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29
“천계선녀님.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조금 있으면 놈들이 우리를 마제에게 데리러 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백엽의 물음에 천계선녀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백 회주께서 생각하신 대로 움직이도록 해요. 마계의 지리는 제가 잘 아니까 도움이 되어 드리겠어요.”
“으음, 원래 계획은 마계에 도착한 후 기회를 봐서 탈출하는 거였습니다. 그 후 정보를 얻고 평등반선님과 삼십만 강시를 구출하는 것이었지요.”
“마제 제거는 생각해보시지 않았나요?”
“생각은 해봤지만, 아직 제게 그럴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랬군요. 사실 그게 맞긴 맞아요. 마제 그놈을 상대할 사람은 천제님뿐인데 최근 실종이 되셨으니까.”
천계선녀가 자연스럽게 천계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신마대전이 발발하기 전날 갑자기 천제가 실종되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갑자기 사라진 것이라 자객의 공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사정으로 사라진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천제님 무공은 마제와 대등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분이 자객의 공격에 당할 리가 있겠습니까? 혹시 폐관 수련을 하다가 주화입마라도 되신 게 아닐까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말씀대로 천제께서는 다가올 신마대전에 대비해 신공을 연성 중이셨으니까요. 일종의 폐관 수련이었지요.”
“그럼 그 수련 장소를 살펴보셨습니까?”
“천제님의 폐관 수련 장소는 따로 없어요. 일종의 환상 진법을 이용해 장소를 초월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백 회주 말씀대로 수련 중 주화입마되셨다고 해도 그 장소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주화입마되셔도 수련을 위한 환상 진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씀인가요?”
“네. 환상 진법 수련은 외부 공격을 사전에 막아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런 단점이 있지요. 하지만 천제님의 경우 주화입마는 애초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에요.”
“어쨌든 그 사실을 마계에서 알고 천제님이 실종된 틈을 타 기습 공격을 가해온 게 아닙니까? 그럼 지금 천계 총단을 계속 사수하고 있는 겁니까?”
“네. 다행히 놈들이 천계 총단 주위에 펼쳐진 보호진을 뚫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 지금 천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외곽에서 벌어지는 것이겠군요.”
“네. 신선계 생사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 같은 것이 천계 십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천제님 실종으로 사기가 내려가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총단마저 함락되면 돌이키기 힘들 거예요.”
천계선녀가 안색을 굳혔다.
백엽이 담담히 물었다.
“그럼 천계 병력 일부가 신선계로 온 것은 따로 이유가 있는 겁니까?”
“그건 흑반선들의 가세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로 비상 상황이 발생할 시 신선계로 천계 병력을 이동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지요.”
“천계가 마계 놈들에게 함락되면 신선계에 제2의 총단을 세운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전쟁터를 신선계로 옮기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잔여 병력을 결집할 수 있으니까요.”
“천계에 계신 분들에 대해 제가 아는 게 없으니 그 질문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우리 행동 계획부터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감방에서 탈출했으면 하는데 다른 문제가 있을까요?”
“아니에요. 마제를 죽일 계획이 아니라면 더는 무리할 필요가 없지요. 우리가 회복된 사실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제는 단번에 파악할 거예요. 그럼 마제 곁에 가서 암살하는 것도 불가능해지지요.”
“지금 중요한 것은 놈들이 절대강시를 제조하는 곳을 알아내는 겁니다. 그곳이 어느 곳인지 추측이 가십니까?”
“네. 절대마곡(絶對魔谷)이라고 마기가 강해 강시 제조에 유리한 곳이 있어요. 사실 마계에서는 그동안 절대강시말고도 여러 강시를 제조해왔는데, 절대강시 역시 그곳에서 제조되고 있을 거예요. 일단 절대마곡 인근으로 가도록 하지요.”
“네. 한데 이동 방법은 어떻게? 강제로 감방문을 열면 간수들이 쏟아져 올 텐데, 혹시 이곳에서도 특수이동 대법이 가능할까요?”
“물론이에요. 혈도가 찍혀있거나 중독으로 내공 사용이 제한되면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니 가능할 거예요. 절대마곡 위치는 제가 알고 있으니 이번에는 제가 백 회주를 데리고 가도록 하지요.”
천계선녀가 미소를 지으며 백엽의 손을 잡았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계나 마계로 특수이동하는 방법도 가르쳐드리도록 하지요. 제가 계속 옆에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아, 천계와 마계 사이도 특수이동이 가능한 겁니까?”
“물론이에요. 생사강처럼 연결 통로가 여러 군데 있긴 하지만 도력이 높으면 특수이동도 가능하지요. 다만 어설프게 특수이동하면 놈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커지게 되니 주의해야 해요. 하지만 지금 보니 백 회주의 경우 공력이 충분할 것 같군요. 향후 지존천선의 힘을 완전히 흡수한다면 천의무봉의 경지에도 오를 잠재력이 있어요. 괜히 사람들이 백 회주를 지존천선의 환생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말이 길었군요. 어서 가도록 해요.”
천계선녀가 말을 마친 순간.
그녀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빛은 백엽까지 감쌌는데 바로 특수이동 대법이 펼쳐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동이 되지 않고 천계선녀가 안색을 굳히는 게 아닌가.
“잘못된 겁니까?”
“놈들이 감방 안에 마계진을 설치해둔 것 같아요. 특수이동을 막는 진인데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놈들이 우리가 탈옥하려는 것을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 같네요. 벌써 간수들이 오고 있어요.”
천계선녀가 급히 특수이동 대법을 거두어들였다.
특수이동 중에는 운기조식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외부 공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나타난 간수들은 모두 백여 명이었다.
원래 마계 감방은 탈출을 막기 위해 외부에 폐쇄진법을 설치해두는데 이는 강제로 감방문을 열려 할 때 작동되게 되어 있었다.
다만 폐쇄진법의 성질상 개별 감방 바로 앞에 간수들을 배치할 수 없어 조금 떨어진 곳에 간수들의 공동 대기소가 있었다.
이러한 공동 대기소 한 곳에는 백여 명의 간수들이 있었다.
참고로 마계 감옥은 금천옥(禁天獄)이라 불리며 그 수용 인원은 거의 무한대로 알려져 있었다.
다시 말해 백엽과 천계선녀가 갇힌 이런 감방 구조가 무한대로 있다는 것으로, 실제 지금 나타난 간수 백여 명 모두가 백엽과 천계선녀의 탈옥을 막기 위해 배치된 병력이었다.
간수들 개개인의 무공 역시 대마신들과 맞먹었다. 천계 고수들의 탈주를 막는 게 주 임무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더욱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덜컹.
육중한 특수 감방 문이 열리며 간수들이 백엽과 천계선녀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갇힌 방은 사실 매우 넓어 백 명 이상의 죄수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간수들이 모두 들어와도 비좁지 않았다.
“네놈들이 설마 특수이동으로 탈출하려 한 것이냐?”
우두머리 간수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백엽과 천계선녀는 일단 이전과 다름없이 제압된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백엽은 눈을 감고 누워있었고, 천계선녀 역시 눈만 뜨고 있을 뿐 마혈과 아혈이 제압된 상태처럼 보였다.
“조장님. 천계선녀 이 계집은 아혈이 제압되어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백엽 이놈은 처음부터 정신을 잃고 있었고 혈도 역시 제압되어 있었지요. 지금 보니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혹시 반이동진(反移動陣)이 오작동을 일으킨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다. 마제께서 직접 만드신 진인데 어찌 오류가 나겠느냐?”
“그래도 시험 가동 중이지 않습니까? 사실 처음 경고음이 울린 것이라 오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하기야 혈도가 제압된 죄수들이 특수이동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정말 오작동인가?”
조장 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쩔 수 없이 천계선녀와 백엽의 몸 상태를 살펴보려던 찰나.
인기척이 나며 두 사람이 감방 안으로 들어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가 아닌가.
“무슨 일인가?”
대마신회주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조장을 비롯한 간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마신회주는 십만 대마신들의 수장이었다.
물론 마계에는 일반 마인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마신이 살고 있지만, 대마신회는 가장 활동적인 마계 조직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대마신 위에는 절대마신이라고 해서 마계의 장로급 고수들이 있는데, 그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냥 마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마신이나 절대마신보다 약한 것 또한 아니었다.
대마신이나 절대마신은 그 조직과 지휘 체계 정립을 위해 만들어진 호칭으로 정말 강한 고수는 일반 마신에 있다는 말도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마신 칭호를 받지 못하는 마계 무사들은 일반적으로 마인으로 불리는데, 거꾸로 말해 마인은 마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했다.
“그게······ 갑자기 경고음이 울려서······.”
조장 간수가 간단히 상황 설명을 했다.
하지만 자신 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대마신회주가 말했다.
“오작동 아닌가? 지금 보니 두 사람 상태는 이전과 다름이 없는데, 어떻게 이들이 혈도를 풀고 특수이동 대법까지 시도할 수 있었겠나?”
“죄송합니다. 회주님 말씀대로 오작동인 것 같습니다. 한데 어떻게 오신 겁니까? 죄수들을 마제님께 직접 데려가려고 오신 겁니까?”
“아닐세. 절대마곡으로 데려가 수석 절대마인으로 제조하라는 마제님의 명이 떨어졌네. 마제께서는 신공 수련 중이시라 우리도 얼굴을 뵙지 못했네.”
“아, 그랬군요. 지금 바로 데려갈 겁니까?”
“그러하네. 호송을 부탁하네.”
“네. 두 분도 함께 가실 겁니까?”
“나는 신선계로 돌아가야 하고 마계마녀는 당분간 절대마곡에 상주하면서 절대강시 제조 마무리를 도울 걸세. 절대마곡주가 잘하고 있지만, 수석 절대강시 제조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까. 어서 서두르게.”
“알겠습니다.”
간수들이 천계선녀와 백엽을 옮기려던 찰나.
“잠깐만요.”
마계마녀가 그들을 저지했다.
“왜 그러시오? 마계마녀.”
“뭔가 이상해요. 천계선녀 이 계집의 안색이 너무 많이 좋아졌어요. 절대 군자산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마계마녀가 손을 뻗어 천계선녀의 맥문을 짚었다.
진맥하려는 것으로 마계마녀 같은 고수의 경우 진맥만으로 상대의 몸 상태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으음, 이상해요.”
“뭐가 말이오? 설마 아직 사흘이 지나지 않았는데 절대 군자산이 해독되었소?”
“아니에요. 하지만 느낌이 이전과 달라요. 마치 역용을 한 것처럼 전체적인 기운이 자연스럽지 않아요.”
“그건 갑자기 마계에 끌려와 그런 게 아니겠소? 게다가 이곳 금천옥은 온갖 진법이 깔려 있어 원래 갖고 있던 기운이 혼탁해졌을 것이오.”
“으음, 그런 건가요? 하기야 제가 약간 예민해진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한가지 실험을 해보죠.”
“무슨 실험 말이오?”
“천계선녀 이 계집의 얼굴을 비수로 그어버리겠어요. 만약 계집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거라면 절대 그대로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천계제일미녀인만큼 자신의 얼굴을 아낄 테니까.”
마계마녀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시뻘건 비수가 한 자루 들려 있었다.
마계마녀가 비수로 천계선녀의 얼굴을 그으려는 바로 그 순간.
대마신회주가 그녀를 저지했다.
비수가 천계선녀의 얼굴에 닿기 직전이라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그만하시오. 아무런 반응이 없었소. 게다가 마제께서 수석 절대강시 제조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명하시지 않았소? 이 계집의 얼굴을 망가뜨리는 것은 수석 절대강시로 만든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소.”
“호호호! 좋아요. 하지만 수석 절대강시가 되면 비수가 얼굴에 들어갈지 모르겠군요. 어서 이 연놈들을 절대마곡으로 이송하세요.”
마계마녀의 말에 간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