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5
백엽과 흑반선회주 두 사람 간의 대결.
이는 백엽이 전격적으로 백반선회주가 됨으로써 그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각기 신선운을 탄 채 삼장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사람은 대결 시작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지켜보던 반선들 역시 침묵 속에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미 대세가 기운 게 사실이었다.
이는 양측의 병력 차이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반선회는 흑반선이 오만 명이나 되고 신선강시 역시 칠십만 구였다.
반면 백반선회는 고작 백반선 천여 명뿐이었다.
신선강시 삼십만 구가 있었지만 흑반선회주가 강시지기를 소멸시켜 공격력이 소멸한 상태.
그렇다고 원래대로 회복된 것도 아니라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공격을 당한다면 그들을 보호해야 할 부담만 안긴다고나 할까.
백엽 또한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삼십만 강시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나마 이를 눈치챈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삼십만 강시를 맨 뒤쪽으로 물러나게 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흑반선회주가 말했다.
“분명 네놈은 약속했다. 패하게 되면 내 처분에 따르겠다고. 이는 네놈이 나의 대리자가 되어 무림을 다스리게 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냐?”
“그럴 수도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것은 그대가 승리한 후의 일이니 너무 앞서나가지 마시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언제라도 지존검으로 신선비검술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황.
‘이긴다고 해도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극히 적을 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흑반선들도 충격을 받아 더는 싸움을 이어나가기 힘들 것이다. 삼십만 강시들의 회복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지금 내 실력으로 이자를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구나.’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벌써 공격을 했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흑반선회주가 다른 흑반선이나 신선강시의 도움을 받는다면 낭패를 볼 위험이 컸다.
지존검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애써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비울수록 강해지는 법이니까.’
백엽이 마음을 다스리는 바로 그 순간.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백엽을 향해 던졌다.
쐐애액.
강시종이 무섭게 회전하면서 수천 배 이상 커졌다.
그 속도 또한 대단해 백엽이 피할 시간은 전혀 없었다.
백엽이 신선비검술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지존검에서 비검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생겨나며 강시종을 막아냈다.
땅땅땅땅.
비검들이 강시종에 의해 튕겨 나가며 금속성을 냈다.
하지만 강시종이 날아오는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아쉽게도 비검들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흑반선회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신선비검술의 유일한 약점이 바로 강시종이라 할 수 있지. 어리석은 놈! 내가 그만한 대비도 없이 네놈과 단독으로 싸울 줄 알았느냐?”
흑반선회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시종이 백엽의 가슴을 강타했다.
급히 호신강기를 두텁게 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려갔다.
“으윽!”
신선운과 함께 수십 장 뒤로 날아가는 백엽.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회수한 후 특수이동 대법으로 단숨에 쫓아가 우장으로 백엽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퍽.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엽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다.
“하하하!”
흑반선회주가 껄껄 웃었다.
애초 백합 정도까지 생각했던 그였기에 예상보다 쉬운 승리에 다소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지존천선의 환생이라기에 그의 힘을 완전히 물려받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죽여도 상관이 없을 뻔했구나. 어리석은 놈! 애초 네놈을 나의 대리자로 삼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네놈이 내게 충성을 맹세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백반선회주가 된 지금 너의 운명은 바로 죽음뿐이다.”
흑반선회주가 머리가 날아간 백엽의 시신을 보며 소리쳤다.
와아아.
흑반선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칠십만 강시들 역시 고개를 숙여 충성심을 표시했다.
반면 백반선들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흑반선회주가 말했다.
“모두 보았느냐? 네놈들이 황급히 회주로 내세운 백엽 저놈은 죽었다. 백반선 네놈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한다.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어떻게 하겠느냐?”
“회주께서 돌아가셨다고 믿지 않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소.”
백반선회 부회주 창공반선이 말했다.
“무슨 헛소리냐? 머리통이 터진 게 보이지 않느냐?”
“눈에 보인다고 모두 진실은 아니오. 회주께서 진짜 돌아가셨다면 지존검이 남아 있을 것인데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돌아가시지 않은 게 분명하오.”
“뭐라고?”
흑반선회주가 급히 백엽의 시신이 있는 신선운을 쳐다봤다.
한데 정말 창공반선 말대로 지존검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바로 그때였다.
정말 믿기 힘든 현상이 벌어졌다.
완전히 박살 나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던 백엽의 머리가 원래 모습대로 회복되는 게 아닌가.
“아니!”
“저것은!”
반선들이 놀라는 가운데 백엽의 머리가 완전히 복구된 다음 떨어졌던 몸통과도 다시 붙어버렸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백엽이 몸을 일으켰다는 점이었다.
사라졌던 지존검 또한 그의 손에 어느새 들려 있었다.
“백엽! 네놈이 환술을 쓴 것이냐?”
흑반선회주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것은 아니오. 다만 내가 익힌 무공 중에 불사신공이란 게 있어 일부러 죽음을 맛본 것이오.”
“그 무슨 해괴한 소리냐? 불사신공이라 하면 천마신교 교주 무공이 아니냐?”
“그렇소. 하지만 지금 펼친 불사신공은 신선술이 가미된 것이라 본래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오.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를 이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한번 죽음을 맛보면서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노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그래, 그렇게 해서 깨달음을 얻었느냐?”
“그렇소. 약간의 성과가 있었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너는 이미 패했다. 이제 너는 내 처분에 따라야 한다. 내 말이 틀렸느냐?”
“나는 패하지 않았소. 신선운에서 추락한 것도 아니고,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무슨 패배를 시인한다는 말이오? 애초 패배 조건을 확실히 세운 것도 아니고 말이오.”
“네놈이 입만 살았구나. 좋다. 이번에는 진짜 죽여주마.”
흑반선회주가 분노하며 강시종을 다시 던졌다.
아까와 똑같은 방법과 속도였다.
백엽 역시 조금 전과 같이 신선비검술을 펼쳤다.
한데 이번에는 비검이 단 한 개이지 않은가.
콰콰쾅.
폭음과 함께 강시종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으으······ 어찌 이런 일이!”
흑반선회주가 몸을 비틀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강시종이 박살 나는 것은 그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 충돌에서 가벼운 내상을 입고 말았다.
“공력이 단시간에 이렇게 급상승하다니. 정말 네놈이 지존천선의 환생이냐?”
“그것은 모르겠소. 다만 가상 죽음을 통해서 한 단계 높은 경지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오.”
“그랬구나.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러한 모험은 단 한 번만 가능할 듯하구나. 그렇지 않으냐?”
“그렇소. 아쉬운 일이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대와의 승부에서 패하지 않을 자신은 생겼소.”
“대단하구나. 하지만 강시종 역시 내가 죽지 않는 한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흑반선회주가 우수를 높이 들자 허공에 흩어졌던 강시종 잔해가 그의 손으로 모여들어 원래 형태를 갖췄다.
게다가 강시종 자체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와 흑반선회주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금세 내상을 치료한 흑반선회주가 껄껄 웃었다.
“내 몸은 이미 불사지체가 된 지 오래다. 그까짓 불사신공이 없어도 금세 회복되지. 물론 이번에는 강시종에 담겨 있는 신선지기를 흡수해 회복했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겨뤄보겠느냐?”
“물론이오. 결판이 나야할 테니까.”
백엽이 우장을 내밀었다.
신선비검술을 펼칠 줄 알았던 그가 평범해 보이는 장풍을 날린 것이었다.
흑반선회주가 안색을 굳히며 장력으로 응수했다.
꽈아앙.
폭음과 함께 흑반선회주가 몸을 비틀거렸다.
“우웩!”
피를 한 사발 정도 토하는 것으로 봐서 이번에는 내상이 중해 보였다.
“으으······ 네놈이 지존천선의 절기인 지존천선장(至尊天仙掌)까지 익혔다니. 역시 지존천선의 환생이었군.”
“지존천선의 환생이었는지는 나도 모르오. 다만 조금 전 죽음을 통해 잠재된 기억 하나의 봉인이 풀렸을 뿐이오. 처음 펼쳐보는 것이라 모험이었지만 그나마 그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펼쳐보았소. 어떻게 다시 승부를 보겠소?”
“으으······ 네놈이 나를 놀리는 것이냐? 이렇게 된 이상 더욱더 네놈을 살려둘 수 없다. 오만 흑반선과 칠십만 신선강시로 네놈은 물론이고 백반선들 모두를 죽이겠다.”
“약속을 어길 셈이오?”
“후후후! 솔직히 내가 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네놈이 백반선회주가 되지만 않았다면 애초 이런 일대일 대결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병력이 압도적인데 미쳤다고 일대일 대결을 벌이겠느냐?”
“그래도 회주라기에 약속을 지킬 줄 알았는데, 역시 소인배에 불과했군.”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조금 전 지존천선장을 펼치면서 공력의 소모가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가 지존천선장을 익히게 된 것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애초 불사신공을 통해 가상 죽음을 맞이했던 것도 고육지책에 불과했다.
이는 흑반선회주의 강시종 공격이 너무 강했기 때문으로, 그가 익힌 신선비검술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흑반선회주가 아닌 다른 흑반선들을 상대했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으나, 상대는 신선계 최고의 반선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첫 격돌에서 금선탈각지계로 환영신(幻影身)을 남겨두고 불사신공을 펼친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 아까 백엽 본인이 밝힌 대로 신선술을 가미했다.
원래 불사신공은 본신이 갈기갈기 찢겨도 한 줌의 진기만 남아 있으면 그 회복을 꾀하는 비술이나,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목이 잘릴 때는 그 회복이 어려웠다.
하지만 백엽의 경우 신선술을 가미해 환영신을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본신이 훼손된 것이 아니라 그 회복을 빨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불사신공의 위력 또한 발휘되었기 때문에 가상 죽음을 맞이한 상태가 되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신선비검술 공격으로 강시종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세 번 연속 펼치는 것이 부담되자, 모험적으로 이번 깨달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존천선장을 펼친 것이었다.
이 지존천선장은 지존검의 기운을 통해 얻은 것으로, 백엽 본인의 기억인지 아니면 지존검 자체의 기억인지는 아직 확실히 몰랐다.
‘큰일 났구나. 지존천선장을 펼치느라 무리를 해 지금 몸 상태로는 반격이 불가능하다. 흑반선회주 저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백엽이 난간해할 때.
흑반선회주가 힘겹게 강시종을 들었다.
“강시종이 울리면 흑반선들 역시 강시들과 함께 공격에 가세해 놈들을 완전히 섬멸하라. 우리 병력이 압도적인 데다가 백엽 저놈 역시 공력 소모가 컸을 테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