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33
스스스.
대결이 시작되자 한복이 좌우로 보법을 펼치며 상대의 혼란을 유인했다.
목표물이 흔들리면 타격을 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방어전략이었다.
황보산은 움직이지 않고 무게 중심을 잡았다.
한복이 눈을 빛내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현란한 보법을 펼치고 있는 그가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상대가 둔하다는 느낌을 받은 한복이 대담하게 선공을 가했다.
슈우욱.
황보산의 왼쪽 어깨를 겨냥한 주먹.
내공이 실린 주먹이라 그 빠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황보산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한복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 주먹을 어깨에 꽂았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중인들이 놀라서 보니 한복이 오른 주먹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나 있었다.
조금 전 부러진 것은 손가락뼈였다.
타격 순간 엄청난 반탄력을 느꼈던 것.
그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황보산의 솥뚜껑 같은 주먹이 한복의 턱을 가격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퍽.
한복의 턱이 돌아가며 그의 신형이 쓰러졌다.
턱이 부러진 그가 정신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한눈에 봐도 중상이었다.
최소 한 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너무나 비참한 패배에 중인들이 할 말을 잃었다.
최소 백합 정도는 겨룰 수 있으리라 봤던 백운목 역시 안색을 굳혔다.
짝짝짝.
박수 소리는 와룡대원들 사이에서 먼저 나왔다.
곧 의례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친선 비무인 이상 승자에게 축하를 해주는 것은 무림 관례였다.
한복이 영웅보 무사들에 의해 실려 나가자, 백운목이 말했다.
“역시 와룡대요. 본보의 한 대주 역시 일류 고수의 반열에 도달했는데 일권도 막아내지 못하다니 정말 대단하오.”
“별말씀을. 제가 데려온 대원 중 가장 무공이 약한 녀석입니다.”
여의공자가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백운목이 말했다.
“여의공자. 우리 영웅회 무사들의 무공이 와룡대원들에게 어찌 비할 수 있겠소? 그러니 아까 말한 조건은 거두고 영웅회주 자리를 맡아주시오.”
“하하하. 지금까지 제 말을 어떻게 들으신 겁니까? 저는 절대로 악 소저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한데 영웅보 무사들의 무공이 너무 변변찮군요. 더 센 고수가 정말 없습니까?”
“부보주와 십대장로가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당하여 본보의 무력이 많이 약화하였소. 여의공자께서 넓은 마음으로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오.”
“그럼 파혼을 수락하신 겁니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소? 하지만 공자께서 영웅회주를 맡아 놈들을 무찌른다면 악 소저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터. 여인의 마음은 그런 식으로 얻어야 하는 것이오.”
백운목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 발언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
영웅보 사대장로가 앞으로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여의공자. 귀하의 무공이 실로 대단하다고 들었소. 우리 네 명의 합공 정도는 우스울 것 같은데, 한번 지도를 해줄 수 있겠소?”
“귀하들은?”
“우리는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영웅보 장로들이오. 조건 여부를 떠나 본보의 명예가 너무 실추된 것 같아 그 만회를 하려 하오.”
“하하하! 여러분이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나이도 지긋해 보이는데,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장로분들을 일초에 제압하면 제 조건을 받아주는 것으로. 어떻습니까? 보주님.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보주님 역시 합세해도 좋습니다.”
“으음······.”
백운목이 안색을 굳혔다.
모멸감을 느꼈지만, 그는 일신의 체면보다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파혼이 나을 수도 있겠구나. 맹주께서 혼담을 넣었을 정도라면 매화검선 그 친구 역시 관심이 있다는 말인데, 무공도 변변찮은 우리 방이가 악 소저와 혼인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악 소저 역시 파혼 후에 이야기해보자고 했다고 하니 완전히 여의공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내가 너무 체면에 집착해 이천여 무사들의 생명을 도외시한 게 아닐까.’
백운목이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엽에게 전음을 보냈다.
「방아. 아직 전음입밀까지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니 듣기만 듣고 내 말을 수긍하면 고개를 끄덕여라. 너도 지금 보고 있듯이 지금 상황은 우리 가문의 체면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방이 네가 파혼을 결심한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여의공자의 성격이 오만하지만 악 소저를 봐서라도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우리를 위해 싸워줄 거라는 말이다. 그의 비위를 거슬러 와룡대원들이 떠난다면 어차피 우리는 놈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혼인 역시 살아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겠냐? 물론 지금 여의공자의 압박에 굴복해 파혼을 결정하는 것이 정말 굴욕적인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너의 무공 수준을 생각해볼 때 악 소저와의 혼인이 성사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화산파 입장에서는 나보다는 맹주님과 사돈 관계를 맺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테니까 말이다. 말이 길어졌구나. 최종 결정은 네가 해라. 그래도 파혼이 싫다면 나 역시 더는 여의공자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 파혼을 결정했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그러면 대외적으로는 내가 결정한 것으로 하겠다.」
「아버님. 악 소저와 정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당분간 정혼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문제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백엽의 전음에 백운목이 깜짝 놀랐다.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음 때문이었다.
전음입밀의 경우 상당한 내공이 필요해 대체로 일류고수 이상만 가능했다.
물론 이류 수준도 가능한 경우가 있었으나 그것은 매우 예외적이었다.
백운목이 뭐라 답변하기도 전에 백엽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여의공자. 뭐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소? 나와 대결을 벌여 그대가 승리를 거두면 이 자리에서 파혼하겠소.”
백엽의 폭탄선언이었다.
백운목, 악완 등 중인들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여의공자의 반응은 달랐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하하하. 백 공자. 그대가 나설 줄 알았소. 사실 그만한 내공으로 미인을 양보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미인을 탐해서가 아니라 본보의 명예 때문이오. 귀하는 무림맹주님의 자제로서 그 언행에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거늘, 같은 정파끼리 지원을 핑계로 사사로운 이득을 꾀하려 했소. 귀하 같은 망나니는 한 번쯤은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 듯하오.”
“네놈이!”
여의공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다혈질 성격답게 불같이 화를 내는 그였다.
사실 그가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봤는가.
얼굴을 벌겋게 물든 그가 애써 진정을 하며 말했다.
“그래. 나와 겨뤄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이오?”
“물론이오. 그대는 내게 너무 쉬운 상대요.”
“후우! 정신이 조금 이상해진 것 같으니 내가 참겠소. 혹시 아까 악수할 때 나의 내력을 밀어냈다고 자신 있어 하는 것이오? 만일 그렇다면 그대의 오산이오. 악수할 때 내가 사용한 내공은 일할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반면 백 공자는 아마 전력을 다했을 것이오. 이제 내가 전력을 다하면 어떻게 되겠소? 아마도 그대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오. 분명히 경고하겠소. 감히 그대가 나를 모욕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것이오. 그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소.”
여의공자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백엽과 여의공자 두 사람 사이에 내력 대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이 악수할 때 여의공자가 흠칫 놀라며 손을 떼던 광경을 본 사람이 제법 있었다.
백운목의 안색이 굳어졌다.
‘방아의 무공이 일류 수준에 근접한 것 같은데, 조금 전 여의공자가 전력을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구나. 말려야 한다. 안 그러면 죽지는 않더라도 불구가 될 수 있다.’
백운목이 싸움을 말리려 할 때.
귀빈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조용히 앉아 있던 장씨부인이 말했다.
“방아. 용감하구나. 결심이 섰다면 여의공자와 한번 붙어보거라. 하지만 친선 비무이니 살수를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님.”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여의공자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장씨부인이 살수를 쓰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자신에게 경고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장씨부인이 말했다.
“여의공자. 강적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직접 대결을 벌이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각자 무공을 보여주고 그 강함을 나머지 사람들이 판별하는 방식이 더 좋을 것 같군요.”
“하하하. 대부인께서 아드님을 아끼시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공정한 대결을 위해서는 직접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드님을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팔다리 하나쯤 부러질 각오는 해야 할 겁니다.”
“으음.”
장씨부인이 안색을 굳혔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이 대신 싸워주고 싶었으나, 아직 몸이 덜 회복된 그녀였다.
물론 백엽과 생사신의, 그리고 성녀의 도움으로 내공이 급격히 증가했으나 실전에 응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운목 역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방아. 결심을 굳혔다면 말리지 않겠다.”
“네. 아버님.”
백엽이 고개를 숙인 후 예의 비무 공간으로 나왔다.
여의공자가 코웃음을 쳤다.
“흥! 누가 보면 대단한 고수인 줄 알겠소. 그 정도의 내공으로는 기껏해야 일류고수일 터. 아니지. 한 이류 정도 될지도 모르겠군. 아까는 내가 방심했었으니까.”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소. 다만 대결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소.”
“무엇이오?”
“내가 패하면 파혼을 한다고 했소. 그대가 패하면 어떻게 하겠소?”
“하하하!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오? 좋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내가 패하면 앞으로 영원히 악 소저를 귀찮게 하지 않겠소. 아울러 나를 비롯하여 여기 있는 와룡대원 모두 영웅회의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겠소. 물론 전투가 벌어지면 즉각 참전할 것이오. 이만하면 되었소?”
“좋소.”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의공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황보산이 말했다.
“대주님. 어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려 하십니까? 백동방 저자가 대주님을 모욕했으니 제 선에서 처리하겠습니다. 그게 저자의 신상에도 좋을 겁니다.”
“으음, 하기야 나를 망나니라고 했었지. 후후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시 잊었소. 좋소. 황보산 그대가 처리하시오. 내가 나서면 자제를 한다고 해도 실수로 목숨을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건 너무 불공평해요.”
백여희가 소리쳤다.
“백 부군사! 무슨 뜻이오? 나는 백 공자의 목숨을 염려해서 황보 공자에게 맡기려는 것이오.”
“제 오라버니가 황보 공자를 이긴 후 또 여의공자와 붙어야 한다면 그게 불공평하다는 거예요. 하지만 황보 공자와의 대결을 최종적으로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물론 모든 조건은 그대로고요.”
“하하하! 역시 여자 제갈량이오. 나는 황보 공자가 패한다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어 그 점까지 생각하지 못했소. 하지만 내 체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소. 차기 무림맹주로 유망한 내가 일개 무명소졸과 곧바로 붙을 수는 없지 않겠소? 사실 나와 대결할 자격이 있는 상대는 최소한 일파의 장로급이라야 하오. 그게 무림 관례에 맞소.”
“좋아요. 그럼 일단 본보의 장로 네 분과 겨뤄보도록 하세요. 장로분들을 여의공자께서 이기면, 그때 제 오라버니와 황보 공자가 대결하는 것이지요. 다만 여의공자께서 우리 장로들의 합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까 걸었던 모든 조건을 실행에 옮겨야 할 거예요. 어때요? 그만한 용기가 있나요? 장로 네 분의 합공이라 아무리 여의공자라고 해도 어렵겠지요?”
“하하하! 백 부군사의 지략은 역시 고명하오. 교묘하게 백 공자의 안전도 꾀하고 본 공자의 패배까지도 노리는군요. 좋소. 영웅보 장로분들은 모두 나오시오. 깔끔하게 장력 대결로 승부를 봅시다.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나는 쪽이 패하는 것이오.”
“좋소.”
“좋소.”
영웅보 사대장로가 비무 공간으로 나왔다.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 백엽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여의공자 저자의 무공을 미리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