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23
“반갑습니다. 저는 십뇌반선이라고 합니다. 은둔반선회의 총군사를 맡고 있지요. 백 회주께서 인근에 오신 것을 우리 회주님께서 아시고 한번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십뇌반선의 자기소개에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예상대로 은둔반선회 쪽에서 사람을 보낸 것이다.
옆에 있던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도 매우 기뻐했다.
은둔반선회 쪽에서 직접 사람을 보냈기에 이전처럼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은둔곡에 온 지 이틀 만에 이렇게 은둔반선 지휘부와 연락이 되자 다들 그 결과와 관계없이 흐뭇한 표정이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중원무맹주이자 백반선회주인 백엽입니다. 저의 일행도 소개해드리지요.”
백엽이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을 소개해주었다.
십뇌반선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소문대로 다들 인재이시군요. 천하 창생을 위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백 회주께서 두 달 전부터 우리 지휘부를 계속 찾고 있으셨는데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상하신 그대로입니다. 흑반선회를 상대하는 데 힘이 모자라 은둔반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동맹을 맺자는 말씀입니까?”
“네. 흑반선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고, 아시겠지만 한 달 후 그야말로 전면전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놈들의 목표는 백반선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은둔반선회까지 제거하는 것이니 이 기회에 우리가 힘을 합쳐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은 의견이십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제가 해드릴 수 없고, 우리 회주께서 직접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동맹의 조건이라던가 하실 말씀이 있으면 미리 제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회주님께 보고드려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건은 따로 없습니다. 동맹을 맺은 후 서로 신의를 지키면 되는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서 회주님께 보고를 드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지휘부 회의도 열어야 하니 며칠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며칠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늦어도 사흘 이내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이곳에 계속 계실 생각입니까?”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그럼.”
십뇌반선이 포권을 한 후 신선운을 타고 은둔곡을 떠났다.
“사부님. 왠지 불안한데요? 은둔반선회주라는 분이 사부님을 아직 완전히 믿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그보다 은둔반선회 내부 의견 정리가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두반선의 이야기에 따르면 은둔반선들은 각자 개성이 강해 그 회주의 명이라 해도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다고 하는구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은둔반선들을 소집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니 지금은 기다리는 것이 맞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지.”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 온 것도 결국 흑반선회주 그자가 알게 될 거예요. 그러면 또 마물이나 요괴를 시켜 우리를 공격하려 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그보다 은둔반선회의 대답이 오기 전에 할 일이 있다.”
“그게 뭔가요?”
“주작주와 현무주를 찾는 일이다.”
“혹시 단서를 발견하셨나요? 그러고 보니 대왕 늑대가 두 구슬이 있는 곳을 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지. 주작주와 현무주를 얻으려면 신선계 전체 마물과 요괴를 상대해야 한다고 했지.”
“그 말이 무슨 뜻일까요?”
“정확히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말 그대로 전체 마물과 요괴와 관련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마물과 요괴의 수뇌들이 두 구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그런 추측만으로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추측만은 아니다. 대왕 늑대를 죽이기 전에 천마초혼술을 펼쳐 놈의 기억 일부를 알아냈거든.”
“사방주와 관련된 것 말인가요?”
“그렇다. 그 결과 마물들과 요괴들의 근거지에 주작주와 현무주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곳이 어딘가요?”
“일단 이곳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어제 세 사람에게 사방주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럼 어디에요?”
“신선비급에 마물과 요괴들의 총단이 있는 곳이 적혀 있는데, 아무래도 그곳인 것 같다.”
“마물과 요괴도 총단이 있나요?”
“물론이다. 상급마물과 상급요괴는 사람처럼 말도 하고 매우 머리가 뛰어난 놈들이다. 그러니 어찌 백반선회나 흑반선회처럼 단체가 없겠느냐?”
“단체까지 결성했나요?”
“그렇다. 신선계에서는 그 단체를 각각 마물연합과 요괴연합으로 부르고 있지. 하지만 체계적인 단체는 아니고 각각 마물과 요괴 중에서 왕을 자처하는 놈을 중심으로 모인 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반선들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하위마물들의 수괴들이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식량이나 선물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군.”
“정확한 위치를 아시나요?”
“그렇다. 마물연합 총단은 마탑(魔塔)이란 곳에 있고, 요괴연합 총단은 요성(妖城)이란 곳에 있지. 그 위치는 신선비급에 수록되어 있어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요성에 관한 정보는 너무 적어 일단 마탑부터 가서 사방주 중 하나를 찾아볼 생각이다.”
“혹시 사방주 중 하나를 마물연합의 수괴가 정말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왕 늑대의 기억을 토대로 한 내 추측이다. 그래서 마물연합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마물왕(魔物王)을 만나보려는 것이다.”
“언제 가실 생각인가요?”
“지금 바로 가보려 한다. 그러니 세 사람은 내가 올 때까지 이곳에서 무공과 신선술 연마에 매진하시오.”
“언제 돌아오실 생각인가요?”
“오늘 밤을 넘기지 않을 것이오. 특수이동 대법으로 움직일 생각이니 오늘은 놈들의 경계 수준만 파악하고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오.”
“잘 생각하셨어요. 너무 무리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교주님의 무공은 굳이 사방주를 모두 모으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강하시니까요.”
성녀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소. 적이 흑반선회 하나라면 모르겠으나 그들의 배후에 마계가 있으니 얻을 수 있는 힘은 모두 얻어야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오. 아,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계곡 주위에 보호진을 쳐둘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
백엽이 말을 한 후 우수를 한번 흔들자 은둔곡 주위에 금빛 안개가 생겨났다.
“혹시라도 은둔반선회 쪽에서 반선을 다시 보내면 성녀가 안으로 모시도록 하시오. 진의 운용방법을 알려주겠소.”
백엽이 신선전음으로 보호진 운용방법을 성녀에게 설명해줬다.
지금 설치한 보호진은 불회지대에서 수련하면서 창안한 것으로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요체만 알면 누구나 쉽게 운용할 수 있었다.
백엽은 시간이 없어 일단 성녀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준 것으로, 따로 말은 안 해도 성녀가 나머지 두 사람에게 운용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었다.
참고로 백엽이 일반 전음이 아니라 신선전음을 굳이 보낸 것은 신선전음을 최고 경지로 익히면 상대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총명한 성녀가 곧바로 보호진의 운용방법을 깨우친 이유이기도 했다.
“모두 이해했소?”
“네. 정말 놀라운 진이군요. 금단선진(金丹仙陣)이라는 이름도 좋아요. 혹시 앞으로 있을 흑반선회와 마계와의 싸움에서도 이 진을 활용하실 생각인가요?”
“그렇소. 역시 성녀는 총명하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직접 진을 펼치는 방법도 가르쳐주겠소. 성력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이오. 나머지 두 사람도 성녀에게 그 운용방법을 배우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가보겠소. 저녁에 봅시다.”
백엽이 말을 한 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앗!”
매영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매 소저.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게 바로 특수이동 대법이니까. 지금 보니 교주님께서는 특수이동 대법 역시 거의 완벽하게 터득하신 것 같아요. 아, 불과 사흘 만에 이런 놀라운 진보를 보이시다니. 도저히 믿기 어렵군요.”
성녀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아, 특수이동 대법이었군요. 한데 사부님의 무공이 높아진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요? 왜 걱정하시는 표정이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너무 능력이 뛰어나면 꼭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는 법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마계의 최고 실력자가 교주님의 성장을 두려워해 제거하려 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그렇기는 하지만 사부님은 대단한 분이니 반드시 이겨내실 거예요. 사실 저 역시 사부님의 최후 상대는 마계의 일인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만 그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을뿐이지요. 성녀께선 그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대마신회주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다만 그자의 지위가 마계의 주인은 아닌 것으로 보이니, 마계의 주인이 최후 상대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자를 뭐라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복잡하네요. 어쨌든 저는 사부님을 믿어요. 반드시 모든 난관을 극복하시리라는 것을.”
* * *
백엽이 은둔곡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늦은 밤이었다.
당연히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은 잠을 자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부님. 돌아오셨군요. 어떻게 되었나요?”
“마탑 주위에 마기가 너무 강해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마기가 강했나요? 특수이동 대법도 통하지 않고요?”
“그렇다. 물론 억지로 진입을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은둔반선회와 동맹을 앞둔 마당에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주위 지형과 마기의 정도 등을 파악해두었으니 다음에 갈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대충 봐도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이라면 마탑 가장 꼭대기 층에 있다는 마물왕의 거처로 잠입해서 사방주 중 하나를 가져왔어야 했다.
하지만 마탑 주위에 보호진처럼 깔린 마기가 문제였다.
성녀가 물었다.
“혹시 그 마기가 마계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는 근거가 무엇이오?”
“보통 마기라면 교주님께 방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제 생각에 아무래도 마탑이란 곳이 마계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으음, 일리가 있는 말씀이오. 사실 내가 조급하게 움직였던 것 같소. 은둔반선회와 동맹을 맺은 후 그들로부터 마탑에 관한 정보를 얻고 나서 움직여도 되는데······.”
“아니에요. 잘 가셨어요.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직접 느끼신 마기가 나중에 마계 고수들과 싸울 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생각해보니 그렇구려. 대마신들이 뿜어낼 마기와 마탑 주위의 마기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니까. 차라리 은둔반선회 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마기에 대적할 방법을 강구하는 게 좋겠소.”
“네. 잘 생각하셨어요. 혹시 내상을 입으신 것은 아니지요?”
“물론이오. 억지로 뚫고 들어갔다면 몰라도 곧바로 돌아왔으니까. 밤이 늦었으니 각자 거처로 가서 잠을 자도록 합시다. 그러고 보니 이전 신선곡처럼 동굴 안에 각자 지낼 공간을 구분해두었구려.”
“네. 이 동굴 역시 이전에 수련 장소로 사용했는지 석실이 충분해요.”
“다행이오. 그럼 다들 푹 자고 내일 봅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