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9
백엽의 일대일 대결 제의.
그것은 한껏 달아오른 전면전 분위기에 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계 진영 쪽 무사들은 다들 침묵을 지켰다.
백엽이 지목한 대결 당사자인 마제가 결정해야할 사항이기 때문이었다.
마제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엽 네놈이 감히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가소롭기 그지없구나.”
“자신이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소?”
“나의 적수는 천제가 유일하다. 나는 지금도 그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 한데 네까짓 놈이 나와 맞먹으려 하다니 기분이 언짢구나.”
마제의 말에 흑반선회주가 말했다.
“마제님. 제가 놈을 상대하겠습니다. 이전에 당한 패배도 설욕할 겸 이번에는 반드시 놈을 죽이겠습니다.”
“오! 흑반선회주. 놈을 이길 수 있겠소?”
“네. 마제님 덕분에 이전보다 수백 배 더 강해졌으니 자신 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제가 백엽 저놈을 죽이면 제게 신선계와 무림에 대한 지배권을 완전히 넘겨주십시오.”
“으음, 신선계는 그렇다 치고 무림으로 이동하는 데 장애를 영구히 없애 달라는 말이오?”
“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저기 있는 은둔반선들도 모두 제거해주십시오. 지금 보니 놈들의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조금 부담되는군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은둔반선기가 나타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은둔반선들의 수가 천만이 넘는다고 해도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소.”
“감사합니다. 그럼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놈을 제거하겠습니다.”
흑반선회주가 고개를 한번 숙인 후 앞으로 나왔다.
그를 따라 네 명의 고수가 함께 나왔다. 바로 흑반선회 총군사 우화선인, 태상호법 수호선인, 강시동주, 강시 제조장이었다.
“백엽 네놈이 요즘 기고만장하니 혼자서 충분히 우리 다섯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냐?”
“물론이오. 한데 다섯뿐만이 아니라 은신해 있는 흑반선 백 명이 더 있는 것 같구려. 이왕이면 그들도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게 어떻겠소?”
“후후후! 역시 천제 대행까지 맡을 만하군. 좋다.”
흑반선회주가 우수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호위하던 흑반선 백 명이 부채꼴로 모습을 드러냈다.
“맹주님. 혼자서는 무리예요.”
성녀를 비롯한 천의맹 고수 몇 명이 나서려 하자 백엽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오. 저들은 나 혼자서 상대하겠소.”
“네.”
성녀 등 천의맹 고수들이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지켰다.
엄중한 시기라 백엽의 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흑반선회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알겠지만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사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네놈을 죽일 수 있으나 완벽히 하기 위해 내 수하들이 나선 것이지. 요컨대 너는 이제 무조건 죽는다. 네놈 역시 수하들이 가세했다면 목숨만은 부지할 수도 있을 텐데, 쓸데없는 만용으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진정한 강자는 말이 적은 법이오. 그대는 이미 졌소.”
“헛소리!”
흑반선회주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강시종을 앞으로 던졌다.
쐐애액.
비록 이제는 강시들을 부릴 수는 없으나 그 무기로서의 효용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사전에 연습한 듯 우화선인, 수호선인, 강시동주, 강시 제조장 네 명이 사방에서 장력을 날렸다.
한데 그 모양이 은연중 절묘한 진법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랬다.
공격의 한 방법으로 진을 이용하게 되면 그 위력이 배가되는데, 흑반선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최고의 진을 펼친 것이었다.
함께 공격에 가담한 백 명의 흑반선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특수 대법을 통해 그들의 내공을 흑반선회주를 비롯한 다섯 명의 고수에게 격체전공으로 넣어주었다.
그 방법은 흡사 금단선진과 유사했다.
그렇게 되자 흑반선회주 한 사람의 공격만 해도 그 위력이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배 이상 강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앗! 저런!”
천기천선이 다급성을 터뜨렸다.
다른 천의맹의 여러 고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끝까지 백엽을 믿는 듯 아무도 나서지는 않았다.
한편 백엽은 강시종이 날아오자 일단 파진옥을 날려 맞섰다.
그 역시 흑반선회주 등의 공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최대한 내공을 아끼기 위해서 법보를 사용한 것이었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강시종을 향해 날아가던 파진옥이 중간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백엽은 그게 마제의 짓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았다.
원래 파진옥은 흑반선회주가 가지고 있던 법보라 그렇게 신뢰가 두터웠던 것은 아니었다.
항상 대체 무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짧은 순간 파진옥 대신 다른 것이 지존환 속에서 나와 강시종을 막아냈다.
그것은 바로 천마령이었다.
꽈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강시종과 천마령이 서로 부딪혔다.
동시에 백엽은 우수로 장력을 날려 우화선인, 수호선인, 강시동주, 강시 제조장이 날린 장력을 막아냈다.
콰콰콰쾅.
폭음이 연이어 울리며 먼지구름이 일었다.
“으윽!”
“크윽!”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린 후 먼지가 걷히자 충돌의 결과가 드러났다.
먼저 백엽은 안색이 조금 창백할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반면 흑반선 쪽은 충격적이었다.
우화선인, 수호선인, 강시동주, 강시 제조장을 비롯해 공격에 가담했던 흑반선 백여 명이 모조리 몸이 찢겨나가 즉사해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바로 흑반선회주였다. 하지만 강시종이 가루가 된 것은 물론이고 그 역시 사지가 잘려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
“으으······ 네놈이 그사이 또 강해졌구나.”
“그런 것 같소.”
백엽이 천마령을 회수한 후 담담히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백엽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좌약약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흑반선회주의 목을 베었다.
댕강.
흑반선회주가 목을 잃고 간신히 버티던 몸뚱이마저 옆으로 쓰러졌다.
선친의 복수를 한 좌약약이 백엽에게 고개를 한번 숙인 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마제가 말했다.
“후후후! 재미있군. 하지만 어차피 예상한 결과다. 지금부터 흑반선들은 나의 지휘를 받는다. 알겠느냐?”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십만 흑반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마계 원로원주가 말했다.
“마제님. 제가 놈을 처치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절대강시의 힘을 빌리면 반드시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마계 원로원주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칠십만 절대강시가 그를 따라나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백엽을 제거하려는 듯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 역시 앞으로 나왔다.
백엽이 흠칫했다.
이미 그에게 한번 패배를 안겨준 마계 원로원주였다.
그런 그가 칠십만 절대강시의 힘까지 얻게 된다면 승산이 불투명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의 가세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천계선녀가 앞으로 나왔다.
“마계마녀 네년은 내가 상대해주마.”
“좋다. 천계선녀 네년을 죽인 후 껍질을 벗겨주마.”
천계선녀와 마계마녀 두 사람이 자리를 옆으로 이동하여 단독 대결을 벌일 준비를 마쳤다.
성녀가 나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대마신회주. 네놈은 내가 상대해주겠다.”
“네까짓 년이? 어이가 없구나. 금단선진인가 뭔가 하는 것을 믿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아예 네년은 물론이고 진 안에 있는 놈들 모두를 죽여주마.”
대마신회주가 체면이 손상된 듯 매우 분노하며 성녀와 마주 섰다.
백엽이 성녀를 보니 중원무맹 무사 백만이 있는 금단선진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그 힘을 받고 있었다.
‘성녀가 성력의 힘으로 금단선진 밖에서의 활동 범위를 십장에서 백장으로 넓혔구나. 저 정도면 충분히 대마신회주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천계선녀, 성녀 두 분께서 가세하셨으니 마계마녀와 대마신회주는 알아서 처리해주십시오. 저는 마계 원로원주 저자에게 집중하겠습니다.”
“염려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계선녀와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자신들을 믿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마계 원로원주는 암경으로 절대강시의 힘을 직접 몸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었다.
“후후후! 백엽!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주마.”
마계 원로원주가 마극마공장을 곧바로 출수했다.
백엽이 펼친 것은 지존천선장이었다.
지존천선이 남긴 무공 중 유일하게 익힌 무공이 바로 그것이었다.
무상봉에서의 기연으로 인해 공력이 증강된 지금 지존천선장의 위력 역시 달라진 것은 물론이었다.
쏴아아.
동시에 천계선녀와 마계마녀, 그리고 성녀와 대마신회주의 격돌도 시작되었다.
콰콰콰쾅.
엄청난 폭음이 대연무장에서 연이어 일어났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 역시 충격적이었다.
먼저 백엽과 천계선녀, 성녀의 경우 큰 변화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다만 백엽의 안색은 조금 더 창백해졌고, 천계선녀와 성녀는 무리했는지 몸을 조금 비틀거리고 있었다.
반면 마계 원로원주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즉사해있었다. 마계마녀와 대마신회주 역시 목이 잘려져 있었다.
마계 쪽에서 십이마객이 뒤늦게 합세했으나 그들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이는 백엽이 날린 지존천선장의 위력이 대마신회주와 마계마녀에게도 미친 결과로, 그렇지 않았다면 천계선녀와 성녀 역시 양패구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한편 마계 원로원주에게 힘을 보태주었던 절대강시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백엽의 공격으로 그들과 마계 원로원주 사이의 힘의 연결이 끊겼기 때문으로, 이번 충돌로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때문일까.
칠십만 절대강시의 지휘 강시인 녹림왕, 동정수왕, 천혈방주 세 강시가 몸을 날려 백엽을 향해 다가와 독기류를 뿜어냈다.
가까스로 기혈을 다스리던 백엽이 흠칫했으나 곧바로 지존검을 휘둘러 세 강시의 목을 벴다.
“케엑!”
“크윽!”
지휘 강시 세 구가 목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백엽도 무사하지 못했다.
무리를 한 탓에 피를 한 모금 토한 것이다.
“맹주님!”
“사부님!”
백여희, 매영설 등이 부축하려 했으나, 백엽이 손을 저었다.
“나는 괜찮소. 마제. 이제 그대가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쥐새끼처럼 뒤에서 숨을 생각이오?”
“하하하! 재밌는 놈이군. 그 몸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제가 득의한 표정으로 지휘 수레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왔다.
동시에 그를 호위하던 호법 강시 아홉 구가 따라나섰다.
호법 강시는 칠마종주와 서장무맹주, 그리고 평등반선이었다.
최대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인지 조금 전 철가면을 벗어 그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아!”
백엽이 이지를 상실한 눈빛을 하고 있는 평등반선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호법 강시의 경우도 똑같은 상태였으나 어차피 제거할 생각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평등반선의 경우는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봐주다가 자신이 당할 가능성도 컸다.
‘평등반선님은 일단 제압만 해둔다.’
백엽이 앞으로 좀 더 나오며 잠력을 일으켰다.
잠력을 일으킨 것은 주 상대가 바로 다름 아닌 마제이기 때문이었다.
‘마제를 죽이고 나머지 힘으로 놈들 전체를 무력화한다면 우리가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백엽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핏물을 삼키며 자세를 바로 했다.
마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엽! 솔직히 네놈의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하지만 마지성자의 경지에 달한 나를 상대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러한 부족함은 일시 잠력을 발동시킨다고 해도 메꿔지는 것이 아니지. 저승으로 바로 보내주마.”
“실력이 있다면 그대 말대로 될 것이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대가 말한 마지성자라는 것은 진정한 지성자가 아닌 것 같소. 지성자가 되는 것에 실패하자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니오?”
“헛소리! 나를 모욕하다니 도저히 살려둘 수 없다.”
마제가 좌수를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붉은 섬광이 그의 손에서 발출되어 백엽을 향해 날아왔다.
백엽 역시 물러서지 않고 사방주를 이용해 신선여의술을 펼쳤다.
아홉 구의 호법 강시들 또한 독기류를 뿜어내며 마제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이 모든 게 워낙 갑자기 일어나 천의맹 무사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콰콰쾅.
대연무장 전체가 들썩이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었다.
이번 신마대전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대결이라 할 수 있었기에 양 진영의 무사들 모두 그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후 나타난 모습 역시 충격적이었다.
백엽과 마제 두 사람이 어느새 지존검과 천마검을 맞부딪힌 채 내공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두 사람 주위에는 평등반선을 제외한 여덟 구의 호법 강시들이 목을 잃은 채 즉사해있었다.
평등반선은 멍하니 서 있는 게 백엽의 의도대로 일단 제압된 것 같았다.
문제는 백엽과 마제 두 사람이 아직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백엽의 경우 상대의 내공을 흡수할 수 있는 지존환과 흡수대법이 전혀 작용을 못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내력 대결이었다.
무사들이 그 광경을 보고 다들 놀랄 때.
더욱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멍청하게 서 있던 평등반선이 우수를 들어 백엽의 머리를 후려쳐 가는 게 아닌가.
백엽으로서는 그야말로 뜻밖의 사태였다.
사실 백중세였던 마제와의 내력 대결이 조금씩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하던 찰나였다.
한데 제압을 해두었다고 생각한 평등반선이 자신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반면 마제는 불리한 상황을 직감하고 있던 차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놈이 평등반선을 배려할 줄 알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네놈의 나약한 마음이 승부를 갈랐구나. 잘 가라.’
마제가 득의한 표정으로 기뻐할 때.
평등반선의 주먹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마제의 머리를 강타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제의 머리가 박살 났다.
와아아.
천의맹 무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엽 또한 기뻐하며 지존검과 천마검을 함께 사용해 마지막 남은 힘으로 신선분신술, 신선비검술, 신선여의술을 모두 펼쳐 적들을 공격했다.
쏴아아.
거대한 금빛 섬광이 마계 무사들과 절대강시, 마물, 흑반선들을 덮치자 놈들이 일순 몸을 부르르 떨며 동작을 멈췄다.
내공 제한으로 일시 공격력이 무력화된 것이었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총공격하라!”
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천계와 백반선회, 은둔반선회, 중원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마조와 천리비마가 나타나 하늘을 날며 적들을 향해 불을 내뿜었다.
이후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백엽은 승리를 확신하며 평등반선의 품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이제 됐다.’
* * *
백엽이 다시 눈을 뜬 곳은 바로 다름 아닌 천계 무상봉이었다.
그의 앞에는 평등반선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앉아 있었다.
“아! 평등반선님.”
“이제 정신이 들었는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네.”
“정상으로 회복되신 겁니까?”
“그러하네. 이 모두가 자네 덕분이지.”
“싸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완벽한 승리네. 놈들은 전멸했고 우리 쪽 피해는 거의 없네. 이 역시 자네가 마지막에 놈들을 무력화시켜줬기 때문이지.”
“아, 잘되었군요. 한데 왜 제가 이곳에 있는 겁니까? 다른 분들은?”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기 위해서네. 곧 있으면 천의맹 무사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네. 그전에 이것을 마시게.”
평등반선이 호리병 하나를 내밀었다.
“신선주네. 사실 신선주 두 병을 모두 마셔야 지존천선의 힘을 얻을 수 있다네. 이미 신선술을 모두 연마했으니 이것을 마저 마시면 곧바로 지존천선이 남긴 힘을 모두 얻고 지성자가 될 수 있을 것이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마시게.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알겠습니다.”
백엽이 신선주를 마셨다.
“잘했네. 이제야 안심이군.”
평등반선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흠칫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물어보려다가 뱃속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후후후! 어리석은 놈. 내가 아직도 평등반선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나는 평등반선이 아니고 천제라고 하네. 평등반선은 일찌감치 내 손에 죽었지. 자네를 신선계에서 처음 만나기 전에 말이야. 그동안 내 뜻대로 잘 움직여줬으니 이제 자네 몸은 내가 잘 사용하겠네.”
“천제······ 이유가 무엇이었소?”
“그야 자네가 지존천선의 환생으로 장차 내 자리를 빼앗을 것 같아 미리 막기 위한 것이지. 이제 곧 자네의 혼이 달아나면 내가 자네 행세를 해 새로운 천제가 될 생각이네. 잘 가게.”
천제가 백엽의 사혈을 찍었다.
백엽이 한 차례 꿈틀거린 후 축 늘어졌다.
완전히 죽은 것이었다.
“하하하!”
천제가 껄껄 웃었다.
이제 이혼대법을 이용해 백엽의 몸에 자신의 혼을 집어넣기만 하면 되었다.
‘백엽 네놈이 먹은 신선주는 사실 내가 만든 이혼대법의 재료였다. 신선주 두 병을 마시게 되면 금제가 발동해 혼이 달아나게 되지. 하지만 그 몸은 오히려 더 완벽해지게 되니 내가 네놈으로 행세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어리석은 놈.’
천제가 이혼대법을 펼치기 직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앞에 있던 백엽의 시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다.
동시에 그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제. 이제 모두 끝났소.”
천제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백엽이 담담한 기색으로 서 있는 게 아닌가.
“어찌 네놈이?”
“나 역시 조금 전에야 그대의 음모를 알게 되었소. 나의 전생이었던 지존천선께서 이미 당신이 이런 음모를 꾸밀 것을 알고 안배를 통해 금제를 풀어주신 터라 회복할 수 있었소. 게다가 그 과정에 지존천선록까지 모두 익힐 수 있었소.”
“어찌 그런 일이? 지존천선이 미리 네게 알려줬다는 말이냐?”
“그렇소. 무상도를 통해 알려주셨소. 하지만 당신을 속이기 위해 그 기억이 봉인되었소. 한데 음모가 현실화하자 그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오. 얼마 전 이곳 무상봉에서 새로운 힘을 얻었는데 그게 지존천선님께서 남기신 진정한 힘이었소. 그 힘이 조금 전 완전하게 활성화했고 마침내 지성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소. 진실은 침묵 속에 있는 것이니까.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시오.”
“믿을 수 없다. 네놈이 지성자까지 되었단 말이냐?”
천제가 백엽을 공격하려 했으나 이미 움직일 수 없었다.
“지성자의 몸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소.”
백엽의 말과 함께 천제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무상봉 밑에서 수많은 무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백여희, 매영설, 성녀, 생사신의, 악완, 천계선녀 등 천의맹 무사들이었다.
백엽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청명한 하늘에 떠올라 있는 해가 따뜻한 햇볕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