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8
“사부님. 벌써 이곳에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요. 은둔반선 지휘부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글쎄다. 인근 봉우리들은 여러 번 조사해봤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 같다.”
백엽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앞에는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이들 네 사람이 있는 곳은 지난 두 달간 거처로 사용한 동굴 앞에 있는 계곡이었다.
계곡 이름은 신선곡(神仙谷)으로 그 이름은 매영설이 지은 것이었다.
요컨대 지난 두 달간 이곳 신선곡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낮에는 각자 은둔반선 지휘부와 사방주를 찾고, 해가 지면 무공과 신선술을 연마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은둔반선 지휘부와 주작주, 현무주를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나머지 무공과 신선술 연마에 있어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그 때문일까.
오늘은 수색을 나가는 것을 쉬고 그동안 배운 무공과 신선술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아침부터 계곡 공터에 모인 것이었다.
백엽이 다시 말했다.
“수색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지금부터는 그동안 익힌 무공과 신선술 점검을 하도록 하겠소. 특히 운운술과 신선전음을 시험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오. 그럼 먼저 운운술부터 점검해보겠소. 각자 운운술을 펼쳐보시오.”
“네.”
“네.”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일제히 대답 후 각자 운운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백엽은 묵묵히 그 광경을 쳐다봤다.
하지만 세 사람의 수련 정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성녀는 비교적 수월하게 신선운을 불러 그 위에 올라탔지만, 생사신의와 매영설은 좀처럼 신선운을 부르지 못했다.
물론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고 구름 몇 조각이 생사신의와 매영설 두 사람 머리 위까지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다.
“됐소. 성녀 외에 나머지 두 사람은 그만하시오.”
“네.”
“네.”
생사신의와 매영설 두 사람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동안 백엽이 두 사람에게 막대한 양의 신선지기를 넣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운운술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성녀는 이제 신선운을 타고 계곡 위를 천천히 날아다닐 정도로 숙달이 되어있었다.
백엽이 넣어준 신선지기의 양은 세 사람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가 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성녀의 몸에 성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선지기와 성력이 몸속에서 결합하면서 운운술의 바탕이 되는 신선지기의 양과 질이 모두 배가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선강시 대법 과정에서 흑반선들을 상대했던 성녀는 그 당시에도 막대한 양의 신선지기를 흡수한 바 있었다.
이는 성녀 자신도 몰랐던 것으로 백엽이 그 사실을 깨닫고 매우 기뻐했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넣어주는 신선지기의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녀는 신선강시 대법 과정에서 스스로 저항을 해 흑반선들을 상대했기에 그 한계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불가사의한 힘이라 할 수 있는 성력까지 조화를 이루자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백엽은 그녀에게 운운술과 신선전음 외에 다른 신선술은 가르치지 않았다.
이는 시간적 한계도 있지만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성력의 힘 또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백엽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강해진 성력으로 충분히 흑반선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성녀가 신선곡 위를 신선운을 타고 몇 바퀴 돈 후 내려오자 백엽이 말했다.
“매우 잘했소. 신의와 설이 두 사람은 성녀가 만든 신선운에 올라타시오. 신선운이 세 사람을 태울 수 있는지 보고 싶소.”
“네.”
“네.”
이미 한 사람만 운운술을 터득하면 나머지 두 사람을 태우고 다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생사신의와 매영설 두 사람은 대답 후 곧바로 신선운 위로 올랐다.
다행히 두 사람은 신선운 위에 올라가서 지탱하는 방법은 배웠기 때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성녀가 미소지으며 두 사람을 태운 채 다시 허공으로 떠올라 계곡 위를 선회했다.
그 이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숙달될 때까지 신선곡 주위를 벗어나지 말라는 백엽의 명 때문이었다.
너무 멀리 가면 백엽이 그들을 보호할 수 없어 그랬던 것으로, 사실 멀리 가게 되면 마물이나 요괴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컸다.
이는 도보로 다니는 것과 신선운을 타고 다니는 것의 차이로, 신선운을 타고 잠시 날아가도 그 거리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컸다.
“모두 내려오시오.”
“네.”
성녀가 대답과 함께 백엽 옆으로 내려왔다.
세 사람이 신선운에서 내리자 백엽이 말했다.
“앞으로 신선운을 탈 때는 세 사람이 함께 움직이도록 하시오. 지금 보니 세 사람이 함께 타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소.”
“네.”
“네.”
대답은 했지만 매영설의 경우 운운술을 터득하지 못해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하하하. 설아. 신의도 터득하지 못했는데 어찌 네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성력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컸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꼭 배우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그래도 나름대로 수확이 있지 않았느냐? 신선지기를 내공으로 변환시켜 기존 내공이 늘어났으니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언제든 신선지기만을 따로 사용해 신선전음도 날릴 수 있고 말이야. 말이 나온 김에 세 사람 모두 신선전음을 펼쳐 보시오. 내게 아무 말이라도 전하면 될 것이오. 내가 일일이 신선전음으로 답변을 보내겠소.”
“네.”
“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경쟁적으로 신선전음을 백엽에게 보냈다.
백엽이 미소 지으며 일일이 답변을 했다.
여러 번의 신선전음이 오간 후 백엽이 말했다.
“신선전음의 경우 세 사람 모두 상당한 수준까지 익혀서 다행이오. 내가 신선전음을 가르친 이유는 비상시 서로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요. 특히 내가 심혈을 기울여 개량했기 때문에 상당히 먼 거리에도 대화가 가능할 것이오.”
“사부님. 그럼 무림과 신선계 사이도 신선전음이 통하나요?”
“하하하. 좋은 질문이다. 원래는 안되지만, 개량을 했기 때문에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 경우에는 나만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무림과 신선계로 각각 떨어져 있는 경우 신선전음을 나만 보낼 수 있고, 세 사람은 듣기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안되나요?”
성녀의 물음이었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성녀의 신선지기가 매우 강해졌으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소. 운운술의 경우도 아직은 신선계 내에서만 가능할 것이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신선전음의 경우 저 역시 무림과 신선계 사이 장벽을 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너무 실망하지 마시오. 성녀는 성력이 출중하니 내가 모르는 힘을 깨닫는다면 가능해질지도 모르오. 이는 운운술 역시 마찬가지요. 지금은 속성이라 신선계 내에서만 가능하지만 좀 더 경지가 높아지면 무림에서도 일반 구름을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오.”
“네. 한데 교주님께서는 그동안 줄곧 특수이동 대법을 연마하시던데 성과가 있었나요?”
“그렇소. 소기의 성과를 이뤘소.”
“아, 그럼 우리 세 사람을 데리고 무림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건가요?”
“아마 가능할 것이오. 다만 아직 완벽하지 못해 다른 사람을 데리고 무림으로 가면 흑반선들에게 그 행적을 들킬 우려가 있소. 그 때문에 은둔반선들을 만나면 무림과 연결된 통로를 물어보려 했던 것인데 그것도 기약이 없으니 난감한 게 사실이오.”
“그래도 무림 상황이 너무 궁금해요. 설마 그동안 흑반선회주 그자가 무림을 침공한 것은 아니겠지요?”
“만일 그랬다면 천계선녀께서 연락을 주셨을 것이오.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남은 한 달 동안 원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합시다.”
“네. 하지만 사방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은둔반선 지휘부는 이 근방에 없는 게 아닐까요? 천계에서 이곳을 파악한 후 은둔반선들이 지휘부 거점을 옮겼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만 천계선녀께서 그러한 점도 고려해 말씀해주셨을 것이오. 그래서 내일부터는 좀 더 장벽 쪽으로 가보려 하오.”
“신선계 장벽에서 백 장 이상 떨어져야 안전할 거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그렇소. 하지만 지금 조사해보지 않은 곳은 그곳뿐이라 시도를 해봐야 할 듯하오.”
“사부님. 조사해보지 않은 곳이 또 있어요.”
“그게 어디냐?”
“장벽 너머요. 제 생각으로는 은둔반선들이 장벽 너머로 넘어간 게 아닌가 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흔적이 없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으음, 기발한 생각이구나. 하지만 굳이 은둔반선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장벽 너머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일 것 같다. 하지만 한번 숙고해보마.”
“네.”
* * *
다음 날 아침 백엽은 공언대로 신선계 장막 쪽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인근 봉우리 천여 개는 이미 여러 번 가봤기에 이제 마지막으로 장벽 백장 이내를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사실 장벽 백장 이내라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공터는 아니었다.
여전히 수풀이 우거졌고 계곡이 이어져 있었다.
문제는 장벽에서 나오는 열기였다.
이 열기는 백장 밖에서도 느껴졌는데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벽 가까이 다가가다가 어떤 힘에 의해 끌려들어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장벽 너머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백엽으로서도 할 일이 많은 지금 굳이 그런 모험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왠지 며칠 전부터 이곳을 수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은둔반선 지휘부는 몰라도 주작주와 현무주는 장벽 가까이 있거나 어쩌면 그 너머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신선 용암의 열기와 비슷하구나. 신선지기가 약한 자는 아예 접근 자체가 어려울 듯하다.’
뜨거움을 호신강기로 막아내며 장벽을 항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속도를 내지 않은 것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도 있지만 수색을 위해서였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지하였다.
장벽 백장 이내에는 봉우리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 은둔해있거나 물건이 숨겨져 있다면 지하가 유력했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 장벽까지의 거리는 십장 정도.
더 나아가면 정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보니 열기의 정체는 바람이었구나. 장벽 너머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역시 일종의 진법인가. 좀 더 가볼까?’
백엽이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바로 그때였다.
장벽 쪽에서 금빛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금빛 광채로 이루어진 장벽이라 빛 같은 것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자 백엽이 흠칫했다.
뜨거운 바람의 열기도 더는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안개가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에 물러서려면 지금 바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안개가 자신을 해칠 것 같은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험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좀 더 견뎌보자. 신선 용암에 한 번 빠져봐서 그런지 열기는 참을 만하다. 문제는 안개인데 설마 이대로 장벽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백엽이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날까 고민했지만 그대로 있었다.
그 순간 금빛 안개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스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