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6
흑반선회주의 총공격 지시.
아직 강시종이 울리기 전이었지만 전면전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양측의 병력 차이가 너무 심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흑반선 오만 명과 칠십만 신선강시.
비록 흑반선회주가 내상을 입어 공격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해도 백반선회 일천여 명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백엽과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네 사람도 있었으나, 특히 백엽의 경우 공력을 극도로 소모한 것이 확연히 느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삼십만 강시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정말 큰 일이구나. 공력 소모가 너무 커서 천마폭잠공도 펼칠 수 없는 데 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백엽이 탄식했다.
사실 그 혼자 몸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문제였다.
백반선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가장 우려하는 삼십만 강시의 경우 지금 상태에서 도저히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지존천선장을 펼치지 않았다면 잠력이라도 폭발시킬 수 있었을 텐데······.’
백엽이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왕 지존천선장을 펼쳤다면 흑반선회주를 어떻게든 죽였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지존천선장을 완벽하게 연마한 것이 아니고 기억에 의존했을 뿐이라 그 위력의 십 분지 일도 발휘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남은 신선술 두 가지를 연마하지 못해 지존천선의 힘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어중간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물론 흑반선회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예상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총공격을 가하려 하자 백엽으로서는 더는 대응 방안이 사라진 셈이었다.
‘그나마 지존천선장을 펼치면 다른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건만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한 것인가.’
백엽이 하늘을 쳐다봤다.
‘천계의 무공을 펼치면 천계에서 어떤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던 게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백엽이 재차 탄식할 때.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높이 들었다.
“후후후! 백엽 네놈이 설마 천계의 도움을 바랐던 것이냐?”
“부인하지 않겠소.”
“후후후! 어리석은 놈! 천계는 우리 신선계의 일에 원칙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 섣불리 간섭했다가 신마대전이 벌어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혹시 몰라 나 역시 조금 전 잠시 강시종을 흔들지 않고 기다려봤으나 역시 예상대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요컨대 천계는 마계와의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 우리 신선계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지.”
흑반선회주가 말을 마친 후 곧바로 강시종을 흔들려 할 바로 그때.
허공에서 여인의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멈추세요!”
실로 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기이한 힘이 실려 있어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흔들지 못하고 허공을 쳐다봤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 한 부분에 동심원 모양의 공간이 생겨나며 금빛 구름 하나가 내려왔다.
“천계운(天界雲)!”
백반선회 부회주 창공반선이 소리쳤다.
그의 말에 모든 반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계운은 바로 천계에 떠다니는 구름이었다.
다시 말해 신선계에 신선운이 있다면 천계에는 천계운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천계운은 신선운과 달리 천계와 신선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얼마 후 금빛 구름이 좀 더 하강하자 그 위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실로 천상선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미인이었다.
속세의 미인이 아니라 전설상의 미인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우아함과 기품이 남달랐다.
“천계선녀(天界仙女)!”
이번에는 흑반선회주의 외침이었다.
“그래요. 제가 바로 천계선녀에요. 저를 아시나요?”
천계선녀의 물음에 흑반선회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대마신회주로부터 그대의 모습을 들은 적이 있소. 천계사자 신분으로 오신 것이오?”
“그래요. 저를 아신다니 말이 통할 것 같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흑반선회주께서는 백 회주와의 약속을 지켜 지금 바로 병력을 이끌고 지성봉으로 철수하세요. 앞으로 석 달간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시고요.”
“으음, 천계에서 이런 식으로 간섭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우리 천계의 무공인 지존천선장을 백 회주께서 펼치셨기 때문이에요. 흑반선회주께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천계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되지요.”
“으음,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오? 잘 아시겠지만 우리 뒤에는 대마신회가 있소.”
“호호호! 대마신회가 뭐라고 그러시나요? 대마신회는 마계의 일개 전투부대에 불과해요. 물론 대마신회에 소속된 대마신의 수가 십만이나 되지만, 그들 중 신선계에 올 수 있는 병력은 천 명 정도에 불과하지요. 그들 천 명의 대마신으로 우리 천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게다가 그들이 나서기로 했다면 벌써 왔을 거예요. 그러니 대마신들의 도움은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무엇보다 그들은 흑반선회주 당신처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그런 소인배는 아니지요.”
“으으······ 아무리 천계사자라 해도 말씀이 심한 것 같소.”
흑반선회주가 안색을 굳혔다.
천계사자라고 하나 상대는 단 한 명이었다.
하지만 천계사자를 공격하거나 죽이게 되면 천계 전체를 상대해야 했다.
신마대전이 이미 발발했다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일단 철수한 후 대마신회주께 여쭤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흑반선회주가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말했다.
“좋소. 물러나겠소. 아직은 우리 흑반선들 역시 천계와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잘 생각하셨어요. 우리 천계 역시 되도록 신선계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니까, 앞으로 권위를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별 탈이 없을 거예요.”
“고맙소. 그럼 나중에 봅시다. 모두 지성봉으로 돌아간다!”
딸랑딸랑.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흔들자 칠십만 강시들을 태운 신선운들이 지성봉 쪽으로 돌아갔다.
흑반선주를 비롯한 오만 흑반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천계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지라 철수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마 후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백엽이 천계선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백 회주님. 무림을 평정하시고 이렇게 백반선회주까지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혹시 절 아십니까?”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분과 너무나 닮으셨어요.”
“혹시 그분이 지존천선이십니까?”
“네. 총명하시군요. 잠깐 자리를 옮겨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창공반선께서는 뒷수습을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주님.”
* * *
백엽과의 밀담을 끝낸 천계선녀가 천계로 돌아가자, 백엽은 즉시 작전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는 백반선회 지휘부 백반선들과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이었다.
회의 장소는 등선봉 회주동으로 참석 인원은 모두 백여 명이었다.
“회주님. 천계선녀께선 천계로 정말 돌아가신 겁니까?”
백반선 부회주 창공반선의 물음이었다.
“그렇습니다. 천계의 규율상 신선계에 그렇게 오래 있지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천계선녀와 무슨 말씀을 나누셨습니까?”
“주로 천계의 상황과 마계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보안을 유지해야 할 사항이 많아 지금 그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회주님께서 알고 계시면 충분하지요. 그래도 우리 신선계와 관련된 것은 말씀해주실 수 있겠지요?”
“네. 물론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백엽의 말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천계선녀의 등장에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백엽의 말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일단 천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신선계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정말 예외적인 날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하셨지요.”
“아, 그게 사실이면 정말 아쉽군요. 천계의 도움을 받게 되면 흑반선 놈들을 쉽게 소탕할 수 있을 텐데······.”
백반선회 총군사 북두반선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아까 흑반선회주가 천계선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격을 가해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렇게 되면 천계가 자동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고 상과 벌이 확실한 천계의 특성상 흑반선회에 대한 엄한 징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조만간 신마대전이 발발할 거라는 것이 모두의 예상인데, 그 전에 미리 흑반선회를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천계에서 너무 소극적인 것 같군요. 혹시 천계에서는 흑반선회 소탕이 마계와의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걸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 자체적으로 흑반선회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라고 강조하셨지요.”
“하지만 천계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무슨 힘으로 흑반선들과 싸우겠습니까? 반선들의 수도 백배나 차이나고 거기에다가 놈들은 칠십만 강시까지 있으니 우리는 그에 비하면 너무 약합니다. 이것도 놈들을 따르는 마물들과 요괴들을 제외한 전력 비교입니다.”
“저도 그 사실을 말씀드리고 우려를 표시했더니 은둔반선 지휘부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습니다.”
“아!”
“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은둔반선들의 거처는 정말 찾기 힘들뿐더러 그 지휘부는 그 존재조차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은둔반선들도 모임을 결성하고 있다고 하시던가요?”
“네. 신마대전이 벌어지면 은둔반선들 역시 수도에 지장을 받으니 그분들도 모임을 결성하신 모양입니다. 천계선녀께서 저보고 은둔반선 지휘부를 만나 흑반선회와의 싸움에 관해 상의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수락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바로 내일 출발하려고 합니다.”
“그 위치를 알 수 있겠습니까?”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고 신선계 장벽 근처라고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 달간의 휴전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천계에서 관심을 둘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하시더군요. 그러니 제가 늦게 돌아와도 너무 초조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은둔반선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 외에도 몇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아무리 늦어도 석 달은 넘기지 않을 겁니다.”
“혼자 가실 겁니까?”
“아닙니다. 여기 세 분과 함께 갈 겁니다.”
백엽이 옆에 있는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을 가리켰다.
그들 세 사람이 매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제가 없을 동안 삼십만 강시를 잘 보호해주십시오. 그분들은 흑반선회주만 제거하면 원 상태로 회복될 것이니 그때까지 외부 공격을 막아주기만 하면 될 겁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등선봉 지하에 거대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무림을 재건할 중요한 자원들이니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