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8
지성봉 내 암흑선인의 거처는 봉우리 중간 부위에 있었다.
참고로 지성봉에는 십만 개가 넘는 동굴이 있었는데, 가히 신선계 최고봉이라는 지성봉의 위명에 맞았다.
하기야 이곳 지성봉의 위치는 신선계의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수도하면 무형검 최고의 경지라는 지성자에 더욱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사실 원래 이 지성봉은 흑반선회 총단이 아니었다.
흑반선이든 백반선이든 어느 정도 도력이 되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흑반선회가 백반선회와의 도력 대결에서 승리한 후 독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휴우. 어찌 됐든 조장 악마조 그놈 덕분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군.’
백엽이 암흑선인이 기거하던 동굴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흑반선회 지휘부에 정식으로 보고를 해야 했다.
아무리 조장 악마조 덕분으로 절진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해도 출입자 명단이 경계 반선들에 의해 기록되고 있었던 것이다.
백엽이 직접 옆에서 그 광경을 목도했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가 흑반선회 태상호법에게 가서 직접 보고할 생각이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흑반선회주의 백반선회 총공격 공표식이 내일이라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 마당에 여유도 없이 공표식이 진행된다면 그 대처방안이 마땅하지 않을 뻔했다.
‘그나마 태상호법을 비롯한 흑반선회 호법들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기억을 확보해두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아무래도 임기응변할 수밖에 없겠구나.’
백엽이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다지 치료할 것은 없었다. 머릿속에는 신선강시로 제조되고 있는 무림맹과 천마신교 무사들의 구출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일단 태상호법을 만난 후 다시 계획을 세운다.’
백엽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와 신선운을 탔다.
지성봉과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십장만 벗어나도 보호 진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붉은 안개가 있었다.
지성봉 주위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이 붉은 안개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진법에 일가견이 있는 백엽조차 그 파훼 방법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평등반선께서 천안통으로 파훼방법을 알아내셨다고 했는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분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한데 그런 분을 잡아간 대마신들의 능력은 또 얼마나 대단하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런 대마신들을 일개 수하로 부리고 있는 마계의 최고 지휘자의 능력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구나. 하지만 지성자가 되면 모든 것을 평정할 수 있다고 했으니,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리라.’
백엽이 눈을 빛냈다.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지성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는 이 지성봉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도달하기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했지만, 지금 그의 목표가 올바르다는 점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상황이 너무 급하고 내 능력에 아직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바르게 꾸준히 나아가는 길이 최선의 길이다.’
백엽이 초조한 마음을 달랜 후 위쪽으로 날아갔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흑반선회 지휘부 호법들이 머물고 있는 동굴이었다.
호법들은 크게 일반 호법과 지휘부 호법으로 나뉘는데, 지휘부 호법을 따로 태호법(太護法)이라 불렀다.
백엽에게 죽은 암흑선인은 태호법에 속했다.
태호법은 장로 신분을 지니고 있었으며, 각종 회의에 참석할 권한도 있었다.
조장 악마조가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암흑선인의 경우 그 도력이 태호법 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속했다.
일반 호법에서 태호법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백엽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한 것도 충분히 이해될 만했다.
“암흑선인이오. 태상호법께서는 계시오?”
호법동 입구를 지키고 있던 흑반선들에게 백엽이 말했다.
흑반선 중 한 명이 말했다.
“안 그래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직접 태상호법께 보고를 드릴 생각입니까?”
“그렇소.”
“절 따라오십시오. 태상호법께서는 지금 회주님과 회의 중이시나 곧 돌아오실 겁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소.”
* * *
흑반선회 태상호법 수호선인(守護仙人)이 호법동으로 온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그 바람에 백엽은 그때까지 대기실에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하하하. 암흑선인.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던 것이오?”
“네. 태상호법님. 면목이 없습니다.”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애초 암흑선인은 수호선인의 충복이라 할 수 있었다.
태호법이 된 것도 수호선인의 눈에 띄었기 때문인데, 특히 수색 능력에 있어 칭찬을 자주 받곤 했다.
하지만 그 수색 능력 탓에 백엽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그의 불운이라 할 수 있었다.
“암흑선인 자네가 복귀한 이야기는 조금 전 들었네. 백엽 그놈에게 다른 호법 두 명이 죽은 게 사실인가?”
“네. 정식으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백엽이 신선동에서 벌어졌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으음, 그러니까 백엽 그놈이 자네가 죽은 줄 알고 그냥 떠났단 말이군. 한데 다른 호법들은 놈이 삼매진화로 불태워버렸다고?”
“네. 그 때문에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으음, 한데 자네만 어떻게 살아남았지? 삼매진화로 불태웠으면 자네 역시 한 줌의 재가 되어야 하지 않나?”
“저는 끝까지 저항하다가 신선봉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내상이 심했기에 놈은 제가 죽은 줄 알고 그냥 갔던 것 같습니다. 처음 놈을 발견했을 때부터 놈이 어디론 가로 떠나려던 찰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백반선회 놈들을 만나기 위해 등선봉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으음, 그랬었군. 그럼 지금까지 신선봉 아래에서 운공요상을 했다는 말인가?”
“네. 운공요상 후 백엽 그놈을 추적하기 위해 등선봉 쪽으로 갔다가 아무래도 먼저 보고를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성봉으로 복귀 중 악마조 떼를 만난 겁니다.”
“알겠네. 보고는 그것으로 끝내세. 이미 백엽 그놈은 신선 용암에 빠져 죽었으니, 지금 놈에게 당한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다행히 회주께서는 아직 자네를 비롯해 호법 세 명이 놈에게 당한 일을 모르시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세.”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그나저나 몸 상태는 어떠한가? 외상에 비해 내상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운공요상으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백반선회 소탕 작전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없습니다.”
“아닐세. 자네는 일단 이곳 지성봉에 머물면서 좀 더 상처를 치료하도록 하게. 회주님 눈에 띄면 괜히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 말일세. 내 뜻을 알겠나?”
“네. 회주님께서 우리 호법들의 능력을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눈치가 빠르군. 그래 내게 부탁할 게 있나?”
“벌을 주지 않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어찌 바라는 게 있겠습니까?”
“후후후. 사실 임무 수행에 나섰다가 동료들은 죽고 혼자만 살아 돌아온 죄는 매우 무겁네. 만약 아예 싸우지도 않고 혼자서만 도망쳐 왔다면 그 죄는 더욱더 무거워 소멸형을 받을 수도 있지.”
“도망친 일은 절대 없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좋네. 그럼 신선강시 제조 임무에 참여할 수 있겠나?”
“신성강시 제조 임무 말입니까?”
“그러하네. 무림맹과 천마신교 출신 강시들이 우리 명을 완전히 듣지 않고 있네. 이지를 상실했지만 그 본능이 작용하고 있지. 그 때문에 무림 정벌 계획이 미뤄지고 있어 회주님께서 매우 분노하고 계시네.”
“나머지 강시들은 완성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 병력만으로 무림 정벌을 시작해도 되지 않습니까?”
“원래는 대마신회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려고 했지. 하지만 그것 역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네. 백만 신선강시의 총지휘자로 내정된 천마신교 성녀가 명을 잘 따르지 않고 있네. 그래서 일단 우리 흑반선들이 백반선회부터 소탕하려고 하는 것이네. 아무튼 지금 특수 대법으로 성녀를 교육하고 있는데, 흑반선 백 명이 달려들어도 도력이 모자라네. 우리 호법동에도 지원 요청이 왔는데, 지금 보니 자네가 안성맞춤일 것 같네. 가보겠나?”
“태상호법님의 명이라면 따라야지요. 마침 강시 제조와 관리는 제 특기 중 하나이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맙네. 나 역시 자네가 이전에 강시 제조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부탁하는 것이네.”
“부탁이라니요. 태상호법님의 명이라면 반드시 따라야지요.”
“하하하. 알겠네. 그럼 날이 밝는 대로 강시동으로 가보게. 그럼 신선광장으로 안내해줄 걸세.”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강시동 동주께 저를 추천하는 서찰만 한 장 써주십시오.”
“왜 오늘 밤은 쉬는 게 좋지 않겠나?”
“어서 공을 세우고 싶어서 그럽니다. 만약 나중에라도 회주님께서 제가 수색 작전에 실패하고 혼자 살아서 복귀한 것을 아시면 큰일이니까요.”
“으음, 성녀를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강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면 자네 죄는 사면될 걸세. 좋네. 지금 서찰을 써주겠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호법동의 명예를 높이겠습니다.”
* * *
강시동은 예상대로 지성봉 맨 위쪽에 있었다.
이는 봉우리 위 신선광장과 연결되어 있어 업무처리에 편하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백만 강시를 제조하고 교육해야 하므로 너무 먼 거리에 위치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무려 백만이라는 강시 수에 걸맞게 강시동 역시 백여 개가 넘었다.
각 강시동에 일종의 간수들이 지내며 교대로 신선광장에 올라가 강시들에 관한 교육 및 감시 임무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지하 감옥의 양상과는 정반대로 신선광장의 경우 지상 감옥이라 할 수 있었다.
“하하하. 태상호법께서 암흑선인 그대를 보내주시니 정말 기쁘오. 성녀 그년이 말을 안 들어 고민 중이었는데, 암흑선인의 가세로 이번에야말로 그년을 완전히 굴복시켰으면 좋겠소. 그래야 내일 오후에 있을 회주님의 백반선회 공표식 전에 보고를 올릴 수 있지 않겠소?”
지휘 강시동에 있던 강시동주의 말이었다.
강시동을 맡고 있는 책임 흑반선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지위가 태상호법과 비슷한 것 같았다.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성녀 그 계집을 굴복시키는데 많은 흑반선들이 투입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다친 흑반선들이 많았습니까?”
“으음, 그 사실을 모르고 온 것이오? 사실 그년의 광기에 당해 중상을 입은 흑반선들이 한둘이 아니오. 그 때문에 강시와 관련한 지식이 많은 흑반선이 필요하던 차였소. 조금 위험할 수 있겠으나 어느 정도 성녀 그 계집의 성력을 가라앉혔으니 내일 오전 중으로 반드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오. 나는 그 마무리를 암흑선인이 할 수 있기를 바라겠소.”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그럼 내일 오전 신선광장에서 봅시다. 성녀 그 계집만 굴복시키면 아직 저항을 하고 있는 무림맹과 천마신교 출신 강시들 역시 자동으로 굴복할 것이오.”
“그것은······ 혹시 성녀의 성력으로 연동이 되어있기 때문입니까?”
“하하하. 역시 강시 지식이 깊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구려. 그대의 말이 맞소. 성녀 그 계집이 간악하게도 천마신교와 무림맹 출신 강시들만 성력으로 연계를 시켜두었소. 하지만 반대로 성녀만 굴복시키면 그놈들 모두 자연스럽게 저항 의지를 상실하게 될 테니 오히려 잘된 일이오. 상세한 것은 내일 아침에 의논합시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