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35
“휴우!”
백엽이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산처럼 쌓여 있는 마물의 시체들.
백엽의 공격에 가루가 되거나 녹아내린 마물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시체들이었다.
자그마치 백만 마리나 되었던 마탑에서 나온 마물들.
마침내 놈들을 모두 제거한 것이었다.
비록 놈들이 마탑 밖으로 나오며 그 마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개중에는 여전히 강력한 마기를 띠고 있었던 놈들도 많았다. 그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전과임이 틀림없었다.
천계선녀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정말 대단해요. 직접 눈으로 봤지만 믿기 힘드네요. 이 정도 무위라면 천계와 마계 통틀어서 열 손가락에도 들 수 있을 거예요.”
“과찬이십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공력 소모가 극심했던 탓인지 백엽이 비틀거렸다.
“아!”
천계선녀가 백엽을 부축하려는 순간.
마탑 꼭대기 층에서 한 줄기 붉은 광선이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쏟아져 내린 붉은 광선은 피할 여유도 없이 백엽의 가슴을 관통해버렸다.
“으윽!”
백엽이 짤막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천계선녀가 놀라며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맥도 희미하게 뛰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 같았다.
천계선녀가 고개를 들어 마탑 꼭대기 층을 쳐다봤다.
아래층이 허물어져 이제 백 층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꼭대기 층 열린 창문 뒤에 마물 두 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마물연합 수장 마물왕과 총군사 대왕 호랑이였다.
백엽이 쓰러진 것을 확인한 두 마물이었지만 왠지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마물왕의 손에는 구슬 하나가 들려있었으며, 조금 전 백엽을 공격하는데 사용한 주작주였다.
“마물왕님. 성공한 것 같습니다. 내려가서 놈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으시지요.”
“총군사가 먼저 내려가 백엽 저놈의 수급을 베어오시오.”
“천계선녀는 어떻게 할까요?”
“아까 이야기한 대로 생포하시오. 내상을 회복하지 못해 총군사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대왕 호랑이가 창을 통해 마탑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마치 허공답보처럼 천천히 내려갔다.
천계선녀가 그런 놈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아무리 내상이 덜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그녀는 천계의 이름난 고수였다.
일개 마물 수장에게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후후후! 마물연합 서열 제2위인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대왕 호랑이가 앞발톱을 들어 장력으로 맞받아쳤다.
하강하는 도중이었으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꽈앙.
폭음과 함께 대왕 호랑이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천계선녀가 보니 대왕 호랑이가 사지가 찢긴 채 즉사해있었다.
천계선녀가 어리둥절해 했다.
대왕 호랑이의 장력이 너무 강해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이내 알 수 있었다.
바로 어느새 쓰러져 있던 백엽이 일어나 옆에 서 있지 않은가.
오른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으나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였다.
“아, 괜찮으신가요?”
“네. 다행히 호신강기가 발동해 중상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신까지 잃으셨는데 상처는 어떤가요?”
“괜찮습니다. 외상은 벌써 아물었습니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안색이 파리한 것이 여전히 내상이 심해 보였다.
“일단 마물왕 저놈부터 제거하겠습니다. 놈이 주작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뒤로 물러나 있으십시오. 마탑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니까.”
“네.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백엽이 말을 한 후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곧바로 마탑 꼭대기 층 앞에 도착한 그가 신형을 정지시켰다.
꼭대기 층 창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마물왕이 담담히 서 있었다.
그 많던 수하를 모두 잃은 상황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후후후! 주작주 공격을 받고도 아직 죽지 않다니 대단하구나. 하지만 주작마기가 네 놈의 가슴을 관통했으니 일각도 되지 못해 죽고 말 것이다. 왜 믿지 못하겠느냐?”
“믿고 말고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소? 다만 그대의 기습이 제법 고명했다는 점은 인정하겠소. 잠시 정신을 잃었을 정도니까. 내상도 가볍지 않고 말이오.”
“이제 곧 네놈이 죽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이냐?”
“그렇지는 않소. 그대의 기습 공격은 매우 훌륭했으나 한 가지를 간과했소.”
“그게 무엇이냐?”
마물왕이 질문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곧바로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자신이 예상한 대로 일각이 흘러 백엽이 저절로 죽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내게 청룡주와 백호주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점이오. 사방주는 원래 한 몸이었기에 사방주끼리 공격력이 감쇄되는 특징이 있소.”
“그게 무슨 말이냐?”
“쉽게 말해 그대가 주작주를 사용하지 않고 공격에 성공했다면 내가 그대 말대로 죽을지 모르겠지만, 같은 사방주 두 알을 갖고 있었기에 그 위력이 줄어든 것이오. 아니 위력이 줄어든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룡주와 백호주의 효능 덕분에 빠르게 깨어날 수 있었소. 내상 역시 마찬가지로 이제 완전히 회복한 것 같소.”
“네놈이!”
마물왕이 당황하며 백엽을 쳐다봤다.
백엽의 안색은 어느새 평온해져 있었다.
“조금 전 내상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냐?”
“그렇소. 그대는 나를 죽일 유일한 기회를 잃었소.”
“미친 소리!”
마물왕이 들고 있던 주작주를 백엽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백엽이 왼손을 들어 주작주를 낚아챘다.
“고맙소.”
백엽이 꼭대기 층 내부에 뛰어들며 지존검으로 마물왕의 목을 찔렀다.
마물왕이 급히 피하려 했으나 이미 당한 후였다.
“으윽!”
마물왕이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 바로 그 순간.
마탑 전체가 마치 지진이라 난 듯이 흔들렸다.
백엽이 흠칫하며 다시 마탑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마탑 전체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천계선녀가 깜짝 놀랐으나, 이미 마탑 전체가 무너져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백 회주님!”
천계선녀가 애타게 백엽을 불렀으나 마탑의 잔해 속에서 당장 그를 찾을 방도가 없었다.
아니 마탑이 무너지면서 백엽 또한 죽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천계선녀가 앞에 보이는 잔해라도 치우려는 바로 그 순간.
잔해 한 부분이 꿈틀거리더니 돌덩이들이 치워지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한데 그는 바로 백엽이 아닌가.
“아! 무사하셨군요.”
천계선녀가 매우 기뻐했다.
백엽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마탑 자체라 할 수 있는 마탑 마물이 이런 식으로 저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아, 그럼 마탑이 무너진 게 마탑 마물의 짓이었던 가요?”
“네. 원래 마탑을 지키는 마물이 모두 죽게 되면 마탑 마물 역시 힘을 쓰지 못하고 죽게 되어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놈이 저와 동귀어진하기 위해 자폭을 했는데, 다행히 사방주 세 알이 힘을 합쳐 저를 보호해주었습니다. 특히 마탑에서 오래 있었던 주작주의 도움이 컸습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그래요. 일단 이곳을 떠나도록 해요. 마계에서 우리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그야 당연히 요성입니다. 마지막 사방주인 현무주마저 찾아야지요.”
“네. 바로 가도록 해요.”
* * *
“이곳이 요성입니까?”
“네. 한데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군요.”
이름 모를 언덕 위에 있던 백엽과 천계선녀가 한 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은 짙은 안개에 덮여 있는 오래된 성이었다.
성의 규모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컸다.
성벽의 길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성벽 위에 경계를 서고 있는 요괴들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 모든 게 짙은 안개 때문이었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경계를 서고 있는 요괴 병력도 전혀 없고요. 제가 잘못 파악한 건가요?”
“아닙니다. 저 역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성안에 들어가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성 전체가 텅텅 비어있을 것 같군요.”
“그래도 함부로 들어가선 안 돼요. 함정일 수 있으니까요. 이미 마탑 상황이 이곳까지 전달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차라리 이곳에서 잠시 놈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어떨까 해요. 아직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까지는 알지 못할 테니까요.”
“좋습니다. 사실 운공요상이 필요하던 때라 저도 찬성입니다.”
“호호. 이제 실토하시네요. 아무리 사방주의 도움으로 회복하셨다고 해도 공력 소모가 엄청나셨던 것 잘 알고 있어요. 일단 요성 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했으니 여기서 운공요상하도록 해요. 저 역시 이번에 완전히 내상을 치료해야겠어요. 다만 이곳이 사방이 트인 곳이라 놈들에게 발각되기 쉬울 것 같군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잠 기능을 지닌 보호막을 치면 됩니다.”
“혹시 은잠막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신선술의 일종인데 은폐기능을 가지고 있지요. 무엇보다 우리는 외부를 볼 수 있으나 적은 우리를 볼 수 없어 여러모로 편리하지요.”
“신선 은잠막은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운공요상 때문에 직접 은잠술을 펼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할 거예요.”
“네. 그럼 지금 바로 치겠습니다.”
백엽이 신선 은잠막을 만들었다.
마치 우산처럼 두 사람을 감싼 은잠막은 보호진 역할도 하므로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 보니 웬만한 암기 공격 정도는 막아줄 수 있겠네요. 여기서 최소 한시진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해요.”
“그러지요. 다만 그때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으면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이번에는 저도 함께 들어가요.”
“좋습니다. 그럼 각자 운공을 하도록 하지요.”
“네. 혹시 백 회주께서는 운공요상을 하면서 곧바로 신선분신술까지 익히시려는 게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언제 마계 고수들이 나타날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지요.”
“하기야 마계 원로원주 그자가 불쑥 나타나면 매우 곤란할 거예요.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백 회주의 무공이 그사이 엄청나게 발전했기에 이제는 밀리지 않을 거예요.”
“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신선분신술을 익혀두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는 있습니다. 한데 마계에는 마제 외에 원로원주와 맞먹거나 더 고강한 고수들이 있습니까?”
“물론이에요. 무림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디서나 드러나지 않은 고수들이 무섭지요. 특히 원로급 고수들이라 할 수 있는 절대마신들 중에 비슷한 무위를 지닌 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천계도 마찬가지지만 마계 역시 그 전력을 확실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무서운 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제를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마제만 제거되면 아마도 향후 수백 년간은 도발하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유일한 적수로 평가받았던 천제께서 실종 중이시라 백 회주께 거는 기대가 정말 커요. 호호. 제가 말이 너무 많았네요. 어서 운공요상하시면서 신선분신술 연마에 주력하세요. 저는 이제 조용히 있겠습니다.”
천계선녀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한 채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백엽 역시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다만 그는 이번에 획득한 주작주를 단전에 품고 신선분신술 연마도 함께 했다.
그게 가능한 것이 신선분신술 역시 깨달음이 주가 되는 것이라 구결 해석이 가장 중요했다.
주작주는 그 특이한 기운으로 구결 해석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어 아직 지성자에 오르지 못한 백엽으로서는 꼭 필요한 법보였다.
‘신선분신술을 익히게 되면 만 개의 분신을 사용할 수 있으니, 여기에다가 신선비검술까지 가미하면 이론적으로 무사히 많은 비검을 만들 수 있겠구나. 이처럼 두 신선술은 상호 보완 작용을 할 수 있으니 공격의 위력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