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7
‘벌써 이곳에 들어온 지도 사흘이 지났구나. 백반선회와 흑반선회 양쪽 모두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겠군.’
동굴 석실 침상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던 백엽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사흘간 내상은 치료했지만, 동굴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차단막을 제거하고 동굴 입구까지 가봤지만 엄청난 열기의 용암을 발견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천마폭잠공을 다시 펼쳐 용암의 열기를 견딘다고 해도 용암 위쪽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백엽은 어제부터 운공요상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단 하루 만에 조금 남아 있던 내상까지 완전히 회복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도 알 수 있듯이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신선강시 출정식이 있었을 테니 지금쯤 아마도 무림으로 강시들이 나갔을 가능성이 큰데, 지금 그는 이곳에 갇혀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급박한 사정이 없다면 이곳에서 몇 달이고 무공이나 신선술을 연마할 수 있었다.
신선단과 물도 충분하고 그의 무공 또한 깨달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 없었다.
‘이대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 오늘 중으로 반드시 이곳을 나가야 한다.’
백엽이 침상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용암 속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만 생각했었는데, 동굴 내부에 다른 출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이전에 누가 이곳을 사용했다는 것은 지상으로 통하는 다른 출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용암 속을 자유자재로 다니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무엇보다 동굴에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것 또한 외부로 통하는 다른 길이 있다는 증거다. 아무래도 동굴 내부에 다른 기관진식이 없는지 세밀히 살펴봐야겠구나.’
백엽이 천천히 석실 주위의 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점은 없었다.
사실 백엽의 경우 감각이 최고조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웬만한 특이점은 일부러 조사하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지금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동굴 천장을 봤다.
평등반선이 기거하던 신선동의 경우에도 천장에서 서찰을 발견하지 않았던가.
불현듯 그 생각이 들어 천장을 살펴봤다.
신선동과 달리 먼지는 없었으나 중앙 부분에 오목 패인 부분이 있었다.
구슬 하나가 들어갈 공간이었다.
‘혹시?’
백엽이 눈을 빛내며 지존환에서 청룡주를 꺼냈다.
북두반선으로부터 사방주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청룡주를 늘 염두에 두고 있던 그였다.
청룡주를 꺼내 패인 부분과 비교해보니 얼추 그 크기가 맞았다.
백엽이 손을 뻗어 청룡주를 패인 부분에 밀어 넣었다.
바로 그때였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 석벽이 갈라지며 또 다른 석실 하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백엽이 기뻐하며 청룡주를 회수했다.
그런 후 곧바로 새로운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전에 천마신교 교주 침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동작이 매우 침착했다.
비밀 석실 안으로 들어간 백엽은 석실 바닥에 놓인 철상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석실 모서리 쪽에는 문이 하나 달려있었다. 외부와 통하는 비상 출입구일 가능성이 있었다.
백엽이 잠시 생각한 후 철상자 뚜껑부터 열었다.
상자 안에 암기라든지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냥 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것은?”
백엽이 깜짝 놀라며 상자 안에 든 것을 쳐다봤다.
그것은 청룡주와 같은 크기의 구슬이었다. 다만 붉은 빛을 내는 청룡주와 달리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잠시 그 모양을 살펴본 그가 매우 기뻐했다.
“사방주 중 하나인 백호주(白虎珠)로구나.”
무엇보다 청룡주가 백호주를 만나 위잉 소리를 내며 반응을 했다.
‘이곳에서 사방주 중 하나를 발견하다니. 운이 좋구나. 이왕이면 나머지 두 개 역시 한꺼번에 발견했으면 좋으련만.’
백엽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신선술 중 익히지 못한 세 가지 신선술 중 하나를 백호주의 도움으로 연마할 수 있다는 신선비급 상의 내용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 신선술은 신선비검술(神仙飛劍術)이라 하는데, 신선지기를 검 모양으로 만들어 비검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그 경지에 따라 신선비검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어 많은 적을 상대할 때 무척 유용했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비수처럼 작게 만들어 쓸 수도 있어 그 사용방법 또한 무궁무진했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저 문을 열기 전에 신선비검술부터 연마하자.’
백엽이 비상통로로 추정되는 문을 쳐다봤다.
당장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설사 땅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지금 실력으로 다시 당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신선비검술부터 익히려고 한 것이었다.
다행히 신선비검술은 나머지 두 가지 신선술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고민하던 것이었기에 곧바로 백호주를 이용해볼 수 있었다.
백엽이 철상자 앞에서 가부좌한 후 단전에 백호주를 밀착시켰다.
이후는 신선비검술을 구결로 터득하면 되었다.
다만 신선비급에도 백호주가 어떻게 신선비검술 연마에 도움이 되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았기에 임기응변이 필요했다.
‘일단 일주천을 한다. 백호주가 도움을 줄 것이다.’
백엽이 몸속의 신선지기를 구결에 맞게 일주천을 했다.
이전에는 도중에 끊기는 폐단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순조로웠다.
백호주가 푸른 기운을 단전을 통해 넣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엽이 연공을 마치고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다. 백호주의 기운이 일주천을 막고 있던 혈맥을 뚫어주었다.’
백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선비검술 연마에 성공한 지금 시급한 것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사실 탈출을 계속 늦추다가 기관이 발동하면 영원히 이곳에 갇힐 수도 있었다.
끼익.
백엽이 비상 출입문을 열었다.
처음 보이는 것은 경사가 있는 계단이었다.
용암이 있는 곳과 반대편이라 척 봐도 외부와 연결된 통로임을 알 수 있었다.
휙휙.
백엽이 경공을 펼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얼마나 위로 올라갔을까.
경공을 펼쳤음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로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통로가 끝나고 뚜껑 같은 것이 보였다.
백엽이 손을 들어 뚜껑을 여니 빛이 들어왔다.
마침내 신선 용암 구역을 벗어나 신선계 대지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백엽이 혹시 몰라 다시 뚜껑을 닫는 순간 콰콰쾅 소리를 내며 비상통로 전체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백엽이 탄식했으나 그렇다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었다.
문제는 지금이었다.
머리를 들어 주위 봉우리 모양을 살펴본 그가 북두반선으로부터 받은 신선계 지도를 펼쳤다.
“으음, 역시 등선봉에서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정확하게 지성봉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제 어떻게 한다?”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자신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면 굳이 본얼굴로 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래. 중요한 것은 흑반선회 총단에 잠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흑반선 중 한 명으로 행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백엽이 신선동에서 자신이 처치한 흑반선 중 한 명의 얼굴로 역용을 했다.
그 흑반선의 이름은 암흑선인(暗黑仙人)이라 했다.
그의 기억 대부분을 파악해두었기 때문에 그로 행세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시급한 문제는 흑반선회 총단 주위를 방어하고 있는 절진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으음, 중상을 입은 것으로 하면 되겠군. 신선술 중에 내상이 심한 것으로 위장하는 비술이 있었지.’
백엽이 신선술을 펼쳐 심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몸을 바꿨다.
특히 머리 부분을 크게 다친 것으로 꾸몄는데, 누가 봐도 큰 상처였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백엽이 신선운을 불러 다시 지성봉을 향해 날아갔다.
혼자 가는 것이라 큰 모험이었으나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아니나 다를까.
악마조 무리가 다시 나타났다.
한데 이번에는 백여 마리 정도였다.
이전과 비교하면 십 분의 일 정도로 백엽 역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더욱더 고무적인 것은 악마조들이 한눈에 백엽을 알아봤다는 것이었다.
물론 백엽으로서가 아니라 암흑선인으로서 말이다.
“암흑 호법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조장 신분으로 보이는 악마조가 다가왔다.
그 역시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마력이 높은 것 같았다.
“으으······ 백엽 그놈에게 당했소. 나를 지성봉으로 데려다주시오.”
“알겠습니다.”
조장 악마조가 백엽을 자신의 등위에 태웠다.
백엽이 타고 있던 신선운은 그 힘을 잃고 사라졌다.
원래 신선운은 그 조종자의 내공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조종자의 내공이 약해지면 신선운 역시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백엽은 그 사실을 알고 신선운까지 금방이라도 흩어질 정도로 조작해두었던 것이다.
“으음, 고맙소. 나중에 내상을 회복하면 이번 도움을 잊지 않겠소.”
“감사합니다.”
조장 악마조가 고개를 숙였다.
조장 악마조 등 위에 타고 있는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대왕 악마조 그놈이었다면 분명 의심을 했을 텐데, 이놈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군.’
백엽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궁금한 게 있소. 백엽 그놈은 붙잡았소?”
“놈 말입니까? 열흘 전 신선 용암에 빠져 녹아내렸습니다. 회주께서 그 일로 매우 탄식하셨지요.”
“열흘 전?”
백엽이 속으로 매우 놀랐다.
신선 용암에 빠진 후 사흘 정도 지난줄 알았는데 열흘이나 지났다니 놀랄 만도 했다.
‘동굴 안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모양이구나. 어쩐지 천마폭잠공의 후유증이 적더라니.’
백엽이 애써 침착하며 다시 물었다.
“신선강시 출정식은 어떻게 되었소?”
“출정식을 한 지는 제법 되었지요. 다만 아직 무림 정벌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소?”
“신선강시 중 일부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도 있고, 대마신회 쪽에서 불만을 표시했다는 말도 있지요. 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저희 악마조는 마물 신분이라 고급 정보를 접하기 힘들어서요. 대왕 악마조께서는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려, 아, 그리고 지금 내상을 입어 지성봉 주위의 절진을 통과할 수 없으니 그대가 수고해주기 바라오.”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피곤하실 텐데 한숨 주무십시오.”
“고맙소. 그 전에 한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단이나 좀 주십시오.”
“알겠소. 내 질문은 바로 백반선회의 동태요.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백엽 그놈에게 당해 열흘 이상 심처에서 운공요상을 하다 보니 최신 정보에 너무 어둡소. 게다가 머리도 다쳐 기억도 가물가물한다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흑반선회 호법신분을 갖고 계시니 이번 기회에 쉬시면서 조용히 요양하시길 바랍니다. 말씀하신 백반선회 놈들은 이제 곧 소탕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회주께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원 정복보다 백반선회 소탕부터 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오늘내일 중에 공식 발표가 있다고 하는데, 두고 보면 알겠지요.”
“으음, 그렇군. 아, 그리고 나의 내상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으니 지성봉에 도착하면 내 거처로 데려다주었으면 하오. 보고 역시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오.”
“알겠습니다. 백엽 그놈에게 당한 사실을 구태여 밝힐 필요가 없겠지요. 알아서 하십시오. 그럼 속도를 좀 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