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7
천계 총단 대연무장에 도열해 있는 삼십만 강시는 그야말로 미동도 없었다.
여전히 철가면을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알 수도 없었다.
삼십만 강시 앞에는 그들을 데려온 백엽과 소식을 듣고 취의청에서 나온 천계와 백반선회, 그리고 중원무맹 지휘부 고수들이 있었다.
백엽과 반가운 해후를 한 그들은 곧장 그가 어떻게 강시들을 회복시키는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백엽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강시들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테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호법을 서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백 맹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미 절대강시로 제조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은데······.”
천기천선의 물음에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칠십만 강시의 경우는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고 회복시킬 필요성도 없지만, 삼십만 강시의 경우는 지금까지 계속 심리적 저항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치료 가능성이 있는 신선술을 이번에 터득했으니 한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원래는 며칠을 두고 준비해야 하나 다들 아시다시피 전면전이 임박해 모험이 불가피한 것 같군요. 제가 호법을 서달라고 부탁드린 것은 혹시라도 강시들이 회복 중에 폭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때에도 절대 죽여서는 안 되고 혈도만 제압해두시면 제가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성녀께서는 성력으로 지원을 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성녀가 상기된 안색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자신의 성력이 비록 단독으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도 그 보조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천계 고수 중 천계의각 출신 고수들이 성녀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의 의술을 가볍게 생각해 마제의 마기에 당한 천계 고수들의 치료를 맡길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삼십만 강시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하면 반드시 백엽과 성녀 두 사람에게 무사들의 치료를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뒤쪽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백엽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뒤로 물러났다.
참고로 그들 중 금단선진의 일원이었던 중원무맹 고수들은 백여희의 지휘를 받아 잠시 진 밖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원래는 언제든 진 안에 있어야 했으나 그럴 경우 지휘부 고수들이 작전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백여희가 백엽에게 배운 대로 진의 생로를 열어 그 길을 따라 진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었다.
물론 나머지 중원무맹 무사들은 지금 대연무장 바로 옆 공터에 임시 막사를 설치해 함께 모여 있었다.
그들의 주위에 금단선진이 가동되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하기야 지금 삼십만 강시를 묶어두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금단선진이었다.
마계 연합군 진영에 침투한 백엽이 삼십만 강시를 금단선진으로 무력화한 후 곧바로 특수 이동진으로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었다.
사실 그들을 중원무맹 무사들이 있는 곳과 붙어 있는 대연무장으로 데려온 것도 회복을 시킨 후 곧바로 완성된 금단선진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백만으로 운영되는 금단선진의 위력을 한 번이라도 체득하고 연습해봐야만 내일 있을 전면전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휘부 고수들이 십장 정도 뒤로 물러나자, 백엽이 지존환에서 구슬 네 개를 꺼냈다.
바로 사방주였다.
사방주를 본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특히 사방주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천계 고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방주를 모으면 천계 천선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천계 총군사 천기천선의 눈이 더욱더 빛났다.
‘천계 전설에 의하면 사방주를 모두 모으게 되면 그 사람이 바로 다음 천제가 될 거라고 했는데, 현 천제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백 맹주가 새 천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 하기야 원래 다음 천제 자리는 절대천선의 것이었지. 그런 의미에서 절대천선의 환생인 백 맹주가 천제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기천선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천제 자리와 관련한 천계 전설을 아는 사람은 실종된 천제와 자신뿐이었다.
아직 천제의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새로운 분란 거리가 될 수 있었다.
‘일단 신마대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계가 멸망하게 되면 천제 자리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천기천선이 마음을 다스릴 때.
백엽의 신선여의술은 시작되고 있었다.
사방주 네 알이 합쳐져 하나의 여의주로 변한 가운데 강력한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신선여의술이다!”
누군가 소리치는 가운데 강력한 금빛이 순식간에 삼십만 강시를 관통했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회복 대법이었으나 신선여의술의 주된 효능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휴우!”
백엽이 한숨을 내쉰 후 사방주를 회수했다.
하나로 합쳐졌던 사방주는 다시 네 알의 구슬로 변해있었다.
성녀 역시 백엽과 보조를 맞춰 백색 섬광을 발출했는데, 바로 성력이었다.
성력은 다소 거칠고 불안정해 보이던 신선여의술의 위력을 안정시켜주는 임무를 수행했다.
마치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의 발밑에 안전판을 설치해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성녀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보조하지 않았다 해도 회복 대법이 성공했으리라는 것을.
‘교주님께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면서도 내 체면을 세워주셨구나. 하기야 이런 것이 모여서 우리 무림의 자존심이 되는 것이겠지.’
성녀가 백엽의 생각을 추측할 때.
삼십만 강시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철가면이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아!”
“앗! 저 사람은?”
놀란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부분 중원무맹 지휘부 고수들의 것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이 천마신교 고수들이거나 이전 무림맹 고수들이었기에 철가면 뒤에 나타난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백엽은 이에 개의치 않고 차분히 삼십만 강시의 회복을 기다렸다.
관건은 정신이 돌아오느냐였다.
공력의 회복 문제는 다음으로 백엽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이 사뭇 긴장하며 다음 변화를 기다릴 때 강시들의 안색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표정 또한 강시에서 사람의 것으로 변했다.
그제야 백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기파를 통해 삼십만 강시들이 이전 모습대로 회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주님. 성공한 건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반시진만 지나면 강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오.”
백엽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천기천선이 말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백 맹주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조금 전 들으니 천계 고수들이 마기에 당해 내공을 사용할 수 없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네. 그 수가 무려 본계 병력의 팔할에 해당하는 사십만이라 거의 포기상태였습니다. 혹시 치료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분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천계의각에 있습니다. 그곳에 천계선녀도 의식을 잃고 누워있지요.”
“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천계선녀님을 치료하러 가려던 차였습니다. 이쪽은 이제 큰 문제가 없으니 저를 천계의각으로 데려다주시겠습니까?”
“네.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
백엽이 대답 후 백여희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 후 성녀와 함께 천기천선 등 천계 고수들을 따라갔다.
* * *
천계의각에 도착한 백엽은 제일 먼저 천계선녀부터 찾았다.
반시진 가량 천계선녀를 치료한 그는 다음으로 사십만 천계 무사들의 몸에서 마기를 빼는 치료에 들어갔다.
이 역시 천계선녀와 마찬가지로 신선여의술을 사용했는데, 워낙 많은 인원이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십만 무사들을 금단선진으로 가둔 후 마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천기천선과 천계 대장군 등 천계의 지휘부 고수들이 호법을 서며 그 결과를 기다렸음은 물론이었다.
성녀 또한 막바지에 치료에 참여했다. 그녀는 마기를 제거한 천계 무사들의 기혈을 다스리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치료가 마무리되었다.
이미 해가 졌지만 그렇게 늦은 밤은 아니었다.
“천계선녀님은 내일 아침이면 완전히 회복되어 전투에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공력 또한 이전보다 두 배 더 강해졌기 때문에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느끼실 겁니다.”
“아, 그게 정말입니까? 대마신회주에게 당한 내상이 매우 깊었는데, 오히려 공력이 늘어났다니 믿기 어렵군요.”
“천계선녀님 세맥에 막대한 기운이 잠복해 있어 이번에 활성화했을 뿐입니다. 원래 천계선녀님 공력이었지요. 그리고 천계 무사들의 경우 역시 내일 아침이면 이전과 같이 공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알고 전투 진형을 갖추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백 맹주께서 오시니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되는군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정도면 내일 한번 놈들과 전면전을 벌여볼 만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바라야지요. 저는 금단선진을 완성하러 대연무장에 가보겠습니다.”
“네. 본계 무사들 또한 내일 아침 오십만 병력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습니다.”
“네.”
백엽이 대답 후 성녀와 함께 다시 대연무장으로 돌아왔다.
횃불이 밝혀져 대낮같이 환한 대연무장에는 완전히 회복된 사십만 강시들이 옆 공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원무맹 칠십만 병력과 합류해 백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백여희의 지휘 아래 백만으로 구성된 금단선진 대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전에 그동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아직 어리둥절해 있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내일 바로 전면전을 벌이게 될 긴급 상황임을 깨닫고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고 있었다.
한편 이번에 회복된 삼십만 병력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그 생사가 불분명했던 고수들이 많이 보였다.
백엽으로서는 사천성에서 실종된 천마신교 원로원 고수들의 생사가 궁금했는데, 태상원로 십만노인을 비롯한 백여 명의 원로원 고수들이 대부분 무사함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했다.
문제는 무림맹 무사들이었다.
이번에 회복된 고수들에게 물어본 결과 생각보다 지휘부 고수들 중에도 전사자가 상당했다.
만통선생과 여의공자, 진공대사, 남궁패, 남궁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도 많아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라 그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다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백엽이 말했다.
“이번에 회복된 분들은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내일 있을 적들과의 전면전에서 패하면 죽음뿐이니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단선진의 완성을 위해 백만 무사들이 모인 지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연습해보겠습니다. 각자 조금 전 백 군사가 가르쳐준 장소로 이동해주십시오.”
와아아.
중원무맹 무사 백만 병력이 함성과 함께 원형 대형을 형성했다.
금단십대고수들이 이전과 같이 가장 자리에 서자, 진 전체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금빛 광채를 발했다.
“어떤가요?”
백여희가 금단십대고수들을 쳐다봤다.
금단심대고수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성공이에요. 이전보다 열 배 이상의 힘이 느껴져요.”
“다른 분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네.”
무림칠사부, 남해신니, 북해빙궁주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백엽 또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마계 고수들을 상대할 수준은 되지 못하나 흑반선들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백반선들을 보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은둔반선들만 합류하면 흑반선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아쉽군. 밤을 새워서라도 사방주를 연구해 은둔반선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