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22
백엽 일행이 신선곡을 떠나 신선계 북쪽 장벽 인근에 도착한 것은 두시진 후였다.
최소 사흘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던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참고로 그들 세 명은 성녀의 신선운을 타고 온 것이 아니라 백엽의 신선운을 타고 왔다.
“사부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있지요? 신선운의 속도 또한 얼마든지 빠르게 할 수 있는 건가요?”
매영설의 물음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운운술이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특수이동 대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그렇다면 특수이동 대법 역시 운운술을 이용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다. 운운술이라기 보다 순간이동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특수이동 과정에 운운술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경공의 최고봉이라는 이형환위나 최고의 신법이라는 금강부동신법의 원리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익히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무림에서 제대로 된 이형환위나 금강부동신법을 구사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알고 있고요. 아무래도 깨달음이 동반되어야 하겠지요?”
“그렇다. 쉽게 말해 빠름과 느림을 하나로 볼 수 있어야 하지. 그래서 가장 느린 것이 실은 가장 빠르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무형검의 토대가 되는 중요 이론으로 모든 무공의 근본이라 할 수 있지.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일단 거처부터 마련하고 다시 이야기하자.”
백엽이 북쪽 장벽 인근을 둘러봤다.
아침 햇살이 사방을 비추고 있는 그 모습은 남쪽 장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차이점이라고는 곳곳에 생기가 느껴진다는 것 정도.
‘역시 내 예상대로군. 은둔반선들이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교주님. 저쪽에 계곡이 보입니다. 신선곡과 유사하니 저곳부터 가보시지요.”
“그럽시다.”
* * *
새롭게 발견한 계곡의 이름은 쉽게 지어졌다.
이번에도 매영설이 지었는데 꼭 이곳에서는 은둔반선 지휘부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은둔곡(隱遁谷)이라 지었다.
동굴 역시 적당한 것이 있어 앞으로 한 달간 거주하기로 했다.
“아까 보니까 곳곳에 생기가 있었소. 짐승들의 것이 아니라 반선들의 것이었소. 이는 은둔반선들이 인근에 있다는 증거로 운이 좋으면 그분들을 며칠 내로 만날 수도 있을 것이오. 아, 그리고 사방주에 대한 수색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되니 세 사람은 나를 기다리면서 이곳 은둔곡에서 수련에 매진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세 사람은 아직 자신들의 무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특히 생사신의와 매영설 두 사람은 괴수 늑대 한 마리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는데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는 성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괴수 늑대가 최대 백 마리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한데 백엽이 그 백 배인 만여 마리를 단 일검에 제거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금세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백엽은 단 사흘 만에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고수로 돌아왔는데, 그에 비해 자신의 성취는 미비했기 때문이었다.
교주 옆에서 강력한 지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성녀로서 일종의 수치심까지 느꼈다고나 할까.
이제 흑반선 두세 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다고 내심 자만했던 것이 실로 부끄럽게 느껴진 것이었다.
“교주님. 설마 지금 바로 혼자서 수색을 나가실 건가요?”
“그렇소.”
“마물들과 싸우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좀 쉬었다가 수색을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기 오느라 제대로 잠도 못 주무셨잖아요?”
“나는 괜찮소. 오히려 여러분이 걱정이오. 수련은 저녁부터 시작하고 동굴에서 다들 한숨 자도록 하시오. 너무 급하게 수련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는 게 좋겠소.”
“말씀은 감사하지만, 교주님께서 쉬지 않으시면 저희도 쉴 수가 없지요. 정오 때까지라도 눈 좀 붙이고 가세요.”
성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매영설도 거들었다.
“사부님. 먼저 모범을 보이셔야지요. 오전은 모두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해요.”
“하하하. 그럴까? 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분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좋소. 차라리 오늘 하루 전체를 쉬도록 하겠소.”
“호호호. 대찬성이에요. 사부님. 한데 그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니 혹시 은둔반선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내 생각이지만 남쪽 장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은둔반선 측에서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사부님께서 두 달 동안 그렇게 떠들고 다녔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던 것을 보면 정말 우리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은둔반선 측에서 생각해볼 때 섣불리 백반선회와 동맹을 체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동맹은 서로의 세력이 비슷해야 하는데, 백반선회의 전력이 너무 미약하니 어찌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질 수 있겠느냐?”
“하지만 그분들이 우리가 남쪽 장벽에서 자신들을 찾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정말 실망인걸요.”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들은 이름 그대로 만사를 귀찮아하는 은둔반선들이니까. 확실한 승산 없이 섣불리 백반선들과 동맹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새 회주가 된 나의 무력에 대해 의구심이 깊었겠지.”
“하지만 이제 사부님의 무공은 천하무적이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무공이 급상승하실 수 있지요? 정말 우리 모두 직접 봤지만 인간의 무학이 아니었어요. 그 많은 마물들을 한꺼번에 제거하시다니. 혹시 장벽 너머에서 무슨 기연이라도 얻으신 건가요?”
“으음, 기연이라면 기연이라 할 수 있지. 충분한 수련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요? 사흘이 그렇게 짧은 시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시간도 아니잖아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말해도 믿기 힘든 일을 겪었으니까. 아무튼 조금 전 이야기를 계속하면 내 예상이긴 하나 내가 신선곡에서 마물들을 격퇴한 일이 은둔반선 지휘부에 전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 무위라면 흑반선회는 물론이고 대마신회와도 충분히 겨뤄볼 수 있다는 판단을 은둔반선 지휘부에서 내릴 수 있을 테니까. 이미 우리 위치를 알고 있을 텐데 은둔반선 한 명이라도 보내 내 생각을 들어보려 하지 않을까?”
“오호. 듣고 보니 정말 그러하네요. 하기야 은둔반선들은 우리가 찾을수록 더 숨어버리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튼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해요.”
“그렇게 하자.”
* * *
“회주님. 백반선회주 백엽이 인근 계곡에 일행 세 명과 함께 왔습니다.”
“그들이 남쪽 장벽 인근에서 이곳으로 왔다는 말이오?”
“네. 아무래도 우리 은둔반선회 지휘부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보고를 올리는 노인이 말했다.
그는 십뇌반선(十腦半仙)이란 자로 은둔반선회의 총군사였다.
그의 앞에는 역시 한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로 은둔반선회 회주 무극반선(無極半仙)이었다.
“으음, 어제 낮에만 해도 그 일행이 남쪽 장벽 인근에 있지 않았소? 백엽 그자가 며칠 보이지 않았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목격되었다고 하더니만 이렇게 빨리 이곳에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구려. 백엽 그자가 특수이동 대법을 완전히 익힌 것이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특수이동 대법을 그 정도로 능숙하게 펼칠 수는 없을 테니, 아무래도 신선운을 다루는 기술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소. 남쪽 장벽 인근에 마물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하더니 혹시 놈들의 습격을 받은 게 아니오?”
“그런 것 같습니다. 괴수 늑대 만여 마리와 악마조 천여 마리가 백엽 일행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지요. 싸움이 벌어지려 하자 백엽 일행이 도주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싸우기 전에 도주했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괴수 늑대의 마력은 일반 마물 중에서도 상급에 해당합니다. 그런 놈들이 무려 만여 마리가 몰려갔으니 이를 상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게다가 악마조 천여 마리까지 가세했다면 결과는 보나마나였을 겁니다. 그나마 열세를 깨닫고 미리 도주해 이곳까지 온 것 같습니다. 역시 단숨에 백반선회주가 된 자답군요. 그 먼 곳에서 이렇게 빨리 오다니.”
“이동 능력이 뛰어난 것은 지금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오. 우리가 백반선회의 지원 요청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동맹을 맺어봤자 흑반선회와 대마신회의 표적만 될 뿐 득이 될 만한 게 없기 때문이오.”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백반선회를 돕지 않으면 흑반선들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흑반선회주의 약속을 믿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총군사는 그자의 말을 믿소?”
“물론 전혀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흑반선들과 싸우게 되면 대마신회가 관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총군사는 신선계 패권을 흑반선들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우리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조용히 수도에만 매진하자는 것이오?”
“힘이 약하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결국은 우리를 공격하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때까지 좀 더 은둔반선들을 결집해서 준비한다면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오. 사실 흑반선들은 몰라도 대마신들은 우리 힘으로 역부족이오. 천계의 도움 없이는 절대 마계를 상대할 수 없소. 아,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백반선회주가 된 백엽 그자의 무위가 아깝소. 흑반선회주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이겼다고 하나 흑반선회주의 무위는 대마신들과 큰 차이가 없으니 어찌 전체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겠소?”
“지금은 그렇지만 소문대로 그가 지존천선의 환생이 맞는다면 나중에 그 혼자서 충분히 전세를 역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그런 능력을 갖추게 되려면 최소 삼십 년의 수련이 필요할 것이니, 지금은 백반선회와 동맹을 맺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군사 십뇌반선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십뇌반선과 무극반선이 있던 동굴 안에 은둔반선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백엽 그자가 마물들을 완전히 소탕했다는 보고입니다. 읽어보시지요.”
보고를 한 은둔반선이 서찰 하나를 건네자 무극반선과 십뇌반선이 함께 그 내용을 읽어봤다.
얼마 후 서찰을 모두 읽은 무극반선이 물었다.
“총군사. 이 정도 무위라면 마제(魔帝)의 상대는 안 되겠지만 대마신회주까지는 대적해볼 수 있지 않겠소?”
“보고가 사실이라면 쉽게 패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이 바뀌셨습니까?”
“그렇소. 어차피 흑반선회와 대마신회는 우리를 노리고 있고 그 충돌을 피할 수 없소. 백엽 그자의 무위가 이 정도라면 한번 동맹을 맺고 놈들과 전면전을 벌여볼 수도 있을 것 같소.”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가서 백 회주의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바로 가보시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