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7
“사부님. 이곳이 바로 신선계 장벽인가요?”
“그렇다. 더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될 것 같구나.”
백엽이 손으로 백장 너머에 있는 금빛 광채를 가리켰다.
금빛 광채는 일종의 막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 길이가 끝이 없었다.
마치 신선계를 둘러싼 외벽이라고나 할까.
사흘 전 등선봉을 떠나 이곳까지 온 백엽,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네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장벽 너머에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실제 보니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녀가 말했다.
“천계선녀께서 이곳 신선계 남쪽 장벽 인근에 은둔반선 지휘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니 잘 살펴봐야 할 것 같군요. 더 자세한 위치는 가르쳐주지 않으시던가요?”
“그렇소. 은둔반선들의 위치는 천계에서도 완전히 파악을 못 할 정도로 은밀하다고 하니, 이 정도까지 알게 된 것도 행운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천계에서는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된 것이죠?”
“은둔반선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은둔반선회주가 천계에 문의했다고 하오.”
“무슨 문의요?”
“신마대전이 정말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해봤다는데 그때 은둔반선 지휘부가 이곳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하오. 사실 그 사실 또한 보안 사항이라 알려주면 안 되는 것인데, 상황이 딱해 보였는지 예외적으로 천계선녀께서 가르쳐주신 것이오.”
“하기야 지금 우리로서는 은둔반선들의 지원 없이는 흑반선들을 상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이 정도 정보도 고맙게 생각해야 할 듯해요. 한데 위치 정보가 이게 전부인가요? 만일 그렇다면 너무 막막한데요? 하다못해 은둔반선 지휘부가 있는 봉우리 위치라도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성녀가 아쉬워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봉우리 위치는 모르지만 그 이름은 알고 있소. 은둔봉(隱遁峰)이라고 들었소. 아무래도 하나하나 찾아볼 수밖에 없을 듯하오.”
“은둔봉이라 하셨나요? 제가 알기로는 신선계 봉우리에는 각기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하던데 백반선들에게 물어보셨나요?”
“물론이오. 북두반선에게 물어보니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하였소. 그리고 모든 신선계 봉우리에 이름이 붙어 있는 게 아니고 반선들이 수도하는 곳 위주로 붙여진다고 하오.”
“하기야 수없이 많은 봉우리 모두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겠지요. 특히 장벽 인근에 있는 봉우리는 더욱더 반선들이 없다고 하니 이름 없는 봉우리가 더 많을 거예요. 그래도 이름이라도 아니 한번 운운술로 시험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미 이곳으로 오면서 여러 번 시험해보았소. 아직 운운술의 대상이 되는 봉우리에 은둔봉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소.”
백엽의 말에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이 안색을 조금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곳까지 온 것도 백엽이 신선운을 부릴 수 있어 함께 타고 온 것이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은둔반선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다른 할 일이 많다고 하셨는데, 차라리 그 일부터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병행할 수 있는 일이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오. 아, 그리고 이제는 우리끼리 있으니 그 일에 대해 말해주겠소.”
“네. 말씀해주세요. 사부님. 그래야 저희도 도울 수 있으니까요. 혹시 물건 같은 것을 찾는 게 아닌가요?”
“하하하. 설이 너의 눈치는 여전하구나. 사실 따로 할 일이란 다름 아니라 남은 사방주 두 알을 찾는 일이다.”
“아! 사부님께서 지금 청룡주와 백호주를 갖고 계시니 찾아야 할 여의주는 주작주와 현무주이겠군요. 한데 사방주가 원래 신선계에 있었던 건가요?”
“그렇다. 천계선녀 말씀에 의하면 원래 사방주는 신선계 전체를 지탱하는 진법의 주춧돌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신선계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사방주의 진법 보조 역할은 희미해졌지. 하지만 사방주 자체의 위력은 남아 있어 여러 가지 효능이 있지.”
“아! 그랬었군요. 한데 청룡주는 왜 무림에서 발견된 건가요? 장강 이무기 입에서 나왔다고 하셨던가요?”
“그렇다. 장강 이무기는 원래 마계의 마물인데 신선계로 넘어와 청룡주를 발견하고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신마대전이 벌어지자 무림에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후 장강에서 지내고 있다가 내게 죽임을 당한 것이지.”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대단한 마물이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놈을 제거하실 수 있었지요?”
“운이 좋았지. 천계선녀와 그 이야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신마대전 때 장강 이무기 역시 내상이 깊어 그 회복을 끝내 못한 것 같다. 내상을 입지 않았다면 벌써 마계로 복귀했지 왜 장강에서 지냈겠느냐? 그것도 천년 동안이나 말이다.”
“아무튼, 다행이에요. 그렇게라도 청룡주를 확보하셨으니까. 그리고 백호주는 신선 용암에서 발견하셨다고 했고, 그 덕분에 신선비검술도 익히셨다고 했던가요? 그럼 나머지 아직 연마하지 못한 신선술 두 가지도 남은 사방주와 관련이 깊겠군요.”
“그렇다. 지금 보니 내가 제법 자세한 설명을 해준 것 같구나. 사방주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은 혹시라도 내가 없을 때 주작주와 현무주를 발견하면 꼭 확보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녀와 신의 두 분께도 도움을 청하겠소.”
“물론입니다. 교주님.”
“저도 신경 쓸게요. 두 여의주의 모양은 어떻게 되나요?”
“문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오. 크기는 사방주 네 개 모두 비슷하니까.”
백엽이 청룡주와 백호주를 꺼내 보여주며 아직 찾지 못한 주작주와 현무주 모양을 설명해줬다.
설명이 끝나자 매영설이 물었다.
“사부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은둔반선들을 찾아 지원을 요청하고 주작주와 현무주까지 찾으려면 정말 석 달이라는 시간도 모자랄 것 같아요.”
“단순히 찾기만 한다면 그렇게 빠듯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말한 석 달의 기한은 주작주와 현무주까지 찾고 나머지 신선술 두 가지 모두 연마하는 것을 의미한단다. 그래야 지존천선의 힘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지존천선의 힘은 어떻게 흡수하는 건가요?”
“그것까지는 굳이 이야기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선비급 상의 신선술을 모두 연마하면 내가 마셨던 신선주에 담겨 있던 지존천선의 힘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평등반선께서 말씀하셨지. 그러고 보니 기회를 봐서 마계로 가서 평등반선님을 구출해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기약이 없구나.’
백엽이 평등반선을 떠올렸다.
대마신회주에게 잡혀갔다고 들었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절대강시로 제조되고 있다고 했던가.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백엽은 다소간 마음이 초조해졌으나 애써 눌렀다.
‘지금은 은둔반선회주를 만나는 것이 급선무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백엽이 말했다.
“일단 나는 신선운을 타고 근처 봉우리들을 조사해보겠소. 여러분은 멀리 가지 말고 인근에서 주작주와 현무주 발견에 힘을 써주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아무리 신선계 장벽 근처에 마물과 요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는 하나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구나. 성녀의 성력이 마물과 요괴와 극성이라 약간 안심이 되긴 하지만 강력한 놈들이 출몰한다면 방어하기 힘들 것이다.’
신선운을 타고 신선계 남쪽 장벽 인근 봉우리를 둘러보던 백엽이 원래 있던 곳을 돌아봤다.
하지만 벌써 구름에 가려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괜히 세 사람을 데리고 온 건 아닐까. 등선봉에 두고 삼십만 강시를 보살피고 있으라고 하면 될 것을.’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하지만 그가 성녀 등 세 명을 데려온 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백엽 자신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연락책으로 쓸 수도 있고, 무엇보다 무림에 변고가 생기면 한 사람이라도 급히 보내 중원무맹 무사들을 지휘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설마 흑반선회주 그자가 석 달이 지나기 전에 무림을 침공하지는 않겠지.’
그랬다.
백엽의 우려는 바로 무림의 안전이었다.
백반선회의 경우 천계의 보호 아래 석 달간은 대체로 안심을 놓을 수 있었지만, 무림의 경우는 달랐다.
흑반선회주가 공격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대상에 무림은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약속을 정할 때 그 부분을 빠트린 것을 내심 아쉬워하고 있는 그였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내게 무림은 매우 중요하지만 흑반선회주의 경우는 다를 수 있으니까.’
백엽이 고개를 한번 흔든 후 첫 번째 봉우리로 접근했다.
안개에 싸여 있는 그곳은 남쪽 장벽과 가장 가까운 봉우리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장벽 인근에 있는 봉우리의 수는 대략 천여 개 정도였다.
뭐 그렇게 많냐고 할 수 있지만 신선계 자체가 워낙 광활해 외곽지대라 할 수 있는 이곳 역시 매우 넓었다.
‘은둔반선들이 있다면 분명 나의 접근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떠들어대면 더욱더 잘 알겠지.’
백엽이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저는 백반선회주 백엽이라고 합니다. 천계선녀님의 소개로 은둔반선회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신선계 평화를 위해서 힘을 합치고 싶으니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다소 의례적인 내용이었지만 꼭 필요한 사항은 모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백엽은 봉우리 주위를 탐색하며 계속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봉우리 주위에 인기척도 없었다.
‘여긴 아닌 것 같군. 다음 봉우리로 가보자.’
백엽이 옆에 있는 봉우리로 가서 같은 말과 행동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렇게 열 개 정도의 봉우리를 돌았으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장벽 근처에 은둔반선들이 수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니 헛소문이었는가. 아니면 내 목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가. 일단 백 개는 채우고 돌아가야겠군.’
백엽이 안색을 굳히며 다음 봉우리로 향했다.
* * *
백엽이 백여 개의 봉우리를 조사하고 원래 위치로 돌아왔을 때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도 수색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미리 해가 지면 일단 복귀해서 모두 모이자고 약속한 결과였다.
“교주님. 성과는 있었습니까?”
생사신의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었소. 여러분은 어떠하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주님 말씀대로 너무 멀리 가지 않아서 그런지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식수로 사용할 샘터와 과일이 있는 곳은 파악해두었습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도 한 곳 찾았는데, 오늘 밤부터 그곳에서 지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잘 되었소. 안 그래도 오늘 밤 잘 곳이 걱정이었소.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갑시다. 여기서 먼 곳이오?”
“아닙니다. 조금 가면 계곡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에 제법 큰 동굴이 있더군요. 동굴 안에 샘터도 있고 계곡에는 식량 대용으로 먹을 과일도 많았습니다.”
“내게 신선단이 많이 있어 식량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만, 가끔 과일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밤에 수색하지 않는 것은 마물과 요괴가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쉴 수는 없소. 그래서 저녁 시간에는 각자 알아서 운기행공을 하거나 무공을 연마하도록 하시오. 석 달 후 흑반선회 측과 전면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각자 실력을 높여두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저와 매 소저는 잘 모르겠지만 성녀님은 조금만 더 경지를 높이면 충분히 흑반선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잘 보셨소. 하지만 두 사람 역시 충분히 가능하오. 앞으로 매일 내가 신선지기를 세 사람의 몸에 넣어주고 운운술 등 꼭 필요한 신선술도 가르쳐주겠소. 속성으로 익히게 할 생각이라 높은 경지에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흑반선들의 공격을 받고 목숨을 부지할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오.”
“아!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그 정도만 돼도 무림에 나가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게 아닙니까?”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구려.”
백엽이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쫓기는 것도 아니라 일부러라도 여유를 가지려는 것 같았다.
“사부님. 제가 제일 먼저 배울 거예요. 특히 운운술은 꼭 터득하고 싶어요.”
“그래. 일단 거처로 사용할 동굴부터 정리하고 바로 시작하자. 이는 세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