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1
다음 날 아침.
중원무맹 총단 대연무장에 칠십만 무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출정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 이렇게 출발하게 되자 무사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미지의 세계라 할 수 있는 신선계와 천계였다.
전설로만 듣던 그곳에 실제 가게 되다니.
하지만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먼저였다.
이는 바로 반선들 때문으로 그들의 가공할 무위는 공포 그 자체였다.
물론 백엽의 활약으로 그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도 사실이나 여전히 공포의 크기는 막대했다.
사실 백엽을 제외하고 흑반선을 제거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만 봐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그 때문일까.
칠십만 무사들이 백엽을 보는 눈빛은 남달랐다.
백엽이 있기에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상 위에 오른 백엽이 말했다.
“중원무맹주 백엽입니다. 이제 무림의 운명을 건 전투를 위해 우리 칠십만 병력은 신선계를 거쳐 천계로 가게 될 겁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리가 직접 신마대전에 참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무림을 무림인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외세의 침입은 끝이 없을 겁니다. 영웅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개개인의 무공은 놈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지 모르나 힘을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펼칠 단체 진법에 관해 설명을 해드리고 그 연습을 해볼 생각입니다. 진 자체의 운용은 매우 간단하므로 한 번의 연습으로 충분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사들의 사기입니다. 진법의 이름은 금단선진으로 그동안 계속 연구해서 보완 발전되어 왔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드리면 한마디로 말해 무사들의 선천진기를 하나로 연결해 그 위력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진법 자체가 선천진기의 연결을 돕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맡은 자리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겁니다. 실제 공격은 진의 가장자리에 위치할 절정 이상 고수들이 전담하게 될 겁니다. 쉽게 말해 무사들의 공력을 소수의 고수들이 모아 적을 공격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지시에 따라주면 되겠습니다.”
백엽이 말을 한 후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바로 동심원 모양의 진법 대형으로 무사들이 집결한 채 이동과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진의 총지휘를 맡게 된 백여희가 소리쳤다.
“모두 금단선진 대형으로 이동하세요.”
와아아.
무사들이 함성과 함께 동심원 모양으로 대형을 변경했다.
이미 동심원 모양을 염두에 두고 도열해 있었기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백여희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는 오늘 새벽에서야 백엽으로부터 방어뿐만 아니라 공격 요소까지 가미해 완성된 금단선진의 운용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특수 대법을 통해 단숨에 익힐 수 있었다.
사실 백엽은 개별적으로 고수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금단선진을 직접 지휘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 지휘자로 백여희를 선택했고, 그녀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습득력을 보여줬다.
비록 백엽이 특수 대법을 통해 진의 활용 능력을 그녀의 머릿속으로 전해줬으나 기본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절대 배우지 못했을 터였다.
“그럼 이제 적들과 직접 싸우게 될 열 분의 고수를 정하겠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분들은 일차 공격진으로 이분들 뒤에는 예비 고수분들이 대기하게 될 거예요. 나머지 분들은 이분들에게 선천진기를 빌려주게 될 것이며, 진이 가동되면 될수록 일반 내공 역시 실제 공격에 가담하는 분들에게 집중될 겁니다. 그럼 호명하시는 분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백여희가 미리 준비한 명단을 발표했다.
모두 열 명이었는데, 금단선진의 공격을 책임지고 할 고수들을 따로 금단십대고수(金丹十大高手)라 이름 지어졌다.
“금단십대고수에 해당하시는 분은 바로 천마신교 성녀, 그리고 무림칠사부. 북해빙궁주, 남해신니 이렇게 열 분입니다. 이분들은 오늘 새벽에 전달해드린 대로 각자 맡은 위치에 서 주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금단십대고수들이 일제히 흩어져 금단선진의 외곽 일차 방어선에 위치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원 모양 대형의 가장자리에 선 셈인데, 벌써 진안의 기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 정식으로 가동되기도 전인데도 무사들의 선천진기가 이들 금단십대고수들에게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절정 이상 고수들 차례예요. 참고로 이번에 선발된 절정 이상 고수들은 대략 천여 명으로, 당금 무림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고수분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서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하세요. 금단십대고수의 바로 뒤를 받쳐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움직이세요!”
백여희의 말이 있자 일천 절정고수들이 각자 맡은 위치로 움직였다.
이미 그들 또한 오늘 새벽에 자신들이 맡을 진 속 위치를 명받았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매우 빨랐다.
“맹주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동해주세요.”
백여희가 백엽을 쳐다봤다.
금단선진은 이동 중에도 그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유지할 수 있으므로 출정 직전에 가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첫 가동이 되겠군. 다들 집중해주십시오.”
백엽이 지존환 속에서 하나의 깃발을 꺼냈다.
그것은 바로 영웅기였다.
원래 영웅맹의 맹주신물이었던 그것은 지금은 중원무맹주의 신물로 바뀐 상태였다.
백엽은 금단선진을 창안하고 보완하면서 이 영웅기를 진의 개폐법보로 정한 바 있었다.
이는 영웅기 속에 백엽 자신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한 신비스러운 기운이 있음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백엽이 영웅기를 든 채 눈을 빛냈다.
‘이 영웅기는 보통 깃발이 아니다. 어쩌면 신선계나 천계의 법보일 수도. 영웅기 덕분에 금단선진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지.’
백엽이 영웅기를 가볍게 한 번 흔들었다.
순간 깃발이 펄럭이며 금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바로 금단선진에 필요한 기운을 백엽이 농축해둔 것으로, 이 금단선진은 보통의 진법과 달리 하나의 특수한 신선술이었다.
영웅기에서 흘러나온 금빛 기운이 무사들을 둘러싸 보호막을 형성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백엽이 소리쳤다.
“금단선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번 신마대전이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겁니다. 세부적인 지휘는 백 군사가 맡을 것이며, 특히 금단십대고수는 공격에 있어 신중을 기하기 바랍니다. 평소보다 수천 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원무맹주로서 명한다. 전 무사들은 와룡곡으로 출발하라!”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칠십만 무사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와아아.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무사들의 함성이 총단 전체에 가득했다.
* * *
와룡곡에 도착한 중원무맹 칠십만 무사들은 백엽을 따라 거대한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 와룡곡을 둘러싼 절벽 면에는 이렇게 커다란 통로가 없었지만, 백엽이 기관을 작동하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물론 이는 무림과 신선계를 연결하는 원천 통로였다.
백엽이 개설한 통로라 무사들은 안심 놓고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통로가 커도 칠십만 병력이 한 번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 대형이 좁아지며 길게 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단선진은 계속 가동되었다.
진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금빛 안개가 자유롭게 그 크기를 무사들 수에 맞게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치 거대한 구렁이처럼 길게 늘어선 무사들이 대오를 유지한 채 통로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한편 백엽은 홀로 진 밖에 나와 있었다.
그가 위치한 곳은 진의 선두로 바로 뒤에는 백여희와 성녀, 매영설, 생사신의, 악완 등이 자리했다.
참고로 진의 맨 뒤쪽은 북해빙궁주와 남해신니가 맡았으며, 양옆은 무림칠사부들이 적절하게 맡고 있었다.
“오라버니. 연결 통로 중간 부위에서 황금을 발견했다고 하셨지요? 아직 멀었나요?”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여희가 자신의 옆까지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금단선진의 보호막은 벗어나지 않았다.
안개의 보호 범위가 늘어나며 백여희를 감쌌기 때문이었다.
“호호. 괜히 오라버니 뒤에 있었네요. 그나저나 신선계로 통하는 통로는 아직 점검하지 않았다고 하셨지요?”
“그렇다. 그보다 천계선녀가 출구 쪽에 그대로 있는지가 걱정이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마계나 흑반선 쪽에서 눈치를 챘다면 말씀하신 생사강까지 가는 것도 힘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어떤 경우에도 임기응변하면 되니까.”
“역시 제 오라버니세요. 모든 무사가 오라버니만 믿고 있어요.”
“알고 있다.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
백엽이 발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혹시나 해서 조심스럽게 진입했는데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두 장시간 움직여 피로감을 느낄 때 예의 지하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여긴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중간 지점까지 온 셈이니 잠시 쉬고 가는 게 좋겠다. 무사들로 하여금 도착 즉시 휴식을 취하게 해라.”
“네.”
백여희가 고개를 조금 숙인 후 신형을 돌려 소리쳤다.
“광장에 들어온 무사들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아직 모든 무사가 들어오지 않았으니 양옆으로 분산해서 쉬는 게 좋겠어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탓에 피곤함을 느끼던 무사들이 반색하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뒤따라 도착하는 무사들을 위해 광장 중앙 공간은 남겨둔 그들이었다.
성녀가 맞은 편에 뚫려 있는 통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맹주님. 저 통로가 바로 신선계로 통하는 길인가요?”
“그렇소. 하지만 나도 아직 점검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진입해야 할 것이오. 놈들이 암습을 위해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말씀대로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비록 금단선진의 보호를 받고 있으나 통로 자체가 무너지면 그야말로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따지고 보면 백엽으로부터 가장 먼저 금단선진을 배운 성녀가 간접적으로 자신의 주의를 환기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시간을 아끼려고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 만약 놈들이 통로 안쪽까지 진입했다면 성녀 말대로 통로를 붕괴시키려 할 것이다.’
백엽이 맞은편 통로 쪽에 기파를 보내 탐지를 해봤지만 특이한 점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중원무맹 무사 칠십만 병력은 모두 지하 광장으로 들어왔고, 본격적인 휴식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옆에 많아서인지 백여희가 예의 총군사 신분으로 돌아가 정중하게 물었다.
“맹주님. 우리가 진입할 신선계 지점에서 생사강까지는 머나요?”
“그렇게 멀지는 않소. 방해를 받지 않으면 해지기 전까지는 도착할 것이오. 게다가 천계선녀 말로는 병력 이동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법보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오.”
“잘되었네요. 출발은 언제로 할까요?”
“반시진 후가 좋겠소. 늦게 도착한 무사들도 있으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