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4
꽈앙!
흑반선 세 명의 합공에 백엽이 같은 장력으로 응수하자 신선동 전체가 흔들리는 폭음이 일었다.
“으윽!”
“으윽!”
흑반선 세 명이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칠공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아무래도 죽음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백엽이 침착하게 그들 세 명에게 다가가 천마초혼술을 펼쳤다.
천마초혼술은 상대의 기억을 읽어내는 효능이 있어 지금 백엽에게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천마초혼술은 죽은 지 한시진 이내가 원칙인데, 살아있을 때 시행하면 더 큰 위력이 있었다.
“으윽!”
“으윽!”
기억까지 빼앗겼기 때문인가.
흑반선 세 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절명했다.
그제야 백엽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흑반선 세 명의 합공을 예상보다 훨씬 쉽게 제압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전 같았으면 이렇게 쉽게 처리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상대한 흑반선들의 무공이 이전에 대적했던 흑반선들보다 훨씬 높았다.
‘신선비급을 대부분 연마했기 때문인가. 하기야 몸속의 신선지기와 내공 등이 극에 달했고 무엇보다 안정화되어 있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신선술을 많이 연마할수록 기존 무공의 위력 또한 강해지는 것 같군.’
백엽이 미소를 지은 후 삼매진화를 일으켜 흑반선들의 시체를 불태웠다.
화르르.
시체들이 한 줌 재가 되자 백엽이 동굴 입구 쪽으로 다시 나가 운운술을 펼쳤다.
구름 위에 올라탄 백엽이 말했다.
“등선봉으로 가자!”
신선운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북쪽으로 날아갔다.
백무명이 조금 전 흑반선들로부터 파악한 신선계 지리를 떠올렸다.
‘백반선들의 연합 단체인 백반선회 총단이 등선봉에 있었구나. 흑반선회 측에서도 이를 알고 있지만, 등선봉 주위에 펼쳐진 진법 때문에 쉽게 접근을 못 하고 있군. 놈들의 신선계에 대한 기억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구나.’
등선봉으로 향하는 도중 백엽은 흑반선들로부터 빼앗은 기억들을 되새겼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어떤 특수 대법에 걸렸는지 흑반선회주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신선비급에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신선계의 전체적인 지리 파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참고로 신선계는 크게 동서남북으로 나뉘는데, 북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의 봉우리들은 거의 다 흑반선회 측에서 장악한 상태였다.
특히 신선계 정중앙에 있는 지성봉(至聖峰)에는 흑반선회의 총단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성봉에 흑반선회주가 있겠군. 무림에서 잡혀간 무사들 역시 지성봉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감옥 기능도 하고 있다는 신선광장이란 곳이 가장 유력하겠군. 하지만 지성봉 주위에 절진이 펼쳐져 있어 백반선들의 도움 없이는 진입이 어려울 것 같구나.’
백엽이 아쉬워했다.
흑반선들로부터 파악한 지리 정보를 통해 흑반선회 지휘부의 위치를 대강 파악할 수 있었으나, 절진을 파훼하는 방법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죽은 흑반선들이 그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들 세 명은 영웅맹으로 치면 호법 정도의 지위를 가졌던 것 같군. 세 명은 쉽게 제거할 수 있었으나, 열 명 이상이 되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울 듯하다. 방심해서는 안 되겠구나.’
백엽이 신선운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조금 전 흑반선들과의 싸움에서 미세하게나마 기혈의 흔들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렇게 시간이 있을 때 바로바로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는 동안 신선운은 계속 북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백엽이 문득 흑반선들로부터 얻은 정보 중 은둔반선들에 관한 것을 떠올렸다.
‘은둔반선들이 수도하는 곳은 신선계 내에서도 아주 은밀한 곳이거나 신선계 외부 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신선계 장벽 근처라 했는데, 신선계 장벽이란 곳이 궁금하구나. 장벽이라 함은 동서남북 사방의 끝이라 할 수 있을 터. 장벽 너머는 신비의 땅이라 반선들도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니 섣불리 들어갈 수도 없겠군. 그 때문에 간섭을 싫어하는 은둔반선들이 장벽 근처에서 은둔하고 있는 것인가.’
많은 의문이 떠올랐으나 정리된 지식은 아니었다. 보다 상세한 것은 백반선들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백엽은 운공요상에 몰두했다.
‘그나저나 백반선회 총단이 있는 등선봉이 매우 멀구나. 일단 그곳까지는 무사히 가야 할 텐데······.’
* * *
등선봉.
주위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그 실체를 볼 수 없었지만 한눈에 봐도 절진이 펼쳐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각 전 이곳 등선봉에 도착한 백엽은 신선운 위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무작정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특히 푸른 안개가 아무래도 진입을 막는 보호진법 같았다.
그러기를 얼마나 더 있었을까.
안개 사이로 구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노인 세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이 물었다.
“귀하는 뉘시오? 보아하니 흑반선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백엽이라고 합니다. 무림에서 왔습니다. 평등반선께서 이곳으로 가보라는 글을 남기셨는데, 그것을 보고 곧장 왔습니다.”
“아! 그대가 바로 지존천선의 후계자 백엽이오?”
“제가 백엽인 것은 맞지만, 지존천선의 후계자는 아닙니다.”
“평등반선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 다들 그대를 그렇게 부르고 있소. 중원무맹의 맹주를 맡고 있는 게 맞소?”
“네.”
“어서 우리를 따라오시오.”
“네. 감사합니다.”
백엽이 고개를 숙인 후 반선들을 따라갔다.
백엽을 안내해 등선봉으로 날아가고 있는 반선들은 백반선회 소속 백반선들이었다.
참고로 백반선회는 아주 오래전에 조직된 단체였다. 하지만 흑반선들과의 도력 대결에 패해 주도권을 내준 후 사실상 봉문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조직을 정비해 이곳 등선봉에 총단을 마련하고 활동 중이었다.
백엽이 들어간 곳은 등선봉 표면에 나 있는 수천 개의 동굴 중 한 곳이었다.
바로 백반선회 총단 지휘부로 사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하하하, 어서 오시오. 부족하나마 백반선회 부회주를 맡고 있는 창공반선(蒼空半仙)이라고 하오. 만나서 반갑소. 이들은 우리 백반선회의 지휘부 반선들이오. 서로 인사하시오.”
창공반선이 백여 명에 달하는 지휘부 백반선을 소개해줬다.
등선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굴 안은 매우 넓어 천 명도 수용이 가능해 전혀 비좁지 않았다.
백엽은 생각보다 백반선들의 수가 많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간단한 통성명이 끝난 후 백엽이 물었다.
“지휘부 백반선들만 백여 명이나 되는군요. 일반 백반선들은 어느 정도 됩니까?”
“우리를 포함해 등선봉에 거주하고 있는 백반선들은 대략 천여 명이오.”
대답해준 사람은 백반선회 총군사를 맡고 있는 북두반선(北斗半仙)이었다.
백엽이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군요. 혹시 평등반선님은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회주께서는 대마신들의 공격을 받고 마계로 끌려갔소이다.”
“아!”
백엽이 놀라움과 함께 탄식했다.
놀란 것은 평등반선이 백반선회의 회주라는 사실 때문이었고, 탄식은 평등반선 자신의 예상대로 대마신들에게 붙잡혀 끌려간 게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회주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었소.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백 맹주께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라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무래도 백 맹주께서 우리 백반선회의 회주 자리를 맡아주셔야 할 것 같소. 이는 회주께서 당부하신 것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오.”
“평등반선님을 구출하는 데는 최선을 다할 것이나 능력이 부족한 제가 어찌 회주가 될 수 있겠습니까?”
“무슨 겸양의 말씀을. 흑반선회와 대마신회(大魔神會)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백 맹주 같은 능력자가 꼭 필요하오. 지금 풍기는 기도만으로도 우리들의 수장이 될 만하오. 수락해주시겠소?”
창공반선이 말을 한 후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북두반선 등 지휘부 백반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백엽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제 능력은 제가 잘 압니다. 회주 자리는 아직 제가 맡을 능력이 되지 못합니다.”
“으음, 좋소이다. 우리가 너무 성급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소. 일단은 백 맹주를 본회의 빈객으로 모시고 회주 취임 문제는 차차 논의하기로 합시다.”
“네. 감사합니다.”
백엽이 다소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쉽게 자신의 거절 의사가 수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나를 시험해본 것인가. 하기야 아직 이곳에서는 내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등선봉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지 오래된 것 같구나.’
백엽이 눈을 빛내며 백반선들을 따라 취의청으로 갔다.
취의청은 등선동 내부에 있는 여러 석실 중 하나로 한 번에 삼백 명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마침 흑반선회와의 전쟁을 상의하는 중이었소. 한데 이렇게 백 맹주께서 와주셨으니 정말 기쁘기 짝이 없소.”
창공반선이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말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곳마저 아무도 안 계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흑반선회 병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직 모르고 있었소?”
“네. 아무래도 흑반선회가 몇 배 이상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겠지요?”
“몇 배가 아니오. 정확한 수는 모르나 최소 십만 명의 흑반선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소.”
“십만 명이나 됩니까?”
“그렇소. 그들은 이미 신선계의 주도권을 장악한 데다가 대마신들의 도움을 얻어 완벽하지는 않으나 상고밀약을 회피할 방법까지 알고 있소. 그러니 중립을 지키던 반선들이 대부분 흑반선회로 몰리지 않겠소? 반면 우리 백반선회는 겨우 맹맥만 유지하는 중이오.”
“병력 규모가 중요하긴 하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요. 상대의 병력이 우리보다 백배 많지만 진정한 깨달음을 지닌 고수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승리는 우리 것이 될 겁니다.”
“통쾌한 대답이오. 어째서 회주께서 그대를 지존천선의 후계자라고 말씀하셨는지 잘 알겠소. 이왕 이렇게 왔으니 우리와 힘을 합쳐 놈들을 소탕하도록 합시다.”
“네. 한데 대마신회의 힘은 어느 정도입니까? 대충 들어보니 마계 전체의 힘은 아닌 것 같은데······.”
“대마신회는 마계의 선봉 부대 격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오. 마신 중에서 마력이 높은 자들을 대마신이라 부르는데, 대마신회에 소속된 대마신의 수만 십만 명 정도로 알고 있소.”
“십만이나 됩니까?”
“그렇소. 하지만 대부분은 마계에 머물러 있고, 이곳 마계와 신선계를 오가며 활약하는 대마신은 천 명 정도로 알고 있소.”
“선봉 부대만 십만 명이면 마계에는 그런 대마신들이 얼마나 있다는 말씀입니까?”
“천계도 마찬가지지만 마계 역시 그 힘은 아무도 모르오. 마치 신선계의 크기가 끝이 없듯이 무한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오.”
“무한대라면 너무 막연하군요.”
“그럴 것이오. 하지만 천년 전 신마대전 때 밝혀졌듯이 실제 전투에 나서는 병력은 한정적일 것이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평등반선님을 구출하는 것인가요?”
“회주님을 구출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오. 우리 독자 힘으로 마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바로 흑반선회를 소탕하는 일이오. 비록 우리가 상대 병력의 백분지 일에 불과하나 흑반선회주 그자만 제거하면 신선계의 여론을 돌릴 수 있을 것이오.”
“그 말씀은 혹시 은둔반선들의 지지를 생각하신 겁니까?”
“그렇소. 생각보다 우리 신선계에 관해 많이 알고 있구려. 피곤할 테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합시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