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27
생사강은 신선계 동부에 흐르는 강으로 그 물의 색깔이 붉었다.
그 때문일까.
강 위에는 늘 붉은 안개가 엷게 깔려있었다.
한데 최근 그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바로 신마대전 일부가 이곳 생사강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계와 마계의 전쟁.
천계선녀가 이끄는 천계 고수들과 대마신회주가 이끄는 대마신들이 지금 며칠째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투는 주로 생사강 위에서 벌어졌으며, 양 진영은 생사강을 경계로 남북으로 진영을 세우고 있었다.
생사강 남단 대마신회 진영.
대마신회 소속 대마신 천여 명과 흑반선회 소속 흑반선 오만여 명이 주둔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대마신회주가 있는 지휘 막사 안.
흑반선회주가 대마신회주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흑반선회주 앞에는 그가 잡아 온 백엽이 있었다.
백엽은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었다. 혈도까지 제압된 상태라 미동도 없었다.
“대마신회주님. 분부대로 백엽 이놈을 잡아 왔습니다.”
“하하하. 수고가 많았소. 흑반선회주. 백엽 저놈은 십이마객이 출동해도 잡지 못한 강적인데 어떻게 잡아 올 수 있었소?”
“이게 다 마계마녀님 덕분이지요. 마계마녀께서 계책을 알려주시고 독침을 발사할 수 있는 암기까지 주셨지요.”
“역시 그랬구려. 나는 마계마녀가 흑반선회주의 내상만 치료해주고 마계로 돌아간 줄 알았소. 그래 백엽 이놈이 지성봉으로 올 줄 어떻게 알았소? 천안통으로 알아낸 것이오?”
“네. 칠십만 강시를 무림으로 보낼 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강시 몸에 천안통으로 추적할 수 있는 특수 물질을 뿌려두었지요. 칠십만 강시는 비록 백엽 이놈에게 당했으나 그 과정에 특수 물질을 놈에게 옮겨 천안통으로 놈의 행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칠십만 강시를 잃은 것은 애석하게 생각하오. 하지만 그 덕분에 백엽 이놈을 생포하지 않았소? 사실 아무리 계책이 훌륭하고 암기가 뛰어나도 백엽 이놈이 칠십만 강시를 제거하느라 공력을 소모하지 않았다면 절대 잡을 수 없었을 것이오.”
“그 말씀은 설마 이놈이 제가 흑반선회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단 뜻입니까?”
“거기까지야 알 수 있었겠소? 다만 속으로 잔뜩 경계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오. 하지만 그 특수 물질이라는 것이 흑반선회주가 독침을 발사할 때 상호작용을 해 순간적으로 방어를 못 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놈이 당하고 만 것이오. 그 특수 물질이라는 것도 마계마녀에게서 받은 게 아니오?”
“맞습니다. 역시 회주께서는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마계마녀 말씀으로는 마계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절대마향(絶對魔香)이라고 하시더군요.”
“역시 절대마향이었군. 절대마향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마치 무형지독과 같소. 하지만 무형지독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소. 게다가 마계마녀가 칠십만 강시에게 절대마향을 뿌리게 한 것은 백엽 이놈을 생포하기 위한 계책만은 아니오.”
“아, 또 다른 효능이 있습니까?”
“물론이오. 마계마녀는 그 능력이 매우 뛰어나오. 그런 그녀가 흑반선회주가 힘들게 양성한 칠십만 강시를 그대로 소멸하게 내버려 두었겠소?”
“아, 그 말씀은 혹시 부활이 되는 겁니까?”
“하하하. 그렇소. 이미 부활 대법을 펼쳐 칠십만 강시의 강시혼을 마계로 불러들였을 것이오.”
“강시혼이라 하심은?”
흑반선회주가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마계마녀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꼬치꼬치 묻지도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등선봉에서 백엽에게 당했던 내상이 사실 매우 심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마계마녀가 마침 적시에 와서 치료해주지 않았다면 주화입마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게다가 치료 과정에 마계 영약까지 복용해 지금 흑반선회주의 도력은 이전보다 배는 높아져 있었다.
그는 이번에 백엽을 생포한 것이 그런 자신의 높아진 도력 덕분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처음부터 마계마녀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 같았다.
평범한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대마신회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강시혼은 신선강시가 절대마향을 맡게 되면 생기는 혼이오. 진짜 혼은 아니나 소멸하였을 때 단 한 번 부활할 수 있는 효능을 지니고 있소.”
“아, 역시 마계는 위대하군요. 그럼 칠십만 강시를 조만간 제가 돌려받게 되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소. 부활한 강시는 부활시킨 자의 지시를 받게 되어 있소. 아쉽지만 이제 강시종으로 그들을 부릴 수 없을 것이오.”
“그러면 칠십만 강시는 이제 마계 소속이 되는 겁니까?”
“그렇소. 지난번에 등선봉에서 우리가 탈취한 삼십만 강시와 함께 절대강시로 제조될 것이오. 명색이 우리 마계의 강시 부대인데 최소한 백만은 되어야 하지 않겠소? 혹시 섭섭하시오?”
“아, 아닙니다. 어차피 소멸하였던 것이라 마계의 힘이 되어 천계를 무너뜨리는 데 사용되면 영광이지요.”
“이해해줘서 고맙소. 솔직히 흑반선회주가 양성한 신선강시만으로는 천계 놈들을 대적하기가 역부족이었소. 그래서 우리가 강시력을 수백 배 높일 수 있는 대법을 통해 절대강시를 제조하고 있는 것이오. 절대강시 백만 부대가 완성되는 대로 천계 총단 공략의 선봉장으로 삼을 계획이니 그렇게 알고만 있으시오.”
“알겠습니다. 한데 백엽 이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혹시 절대강시들의 총지휘자로 삼으실 생각입니까?”
“그렇소. 평등반선 그자보다 백엽 이자가 훨씬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소. 마계마녀에게 이미 연락을 취했으니 곧 백엽 이놈을 데리러 올 것이오.”
“아, 제가 생포한 것을 이미 알고 계셨군요.”
“물론이오. 내게 통천마경이 있다는 것을 잊었소?”
“아, 잠시 깜박했습니다. 한데 이곳 생사강 전투 전황은 어떠합니까? 수하들 말로는 아직 팽팽하다고 하던데······.”
“천계선녀 그 계집 때문이오. 그 계집의 천력이 그렇게 강할 줄이야. 하지만 그년과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마계마녀가 도착하면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흑반선회주는 여기 모인 흑반선들을 동원하여 천계를 돕는 백반선들 제거에 힘써주시오.”
“천계를 돕는 백반선들이 혹시 저번에 등선봉에서 천계선녀 도움으로 천계로 피신한 그놈들입니까?”
“그렇소. 그래봤자 천여 명밖에 되지 않으니 오만 흑반선으로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오. 혹시 오만 흑반선으로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지성봉에 남아 있는 나머지 오만 병력마저 이곳으로 데려와도 좋소.”
“아닙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신선계 전역에 백반선 잔당이 흩어져 있고 잠적한 은둔반선들 역시 요주의 대상이라 절반의 병력은 남겨 대비해야 합니다. 아무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전 흑반선회 지휘부가 있는 막사로 가보겠습니다.”
“아니오. 마계마녀가 올 때까지 여기서 백엽 이놈을 감시하고 있으시오.”
“알겠습니다.”
* * *
마계마녀는 저녁이 되도록 오지 않았다.
그녀를 기다리던 대마신회주는 전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생사강에 갔다.
흑반선회주는 계속 백엽을 감시했다.
물론 그 혼자만 감시한 것이 아니라 대마신 스무 명이 막사 안에 배치되어 이중 감시를 했다.
다만 누구도 백엽의 몸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이는 절대강시의 총지휘자로 제조하기 위해 몸에 흠집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흑반선회주가 백엽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절대강시로 제조할 거라면 지금 죽여도 상관없는 게 아닐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놈이 너무 쉽게 당한 것 같다. 아무리 절대마향에 당해 독침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해도 왠지 마음이 찜찜하구나. 차라리 사혈을 눌러 죽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금 암경으로 사혈을 누른다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다들 독에 당해 죽었거나 점혈이 오래 풀리지 않아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흑반선회주가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대마신들은 무심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래, 죽이자. 어쩌면 절대강시 총 지휘자가 된 후 무의식적으로 나를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
흑반선회주가 암경을 날리려던 찰나.
막사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였다.
마계마녀는 예상외로 뛰어난 미녀였다.
그 미모가 가히 천계선녀와 견줄만했다.
다만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고 색기가 느껴지는 점이 달랐다.
“호호호. 흑반선회주. 내 명을 어기고 백엽 저자를 죽일 셈인가요?”
“아, 아닙니다. 마계마녀님을 뵙습니다.”
흑반선회주가 매우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계마녀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말하지만 내 허락 없이 저자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될 거예요. 지시대로 생포해왔으니 이번만큼은 봐주겠어요. 하지만 다시 한번 내 명을 어기면 아무리 흑반선회주라 해도 용서치 않을 거예요. 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살기가 생겨서 죄송합니다.”
“좋아요. 순순히 인정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흑반선회주가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계마녀 저년이 사내 수만 명의 양기를 흡수해 마력을 높였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백엽 저놈을 절대강시로 제조하기 전에 그 양기를 흡수할 모양이구나. 내가 그 기회를 잃게 했다면 반드시 나를 죽여 화를 풀었을 것이다.’
마계마녀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백엽에게 다가갔다.
“그럼 백엽 이놈 상태를 좀 볼까? 흑반선회주! 내가 준 독침을 발사했다고 했나요?”
“네. 시키는 대로 하니 놈이 반항도 못 하고 쓰러지더군요.”
“그랬을 거예요. 독침을 발사하는 순간 절대마향이 반응했을 테니까. 사실 그 절대마향은 내가 준 절대마독침(絶對魔毒針)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라 백엽 이자도 예측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지 않았다면 당한 쪽은 아마 흑반선회주였을 거예요.”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하기야 갑자기 귀에 대고 정보를 전한다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요.”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이지요.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반격하려 했겠지만, 독이 상호작용을 해 순간적으로 방어력을 잃게 되어 당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전에 순순히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준 것은 잘하셨어요.”
“역시 모든 과정을 다 파악하고 계셨군요.”
“물론이에요. 아, 내 정신 좀 봐라. 이 자 몸 상태를 본다는 게 말이 길어졌군.”
마계마녀가 백엽의 맥을 짚었다.
보통 손목 맥문은 사혈과 같은 것이라 깨어있다면 절대 내주지 않을 부분이었다.
하지만 백엽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미동도 없었다.
혹시 몰라 잔뜩 경계하고 있던 흑반선회주와 대마신회주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마신회주가 말했다.
“마계마녀. 어떻소? 마계로 데려가 수석 절대강시로 제조할 수 있겠소?”
“네. 이미 절대마독이 심장 부근까지 침투해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군요. 길어야 사흘이에요. 일단 그래도 강시를 제조하기 전에 양기를 빼야 하니 지금부터는 내가 관리하도록 하겠어요.”
“이곳에 온 목적이 또 있지 않소? 천계선녀 그 계집이 날뛰고 있으니 그년부터 제거해주시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백엽 이자를 붙잡고 있는 사실을 놈들에게 퍼뜨리면 구하러 올 거예요. 그때 합공을 가하도록 해요.”
“합공 말이오?”
“네. 나 혼자서는 오래 걸릴 거예요. 일단 오늘 밤 내가 백엽 이자의 양기를 흡수한다고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세요. 이자가 진짜 절대천선의 환생이라면 절대 천계 쪽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알겠소. 천계선녀가 직접 오기를 바라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