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8
다음 날 아침. 천계 총단 대연무장.
천계 무사 오십만, 백반선회 백반선 천여 명, 중원무맹 무사 백만 이렇게 총 백오십만여 명의 병력이 도열해 있었다.
얼마 후 보호진이 뚫리면 이곳 대연무장에서 마계 연합군과 절대강시, 그리고 흑반선회 무사들을 맞이해 전면전을 벌일 계획이었다.
천계 대연무장은 천만 명도 수용 가능한 공간이라 굳이 총단 밖으로 나가 전투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승리 가능성이었다.
비록 백엽의 합류로 사십만 천계 무사들이 공력을 회복했고 금단선진 역시 백만 병력으로 완성을 했지만, 우세를 점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적으로도 상대해야 할 적은 마계 연합군 백만, 절대강시 칠십만, 그리고 흑반선회 흑반선 십만으로 총 백팔십만에 육박했다.
양 진영의 병력 차이가 그렇게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질에 있어 확연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백엽이 회복시킨 천계 무사 사십만의 경우 아무리 해독이 되었다고 해도 마기에 당했던 후유증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그만큼 마제가 침투시킨 마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엇보다 그 마기를 제거하기 위해 백엽이 소모한 공력 역시 엄청났다.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백엽의 안색이 다소 창백해져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백엽이 옆에 있는 천계선녀에게 물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네. 덕분에 완쾌되었어요.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두 배 더 강해졌으니 이게 다 백 맹주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원래 가지고 계시던 공력이 활성화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십시오.”
“네. 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천계선녀가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고개를 한번 끄덕여 준 후 이번에는 천기천선에게 물었다.
“보호진이 언제 뚫릴 것 같습니까?”
“반시진 후 진이 뚫리고 적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전면전이 불가피해진 것이지요. 한데 아까부터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데 누구를 기다리시는 겁니까?”
“사실 은둔반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진이 뚫리기 전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백엽의 말에 천계, 백반선회, 중원무맹 무사들이 놀라워했다.
“은둔반선기를 찾으신 겁니까?”
“네. 원래 진리는 가까운 데 있다고 은둔반선기를 제가 가지고 있었더군요.”
백엽이 품속에서 깃발 하나를 꺼냈다.
한데 그 깃발은 바로 영웅기가 아닌가.
백여희가 물었다.
“그럼 영웅기가 바로 은둔반선기였단 말인가요?”
“그렇소. 오늘 새벽까지 사방주를 연구한 결과 그 문양이 서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했소. 한데 그 합쳐진 문양이 영웅기에도 있었고, 사방주와 영웅기가 서로 교감하는 것도 확인했소. 깃발에서 전해지는 기파가 짙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곧 은둔반선들이 도착할 것 같소.”
“아!”
“오!”
무사들이 탄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대연무장 주위에 안개 같은 것이 생기더니 반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백엽이 말한 은둔반선들이었다.
한데 그 수가 끝이 없을 정도였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미리 무상봉에 영웅기, 아니 은둔반선기를 꽂아줬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늦을 뻔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마제를 상대할 수는 없을 터. 결국 승부는 나와 마제의 대결로 결정될 것이다.’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은둔반선들의 수는 거의 백만 명에 달했다.
가히 이 정도면 활동 가능한 은둔반선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엽을 향해 은둔반선 한 명이 다가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바로 은둔반선회 총군사 십뇌반선이었다.
“은둔반선회주님을 뵙습니다. 은둔반선기의 명에 따라 활동 가능한 은둔반선들이 모두 모였으니 명을 내려주십시오.”
“회주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은둔반선회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전 회주셨던 무극반선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아, 어찌 그런 일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습니까?”
“대마신회주 그자가 대결 중 은밀히 독을 뿌렸는데, 그걸 모르고 계시다가 그만 독이 퍼져······.”
십뇌반선을 비롯한 원래 은둔반선회 반선들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무극반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은둔반선회 조직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은둔반선기가 나타나 그 기운이 신선계까지 도달하자 그동안 은둔해 있던 나머지 은둔반선들이 대거 합류해 백만이라는 병력으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들이 특수이동으로 이곳 천계 총단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신선계와 천계의 흐름이 달라진 덕분으로 은둔반선기의 힘도 작용했다.
“알겠습니다. 상황이 급박하니 부족하지만 제가 회주 자리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백엽이 은둔반선기를 높이 들자 백만 은둔반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은둔반선회주님을 뵙습니다.”
“은둔반선회주님을 뵙습니다.”
백엽이 미소를 지은 후 말했다.
“상황이 긴박하니 바로 전투태세를 은둔반선분들도 갖춰주십시오. 여러분이 상대해야 할 적은 우선 흑반선들입니다. 금단선진으로 무장한 중원무맹 무사들이 여러분과 함께할 겁니다. 흑반선들을 소탕한 후에는 절대강시들을 공략할 것이며, 이후 여력이 있다면 마계 무사들을 상대해도 좋습니다. 지금 말한 순서를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와아아.
무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천계와 백반선회, 은둔반선회, 중원무맹 무사들이 힘을 합친 것으로 일단 그 명칭을 천의맹(天意盟)이라 부르기로 했다.
천기천선이 말했다.
“전면전이 임박했지만 이럴수록 총지휘자가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백 맹주께서 천제 대행까지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 천의맹의 맹주로서 우리를 이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천제께서는 살아계실 겁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백엽이 지존검을 높이 들었다.
천제 대행 자리를 사양하지 않은 것은 무사들의 사기를 위해서였다.
“이제 병력은 우리가 훨씬 많습니다. 놈들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승리는 반드시 우리 것이 될 겁니다. 모두 저를 믿고 따라주시겠습니까?”
와아아.
“천의맹주님 만세!”
“천의맹주님 만세!”
천의맹 무사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천의맹 소속이 된 천계 무사들 역시 이제는 충심으로 백엽을 대하는 눈빛이었다.
하기야 누가 봐도 이번 전쟁이 끝나면 백엽이 정식으로 천제 자리에 오를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한 인간이 무림과 신선계, 천계를 다스리게 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무사들의 사기가 극에 달해 있을 때.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천계 총단을 보호하던 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진이 뚫렸습니다.”
* * *
진을 뚫고 진입한 마계 연합군과 절대강시, 흑반선회 병력의 기세는 대단했다.
대연무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의맹 무사들은 백엽의 지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이 십장 거리까지 좁혀 오자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적들의 병력은 예상대로 백팔십만여 명 정도.
천의맹 병력이 은둔반선들의 가세로 이백오십만 정도로 불어난 것과 달리 큰 변동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천의맹 병력이 불어난 것을 보면서도 놀라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었다.
“후후후! 쥐새끼처럼 숨어 있던 은둔반선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안 그래도 하나하나 찾아 죽이려면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했는데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오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군.”
마계 원로원주의 말이었다.
그의 옆에는 지휘 수레에 앉아 있는 마제와 그를 보좌하고 있는 대마신회주, 마계마녀, 흑반선회주 등의 모습이 보였다.
백엽은 그들 중 마제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제는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러한 여유가 백엽의 마음을 다소 초조하게 만들었다.
‘설마 벌써 지성에 도달했단 말인가. 마제가 지성자가 되었다면 승산이 전혀 없다. 우리 병력이 천만이 넘는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백엽이 애써 마음을 다스릴 때.
천기천선이 소리쳤다.
“네놈들이 보다시피 우리 병력은 이백만이 넘는다. 네놈들보다 훨씬 많다고 할 수 있지. 오늘 죽을 자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네놈들이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네놈들을 단죄할 것이다.”
“호호호. 하늘 좋아하시네. 은둔반선들을 믿고 하는 말이라면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천제까지 우리 원로원주께 당해 죽은 마당에 어디서 만용을 부리는 것이냐?”
마계마녀가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전면전에 앞서 서로 말로써 기세 싸움을 벌이는 것 같았다.
천계선녀가 말했다.
“마계마녀. 네년은 입 닥쳐라. 한 번 더 지껄이면 입을 찢어놓겠다.”
“저년이!”
마계마녀가 분노했다.
하지만 마제의 명이 있었는지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흑반선회주가 말했다.
“백엽! 네놈의 끈질긴 명도 이제는 끝이다. 죽기 전에 남길 말이 있으면 지금 해라.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말이다.”
“네놈이 내 아버님을 해쳤느냐?”
질문을 던진 사람은 바로 좌약약이었다.
부친인 전 무림맹주 좌평의 사인을 아직 밝혀내지 못한 그녀가 유력한 용의자인 흑반선회주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후후후! 그렇다. 무림맹주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 싶어서 내 잠시 낙양에 갔었지. 무림맹주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공이 형편없더군.”
“그럼 십만대산에 교주님으로 역용한 나를 중독시킨 것도 네놈 짓이냐?”
이번에는 생사신의의 물음이었다.
흑반선회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네놈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때 죽였을 것이다.”
“가증스러운 놈! 네놈의 무림 대리 통치는 절대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매영설의 말이었다.
“후후후! 오늘 네놈들은 이곳에서 모두 죽는다. 하지만 무림 통치는 이제 시작이다. 일단 대리자를 내세우겠지만 결국 직접 내가 무림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네놈을 위해 충성을 바칠 무림인은 없을 것이다.”
백여희의 말에 흑반선회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럴까. 벌써 이곳에 나를 따르기로 한 대리자 후보 두 명이 있는데 무슨 헛소리냐?”
흑반선회주가 고개를 돌리자 흑반선들 사이에서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한데 그들은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이 아닌가.
각각 이전 천마신교 태상원로직과 태상장로직을 맡았던 이들로 백엽과 마찰을 빚고 이선으로 물러난 바 있었다.
“네놈들이 설마 배신을 한 것이냐?”
현 천마신교 태상장로 만검자의 물음이었다.
“후후후! 우리는 흑반선회주님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고 수락했을 뿐이다. 솔직히 본교에서 우리 입지가 없어진 게 사실이니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가 아니겠냐? 무엇보다 네놈들은 마제님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고목노인의 말이었다.
천마신교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이오. 한걸음이라도 움직이면 피를 토한 후 즉사할 것이오.”
“뭐라고?”
“그딴 말로 우리가 겁먹을 것 같으냐?”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이 반발하며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원래부터 무림인들의 사기를 약화하기 위해 잠시 나선 후 뒤로 물러나 전투를 관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 바로 그때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한 후 두 사람 모두 쓰러져 즉사하고 말았다.
와아아.
천의맹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배신자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백엽이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흑반선회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고명하구나. 하기야 저 멍청한 두 놈을 어찌 대리자로 세우겠느냐? 이번 전쟁이 끝나면 내가 직접 무림을 다스릴 생각이다. 그 전에 백엽 네놈을 반드시 죽여야겠지.”
흑반선회주가 말을 한 후 마제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그의 명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침묵을 지키던 마제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이미 나는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백엽 네놈은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겠지?”
“지성자가 되었다는 말이오?”
“그렇다. 나는 궁극의 깨달음을 얻어 마지성자(魔至聖者)가 되었다.”
“지성자와 마지성자는 무슨 차이가 있소?”
“마지성자는 나의 체질에 맞게 보완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 전에 우리 병력이 네놈들을 압도한다는 사실부터 증명해주마.”
마제가 허리에 차고 있던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순간 주위에 검은 안개가 끼더니 무수히 많은 마물들이 나타났다.
“마계 마물!”
천기천선을 비롯한 천계 고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계 마물들은 지하 마계란 곳에 지내고 있어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마제의 지휘하에 있지 않은가.
“마제님을 뵙습니다.”
“마제님을 뵙습니다.”
얼핏 봐도 삼백만 마리 이상인 마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전원이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마물 전체가 상급 마물인 것 같았다.
백엽이 생각하기에도 그가 처치한 신선계 마물연합 마물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절대강시에다가 삼백만 마물들까지. 이대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몰살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
백엽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마제. 전면전에 앞서 그대와 단둘이 싸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자신이 없다면 거절해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