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3
이틀 후 등선봉.
아침부터 등선봉 주위를 수없이 많은 신선운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너무 많아 거대한 띠를 형성한 신선운 위에는 흑반선 일만 명과 신선강시 백만 구가 타고 있었다.
백엽 역시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과 함께 같은 신선운 위에 타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성녀와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
「교주님. 태양반선 그분과 연락이 되셨나요?」
「그렇소. 등선봉 주위를 감싸고 있는 절진 때문에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신선강시로 흑반선들을 공격하면 백반선들도 나와서 호응하기로 약속했소.」
「잘되었군요. 사실 흑반선들이 너무 많아 신선강시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수만 보면 흑반선들보다 백배나 많지만 말이에요.」
「나 역시 강시들만으로 지금 이곳에 있는 흑반선들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고 있소. 그런 의미에서 백반선들과의 협공이 매우 중요하오. 다만 아쉬운 것은 은둔반선들의 지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오. 그분들만 있으면 승리는 확정적일 텐데······.」
「은둔반선들은 흑반선회 총단을 공격할 때 모셔오면 될 거예요. 지금 이곳에 온 흑반선들은 지성봉에 있는 흑반선 중 십 분지 일에 불과하니까요. 오늘 우리가 승리를 거두면 개입을 꺼리던 은둔반선들도 움직임이 가시화되리라 믿어요.」
「성녀의 말씀이 옳소. 잠시 후 흑반선들이 진을 파훼하기 시작하면 기회를 봐서 내가 칠십만 강시로 하여금 흑반선들을 공격하도록 하겠소. 삼십만 강시는 성녀의 조언대로 여유 병력으로 남겨두고 백반선들의 가세를 기다릴 것이오.」
「네. 저도 싸움이 벌어지면 성력으로 최대한 도울게요. 교주님께서는 지난번 신선광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신선비검술을 다시 펼칠 생각이신가요?」
「그렇소. 신선비검술은 사방주 중 하나인 백호주가 없이는 절대 익힐 수 없는 것이라 그런지 매우 위력적이었소. 이번에 제대로 그 위력을 발휘해볼 생각이오.」
백엽이 눈을 빛냈다.
지난번에 백여 명의 흑반선을 신선비검술로 단숨에 제거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최소 천 명 이상의 흑반선을 혼자서 제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 흑반선 만 명을 제거하고 싶지만, 이 신선비검술 역시 막대한 공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다만 백엽의 경우 운공을 통해 기존 내공과 신선지기의 융화가 계속되고 있어 신선비검술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짧지는 않았다.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바로 그때.
바로 옆에서 신선운을 타고 있던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이 다가왔다.
이번 출정의 총지휘자인 강시동주가 말했다.
“암흑선인. 놈들이 보호진법을 믿고 버티려는 것 같소. 부득이 진법을 파훼해야겠는데, 강시들로 하여금 독기류 공격을 가하도록 명하시오. 우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등선봉 주위를 감싸고 있는 평등수호진(平等守護陣)을 가장 빠르게 파훼할 수 있는 공격이 바로 강시 독기류요. 어서 공격을 명하시오.”
“알겠습니다.”
백엽이 대답 후 등선봉 주위에 펼치진 푸른 안개 절진, 즉 평등수호진을 쳐다봤다.
사실 백엽의 경우 평등수호진이란 이름을 지금 처음 들었다.
‘평등반선께서 만든 절진이라 그런 이름이 붙어진 것 같군. 칠십만 강시로 하여금 진을 부수게 하면 백반선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지금이 바로 흑반선들을 공격할 적기인 것 같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비교적 태연하던 그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선강시는 물론이고 흑반선들 역시 그 전력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신선비검술 또한 통할지 확신은 없었다.
그동안 흑반선회주가 신선비검술에 대비해 흑반선들의 도력을 강화해주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백엽이 심호흡한 후 마음을 다스렸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백엽이 품속에서 강시종을 꺼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확실한 칠십만 강시부터 명을 내리겠습니다. 삼십만 강시는 아직 완벽하게 정돈된 것이 아니라 예비 병력으로 남겨두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어서 서두르시오.”
강시 제조장이 언성을 높였다.
백엽이 다시 말했다.
“알겠습니다.”
백엽이 강시종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순간 신선운 위에 타고 있던 칠십만 신선강시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백엽이 곧바로 의념을 냈다.
‘흑반선들을 제거하라. 한 놈도 살려둬선 안 된다.’
순간 칠십만 신선강시들이 일제히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떤 후 흑반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앗! 암흑선인!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왜 강시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오?”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이 소리를 지르며 백엽을 노려봤다.
하지만 백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칠십만 강시와 흑반선 일만 명은 전면전에 들어갔다.
쏴아아.
강시들의 독기류에 당한 흑반선들이 비명과 함께 신선운 위에서 추락했다.
기습이긴 했지만 순식간에 백여 명의 흑반선들이 당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강한 신선강시들의 공격이었다.
강시동주가 소리쳤다.
“보호진법으로 방어하라!”
흑반선들이 명에 따라 서로 연대하며 거대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원래 이들 일만 명의 흑반선들은 진법 대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도 매우 빨랐다.
콰콰쾅.
강시들의 독기류에 타격을 받은 보호막이 흔들리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등선봉 주위를 감싸고 있던 푸른 안개가 걷히며 백반선들이 나타났다.
바로 백반선회 총단에 있던 백반선 일천여 명이었다.
모두 신선운을 타고 있었는데, 선두에는 백반선회 부회주 창공반선, 총군사 북두반선, 그리고 신선전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태양반선의 모습이 보였다.
“하하하! 백 맹주! 수고가 많았소. 함께 힘을 합쳐 놈들을 물리칩시다!”
태양반선이 백엽을 보며 소리쳤다.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이 놀란 표정으로 백엽을 쳐다봤다.
“암흑선인이 아니었구나. 설마 저자 말대로 중원무맹주 백엽이냐?”
“그렇소. 내가 바로 백엽이오.”
백엽이 역용술을 풀자 그의 본얼굴이 드러났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역시 빠르게 움직여 그의 옆에 섰다.
“지휘 강시들도 백엽 네놈이 회복시킨 것이냐?”
“그렇소.”
“으으······ 좋다. 신선 용암에서 어떻게 살아 돌아왔느냐?”
“천운이 따랐소. 더는 대화가 필요 없을 것 같소.”
백엽이 강시종을 다시 흔들었다.
딸랑딸랑.
칠십만 신선강시들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였다.
쏴아아.
독기류 공격이 한층 더 강해졌다.
백반선들 역시 섣불리 참전하지 않고 흑반선들의 보호막이 파괴되기를 기다렸다.
보호막만 파괴되면 곧바로 가세할 예정이었다. 백엽 또한 신선비검술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반면 흑반선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일각 이내에 보호막이 파괴될 것인데, 그에 따른 대처 방안이 없었다.
무엇보다 신선강시들의 독기류 공격이 너무 위협적이었다.
이는 조금 전 흑반선 백여 명이 독기류 공격을 맞고 비참하게 죽은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어찌 이런 일이!”
“빌어먹을!”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백엽을 의심했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아쉬웠다.
‘아, 회주님께서 백엽 저놈의 음모를 미리 간파하셨어야 했는데······.’
강시동주가 안색을 굳힐 때.
신선운 하나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 신선운은 멀리서 온 게 아니라 공간을 찢어발기고 나타난 것이었다.
바로 특수이동 대법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한데 구름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흑반선회주가 아닌가.
곧바로 그의 뒤쪽에서 수많은 신선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흑반선회주를 근접 호위하는 특수 호위 백여 명을 비롯하여 흑반선회 장로들과 일반 흑반선들까지.
그 병력만 해도 사만 가까이 되었다.
“회주님!”
“회주님!”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을 비롯한 일만 흑반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진퇴양난에 빠졌던 그들이었기에 회주의 도착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흑반선회주가 담담히 말했다.
“일단 강시들부터 진정시켜야겠군.”
흑반선회주가 품속에서 방울 하나를 꺼냈다.
한데 그것은 백엽이 들고 있는 강시종과 같은 모양이 아닌가.
딸랑딸랑.
흑반선회주가 방울을 흔들자 칠십만 강시들이 독기류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는 흑반선회주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닌가.
그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칠십만 강시들이 흑반선회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안색을 굳히며 강시종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게 아닌가.
흑반선회주가 껄껄 웃었다.
“백엽! 놀랐느냐? 사실 네놈이 가지고 있는 방울은 진짜 강시종이 아니라 모조품에 불과하다. 진짜 강시종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이지. 진짜 강시종이 울리면 모조품은 그 위력을 잃고 말게 되지.”
흑반선회주가 방울을 흔들자, 백엽이 들고 있던 강시종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되고 말았다.
“아!”
백엽이 탄식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흑반선회주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들고 소리쳤다.
“이제 칠십만 강시로 하여금 네놈들을 공격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오?”
백엽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빠르게 안색을 회복하는 그의 모습에 흑반선회주가 흠칫했다.
“네놈이 신선비검술을 믿고 있는 모양인데, 꿈 깨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깟 신선술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네놈이 가짜라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다. 내가 천안통을 익혔다는 것을 몰랐느냐?”
“그럼 지금까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는 것이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소?”
“후후후! 물론 네놈을 바로 죽일 수 있었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네놈을 대리자로 삼을 생각이 있어 망설인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등수호진 때문이었지.”
“백반선들이 평등수호진을 해제하고 나오기를 바랐던 것이오?”
“그렇다. 평등수호진은 나의 유일한 적수라 할 수 있었던 평등반선이 설치한 것으로 매우 강력한 진이다. 그래서 네놈과 백반선 놈들이 합공을 명분으로 진을 해제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진은 다시 설치할 수도 있지 않소? 진짜 강시종을 갖고 있었으니 신선강시 부대를 이용해 공격했다면 충분히 진을 깨트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건 네가 평등수호진의 진정한 위력을 몰라서 그렇다. 그 위력은 평등반선과 나 두 사람 정도만 알고 있지. 평등반선 그놈은 가증스럽게도 평등수호진이 강제로 파괴될 때 자폭 기능을 가미해 두었다. 그 여파는 신선계 전체에 미치게 되어 우리 흑반선들의 활동에 큰 제약이 있을 뻔했지. 이 사실은 백반선들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조금 전 진이 개방될 때 내가 암경을 날려 영구적으로 재가동을 막아두었으니 더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알겠소. 혹시 내게 바라는 것이 있소?”
“현명하군. 이미 대세는 기울었으니 마지막으로 다시 제안한다. 나의 대리자가 되어 무림을 다스릴 생각이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