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2
“출발하라!”
백여희의 명에 따라 지하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원무맹 칠십만 무사들이 맞은편 통로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통로는 백엽이 아직 점검하지는 못했으나 신선계와 연결된 것은 거의 확실했다.
다만 안전까지는 담보되어 있지 않아 무사들의 긴장감은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금단선진이 여전히 무사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백엽이 있어 모든 무사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맹주님. 설마 별일은 없겠지요?”
백여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를 바라고 있소. 다행히 아직은 아무 조짐이 없구려.”
“하기야 맹주님께서 이미 원천 통로를 개설한 이후라 큰 위험은 없을 것 같아요.”
백여희 역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들 마음 한구석에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무사들이 조심스럽게 진입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별 탈 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제 거의 막바지 같아요. 지하 광장이 중간 지점이 맞는다면 통로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
백여희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소. 다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욱더 집중을 해주십시오.”
백엽의 말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무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혹시 몰라 함성은 지르지 말 것을 지시했기 때문에 고개만 숙인 것이다.
사실 백엽은 통로가 이제 불과 백장 정도 남았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천계선녀가 막아놓은 출구가 과연 나타날 것인가였지만, 이미 출구를 여는 방법을 알고 있어 오히려 막힌 출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백엽이 눈을 빛내며 마지막으로 전방에 기파를 보내 혹시 매복이라도 있는지 탐지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특이점도 없었다.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너무 조용하니 오히려 불안해지는군. 출구 밖에 천계선녀가 있다면 지금쯤 인기척이 느껴져야 하는데 조금 이상하구나.’
불길한 예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백엽이 평소답지 않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앞에 아무도 없어 그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점이 다행이었다.
줄곧 그의 옆에 있던 백여희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따라오고 있는 상황.
모두가 침묵 속에서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백엽이 예상하던 막힌 곳이 나왔다.
통로가 막힌 셈이라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놀랐으나, 이미 사정을 전해 들은 백여희와 성녀 등은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맹주님. 어서 출구를 여세요.”
백여희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천계선녀에게 배운 대로 기관을 작동했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무너진 통로 옆에 있는 벽 한 부분을 내공으로 누르는 것이었다.
출구가 무너진 것 역시 진의 작용이기 때문에 되살리는 것 역시 진으로 해야 했다.
다시 말해 환영진을 복구함으로써 출구가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그긍.
기관을 작동한 순간 굉음이 일었다.
길을 막고 있던 바위들이 꿈틀댔다.
예상대로 출구가 열리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통로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갑작스러운 사태에 무사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전체 통로가 무너지고 있어 길게 늘어선 무사들이 한꺼번에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가 엄청나게 컸다.
그 때문일까.
동굴이 더욱더 크게 흔들리며 붕괴 속도가 빨라졌다.
“오라버니! 동굴이 무너지고 있어요!”
다급한 심정 때문일까.
백여희가 사적인 호칭으로 백엽을 불렀다.
하지만 백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꽈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거대한 출구가 나타났다.
빛이 들어오는 것이 아무래도 신선계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동굴이 무너지는 바람에 칠십만 무사들이 압사하기 직전이었다.
백엽이 신형을 돌려 무사들을 쳐다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의 눈에 급격히 무너지는 통로가 보였지만, 놀랍게도 중원무맹 무사 중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무너진 바위들이 무사들의 머리 위에 쏟아지고 있었다.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만 수만 명이었다.
하지만 역시 쓰러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엽이 소리쳤다.
“이 모두가 환영진의 작용일뿐입니다. 환영에 속으면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금단선진이 여전히 여러분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출구를 통해 나오시기 바랍니다.”
백엽이 지존검을 꺼내 금단선진 앞부분에 갖다 대자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진과 지존검이 맞물렸다.
그 상태로 백엽이 앞으로 나아가자 금단선진 역시 앞으로 나아갔다.
무사들이 아직 환영 때문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자 백엽이 지존검으로 진을 연결해 앞으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무사들 역시 자신들의 신형이 앞으로 나아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발을 움직였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모두 맹주님 말씀대로 침착하게 움직여라! 아무 문제도 없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성녀의 물음에 백엽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중원무맹 칠십만 병력이 무사히 통로를 빠져나와 신선계에 도착한 지금.
주위에는 일단 아무도 없었다.
이전처럼 끝없이 펼쳐진 숲과 계곡들, 그리고 봉우리들.
신선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풍광에 중원무맹 무사들 또한 연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한편 그들이 있는 곳은 어느 계곡 안의 공터로, 계곡 한 벽면에는 거대한 통로가 아직 입을 벌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통로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중원무맹 무사들이 모두 빠져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결 통로는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주위에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아무래도 놈들이 출구 쪽에 설치한 환영진에 함정을 만들었던 것 같소. 일종의 진속의 진인 셈인데, 너무나 정교해 나 역시 미리 간파할 수 없었소. 금단선진의 보호막이 조금이라도 약했다면 아마도 전멸을 당했을 것이오.”
백엽의 말에 성녀뿐만 아니라 함께 듣고 있던 중원무맹 무사들이 다들 놀랐다.
하지만 대부분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 잘 몰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백여희가 물었다.
“흑반선들이나 마계 쪽에서 진법에 손을 댄 것이군요. 한데 왜 이 주위에 놈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그건 출구의 위치가 변했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 천계선녀가 막아놓았던 출구와 지금의 출구는 그 위치가 완전히 다르오. 그래서 놈들이 함정 기관을 설치해 통로 전체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주위에 안 보이는 것이오. 하지만 일단 신선계에 우리가 모습을 드러낸 이상 우리 행적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요.”
“서둘러 생사강으로 가야 할 것 같군요. 한데 천계선녀가 없어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천계선녀 역시 놈들에게 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를 찾고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우리끼리 생사강으로 가야 할 것 같소. 모두 이동 대형을 갖추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급히 이동 대형을 만들었다.
이동 대형은 통로를 지날 때와 마찬가지로 구렁이처럼 기다란 형태였다.
공격 대형인 동심원 모양과는 다르지만, 이 상태로도 가장자리에 있는 금단십대고수들이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통로가 무너질 때도 증명되었지만 아직은 돌발 상태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무사들이 놀라는 것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는데, 성녀를 제외한 나머지 고수들은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다.
“맹주님. 생사강까지 길을 알고 계시나요? 얼마나 걸릴까요?”
“대충 알고 있소. 하지만 이곳은 나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할 듯하오. 쉬지 않고 가면 해질 때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모두 나를 따라오십시오.”
백엽이 말을 한 후 앞장서자 중원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갔다.
다행히 신선계의 모습은 무림의 깊은 산속과 비슷했기에 진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백엽이 멀리 보이는 봉우리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생사강 앞에 있는 생사봉(生死峰)인 것 같소. 저곳에만 도착하면 생사강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오. 만에 하나 내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겨도 저곳까지 무사들을 데려가면 천계 고수들이 안내해줄 가능성이 클 것이오.”
“네.”
백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명하기 그지없던 그녀로서도 지금은 백엽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여러 계곡을 지나 마침내 생사봉이 바로 보이는 곳까지 왔다.
다행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백엽이 신선계 지리에 적혀 있는 지도를 다시 한번 본 후 말했다.
“여기는 생사곡(生死谷)이란 곳입니다. 이곳을 벗어나 생사봉 뒤편으로 가면 생사강이 흐르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생사강 건너편입니다.”
백엽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계곡 안으로 괴이한 생명체들이 진입했다.
허깨비 같은 녀석, 눈이 아홉 개인 녀석, 다리가 스무 개인 녀석, 붉은 고깃덩이 같은 녀석.
그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무사들이 놈들을 보고 깜짝 놀랄 때 백엽이 소리쳤다.
“요괴연합 요괴들인 것 같습니다. 다들 맡은 바 위치를 유지하고 진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백엽의 말에 무사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아직 공격을 당하지도 않았지만, 요괴들의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게다가 그 종류만큼 요괴들의 수도 엄청났다.
대충 봐도 백만에 가까웠다.
‘마계에 합류한 요괴들의 수가 백만이라고 하더니, 그놈들이 모조리 다 온 모양이구나.’
백엽이 안색을 굳히며 소리쳤다.
“요괴연합 요괴들이냐?”
“후후후! 그렇다. 네놈이 바로 백엽이냐?”
“그렇다. 왜 우리를 막아선 것이냐?”
“우리는 요괴왕님의 명을 받아 네놈들을 제거하러 왔다. 백엽 네놈이 우리 동료인 구미호들을 무참히 죽인 죄를 묻겠다.”
원숭이처럼 생겼으나 몸은 코뿔소처럼 크고 단단한 요괴가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나는 요괴연합 총군사다. 요마(妖魔)라고 하지. 네놈들이 비록 기관 함정에서 빠져나왔지만, 운은 여기까지다. 백엽 네놈의 만용에 애꿎은 네 수하들만 죽게 생겼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무림인들이 감히! 깔깔깔.”
요마가 크게 웃었다.
그 내공이 엄청나 계곡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다시 한번 위축된 것은 물론이었다.
백엽 역시 안색을 굳혔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중원무맹 무사들을 보호하고 있는 금단선진의 강도가 매우 약해져 있었다.
연결 통로의 붕괴로 인해 가해진 압력을 진의 힘으로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사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그였다.
‘금단선진을 보수하기도 전에 이놈들이 나타나다니. 큰일이다. 나 역시 무사들을 출구 밖으로 끌어내느라 공력 소모가 가볍지 않은데 난감하구나. 자칫하면 이곳에서 모두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