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33
천계선녀와 함께 다시 찾은 마탑은 이전보다 마기가 더욱더 짙어져 있었다.
일단 절대마곡과 마찬가지로 마탑 내부까지는 특수이동 대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근에 도착했는데 이제부터는 짙게 깔린 마기가 문제였다.
마탑까지의 거리는 대략 삼백여 장 정도.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라 안개처럼 끼어 있는 붉은 마기 사이로 마탑의 형태가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조금 보였지만 그 크기는 실로 한 성을 방불케 했다.
하기야 마물연합 총단이 있는 곳이니 소규모일 리는 없었다.
백엽의 궁금증을 알아차린 걸까.
천계선녀가 말했다.
“마탑은 총 백 개 층으로 되어있어요. 마물왕은 꼭대기 백 층에 살고 있지요. 주작주나 현무주가 마탑에 있다면 아마도 백 층 집무실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생각보다 매우 높군요. 마기를 뚫은 후 경공으로 곧바로 백 층으로 올라가면 되는 겁니까?”
“호호. 이래서 제가 함께 와야 한다고 했던 거예요. 마기는 마안개라고 불리는 데 그 자체가 하나의 상승 진법이에요. 소문에 의하면 마제가 직접 진을 설치해줬다는 말도 있어요. 마안개 속에는 총단을 방어하는 마물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데 놈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 공격할지 몰라요. 그야말로 진속의 진에 숨어 침입자를 노리는 놈들이라 매우 주의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마탑은 무조건 일 층부터 차례대로 올라가야 해요. 곧바로 백 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마탑 자체가 마물이 되어 공격을 가할 뿐만 아니라 각층의 구조가 바뀌어 헛수고하게 되어있지요.”
“곧바로 백 층 마물왕 집무실에 들어가도 집무실이 아닌 다른 층으로 바뀐다는 말씀인가요?”
“네. 하지만 그 전에 마탑 자체가 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단번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일 층부터 차례대로 관문을 돌파하면서 올라가면 마탑 자체가 마물로 변하지는 않지요. 참고로 일 층부터 차례대로 관문을 돌파해 백 층에 있는 마물왕까지 제거하면 마탑 전체가 파괴된다고 해요. 그때까지 사방주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마탑 잔해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하지만 마탑 각 층마다 마물들이 득실거릴 것 같은데 언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갈지 걱정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비록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마물들의 힘이 강해지지만 백 회주의 무공 수위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이제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저도 살짝 걱정되었지만 조금 전 특수이동 대법을 펼치실 때 보니까 거의 회복하신 것을 파악했어요. 도대체 운공요상을 한 사흘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요?”
“불회지대에서 수련하던 때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내상을 더 빨리 치유할 수 있었지요.”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동굴에서 천계선녀와 운공요상을 할 때를 떠올렸다.
‘원로원주 그자에게 당해 주화입마 직전까지 갔었지만, 불회지대에서의 시간 흐름이 다시 나타날 줄이야. 역시 마음의 힘이 놀랍구나. 비록 사흘이었지만 이번에 한 번 더 현실에서의 삼십 년을 연마한 효과를 얻었다.’
그랬다.
백엽의 회상대로 주화입마에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처했던 순간.
문득 불회지대에서 수련했던 느낌을 떠올렸고, 그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 삼십 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몸은 불회지대에 없었지만 마음만은 불회지대에 있었던 경험 덕분인지 그곳에 머물러 이전과 마찬가지로 삼십 년 수련의 효과를 본 것이었다.
그 결과 내상 회복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전보다 열 배 이상의 공력 증가를 가져왔다.
천계선녀가 보기에는 그저 내상을 회복한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그런 엄청난 진보가 있었던 것이다.
각 무공 구결과 초식에 대한 깨달음 역시 함께 증가했는데, 그 정도는 공력 증가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원래라면 절대마곡으로 다시 돌아가 삼십만 강시를 구출해야 했지만, 아직 원로원주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사방주부터 확보하려 한 것이었다.
높아진 무공으로 마탑 주위의 마기를 뚫을 자신이 어느 정도 생긴 것도 주효했다.
“아! 불회지대에 갔다 오셨던가요?”
천계선녀가 놀라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생은 조금 했지만 소득이 컸습니다.”
“불회지대는 신선계 장벽 너머 미지의 땅인데, 어떻게 돌아오실 수 있었지요? 이제껏 단 한 사람도 살아 돌아온 적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불회지대에 관해서는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천기와 관련된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아! 그렇다고 생각되시면 말씀하지 마세요. 천기누설은 큰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한번 진입을 해볼까요?”
“네. 이대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공개 진입인데 마물들이 제법 놀랄 것 같군요.”
“그러라고 이렇게 대놓고 들어가는 겁니다. 놈들은 강자에 약해지는 특성이 있으니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백엽이 말을 한 후 마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이전에는 그 느낌만으로 되돌아갔었지만, 이번에는 거침이 없었다.
천계선녀 또한 긴장된 표정으로 뒤따라갔다.
* * *
백엽과 천계선녀가 마안개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지네였다.
크기는 집 한 채 정도.
호기롭게 마안개 속으로 들어온 백엽조차 흠칫했을 정도였다.
“괴수 독지네들의 수괴인 대왕 독지네예요!”
천계선녀가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상급마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백엽과 천계선녀가 마탑에 침입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후후후! 네놈들이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왕 독지네가 입을 벌리자 채찍 같은 긴 혓바닥이 튀어나와 백엽을 휘감았다.
그 빠르기가 너무 빨라 백엽 또한 피하지 못했다.
천계선녀가 깜짝 놀라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혓바닥을 자르려는 순간.
백엽이 오른손으로 놈의 혓바닥을 잡고 공중으로 흔들었다.
놀랍게도 백엽보다 수십 배나 큰 대왕 독지네가 허공에 들려 빙빙 돌아갔다.
“크아악!”
혓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 때문인가.
대왕 독지네가 듣기 거북한 비명을 계속 질러댔다.
그러자 대왕 독지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 독지네 천여 마리가 일제히 백엽과 천계선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원래 수하 독지네들이 먼저 공격을 가해야 했으나, 대왕 독지네가 공명심에 앞장섰던 것이었다.
사실 대왕 독지네는 마탑 안에 있던 마물이었다.
하지만 비상종이 울리고 백엽과 천계선녀의 침입이 알려지자 곧바로 밖으로 나와 수하들을 불렀던 것.
마침 마탑 주위에는 마물연합의 총회가 열리고 있어 온갖 마물들이 모여 있었다.
마물왕이 누구든 백엽을 죽이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공표한 터라 먼저 공을 세우려는 마물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대왕 독지네가 먼저 마안개 속의 일차 방어선을 선점함에 따라 놈을 비롯한 괴수 독지네들이 먼저 나서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독지네들의 공격에 대한 대응은 바로 무형화염이었다.
이미 칠십만 강시를 상대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이번에는 부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보완도 이룬 상태였다.
화르르.
금빛 화염에 휩싸인 독지네들이 그대로 타들어 가 단숨에 한 줌 재로 변해버렸다.
동시에 대왕 독지네 역시 백엽의 장력에 당해 몸이 그대로 터져나가 즉사했다.
괴수 독지네 천여 마리를 제거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일각도 채 되지 않았다.
독지네 한 마리의 덩치가 웬만한 늑대와 비슷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무위를 보여준 셈이었다.
천계선녀는 자신이 공격할 기회도 없이 독지네들이 제거되자 기쁨과 함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백 회주의 무공이 정말 놀랍군요. 절대마곡에 있을 때보다 열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과찬입니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으나 천계선녀의 예리한 안목에 내심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성취의 정도가 파악된다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가요. 아무래도 이제 시작일 것 같아요.”
천계선녀가 이번에는 앞장을 섰다.
백엽이 묵묵히 뒤따랐다.
* * *
“마물왕께 아룁니다. 백엽 그놈이 파죽지세로 마안개를 뚫고 있습니다.”
“그놈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벌써 대왕 마물들이 열 명이나 죽었다고 했소?”
“네. 대왕 마물들을 비롯해 죽은 마물들만 만 마리가 넘습니다.”
“으음, 심각하군. 이럴 줄 알았다면 요괴왕과 합공할 걸 그랬나? 마물연합 총회를 열어 신선계 마물들이 대거 모여 안심한 게 실수였다. 총군사. 어떻게 될 것 같소? 놈들이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겠소?”
마물왕의 물음에 마물연합 총군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사 마안개가 뚫려도 마탑의 백대 관문이 남아 있으니 그 절반도 뚫지 못할 겁니다. 마물왕께서는 이곳에서 백엽 그놈과 천계선녀 그년이 죽었다는 소식만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총군사의 말에 그제야 마물왕이 안심한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럴 것 같구려. 하기야 마안개를 돌파하려면 공력 소모가 엄청날 것이니 마안개보다 백 배 더 강한 마탑 백대 관문을 뚫을 수는 없겠지. 총군사는 놈들이 몇 층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소?”
“최대 삼십 층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천계선녀 그 계집이 힘을 비축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하니까 아마도 백대 관문은 그 계집이 주도할 것 같습니다.”
“천계선녀 그 계집도 내상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하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오. 다만 그 계집의 미모가 탁월하다고 하니 백엽 그놈이 먼저 제거되면 천계선녀는 최대한 생포하도록 하시오.”
“첩으로 삼으실 생각입니까?”
“그렇소. 생포한 후 독물을 투입하면 그년도 고분고분해질 것이오. 하하하.”
“미리 축하드립니다. 천계제일미녀를 취하게 되신 것을 말입니다.”
“고맙소. 아마 그년만 내 첩으로 삼으면 아마도 아직 남은 뿔 또한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오.”
마물왕이 자신의 머리 위에 우뚝 솟아나 있는 뿔을 가리켰다.
하기야 그는 머리에 달린 뿔을 제외하고는 사람과 다름없었다.
마물로 태어났지만 마력이 높아져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총군사 역시 사람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몸은 호랑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마물연합 총군사이기에 앞서 대왕 호랑이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뿔까지 사라지면 단숨에 최고의 경지까지 오르실 겁니다. 한데 주작주는 잘 보관하고 계십니까?”
“물론이오. 마탑 전체가 붕괴하지 않는 한 드러나지 않을 것이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요.”
“당연하오. 어서 내려가서 놈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파악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