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37
신선계 생사강.
백엽과 천계선녀가 생사강으로 복귀했을 때는 막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하지만 전투 현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생사강의 물결만 도도하게 흐를 뿐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한발 늦은 것 같아요. 천계 병력과 백반선회 백반선들이 모두 무사한지 걱정이군요.”
천계선녀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사강 전투의 총지휘자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저 때문입니다. 마탑과 요성으로 먼저 가지 않았어도 이렇게 늦지는 않았을 겁니다.”
백엽이 자책했다.
그 역시 천계와 백반선회 병력이 대마신회 대마신들에게 당했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직 실망할 때는 아니에요. 어쩌면 천계로 몸을 피신했을 수도 있어요.”
“그럴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네. 제가 백 회주님을 구출하러 가기 전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거든요.”
“무슨 명 말입니까?”
“제가 죽거나 실종되면 천계에 새로운 지휘자를 보내줄 것을 청하고, 연락이 되지 않거나 새 지휘자를 보낼 사정이 안 된다면 즉시 천계 총단으로 복귀하라고.”
“보호진 때문에 특수이동 대법이 막혀 천계 총단에 바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생사강 연결 통로를 통해서는 가능해요. 하지만 우리 천계 무사들만이 아는 특수 진법 운용 방식을 알고 있어야만 하지요. 사실 이곳 생사강에서 놈들과 전투를 벌인 것도 상황이 나빠지면 신속히 총단으로 철수하기 위해서였어요.”
“아, 그렇다면 총단에 연락해보면 바로 알 수 있겠군요.”
“네. 하지만 지금 총단 역시 적의 침입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우리가 직접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무작정 답신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절 따라오세요.”
“네.”
* * *
생사강과 천계의 연결 통로는 생사강 북쪽에 있는 계곡에 있었다.
천계와 백반선회 병력이 주둔했던 진영의 바로 뒤쪽이었다.
천계선녀의 추측대로 연결 통로가 있는 계곡 쪽으로 향하자 병력이 급히 철수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제 추측이 맞는 것 같군요. 아무래도 제가 마계로 붙잡혀가자 천계 총단에 계신 총군사께서 긴급 철수 명령을 내리신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군요. 하기야 마계의 총공격이 임박했으니 병력을 한군데로 모아 방어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네. 만약 그렇다면 생사강에 있던 대마신회 병력과 흑반선회 병력 역시 마계 총단으로 갔을 가능성이 커요.”
“양 진영에서 병력을 모두 집결시키고 있는 상황이군요.”
“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예측이니 직접 총단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디 연결 통로가 막히지는 않았어야 하는데······.”
천계선녀가 안색을 굳혔다.
특수이동 대법 없이 천계 총단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힌다면 그것 역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연결 통로가 막혀 있어도 특수이동 대법으로 총단 인근까지 갈 수 있는 게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하지만 지금쯤 총단 인근에는 마계와 흑반선회 병력이 주둔하고 있을 거예요. 놈들의 소굴로 스스로 들어가는 격이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어요?”
천계선녀가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걸음을 빨리했다.
얼마 후 도착한 계곡은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천계선녀는 계곡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섯 개의 진을 통과했다. 사전에 생로를 알고 있지 않았다면 통과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천계선녀가 절벽들을 보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연결 통로예요. 이미 느끼셨겠지만, 이곳은 일종의 특수 진으로 연결 기관을 작동해 천계 총단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주위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놀라지 말고 그대로 서 있으세요.”
“네.”
“그럼 바로 기관을 작동하겠습니다.”
천계선녀가 절벽 면을 향해 지풍을 날리기 시작했다.
모두 백팔 개의 지풍으로 일정한 문양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기관을 작동하는 방식 같았다.
그그긍.
굉음과 함께 절벽 면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백엽이 흠칫했으나 천계선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동안 절벽 면이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어느 순간 계곡 안에 금빛 섬광이 가득해졌다.
백엽과 천계선녀 두 사람 모두 눈이 부셔 눈을 감은 바로 그때.
두 사람의 신형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백엽의 경우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으나 천계선녀에게 미리 말을 들어 일부러 눈을 뜨지 않았다.
아니 눈이 부셔서 눈을 뜨기도 힘들 것 같았다.
‘천계 총단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만약 그곳이 맞는다면 이번 기회에 지존천선에 관해 좀 더 알게 되면 좋을 것 같구나.’
백엽이 눈을 감은 채 문득 지존천선에 관한 생각을 떠올렸다.
지존천선과 관련해서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그가 지존천선의 환생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가 지존천선과 관련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한 것은 그가 남긴 지존천선장을 기억해냈을 때였다.
게다가 지존검 역시 지존천선이 사용하던 보검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가족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심정으로 자연스럽게 지존천선을 떠올리게 된 것이었다.
‘전생을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전생을 알게 되면 전생에서의 능력을 고스란히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다만 마지막 사방주인 현무주를 아직 얻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백엽은 시간의 흐름도 잊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것은 마치 집을 떠나 온갖 고생을 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납치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그였기에 전생은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과도 같았다.
그리고 실제 천계 총단으로 연결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머릿속으로 단편적인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기억들로 천계제일인으로 군림하던 한 사내의 일생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사내는 물론 지존천선이었다.
천 년 전 신마대전에서 천계를 지휘했던 그의 능력은 가히 신과도 같았다.
백엽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전생의 기억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까.
본격적으로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나려 할 때.
눈부심이 사라지며 천계선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계 총단에 도착했어요. 이제 눈을 뜨셔도 돼요.”
* * *
“어서 오십시오. 백 회주님. 저는 천계 총군사 천기천선(天機天仙)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계선녀께서도 고생 많았습니다.”
천기천선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중원무맹주이자 백반선회주인 백엽입니다. 천계 총군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총군사님을 뵙습니다.”
천계선녀 역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기천선은 지금 실종된 천제를 대신해 천제 대행을 맡고 있었다.
특히 마계의 대공세를 맞이해 총단을 사수하고 있는 책임자이기도 했다.
한편 백엽과 천계선녀는 천계 총단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천계 무사들의 안내를 받아 이곳 천기천선 집무실로 오게되었다.
그 때문에 전황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한 것이 많으신 줄 압니다. 질문을 해주시면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제가 여쭤볼게요. 우리 두 사람이 마계로 잡혀간 일은 알고 계셨나요?”
“물론입니다. 두 분이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의 계략에 빠져 마계로 잡혀갔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놀랐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백 회주께서 일부러 잡혀가신 사실을 알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두 분 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생사강 전투는 어떻게 되었나요? 거기 있던 천계 무사들과 백반선들은 모두 무사한가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상하신 대로 생사강에 있던 병력을 모두 총단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다만 천계로 이동 중에 대마신들의 공격을 받아 부상자가 제법 많이 발생했습니다. 백 회주께서 궁금해하실 백반선회 백반선 천여 명은 지금 천계의각(天界醫閣)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아! 잘되었군요. 백반선들의 부상이 심합니까?”
백엽이 급히 물었다.
“네. 심했지만 다행히 치료가 늦지 않아 열흘 정도면 완쾌될 수 있을 겁니다.”
“회주를 맡아 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천계에서 도움을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앞으로 백 회주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제게 그런 능력이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에 마탑을 무너뜨리고 주작주까지 얻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무주까지 얻게 되면 이전 지존천선께서 지니신 무위를 갖추시게 될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백엽이 겸양했다.
천계선녀가 물었다.
“총군사님. 그럼 생사강에 있던 대마신들과 흑반선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대마신들은 마계 총단으로 복귀했습니다. 지금 마계 연합군을 결성해 이쪽으로 진군하고 있지요. 흑반선들은 지성봉으로 복귀했는데, 정보에 의하면 마계의 도움을 받아 중원 침공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흑반선회가 우리 중원무맹을 공격하려는 겁니까?”
“네. 백반선들은 이곳에서 회복 중이니 당분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원무맹 쪽은 시급한 조치가 필요할 겁니다.”
“네. 그렇겠군요.”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천계선녀가 다시 물었다.
“지금 신마대전 전황은 어떤가요? 이곳 총단이 여전히 공격을 받고 있나요?”
“네. 마계의 선발대 병력이 이미 총단 주위를 포위한 지 오래입니다. 총단 주위에 쳐둔 보호진이 아직 잘 막아주고는 있으나, 마계 연합군이 곧 도착하면 보호진 역시 더는 견디지 못할 겁니다.”
“보호진이 뚫리면 전면전이 벌어지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미 천계 각 지역의 전투에서 우리 천계 무사들이 연전연패를 거듭해 그 잔존 병력을 모두 총단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생사강 전투에 투입되었던 병력도 그중 하나이군요.”
“네. 솔직히 말씀드려 전황이 너무 어렵습니다. 병력 또한 마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요괴왕이 이끄는 백만 요괴 부대까지 가세한 터라 중과부적입니다. 천제께서 복귀하지 않으시는 한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천기천선이 안색을 굳혔다.
천계 총군사 답게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을 보였으나, 현 상황의 심각함을 이야기하는 이 순간만큼은 초조해 보였다.
천계선녀가 물었다.
“보호진이 며칠 정도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사흘 후면 마계 연합군이 도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후 칠일을 더 버티기 힘들 겁니다. 대략 열흘 정도 후면 전면전을 벌여 최후의 승부를 내게 될 겁니다.”
“으음, 그때까지 모든 병력을 천계로 모으는 게 중요할 것 같군요.”
백엽의 말에 천기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혹시 중원무맹 무사들을 이곳 총단으로 이동하실 생각입니까?”
“네. 역시 총군사님이시군요. 제 생각을 미리 다 아시니 말입니다. 말씀대로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중원무맹 무사들을 이곳으로 옮겨 최후의 결전에 참여시키고 싶습니다. 그러지 않고 계속 무림에 있게 되면 흑반선회의 공격으로 궤멸하고 말 겁니다. 그럴 바에야 여기서 천계 무사들과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낫겠지요.”
“감사합니다. 그 문제와 관련해 제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
“네. 무림과 신선계의 연결 통로를 알고 싶습니다. 일단 신선계로 병력을 옮긴 후 생사강으로 가면 이곳 천계까지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곧바로 특수이동으로 병력을 이곳으로 옮길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요.”
“단체 특수이동은 현재 신선계, 천계, 마계를 통틀어 어려워진 상태입니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전반적으로 기의 흐름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지요. 다만 열 명 내외의 특수이동은 가능할 겁니다. 중원무맹 병력이 지금 오십만 정도입니까?”
“네. 하지만 지금쯤 비천대 무사와 은자림 고수들이 합세해 대략 칠십만 정도로 불어났을 겁니다.”
“아, 역시 계획이 있으시군요. 그 칠십만 병력으로 진을 만들어 흑반선들이나 마계 병력을 상대하실 생각인가요?”
“네. 금단선진이라고 제가 창안한 진법이 있는데, 제 생각대로만 된다면 일시적이긴 하나 경천동지할 위력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아, 그런 대법이? 혹시 선천진기를 이용하는 겁니까?”
“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금단선진은 불현듯 떠오른 것으로 아직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역시 백 회주께서 지존천선의 환생이 맞는군요. 사실 그러한 성격의 진은 지난날 지존천선께서 구상하신 적이 있지요. 백 회주께서 창안했다고 하셨지만 어쩌면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러한 특수 진의 위력을 극대화하려면 그 인원이 최소 백만 명은 되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조금 아쉽군요.”
“아, 그 사실까지. 말씀을 들어보니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모자라는 병력은 저도 생각한 바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듣고 보니 성공만 하면 반전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무림과 신선계의 연결 통로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네. 혹시 그곳이 와룡곡입니까?”
“네. 중원무맹 총단과 인접해 있으니 병력을 이동하실 때 편하실 겁니다. 다만 우리는 무림에 직접 가는 게 곤란해 입구만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무림과 통하는 전체 통로를 개설하는 것은 백 회주께서 직접 하셔야 할 겁니다.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통로 전반에 기관이 설치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출발은 언제 하실 겁니까?”
“지금 바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지요?”
“네. 입구 개방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니, 오늘 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십시오. 거처는 이미 마련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