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30
“정탐 무사의 보고에 의하면 놈들이 어제 지존회주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아 일만 가량의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아! 그게 정말이냐?”
아침 일찍부터 취의청에서 작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백운목이 반색했다.
어제 감격의 부자 상봉을 하고 밤늦도록 백엽과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적들의 움직임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던 그였다.
한데 삼천 흑도에 이어 본대 병력 역시 만 명이나 적이 줄어들었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보고를 하고 있는 백여희 또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표정이었다.
“네. 삼만 병력 중 삼분지 일을 잃어 천혈방주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지존회주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군.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혼자서 백여 명을 상대하는 게 한계인데, 무려 일만을 죽이다니. 이번에도 독을 사용한 것이냐?”
“강시술을 쓴 것 같습니다. 천혈방주와 동정수로채주가 무공을 잃은 수하들을 죽이자, 그 시체들로 강시 부대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싸우게 한 것이지요.”
“으음, 강시라······.”
백운목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강시 제조와 사용은 무림에서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강시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으로, 자칫 잘못하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
충의문주 번약수가 말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요. 지존문주 그자는 확실히 흑도 인물인 것 같소. 중도를 표방한다고 해서 한 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강시술을 사용할 정도라면 정말 조심해야 할듯하오.”
“번 문주의 말씀에 동의하오. 설사 우리가 지존회의 도움을 얻어 위기를 모면한다고 해도 배신을 당할 것이오. 결국 우리 영웅회까지 제거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크오.”
제왕무관주 반초의 말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강시술이 금기시되기는 하나 통제가 가능하다면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오대세가 중 한 곳인 사천당가에서도 강시술이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특히 이번처럼 적들의 시체를 이용해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게 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그 무슨 소리요? 사천당가의 강시술은 안전하다고 검증이 된 것이니 그것을 예로 들 수는 없소. 검증되지 않은 강시술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백도와는 상존할 수 없는 인물이란 이야기요.”
번약수가 언성을 높였다.
백여희가 반박하려 하자 백운목이 그녀를 제지했다.
“하하하. 강시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합시다. 일단 지존회 쪽에서 우리에게 그 어떤 연락도 온 것이 없다고 하니, 동맹 제의가 오면 그때 정식으로 논의하도록 합시다.”
“아버님. 이미 제가 수락했어요. 그러니 제의가 오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희야. 그것은 안 된다. 물론 나 역시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이긴 하나 전체 회의를 열어 결정할 사항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고 있으니 정식 동맹보다는 암묵적 연대가 좋겠구나. 하지만 그것도 연락이 와야 가능하겠지. 그러니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라. 네가 비록 맹의 부군사이긴 하나 영웅회의 임시 회주는 나이니까.”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백여희가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군사패로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긴 하나, 영웅회는 독립적 지역 세력 모임이라 동맹 문제까지 강요할 수는 없었다.
백운목이 미소를 지었다.
“아니다. 여희 네가 없었다면 우리 영웅회가 벌써 와해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제 특사단을 이끌고 가서 어찌 되었든 간에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으니 큰 공을 세웠다.”
“제가 아니라 지존회주의 공이지요.”
“네가 중간에 일을 잘 처리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생전 처음 보는 지존회주가 너에게 잘 대해줄 이유가 있겠느냐?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놈들이 우리를 곧바로 공격하려다가 강시들에게 당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삼일 정도는 놈들도 움직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고 하니 정비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요. 무엇보다 천혈방주 성격에 우리보다 지존회에 대한 보복부터 하려고 할 겁니다.”
“으음, 하기야 그가 직접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다. 아직 이만이 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놈들이다. 우리보다 열 배나 많으니 그중 몇천이라도 선발대로 보낼 가능성도 매우 크다. 보호진은 잘 가동되고 있느냐?”
“네. 확인 결과 생각보다 견고한 방어망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막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놈들이 마음먹고 덤빈다면 진 전체가 하루 이틀 정도면 파훼 될 수도 있고요.”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무림맹 총군사에게 보호진법을 배울 때 제대로 익히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반초가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소한 오늘 하루 정도는 놈들의 공격이 없을 것 같군요. 중요한 것은 외부 지원인데 화산파와 형산파 쪽은 아무 소식이 없소?”
“네. 아직은. 다만 그쪽도 마교 세력과 대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흥! 천마 그놈이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내 그럴 줄 알았소.”
번약수가 다시 언성을 높였다.
악완이 말했다.
“전서구에 의하면 우리 화산파를 위협하고 있는 마교 무리는 천마가 이끄는 총단 병력은 아닌 것 같아요. 마교의 휘하 문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백 부군사께서는 혹시 알고 계시나요?”
“아마 칠마종일 거예요.”
“칠마종이라면 마교 휘하의 대표 문파들이 아니요?”
“네. 워낙 은밀하고 최근 십 년 동안 이렇다 할 활동이 없어 잘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실로 무서운 세력이에요. 맹주님께서도 정마대전 발발 시 그들 칠마종을 가장 우려하고 계신답니다.”
백여희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중인들이 술렁였다.
나이든 고수들은 다들 안색을 굳혔지만 젊은 고수들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칠마종은 검마종, 도마종, 권마종, 독마종, 광마종, 색마종, 지옥마종 이렇게 일곱군데 종파를 말해요. 종파라고 하지만 각각 거대한 세력을 지닌 문파라 할 수 있지요.”
“그들 각각의 힘은 어느 정도요?”
“그건 잘 몰라요. 다만 칠마종이 힘을 합치면 마교와 맞먹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으으, 만일 그렇다면 보통 세력이 아니구려. 한데 그들과 마교는 확실한 주종 관계요?”
“그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정마대전 같은 큰 전쟁이 발발하면 선대의 묵계 때문에 마교를 돕는다고 들었어요.”
“선대의 묵계? 아무래도 마교와 칠마종 사이에 오래된 비사가 있는 것 같구려.”
반초가 흥미를 느낀 듯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칠마종 문제는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영웅회의 운명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칠마종 병력이 물러나야 화산파와 형산파 지원이 재개될 수 있는 것이다.
흥미 있게 듣고 있는 사람은 비단 회의 참석자만은 아니었다.
취의청 입구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앉아 있던 백엽 또한 마찬가지였다.
취의청의 방음 시설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천리지청술을 익힌 그의 귀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으음, 칠마종의 존재를 무림맹 지휘부에서 알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구나. 한데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내 여동생이라니.’
백엽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제 감격의 가족 상봉을 한 그는 후원에 따로 마련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그가 자신의 대공자 신분을 밝힌 것은 어느 정도 충동적이었다.
상황이 변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가족의 정을 느껴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것이다.
한데 천마신교 이야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마음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번뇌였다.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분명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컸다.
백엽은 그러한 번뇌를 억누르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일종의 관조(觀照)였다.
조용한 마음으로 본질을 보는 것.
그 마음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극마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않았던가.
‘마를 넘어서면 정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양극단을 초월하면 그것이 바로 무형검의 경지라고 할 수 있지.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무형검에 도전해봐야겠군. 무형검만 익히면 굳이 정을 끊지 않고 그렇다고 집착하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옥패 하나를 꺼냈다.
바로 어제 장씨부인이 자신에게 준 모자옥패였다.
옥패 두 개가 합쳐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표면이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자옥패와 달라진 점은 옥패 표면에 새겨진 문양이었다.
이 문양은 모옥패에 있던 것도 아니고 두 옥패가 합쳐지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옥패에 비밀이 있다고 하셨지. 상인들이 흔하게 쓰는 상술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하구나.’
백엽이 옥패를 매만지며 문양을 살펴봤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백여희의 설명은 계속되고 있었다.
“맹주님 말씀으로는 마교가 창설될 때도 칠마종이 있었다고 해요. 아니, 사실은 칠마종이 아니라 구마종(九魔宗)이지요.”
“구마종이라면 마종이 두 개 더 있다는 말씀이오?”
“네. 이건 정말 비사 중의 비사인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맹주님 말씀으로는 칠마종 외에 천마종과 혈마종 두 곳이 더 있었다고 해요.”
“아! 설마 그 천마종이 지금의 마교란 말이오?”
“네. 천마종의 주인이 나머지 팔마종의 주인과 무공을 겨뤄 승리한 것이지요. 이후 패배자들이 마교 교주의 명을 듣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원래 경쟁자들이라 평소에는 독립적인 활동을 하다가 정마대전 같은 큰 전쟁이 발발하면 도움을 주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 그런 일이! 혈마종은 어떻게 된 것이오? 칠마종에는 없던데?”
“혈마종의 주인은 맨 마지막까지 천마종 주인과 무공을 겨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복종을 거부하고 완전히 떠났다고 해요. 아니 그때부터 오히려 적대관계가 된 셈이지요.”
“혹시 혈마종의 후신이 바로 혈교(血敎)요?”
“네. 맞아요. 혈교는 주기적으로 강호에 나타나 혈겁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그들의 진짜 목표는 아마도 마교를 무너뜨리는 것일 가능성이 커요. 그 때문에 맹주님께서는 혈교를 이용해 마교를 견제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지요. 호호! 제가 너무 깊게 말씀을 드렸나요?”
“아니오. 역시 무림 대세를 파악하고 있는 맹주님답소. 그건 그렇고 어젯밤 들으니 보주께서 아드님을 찾으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상황이 워낙 위급해 아까는 여쭤보지 못했는데, 대답을 해주실 수 있겠소?”
반초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특히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악완이었다.
위령제가 취소된 이상 여전히 영웅보 대공자는 그녀의 정혼자였다.
한데 난데없이 대공자를 찾았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사적인 일이라 보안을 유지했는데, 벌써 그 사실이 알려졌구려. 반 무관주의 말씀이 맞소이다. 어제 기적처럼 내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소. 방아. 이리 나오너라.”
백운목이 내공을 일으켜 소리쳤다.
방음 때문에 일부러 소리를 높인 것이다.
“네. 아버님.”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바로 백엽이었다.
“백동방이라고 합니다. 여러 영웅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