는 신선비급을 모두 연마해야 얻을 수 있다고 평등반선이 말했던 것이다.
현재 신선비급 상의 신선술 연마는 상당한 정도로 진척이 있었다.
운운술 연마로 자동으로 절반의 신선술을 터득했고, 이번에 난제였던 특수이동 대법을 터득하게 되어 다시 나머지 신선술을 대부분 자동 터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터득하지 못한 신선술이 열 개나 있었다.
‘가장 위력이 강하다는 십대신선술(十大神仙術)이 남았군. 이를 모두 터득해야 지존천선께서 남긴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흑반선회주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사실 성녀, 매영설, 생사신의 등의 안위 때문에 서둘러 신선계로 들어왔지만 흑반선회주를 비롯한 흑반선 모두를 상대해서 이길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그래서 평등반선을 비롯한 백반선들의 도움과 은둔반선들의 도움을 기대했는데, 그마저 평등반선을 아직 만나지 못해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안에 십대신선술을 터득한다. 그러면 내 힘으로 흑반선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 *
다시 또 한 달이 흘렀다.
백엽이 신선동에 들어온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야말로 금세 지나간 것이었다.
바깥 상황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십대신선술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등반선의 도움 없이 무작정 흑반선회주를 찾아가서는 승산이 없었다.
평등반선 역시 지난 한 달간 전혀 소식이 없었다.
처음 며칠은 무척 기다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미련을 버리고 십대신선술 연마에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신선단과 샘물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단순한 식량과 식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이 지난 지금 그의 신선술 연마는 막바지에 달해 있었다.
일반 신선술은 말할 것도 없고 십대신선술 또한 세 가지 빼고 모두 익히는 쾌거를 이루었다.
완벽히 연마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으나 그 세 가지 신선술은 무형검 최고의 경지인 지성자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 단기간 연성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나마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익힌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이제 웬만한 흑반선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백엽이 연공실에서 나왔다.
혹시 몰라 남은 신선단은 모두 지존환 속에 넣어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찾아보자. 평등반선께서 뭔가 단서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백엽이 신선동 안을 세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감각이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 한번 꼭 거쳐야 할 절차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선동 밖으로 나가려 할 바로 그때.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동굴 천장이 보였다.
먼지가 가득한 천장.
백엽이 눈여겨본 것은 바로 먼지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었다.
위치가 천장인데다가 굳이 먼지를 치워볼 생각을 못 했었는데, 지금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백엽이 우수를 한번 흔들자, 천장에 묻어 있던 먼지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아!”
백엽이 감탄성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굴 천장에 글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내용이었다.
바로 평등반선이 백엽에게 남긴 것이었다.
‘등선봉이라. 평등반선께서 혹시 몰라 나를 위해 글을 남기셨구나. 한데 대마신이라면 마계의 마신들을 말하는 것인가.’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마계의 마신들에 관해서는 신선비급에도 수록되어 있었다.
‘대마신이라면 마신 중에서도 마력이 높은 자들일 것이다. 그들이 흑반선의 배후라면 흑반선회주를 제거해도 이번 싸움의 끝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백엽이 답답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랬다.
‘신선비급에 의하면 천계와 마계는 지금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했다. 마계의 대마신들이 무작정 날뛰도록 천계에서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앞질러 걱정할 필요 없다. 지금은 흑반선들을 제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 등선봉으로 간다.’
백엽이 우수를 흔들어 천장에 새겨진 글을 지운 후 동굴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인기척이 나며 몇 개의 인영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백엽이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얼마 후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세 명의 노인이었다.
“후후후! 백엽 네놈이 정말 신선계에 들어와 있었구나.”
노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말이었다.
참고로 백엽은 지금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의 얼굴, 즉 본얼굴을 하고 있었다.
석 달 전 황산에서 자신의 모든 신분이 드러난 후 앞으로 본얼굴로 지내겠다고 공표했던 그였다.
“그대들은 흑반선들이오?”
“후후후! 그렇다. 네놈이 소리도 없이 신선계에 잠입했었다니.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 우리가 방심했구나.”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오?”
“회주님께서 네놈을 발견하면 체포해서 데려오라는 명을 내리셨다.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고 하셨지.”
“마음대로 해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