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5
“역시 신선광장이란 곳에 무림에서 데려온 무사들이 갇혀있었군요. 한데 백만 강시를 만든다는 겁니까?”
“그렇소. 신선강시라고 흑반선회주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소. 이제 거의 완성이 다 되어 무림 침공의 선봉 부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우리 백반선들을 공격할 도구로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오.”
백반선회 총군사 북두반선의 말에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큰일이군요. 신선강시에 관한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있긴 있소. 회주께서 대마신들에게 끌려가기 전에 천안통으로 조사한 적이 있는데, 신선강시를 두 종류로 나눠 제작한다고 알고 있소.”
“두 종류라 하심은?”
“칠마종과 혈교, 서장무맹, 그리고 흑도 무사들로 구성된 강시부대와 나머지 정파 무림인과 천마신교 무사들로 구성된 강시부대가 바로 그것이오. 그 비율은 대략 칠대 삼으로 알고 있소.”
“아! 그럼 혹시 칠마종과 혈교 등으로 구성된 강시부대가 먼저 완성된 게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소? 백 맹주 말씀 그대로요. 원래 이 신선강시는 일반 강시와 달리 그 움직임이 살아있는 무사들과 큰 차이가 없소. 따라서 그 위력도 엄청난데 다만 그 순응도가 차이가 있소. 그 차이가 완성 속도에 바로 드러난 것이오.”
“정파 무림인들이나 천마신교 무사들은 반선들에 대해 적개심이 강해 완벽한 통제가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이미 칠십만 강시가 완성된 셈이니 그들만으로도 흑반선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는 데 큰 지장이 없겠군요.”
“바로 그러하오. 그래서 어쩌면 일부 백반선들의 견해이긴 하나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강시들은 폐기할 수도 있을 것이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백엽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폐기 위험에 처한 무림인들은 대부분 이전 무림맹 무사들이었다. 무림연합군이란 명분으로 출정을 나갔던 삼십만 무사들. 그중 살아 돌아온 자는 삼 만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외 사천성에서 실종된 무림맹 무사들과 천마신교 원로원 고수 백여 명 등도 폐기 위험에 처한 무사들이라 할 수 있었다.
“백 맹주의 마음을 이해하오. 하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흑반선회주의 제거라 할 수 있소. 병력에서 절대 열세인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오. 그 과정에서 운이 좋다면 신선강시로 제작되고 있는 무림인들을 구출할 수도 있을 것이오.”
“어떤 방법으로 말입니까?”
“흑반선회주를 죽인 후 그로 행세하면 될 것이오. 구출해야 할 신선강시들을 선별해 이곳 등선봉까지 데려와서 치료한다면 어쩌면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이제 명료해지는군요. 흑반선회주 제거와 붙잡혀온 무림인들 구출. 이 두 가지 임무가 가장 시급한 것 같습니다.”
“그러하오. 그리고 이왕이면 이번 기회에 칠마종과 서장무맹, 혈교, 흑도 등으로 구성된 신선강시 칠십만 병력을 제거할 수 있으면 더욱더 좋을 것이오.”
“저도 찬성이지만 놈들을 제거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혹시 이것도 흑반선회주로 행세하면 처리할 수 있는 겁니까?”
“아마 그럴 것이오. 신선강시를 부리는 최종 지휘자는 아마도 흑반선회주 그자 일터. 놈을 죽이고 기억을 빼앗는다면 가능하지 않겠소?”
“그렇군요. 그럼 언제 지성봉으로 가게 되는 겁니까? 소수 인원이 가게 되겠지요?”
“물론이오. 다만 암살 임무이기 때문에 함께 움직이는 것은 간파될 위험이 크오. 그래서 백 명 정도의 백반선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침투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오. 백 맹주도 그중 한 명이 되어 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언제 출발입니까?”
“바로 내일이오. 내일 신선광장에서 신선강시 출정식이 열린다고 하니 경계가 조금 허술해질 것이오. 그때 들어가면 될 것이오.”
“놈들의 진법을 뚫을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이곳에 오기 전에 흑반선 세 명을 죽이고 그들의 기억까지 빼앗았는데, 웬일인지 진법을 통과할 방법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특수 대법을 통해 기억을 간파당해도 중요 사항은 읽어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오. 하지만 놈들의 진법을 통과하는 방법은 회주께서 천안통으로 이미 알아내셨소. 그 방법을 지금 알려줄 테니 내일 백반선들과 함께 신선광장으로 가기 전에 모두 익히도록 하시오.”
“네. 한데 신선광장은 지성봉 어디에 있습니까?”
“신선광장은 지성봉 꼭대기에 있소. 지성봉 위에는 환영진법이 다시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소신선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넓은 곳이오. 신선광장은 산정 중앙에 있으며 특수 대법을 펼쳐 광장 한 부분을 감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오.”
“아! 그렇군요. 이번 기회에 지성봉을 비롯해 신선계 지리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럴 줄 알고 이미 지도 한 장을 준비했소. 신선계 장벽 너머는 신비의 땅이라 나도 잘 모르지만, 그 외 지역은 대강 파악을 하고 있다오. 받으시오.”
북두반선이 두루마기 하나를 건넸다.
백엽이 받아서 보니 신선계 지도였다.
흑반선들의 기억을 통해 파악한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보기 편했다.
게다가 두루마기 자체에 특수 대법이 펼쳐져 있어 손을 대면 그 부분만 더 확장되어 세밀히 살펴볼 수도 있었다.
북두반선이 미소를 지으며 지도 사용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 이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백반선들이 희생을 당했소. 아무나 볼 수 없으니 잘 간직하시오.”
“네. 감사합니다. 한가지 질문이 더 있는데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혹시 천계와 연락이 됩니까? 어제 대마신회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은둔반선들의 지원만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마신회를 천계에서 상대해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역시 무척 원하는 일이오. 하지만 천계의 움직임은 천기를 헤아리는 것과 같아 그저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소. 다만 천계의 천선(天仙)들을 움직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오.”
“아! 어떤 겁니까?”
“사방주를 모두 모으면 되오. 백 맹주가 그중 하나인 청룡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오?”
“네. 운이 좋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그랬구려. 그러면 때를 기다리시오. 그리고 언젠가 나머지 사방주를 얻을 기회를 만난다면 반드시 확보하시오. 그것이 끝을 알 수 없는 이 싸움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백엽은 백여 명의 백반선들과 함께 등선봉을 떠났다.
백여 개의 신선운을 타고 날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직 운운술에 익숙하지 않은 백엽이지만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혼자 흑반선회 총단에 잠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소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백반선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나는 태양반선(太陽半仙)이라고 하오. 괜찮다면 함께 움직이는 게 어떻겠소?”
“저야 좋지만 원래 개별 작전이 원칙 아닙니까?”
“하하하.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상황에 따라 뭉쳐서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소. 마력이나 요력이 강한 마물이나 요괴가 출몰하면 수십 명이 합동 작전을 벌이는 경우가 바로 그 전형적인 예요. 게다가 백 맹주는 아직 이곳 신선계에 적응을 못 하고 있으니 옆에서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오.”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태양반선 역시 미소를 지은 후 신선운을 백엽 쪽으로 붙여 하나의 구름으로 만들어버렸다.
구름 끼리 부딪히자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진 셈인데 백엽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뭘 그것 가지고 놀라시오?”
“운운술의 변형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소. 잔재주에 불과하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보다 백 맹주는 이번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소?”
“글쎄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다만 상황이 위급하여 어떤 식으로든 임무를 수행할 생각입니다.”
“역시 소문대로요. 포기를 모르고 도전 정신이 뛰어나니 본받을만한 부분이 많소. 사실 나는 백 맹주의 명성을 전해 듣고 일찍부터 한번 만나보고 싶었소. 이번에 이렇게 만났고 동행까지 하게 되었으니 매우 기쁘오.”
“오히려 제가 더 영광입니다. 흑반선회에 비해 백반선회의 전력이 너무 약한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고 말고가 있겠소? 모두 사실인데······ 솔직히 이번 임무는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소. 다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작전에 참여한 것이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아는지 모르겠지만 흑반선회주의 무공은 신선계 제일이오. 대마신들에게 끌려간 회주님과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오. 그런 그를 우리가 어떻게 죽일 수 있겠소?”
“그럼 왜 이런 작전을 추진하는 겁니까?”
“그게 다 천계의 도움을 바라기 때문이오. 이런 식으로 뭐라도 해야 천계에서 관심을 두지 않겠소? 사실 지금까지 우리 백반선회가 무사한 것은 흑반선회 쪽에서 봐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오.”
“봐주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소. 흑반선회주의 능력이라면 아무리 등선봉 주위의 절진이 강력해도 충분히 뚫을 수 있고, 휘하 흑반선의 수도 우리보다 백배나 많소. 게다가 언제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대마신이 천명이나 있으니 어찌 우리 백반선들을 두려워하겠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를 놔두고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오?”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백 맹주 때문이오. 흑반선회주는 줄곧 백 맹주를 노리고 있으므로 이번에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제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까?”
“벌써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오. 아니 보고 이전에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오. 흑반선회주 역시 천안통을 익혔으니까. 그러니 지성봉에 들어가면 조심하시오.”
“알겠습니다. 다른 백반선들도 마찬가지 생각입니까?”
“아마 그럴 것이오. 사실 백 맹주는 일종의 미끼라 할 수 있소. 놈들이 백 맹주에 관심을 가질 동안 백반선들이 임무를 성공시키려 할 것이오. 내가 대신 부회주님과 총군사님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소.”
“아닙니다. 사과받을 일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저를 보호한다고 출정을 막으셨다면 더 화가 났을 겁니다.”
“신선광장에 가둬져 신선강시로 제조되고 있는 무림맹과 천마신교 고수들 때문이오?”
“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구할 생각입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의 굳건한 의지 때문인지 몸 전체에서 서기 같은 것이 어렸다.
그 모습을 본 태양반선이 흠칫했다.
“놀라운 기도요. 역시 지존천선의 후계자답소. 지휘부에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더라도 이해를 해주시오. 사실 지금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는 터라 백 맹주에게 그 모든 위험성을 알릴 수 없었을 것이오.”
“아닙니다. 다만 천계의 지원을 바라기 전에 은둔반선들부터 찾아서 도움을 구하는 게 빠를 것 같군요.”
“하하하. 안 그래도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임무에 참여한 백반선들이 신선계 장벽 쪽으로 날아가 은둔반선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소.”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얼마 후 지성봉 주위의 절진을 뚫게 되면 백반선들 상당수가 다시 빠져나가 흩어질 것이오. 바로 신선계 장벽 쪽으로 도주하는 것인데 흑반선들도 쉽게 쫓아오지 못할 것이오. 그 혼잡한 틈을 타서 백 맹주와 나, 그리고 몇몇 특수 임무를 하달받은 백반선들이 흑반선회주를 공격하게 될 것이오.”
“아까는 그를 죽일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죽이지는 못해도 타격은 줄 수 있지 않겠소? 게다가 백 맹주의 경우는 우리가 그 능력을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일말의 기대가 있소. 솔직히 나 역시 흑반선회주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백 맹주뿐이라고 생각하오.”
“그렇게 되면 저도 기쁠 겁니다.”
백엽이 고개를 돌려 신선계 풍광을 감상했다.
가히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평등반선께서 대마신들에게 끌려가신 후 백반선회가 무척 위축된 것 같구나. 북두반선이 내게 지도를 준 것도 일종의 기대심리일 것이다. 다소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으나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니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겠군.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이니까. 도움을 받겠지만 결국은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할 것 같구나.’
백엽이 상념에 잠겨 있자, 태양반선이 말했다.
“솔직히 백 맹주가 처음 등선봉에 왔을 때 상당수가 의심했었소.”
“의심을 말입니까?”
“그렇소. 나 또한 흑반선회에서 보낸 간자가 아닌가 하고 바로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대화를 듣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소. 그런 의미에서 백 맹주가 백반선회주 자리를 사양한 것은 잘한 일이오. 수락했다면 의심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오.”
“저도 대강 느끼고 있었습니다. 앗! 전방에 뭔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군요.”
백엽이 앞을 가리켰다.
전방 수백 장 앞에 새까만 뭔가가 가득했다.
태양반선이 안색을 굳히며 소리쳤다.
“악마조(惡魔鳥) 떼가 나타났소! 다들 전투태세를 갖추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