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21
동굴에서 나온 백엽 일행은 신선곡을 가득 채운 괴수 늑대 무리를 보고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담담함을 유지하던 백엽조차 만여 마리에 달하는 괴수 늑대들을 보고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최대 천여 마리 정도로 생각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판단한 것인데 지금 보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괴수 늑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들 괴수 늑대들의 몸집은 조금 전 동굴 안에서 처치한 놈과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괴수 늑대와 비교해 훨씬 더 큰 녀석도 있었다.
‘저놈이 수괴인가?’
백엽이 다른 괴수 늑대보다 다섯 배는 큰 놈을 쳐다봤다.
놈 역시 백엽과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놈을 보고 물었다.
“네놈이 바로 괴수 늑대들의 수괴냐?”
“후후후! 그렇다. 대왕 늑대가 바로 나다. 네놈이 바로 백반선회주 백엽이냐?”
대왕 늑대가 사람처럼 말을 유창하게 하자 백엽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깜짝 놀랐다.
백엽의 경우 대왕 악마조를 통해 상급마물의 경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성녀 등의 경우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오늘 네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온 것은 흑반선회주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
“후후후! 그렇다. 네놈들이 은둔반선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리셨지.”
“역시 그랬었군. 아직 약속한 석 달 기한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파기를 하다니, 흑반선회주 그자는 역시 신의가 없는 자로군.”
“무슨 개소리냐? 흑반선회주께서 석 달간 공격하지 않기로 한 상대는 바로 백반선회다. 백엽 네놈을 제거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지. 아, 물론 네놈이 등선봉에 계속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요컨대 네놈이 이곳까지 온 것이 원인이니 약속을 핑계로 우리 공격을 피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라. 오늘 우리 주력을 대부분 데려온 것은 확실하게 네놈을 죽이기 위한 것으로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대왕 늑대가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사람의 얼굴과 비슷했다. 몸은 늑대였지만 얼굴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보니 반인반수에 가깝군. 대왕 늑대라고 했나? 너도 원래는 반선이었느냐?”
“무슨 헛소리냐? 내 마력이 높아져 얼굴이 사람처럼 변하고 있을 뿐이다. 마물이라도 우화등선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이번에 네놈을 죽이면 흑반선회주께서 영약을 주신다고 약속했으니, 네놈이 무슨 개소리를 해도 절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늑대 주제에 개소리라니 그렇게 어울리는 말은 아니군. 좋다. 어차피 싸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 같군. 다만 싸우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무엇이냐?”
“은둔반선 지휘부가 이곳에 머문 적이 있었느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떠났지.”
“역시 그랬었군. 아마도 네놈들 때문에 거처를 옮긴 것 같은데 그게 맞느냐?”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 때문에 자신들의 거처가 흑반선회 쪽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겠지. 워낙 쥐새끼 같은 놈들이라 당연히 그랬을 것 같군. 자꾸 다른 이야기로 시간을 끌 생각하지 말고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백엽 네놈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나머지 놈들은 살려주겠다.”
“인간보다 더 영악한 놈이군. 한 가지 더 묻겠다. 혹시 주작주와 현무주를 알고 있느냐?”
“사방주를 말하는 것이냐?”
“그렇다. 혹시 본적이 있느냐?”
“본적은 없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알고는 있다.”
“말해줄 생각은 없느냐?”
“물론이지. 다만 한 가지만 가르쳐주지. 그 구슬들을 얻기 위해서는 신선계 마물과 요괴 전체를 상대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죽을 놈이지만 이 정도는 가르쳐주마.”
대왕 늑대가 말을 한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괴수 늑대들이 신선곡 안으로 진입해 백엽 일행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임을 확인한 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 이제 네놈들은 끝이다. 조금 전까지는 운이 따랐으면 도주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기회도 사라졌다. 내가 일급 기밀까지도 가르쳐주며 시간을 끈 이유를 이제야 알겠느냐?”
“몰랐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똑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다.”
백엽이 말을 한 후 우수를 한번 흔들었다.
순간 신선곡 주위에 금빛 결계가 생겨났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대왕 늑대가 흠칫했다.
언뜻 보기에도 보통 결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게 무엇이냐? 설마 우리를 가둔 것이냐?”
“그렇다. 네놈들은 단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서 소멸할 것이다.”
백엽이 지존검을 천천히 뽑았다.
검신 전체에서 금빛 검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백엽 일행과 가까이 있던 괴수 늑대들이 몸을 부르를 떨며 뒤로 물러났다.
“소문대로 천계제일검 지존검이군.”
“지존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그렇다. 신선계 마물들이 그 지존검에 의해 무수히 죽임을 당했지. 사실 내가 흑반선회주님의 명을 받아 네놈을 죽이려 하는 것도 바로 그 지존검 때문이다.”
“지존검을 없앨 생각이냐?”
“그렇다. 지존검을 빼앗은 후 신선 용암에 빠트린다면 다시는 지존검을 사용할 자가 없을 것이다.”
“하기야 보검은 마물들의 적이라 할 수 있지. 한데 천계제일검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마계제일검도 따로 있는 것이냐?”
“물론이다. 아직 그것도 몰랐느냐? 천마검이 바로 마계제일검이지. 그리고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지존검의 원주인이 바로 우리 마물들의 철천지원수라 할 수 있는 지존천선 그놈이지. 그 사실도 몰랐느냐?”
“그건 아니다. 지존검의 원주인이 지존천선님인 것은 나도 짐작하고 있었다. 한데 그 천마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혹시 마계에 있느냐?”
“그럴 것이다.”
“누가 가지고 있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계제일검은 마계의 일인자께서 가지고 계실 거라는 것을 말이다.”
“마계의 주인이 갖고 있다는 말이냐?”
“시끄럽다. 곧 죽을 놈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냐? 그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경한 일이니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한데 갑자기 나도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지는구나.”
“뭐냐? 물어봐라. 나도 대답해주마.”
“네놈이 정말 지존천선의 환생이냐?”
“나도 모른다. 지존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던데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랬었군. 후후후! 네놈은 내게 또 속았다. 혹시 몰라 원군을 요청했는데 마침 도착했구나.”
대왕 늑대가 하늘을 쳐다봤다.
순간 신선곡 위 허공에 괴조들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아! 저놈들은 악마조!”
백엽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짓자 대왕 늑대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사실 네놈들이 신선운을 통해 도주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와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 악마조들이 왔으니 네놈들이 빠져나갈 구석은 전혀 없다.”
대왕 늑대가 앞발을 들어 악마조를 향해 흔들었다.
천여 마리 정도인 악마조들이 신선곡 하늘을 빼곡하게 메웠다.
비록 대왕 악마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백엽 일행을 협공할 준비는 마친 것 같았다.
백엽 뒤에 있던 매영설이 걱정이 되는지 물었다.
“사부님. 괜찮을까요? 악마조 놈들의 독기류에 백반선들도 여럿 당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있으니까. 사실 아까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이왕 제거하는 것. 한꺼번에 제거하면 더 깔끔하지.”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괴수 늑대 만여 마리와 악마조 천여 마리. 그리고 대왕 늑대.
얼핏 봐도 백반선회 전체가 상대해도 버거운 전력이었다.
‘삼십 년 전, 아니 사흘 전 내 무위라면 어려웠을 것이지만 지금은 이전의 내가 아니다. 높아진 내 실력을 시험해볼 적절한 기회인 것 같구나.’
백엽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대왕 늑대가 소리쳤다.
“총공격하라! 악마조들도 바로 협공하시오!”
쐐애액. 쏴아아.
괴수 늑대들이 괴성과 함께 백엽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중에 있던 악마조들 역시 독기류를 아래로 뿜어냈다.
그 모든 공격이 백엽 한 사람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백엽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면서 무형지기를 뒤로 보내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을 동굴 쪽으로 다시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 세 사람 역시 동굴 입구에서 지금 벌어지는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백엽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뒤로 보냈음을 알고 저항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보고 언제라도 뛰쳐나갈 생각이었다.
“조심하세요! 사부님!”
매영설이 소리쳤으나, 백엽은 지존검을 든 채 미동도 없었다.
괴수 늑대들이 지척까지 다가와 발톱과 송곳니로 백엽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기세였다. 그보다 앞서 악마조들이 내뿜은 독기류가 백엽의 몸에 닿기 직전이었다.
백엽이 지존검을 동심원 모양으로 휘두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순간 금빛 검기가 동심원 모양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악마조들이 내뿜은 독기류가 흔적도 없이 소멸하였다.
백엽 근처에 있던 괴수 늑대들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심원 모양으로 뻗어 나가는 지존검기의 위력은 오히려 가속화되었다.
그 과정에 들리는 것은 괴수 늑대들의 처참한 비명이었다.
비명을 지른 것은 괴수 늑대만이 아니었다.
시차는 있었지만 지존검기가 허공에 있던 악마조 떼 역시 덮쳤다.
악마조 천여 마리가 벼락을 맞은 듯 한 줌 재가 되고 말았다.
괴수 늑대들은 더욱더 처참했다.
도망을 치고 싶어도 백엽이 사전에 쳐놓은 결계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온전히 지존검기에 맞서야 했으나 어떤 수를 쓰든 몸이 가루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백엽을 걱정하던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그 모습에 경악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조와 괴수 늑대의 위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셈이었다.
놈들의 수를 생각할 때 백엽이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실제는 기우였다.
아니 압도적인 백엽의 무위에 다들 깜짝 놀랐다.
불과 사흘 못 본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퀘웨엑!”
“켁!”
처절한 비명이 신선곡 아래위로 가득찬 후 서서히 그 결과가 드러났다.
완전한 몰살.
대왕 늑대를 비롯한 괴수 늑대 만여 마리와 악마조 천여 마리 모두가 떼죽음을 당하고 만 것이었다.
대왕 늑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최후로 백엽을 공격하려 했으나 백엽의 손짓 한 번에 온몸이 터져나간 것이 유일한 저항이었다.
“사부님!”
“교주님!”
매영설과 성녀, 생사신의가 동굴 밖으로 나와 백엽을 향해 달려왔다.
“사부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다. 혹시 다친 사람이 있소?”
“아니에요. 저희는 모두 무사해요. 교주님께서 미리 대피시켜준 덕분이에요.”
성녀의 말에 백엽이 미소지었다.
사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을 뒤로 물린 것은 마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백엽 자신의 공격에 당할 염려 때문이었다.
물론 공격을 하더라도 아군과 적을 구별하겠지만 아직 지금 경지로 실전에 임한 적이 없어 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지존검기를 펼칠 때 보니 그런 우려는 정말 기우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격을 적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다행이오. 어서 계곡 밖으로 나갑시다. 다른 마물들이 몰려올 수 있으니까.”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