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38
‘이곳이 지존천선께서 지내시던 방이란 말인가?’
백엽이 천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방을 둘러봤다.
총군사 천기천선이 직접 안내를 해줬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지존천선이 사용하던 방이라고 했다.
‘내가 지존천선의 환생이라 믿고 좀 더 전생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같군. 하기야 전생에서 쓰던 방을 보면 전생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날 가능성이 커지겠지.’
백엽이 눈을 빛내며 방안을 천천히 살폈다.
하지만 원래 검소한 생활을 즐겼는지 장식품도 많이 없어 별다른 것은 없었다.
사실 천계라고 해서 일반 무림인들이 사는 방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그나마 주의 깊게 본 것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한 사내가 등을 지고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름 모를 봉우리 위였는데, 주위에 구름이 가득한 것으로 봐서 매우 높은 봉우리였다.
‘중원의 태산처럼 우뚝 솟은 곳 같구나. 그나저나 등에 메고 있는 검이 지존검과 비슷한데, 그럼 저 그림 속의 사내가 바로 지존천선인가.’
백엽이 좀 더 그림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뒷모습을 그린 것이라 얼굴을 볼 수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림 속의 검에 대해 집중했다. 좀 더 세밀히 살펴본 결과 그 문양 등이 지존검이 확실해 보였다.
‘누군가 지존천선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린 것 같군. 지존검이 없었다면 누군지 모를 뻔했다.’
백엽이 더욱 확실히 비교하기 위해 지존검을 빼 들었다.
순간, 우우웅 하며 검명이 울리는 게 아닌가.
동시에 그림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세차게 펄럭였다.
분명 방문이 모두 닫혀 있어 아무런 바람도 없었다.
백엽이 가볍게 놀랄 때.
지존검이 마치 자석에 끌리듯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백엽이 흠칫했으나 지존검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 그의 몸이 지존검과 함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백엽은 순간적으로 그림 속에 특수 환영진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으나 그렇다고 저항하지는 않았다.
지존천선이 그림 속에 안배해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저항하게 되면 그 여파로 그림이 찢기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한 찰나의 선택으로 그의 신형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 * *
“백 회주님.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잘 주무셨나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백엽이 묵고 있던 방에 천기천선과 천계선녀 두 사람이 찾아왔다.
백엽은 방 중앙에 가부좌하고 묵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떴다.
“오셨습니까? 덕분에 잘 잤습니다.”
“아, 네. 다행이군요. 혹시 이곳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천기천선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지존천선께서 지내시던 방이라 혹시 제가 전생의 기억을 찾았을까 봐 그렇게 물어보시는 겁니까?”
“네. 그 점은 백 회주께서도 이미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현 상황이 너무 위급해 혹시나 하는 기대로 백 회주님을 이 방으로 모셨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자세한 내용은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명확한 게 거의 없어서 말입니다.”
“아! 소득이 있었다면 됐습니다. 천기누설은 안 될 말이지요. 혹시 저희에게 부탁할 것이라도 있습니까?”
“네. 사실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저 그림 말입니다.”
백엽이 벽에 걸려 있는 예의 그림을 가리켰다.
그 그림은 바로 어젯밤 그가 빨려 들어갔던 것으로, 이후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니 이야기해주고 싶어도 실은 아무 기억이 없는 그였다.
분명 그림 속에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방으로 돌아온 후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딱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천기천선에게 부탁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림 속 봉우리 이름이었다.
그림 속에 빨려 들어간 후 누군가에게 봉우리 이름을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이름이 이전에 한 번 들었던 것이었다.
‘십뇌반선 말로는 은둔반선기를 찾게 되면 꽂아야 하는 봉우리 이름이 바로 무상봉이었지.’
백엽이 그림을 보며 다시 한번 무상봉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아, 저 그림은 바로 지존천선님의 초상화입니다. 지존검 때문에 알아채셨지요?”
“네. 역시 제 짐작이 맞았군요. 제 부탁은 바로 저 그림을 제게 주실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전생 기억이 더 잘날 것 같아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알고 보니 조금 전 약간의 소득이 있었다는 것도 그림과 관련된 것이었군요. 사실 지존천선께서 남기신 유품은 지존검을 제외하고는 저 무상도(無上圖)뿐이지요. 백 회주께서 무상도를 보고 느낌이 특별한 것은 사실 매우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계속 이 방에 지낼 수는 없으니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신다면 분명 더욱더 확실한 소득이 있을 겁니다.”
천기천선이 직접 그림을 걷어 백엽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백엽이 그림을 건네받은 후 그림 속 사내 지존천선이 서 있는 봉우리를 가리켰다.
“이 그림이 무상도라면 혹시 이 봉우리 이름이 무상봉입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 이름은 지존천선께서 직접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렇게 쉽게 내주실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현재 마제를 대적할 고수는 백 회주님 뿐이니 어떤 편의도 봐 드려야지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림과 신선계 연결 통로 입구는 개방이 되었습니까?”
“네. 조금 전 개방을 마쳤습니다. 개방 시간은 하루뿐이니 그 전에 전체 개통을 해야 통로가 유지될 겁니다. 천계선녀가 입구까지 안내해줄 것이니 따라가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중원무맹 무사들을 이끌고 신선계로 들어오면 안내해줄 분이 계시겠지요?”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통로 입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물론 무림 쪽에서 보면 신선계로 통하는 출구가 되겠지요. 다만 아무리 늦어도 사흘 안에는 이곳에 복귀하셔야 해요. 물론 신선계로 오시면 제가 생사강까지 길을 안내하겠지만, 사흘 후에는 마계 연합군 병력이 이곳 총단에 도착할 가능성이 커 신선계와 천계 연결 통로가 작동 안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기야 놈들의 마력이 강해지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반드시 사흘 안에 천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네. 어서 가요. 어제 총군사님과 이야기를 늦게까지 나눴었는데 백 회주께서 말씀하신 금단선진이 제대로 작동되면 놈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 섰어요. 남은 사방주인 현무주를 얻어 백 회주께서 지존천선이 남긴 힘을 모두 얻는 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충분히 추진해볼 만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두 가지 목표 모두 이루도록 해야겠지요.”
“네. 어서 가요.”
* * *
“여기예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하루 안에 전체 개통을 하지 못하면 통로 자체가 붕괴하고 말 거예요. 전체 개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속히 철수해서 돌아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목숨이 위험할 겁니다.”
천계선녀가 백엽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천계에서 이곳 신선계까지 오면서 여러 번 강조했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다시 강조하는 그녀였다.
한편 천계선녀가 가리킨 곳에는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있었다.
수풀이 우거져 처음에는 동굴이 있는지 확인도 되지 않았으나 수풀을 옆으로 밀어내자 통로가 나타났다.
거대한 통로 입구를 생각했던 백엽으로서는 예상 밖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천계선녀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통로 넓이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전체 통로가 개설되면 원천 통로의 경우 백만 대군도 거뜬히 통과할 수 있게 넓어지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한데 이곳의 위치를 마계나 흑반선회에서 알아채지 않을까요?”
“아직은 모를 거예요. 하지만 놈들의 정보력이 워낙 뛰어나 알게 되면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무척 큰 게 사실이에요. 특히 흑반선들의 경우는 마계 도움만 받으면 무림까지 직접 갈 수 있으므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그래서 일단 이곳은 백 회주께서 들어가신 후 폐쇄할 생각이에요. 다만 전체 통로가 개설된 후 중원무맹 무사들을 이끌고 돌아오실 때 다시 열 수 있도록 조처를 해둘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천계선녀가 말을 한 후 폐쇄된 통로를 다시 개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실제 폐쇄가 아니라 일종의 환영진을 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나중에 복귀할 때 간단한 진의 변화만 주면 다시 열리게 되어있었다.
“이해하셨지요?”
“네. 그 정도면 놈들도 쉽게 간파하기 힘들 것 같네요.”
“네. 하지만 문제는 신선계로 돌아온 후 생사강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그때가 되면 놈들도 우리 움직임을 어느 정도 간파할 가능성이 크고 병력을 이쪽으로 이동해 중원무맹 무사들이 천계 총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할 거예요. 하지만 그 문제는 그때 상황을 봐서 해결하면 될 것 같고, 지금 중요한 것은 전체 통로 개설이에요. 통로 중간중간에 무시 못 할 기관과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니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 최대한 빨리 오세요. 이곳까지는 늦어도 이틀 안에 돌아오시면 될 거예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천계선녀께서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백엽이 말을 마친 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뒤쪽에서 입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르르릉.
사전에 천계선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매우 놀랐을 폭발음이었다.
백엽은 흠칫했지만 다시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신선계와 무림의 연결 통로, 그것도 원천 통로에 들어온 것은 그도 처음이었다.
그 혼자 무림으로 돌아갈 요량이면 특수이동 대법으로 이동하면 간편하겠으나, 칠십만이나 되는 중원무맹 무사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전체 통로 개설이 필수였다.
문제는 원천 통로 안에서는 개인적인 특수이동 대법 역시 제한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하루 안에 통로 개설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즉시 돌아오라고 천계선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반드시 통로를 뚫는다. 장애가 있으면 뚫고 나가면 그만인 것이지.’
백엽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은 보통 동굴과 다름없었다.
다만 통로는 넓어지지 않고 계속 처음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일단 전체 통로가 뚫리면 해결될 문제로 들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하루 안에 무림 쪽과 길이 연결되어야 했다.
한데 아무리 나아가도 똑같지 않은가.
마치 미로에 갇힌 것처럼 똑같은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백엽이 동굴 벽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만이 알 수 있는 특수 표식이었다.
그렇게 다시 얼마나 나아갔을까.
백엽이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그가 동굴 벽에 새겼던 표식이었다.
‘설마 했는데 왔던 길을 다시 왔구나. 주위 환경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 방심한 게 실수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기관을 찾아 미로진을 파훼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