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36
신선분신술을 연마하는데 필요한 것은 공간이나 시간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깨달음으로 이미 구결 전체를 파악하고 있었던 백엽은 주작주의 도움으로 그 완벽한 해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연마를 시작한 지 불과 한시진만이었다.
함께 시도했던 운공요상 또한 성공해 몸 상태까지 완벽해졌다.
이는 신선분신술이 내상 치료의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한시진 동안 가부좌한 채 묵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천계선녀의 운공요상 역시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이는 백엽 옆에 앉아 있어서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백엽 또한 그 부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기를 천계선녀 쪽으로 흘려 더욱더 수월하게 내상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결과 천계선녀의 내상 또한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아!”
천계선녀가 눈을 뜨고 매우 기뻐했다.
마침 백엽 또한 연공을 마치고 눈을 뜨자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드려요. 운공요상에다가 신선술 연마까지 함께 하느라 여유가 없으셨을 텐데 저의 운공요상까지 도와주시다니. 덕분에 완전히 회복했어요.”
“잘된 일입니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이 상호 호법을 서는 의미도 있어 천계선녀님을 돕는 것이 바로 저를 돕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호호. 그런가요? 한데 내상 치료와 신선분신술 연마는 어떻게 되었나요?”
“운이 좋아 두 가지 모두 성과가 있었습니다.”
“역시 지존천선의 환생답군요. 정말 대단해요. 신선분신술은 주작주가 있어도 그 연마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나저나 한시진이 지났는데 요성은 변함이 없군요. 예정대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요. 만약 요성 안에 아무도 없다면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현무주를 구하지 못하면 언제 가능할지 그게 걱정이에요.”
“어쩔 수 없지요. 일단 수색부터 하고 다시 계획을 짜도록 하지요.”
“네.”
* * *
“역시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요괴 놈들이 총단을 비워두고 어디로 간 걸까요?”
천계선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백엽과 함께 요성 안을 수색한 지도 벌써 한시진 째.
밖에서 느낀 대로 아무도 없었다.
요성 안 건물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으나, 그 안에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
굳이 들어가 보지 않아도 기의 파동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백엽과 천계선녀는 빠른 속도로 전각 내부로 들어가 확인을 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할 수 없지요. 그냥 돌아갈 수밖에. 하지만 그냥은 안되고 이곳을 태우는 게 어떨까요?”
“놈들의 근거지를 없애버리자는 말씀입니까?”
“네. 평상시에는 이 안까지 들어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니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어찌 됐든 요괴들이 마계를 지원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니까요.”
“네. 그렇게 하지요.”
백엽이 삼매진화를 일으켜 요성 안에 있는 건물을 태우려던 찰나.
그그긍 소리와 함께 지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는데, 어느 순간 땅이 쩍쩍 갈라지며 그 속에서 여우들이 나타났다.
여우들의 덩치는 무척 커서 황소만 했다. 그 수 역시 끝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데 여우들의 꼬리가 모두 아홉 개가 아닌가.
“신선계 요괴 중 대표 격인 구미호예요. 요괴 놈들이 땅바닥에 숨어 있었네요.”
천계선녀가 흠칫하며 백엽에게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갈라진 바닥에서 나타난 구미호들은 그 수가 십만 마리에 달했다.
놈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대왕 구미호가 말했다.
“네놈들이 감히 우리 성을 불태우려 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두더지처럼 숨어 있었던 주제에 제법 당당하구나. 요괴왕을 비롯한 요괴연합 요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느냐?”
“곧 죽을 놈들이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사실 어차피 네놈들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겁을 먹고 숨어 있었던 것은 바로 네놈들이 아니었느냐?”
“천계선녀! 네년도 어리석구나. 성안에 독이 살포되어 있음을 모르고 있다니. 백엽 네놈도 마찬가지다. 이미 네놈들은 우리 요괴연합의 특수 독에 당해 곧 죽을 운명이다. 다만 우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네놈들이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냐?”
“물론이다. 원래 우리 요괴연합은 신마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전 병력이 마계로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네놈들 때문에 우리 구미호들이 남아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랬었구나. 하지만 우리는 네놈들 독에 당하지 않았다.”
천계선녀가 말을 한 후 백엽을 쳐다봤다.
백엽 역시 천계선녀와 마찬가지로 중독 증세가 전혀 없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네가 구미호 중 우두머리인 대왕 구미호냐?”
“그렇다. 정말 독에 당하지 않은 것이냐?”
“혹시 요성 안팎에 흐르고 있는 안개에 섞여 있던 독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해독을 했다.”
“그럴 리가? 우리 절대요독(絶對妖毒)은 요괴가 아닌 이상 절대 해독할 수 없는 특수 독이거늘.”
대왕 구미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과 천계선녀 두 사람이 독에 당했다면 벌써 증상이 나타났어야 했다.
그들의 임무는 독에 당한 침입자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으로, 구미호 십만 마리가 지하에 숨어 있어 어떤 침입자도 제거할 수 있었다.
참고로 요성 바닥에는 요괴토(妖怪土)라는 특수 흙이 뿌려져 있어 절대 외부에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탐지할 수 없었다.
백엽과 천계선녀가 구미호들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요괴토의 경우 불에 약한 단점이 있어 백엽과 천계선녀가 전각에 불을 지르려 하자 급히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요괴토에 불에 붙으면 그 열기가 수만 배 증폭되어 그 밑에 숨어 있는 자신들이 꼼짝없이 죽게 되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 독이 절대요독이란 것이었군.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백호주의 피독기능까지 무력화시킬 위력은 없었다. 이미 요성 전체에 퍼져 있는 절대요독은 해독이 되어 아무런 독성도 남아 있지 않으니 의심이 되면 확인을 해봐라.”
“백호주에 그런 기능이 있었던 말이냐?”
“그렇다. 그 사실을 미처 몰랐던 모양이구나. 한데 십만이나 되는 병력을 지니고도 어찌 우리 두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냐? 혹시 마탑이 무너진 소식을 들은 것이냐?”
“그렇다. 하지만 마물연합을 상대하느라 공력 소모가 극심했을 터. 절대요독이 무력화되었다고 해서 네놈들이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만 승부는 실력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그전에 한 가지만 묻겠다. 현무주는 어디에 있느냐? 요괴왕이 지니고 있냐?”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네놈이 설사 요괴왕님을 시해해도 현무주는 손에 넣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 알고 있어라. 하기야 곧 죽을 놈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대왕 구미호가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그게 바로 신호였는지, 구미호 십만 마리가 천천히 백엽과 천계선녀를 향해 다가왔다.
“구미호는 요괴 중에서도 요력이 강한 상급요괴예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요. 특히 지금 놈들이 펼치고 있는 요괴방어진(妖怪防禦陣)은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위력이 있어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백엽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앞으로 나왔다.
천계선녀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그녀 역시 내상을 회복했지만 백엽의 무위에 비할 바가 아니라 일부러 물러난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대왕 구미호를 비롯해 십만 구미호들이 백엽을 향해 좀 더 다가왔다.
특징적인 것은 구미호들의 꼬리가 어느새 빳빳하게 세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꼬리의 단면이 마치 칼처럼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구미호들의 공격 방법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백엽 또한 그제야 조심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는 다른 생각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 터득한 신선분신술의 실전 적용이었다.
마침 구미호들의 수가 십만 마리 정도로 적당한 수였다.
사실 십만 마리 정도면 엄청난 숫자이긴 하나 마물 수백만 마리를 상대했던 백엽이기에 그렇게 많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신선비검술과 신선분신술의 조합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하구나. 다소 서툴더라도 한번 시험해봐야겠다.’
백엽이 지존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바로 그때였다.
구미호들의 꼬리에서 붉은 기류가 쏟아져 나왔다.
한 마리당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니, 모두 합해 구십만 개의 공격이 가해진 셈이었다.
쏴아아.
거대한 해일과 같은 공격.
백엽이 피할 공간은 당연히 없었다.
게다가 그 강도 역시 처음부터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이전의 백엽이라면 버텨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백엽이 당황하지 않고 신선분신술과 신선비검술을 동시에 펼쳤다.
“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천계선녀가 감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의 분신이 순간적으로 만여 개로 불어난 데다가, 그 분신들이 다시 비검들을 만들어 날렸기 때문이었다.
분신 한 명이 날린 비검들은 백여 개.
따라서 산술적으로 백만 개가량의 비검 공격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곧이어 비검들이 구미호들이 쏟아낸 붉은 기류들과 충돌했다.
콰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성안에 있던 전각들이 거의 모두 파괴됨과 동시에 구미호들의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검들이 붉은 기류를 해소한 후 곧바로 구미호들의 몸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각각 몸에 여러 개의 비검이 박힌 구미호들이 살아날 리가 없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미호는 바로 대왕 구미호 한 마리뿐이었다.
하지만 대왕 구미호 역시 백엽의 지존검에 꼬리가 모두 잘리고 말았다.
“크윽!”
대왕 구미호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구미호의 경우 꼬리가 모두 잘리면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백엽은 더는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으으······ 네놈이 그사이 신선분신술까지 익혔을 줄이야.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며칠 내로 천계 총단이 무너질 테니까. 천제 역시 이미 마계 원로원주에게 당해 죽었다고 하니까 백엽 네놈 혼자 힘으로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천제님께서는 돌아가시지 않았다. 원로원주 그놈의 말을 어찌 모두 믿을 수 있겠느냐?”
천계선녀가 빠르게 다가와 대왕 구미호의 목을 베었다.
댕강.
대왕 구미호가 목을 잃고 즉사하자 천계선녀가 말했다.
“대왕 구미호는 꼬리를 모두 잃고도 죽음 직전에 자폭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기에 제가 목을 잘랐어요.”
“잘하셨습니다. 저 역시 손을 쓰려던 차였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아까 들으니 아무래도 요괴연합 병력이 마계 총단으로 간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현무주를 얻는 일은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아요. 괜히 마계 총단에 갔다가 마제를 만나게 되면 낭패이니까요.”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생사강으로 가서 전황을 살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네. 그게 좋겠어요. 생사강 전투부터 마무리한 후 천계 총단으로 가서 마계와의 최후 일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