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1
“사부님. 어쩌지요?”
“흑반선회주가 하필 이때 교주님을 부르다니!”
매영설과 생사신의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성녀를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소. 아마도 강시종 때문인 것 같으니 다녀오겠소. 그때까지 여기서 나를 기다리며 운기조식이나 하면 될 것 같소.”
백엽이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역시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아직 나는 흑반선회주 그자의 적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시종을 원한다면 순순히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다. 강시종을 내주면 어떤 식으로든 신선강시들을 지휘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림 침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백반선회가 위험해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모험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흑반선회주를 제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구나. 그를 직접 만나는 것 또한 얻기 힘든 기회이고, 그를 제거해야 강시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백엽이 고심에 빠졌다.
물론 그가 회복시키려는 강시들은 무림맹과 천마신교 출신 삼십만 무사들이었다.
나머지 칠십만 강시는 흑반선들과 싸우게 만들던가 아니면 아예 제거할 생각이었다.
“암흑선인! 뭘 하는 것이오? 우리가 진을 깨고 들어가야 하겠소?”
“하하하. 나가고 있소. 정리할 게 있어서.”
백엽이 매영설과 생사신의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 준 후 암흑동 밖으로 나갔다.
물론 나가면서 동굴 입구에 쳐놓은 보호진을 계속 유지해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백엽이 신선운에 올라타자 기다리고 있던 흑반선들이 재촉했다.
“어서 갑시다.”
“그럽시다. 안 그래도 회주님을 뵙고 싶었소.”
* * *
“하하하. 어서 오시오. 암흑선인. 오랜만이오.”
흑반선회주가 회주동으로 들어온 백엽을 반겼다.
암흑선인과 흑반선회 두 사람이 안면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암흑선인의 기억에는 흑반선회주에 관한 것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백엽 또한 지금 처음 흑반선회주의 얼굴을 보게 되는 셈이었다.
흑반선회주의 얼굴은 예상과 달리 평범한 시골 노인의 것이었다.
체구도 그렇게 크지 않고 몸에 차고 있는 병장기도 보이지 않았다.
회주동 집무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백엽을 쳐다볼 뿐이었다.
다만 집무실에는 그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강시 제조와 관련한 지휘부라 할 수 있는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이 있었다.
그 외 회주동 곳곳에 살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백엽은 그것이 흑반선회주의 경호를 담당하는 흑반선들임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흑반선회주 곁에는 항상 백여 명의 흑반선들이 호위를 서는데 은신술이 매우 뛰어나 직접 그들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특수 호위들이 벽과 바닥 천장 곳곳에 숨어 있는 것 같구나. 호법동 호법과 달리 회주 직속이라 정보가 많지 않은 것 같군.’
백엽이 안색을 평온하게 하며 고개를 숙였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신선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들었소. 수고가 많았소.”
“아닙니다. 흑반선회 소속 태호법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겸손하구려. 하지만 그 정도로 백엽 그자에게 동료 두 명을 잃고 혼자 살아 돌아온 책임을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소?”
“아! 그 사실을 어떻게?”
백엽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 그렇기도 했고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일부러 감정을 드러낸 측면도 있었다.
“하하하. 나는 이미 암흑선인 그대가 귀환한 것을 알고 있었소. 태상호법이 그대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찌 내가 모를 수 있겠소?”
“죄송합니다. 태상호법께 보고를 올렸지만 회주님께도 직접 보고를 드렸어야 했는데······.”
털썩.
백엽이 무릎을 꿇었다.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하하하. 무릎을 꿇을 필요까지야 있겠소? 일단 이번에 성녀를 제압한 공을 인정해 그 일은 그냥 넘어가 주겠소. 일어나시오.”
“감사합니다.”
백엽이 다시 고개를 숙인 후 일어났다.
강시 제조장이 말했다.
“암흑선인. 어서 회주님께 강시종을 반납하시오.”
“그게······ 이미 칠십만 강시들이 제게 복종했기에 이 강시종은 저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주님께 언제든 돌려드릴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칠십만 강시를 지휘할 사람이 없어지게 됩니다.”
“칠십만 강시라 함은 칠마종, 흑교, 혈교, 서장무맹 출신 강시들을 말하는 것이오?”
“네.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나머지 무림맹과 천마신교 출신 강시들은 삼십만 강시라고 부르고 있지요.”
“알겠소. 아무튼 내가 강시종을 회수해도 여전히 칠십만 강시들은 암흑선인 그대를 주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오?”
“네. 그렇습니다. 처음 복종을 한 상대가 일시 강시종을 잃어버려도 원주인에게 복종하게 되어있지요.”
“그렇다면 암흑선인 그대에게는 강시종이 필요 없겠군. 강시종이 없어도 칠십만 강시를 부릴 수 있으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 역시 강시종이 필요합니다. 저에게만 강시종이 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나머지 삼십 만 강시는?”
“삼십만 강시는 제가 성녀를 지휘하고, 성녀가 삼십만 강시를 지휘하는 체계가 구축되었습니다. 성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생사신의, 매영설 순으로 그 지휘권이 승계되게 되지요.”
“그들 세 명이 모두 소멸하면 어떻게 되오?”
“그때는 제가 직접 삼십만 강시를 지휘하게 될 겁니다.”
“하하하, 듣고 보니 암흑선인 그대가 백만 신선강시를 완전히 장악한 셈이구려. 대단하오.”
“아닙니다. 저는 회주님의 명을 받아 수행할 것이니, 회주님이야 말로 신선강시들의 주인이시지요.”
“아첨은 필요 없소. 일단 강시종부터 내놓으시오. 내 이런 경우를 대비해 강시종에 안배를 해뒀으니 최소 칠십만 강시는 내가 직접 강시종으로 지휘할 수 있을 것이오. 나머지 삼십만 강시는 암흑선인 그대가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언제든 직접 전투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하시오.”
“회주님께서 직접 칠십만 강시를 이끌고 백반선회를 공격하시려는 겁니까?”
“암흑선인. 무엄하오. 보안 사항인 데다가 회주님께 묻는 태도가 매우 불량하오. 어서 강시종을 회주님께 반납하시오.”
강시 제조장이 언성을 높였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구나. 이대로 강시종을 돌려주면 이후 상황을 장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 이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까? 흑반선회주 한 명도 버거운데,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까지. 그리고 은신해 있는 백여 명의 호위들도 상대해야 한다.’
백엽이 지금 떠올리고 있는 공격 수단은 바로 신선비검술이었다.
이미 신선광장에서 그 막강한 위력을 직접 봤기 때문에 승산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뭘 꾸물대는 것이오?”
잠자코 있던 강시동주마저 언성을 높였다.
흑반선회주는 담담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너무 재촉하지 마시오. 지금 보니 강시 부대를 지휘해 공을 세우려는 것 같은데, 혹시 암흑선인 그대가 직접 등선봉으로 가서 백반선들을 소탕하고 싶은 것이오?”
“그렇습니다. 회주님. 불감청 고소원이라.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내심 바라던 일입니다.”
“으음, 하기야 조만간 대마신회주께서 이곳에 오신다고 해서 내가 지성봉을 비우기 힘든 것은 맞소. 어떻게 한다? 강시동주의 생각은 어떻소?”
“암흑선인으로 하여금 칠십만 강시를 이끌고 가서 백반선회 총단을 공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회주님께서 결정하십시오.”
“으음, 하기야 강시종의 안배를 이용해 내가 칠십만 강시의 지휘권을 회수해도 걱정이긴 하오. 내가 직접 등선봉으로 가서 백반선회를 소탕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후 무림 정벌에 강시들을 동원할 때 내가 직접 무림으로 갈 수는 없는 게 아니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무림 정벌 따위에 회주님께서 직접 가실 필요는 전혀 없지요. 백엽 그놈도 신선 용암에 빠져 죽은 마당에 흑반선 천 명 정도에 칠십만 강시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강시동주의 말에 백엽이 재빠르게 말했다.
“백반선회 소탕에 성공하면 곧바로 제가 무림 정벌에도 강시들을 이끌고 참여하겠습니다.”
“으음, 좋소. 암흑선인 그대의 공을 세우려는 욕심이 맘에 드오.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게 뭡니까?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으음, 솔직히 그대의 충성심을 완전히 믿기 힘드오. 만약에라도 그대가 강시들을 이용하여 반역을 꾀한다면 그 또한 큰일이 아니겠소?”
“저를 믿어 주십시오.”
“좋소. 일단 암흑동으로 돌아가서 생사신의 그자의 목을 베어서 오시오. 생각해보니까 성녀 대체 강시로는 매영설 그녀 한 명으로 족한 것 같소.”
“생사신의 말입니까?”
“그렇소. 그자를 죽이는 데 뭐 문제가 있소?”
“아닙니다. 곧바로 수급을 가져오겠습니다.”
“좋소. 기다리고 있겠소. 다만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오. 그대를 간자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 무슨 이유로?”
“그것은 백엽 그자가 그대를 살려뒀기 때문이오. 혹시라도 백엽 그놈이 암흑선인 그대에게 술수를 펼쳤을 수도 있으니, 그놈이 아끼는 생사신의를 죽이게 되면 그런 의심을 없앨 수 있지 않겠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만에 하나 제가 백엽 그놈에게 당했다면 제 손으로 생사신의를 죽일 수 없겠지요.”
“바로 그거요. 백엽 그놈은 치밀한 놈이니 실수라도 제 수하를 죽이지 못하게 조처했을 것이오. 어서 다녀오시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는 게 좀 그렇지만 뭐든지 확실한 게 좋지 않겠소? 그래야 내가 그대를 믿고 중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백엽이 고개를 숙인 후 회주동에서 나왔다.
물론 그 전에 흑반선회주를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의 안전을 확보한 게 아니라 좀 더 생각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설마 흑반선회주 그자가 내 정체를 알고서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백엽이 찜찜한 생각을 떨쳐 내지 못한 채 신선운을 타고 암흑동으로 향했다.
* * *
“그러니까 흑반선회주가 제 목을 원한다는 겁니까?”
“그렇소. 신의.”
“사부님. 정말 신의님 목을 가져가시려는 것은 아니지요?”
“가져가야 한다.”
백엽의 말에 매영설과 생사신의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엽을 믿고 있는지 의아한 표정이 더 컸다.
백엽이 미소지었다.
“물론 진짜 신의의 목을 가져가려는 것은 아니오.”
“아! 그럼 어떻게?”
생사신의가 안도하며 물었다.
백엽이 말했다.
“오면서 생각해봤는데 흑반선회주가 나의 급격한 부상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소. 하지만 확증은 못 하고 이런 조건을 내건 것 같소. 일단 내 생각은 이렇소. 성녀와 두 사람을 확실히 연계시킨 후 흑반선회주에게 데려가려 하오. 확실한 연계 후에는 신의의 목을 베면 성녀와 설이 두 사람의 목숨도 끊어지게 되니 흑반선회주도 섣불리 조건을 고집하지 못할 것이오.”
백엽이 말을 한 후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요컨대 지금까지는 성녀가 소멸하게 되면 생사신의, 매영설 순으로 그 지휘권을 승계하게 되는데 그걸 아예 세 사람의 목숨을 연동케 만든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교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저도 마찬가지예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어요.”
“고맙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흑반선회주 그자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결판을 낼 테니까. 반대로 성공을 하게 되면 백만 신선강시 모두를 이끌고 등선봉으로 가게 될 것이오. 그곳에 가서 백반선들과 힘을 합친다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