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1
지존회와 영웅회의 동맹 체결 협상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그 내용은 사실 간단했다.
서로 위기에 처할 때 최대한 도움을 준다는 것으로, 최종 서명은 개파대회 때 양측의 회주가 하기로 했다.
“하하하! 귀 지존회 측과 동맹을 체결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오. 아직 최종 서명은 남았으나 사실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니 말이오.”
“본회 역시 기쁘게 생각해요. 사실 걱정이 조금 있었는데 백 회주님께서 우리 지존회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하하하. 무슨 말씀을. 지금 대화를 해보니 지존회는 보통 흑도 방파가 아니라 정사지간 문파에 가까운 것 같소. 아니 어쩌면 우리 같은 정파와도 큰 차이가 없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지존회주께서 휘하 무사들의 양민 수탈을 철저히 금한다고 하시니 감복할 따름이오.”
백운목이 표정을 밝게 했다.
사실 동맹 체결에 적극적이긴 했지만 흑도와의 동맹으로 무림맹 총단에서 질책을 할 것이 우려되긴 했었다.
하지만 지존회의 활동 방향 등에 관해 듣고 나니 그런 우려가 한낱 기우였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럼 내일 정오 때 뵙도록 하지요. 개파대회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손님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아니 어쩌면 놈들이 공격해올지도 모르지요.”
“별말씀을. 놈들이 공격해온다면 함께 싸워야지요. 지존회 측에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을 거로 기대합니다. 안 그랬다면 대회를 열려고 하지 않았겠지요. 방아. 네가 이분들을 배웅하고 오너라.”
“네. 아버님.”
백엽이 대답과 함께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과 함께 취의청 밖으로 나가려 할 바로 그때였다.
여의공자가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중인들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협상이 잘 마무리된 마당에 훼방을 놓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하하! 소식을 듣고 달려왔는데 벌써 가시는 것이오? 나는 여의공자라고 하오. 어느 분이 대표이시오?”
여의공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백운목이 어쩔 수 없이 성녀 일행을 소개해줬다.
아무리 자기 멋대로 날뛰는 여의공자라고 하지만 그의 배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의 부친인 무림맹주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했다.
“하하하! 후기지수 중 제일이라는 여의공자셨군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총관인 제게 하십시오.”
생사신의가 앞으로 나왔다.
여의공자가 시비를 걸 것을 예감했는지 은근히 내공을 끌어올리는 그였다.
여의공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지존신의라고 했소? 지존회 총관을 맡을 정도면 무공이 대단하겠구려. 개인적으로 한 수 지도를 받고 싶은데 가능하겠소?”
“못할 것 없지만 이제 내일이면 정식 동맹을 맺게 될 사이에 아무 의미 없이 힘을 낭비해서야 되겠소?”
“하하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나는 영웅회 소속이 아니오. 그저 영웅보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소. 와룡대주 자리도 저기 있는 백 공자에게 물려주고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요.”
“여의공자. 뜻은 잘 알겠지만, 이분들은 바쁘시니 이만 보내드리는 것이 좋겠소. 정 비무를 하고 싶으면 내일 개파대회 때 하는 것이 어떻겠소?”
백운목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하지만 여의공자는 막무가내였다.
“아닙니다. 보주님. 제가 이분들과 비무를 하려는 것은 딴 뜻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하도 지존회주의 무공을 높이 평가하기에 그 수하들의 수준을 알고 싶어서입니다.”
“으음, 진짜 순수한 비무를 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동맹 체결에 대해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래도 안 되겠습니까?”
“으음, 내가 허락하고 말고가 있겠소? 지존회 분들께서 결정하시지요.”
“으음······.”
생사신의가 안색을 굳혔다.
여의공자의 무공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결을 피하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소문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존회 무사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컸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백엽에게 향했다.
백엽은 아무 말 없이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성녀가 말했다.
“제가 상대해드리지요. 다만 간접 비무를 하는 게 좋겠군요.”
“간접 비무라 하심은?”
“아무 물건이나 서로 사이에 두고 상대 쪽으로 밀어내는 시합이 좋겠어요. 으음, 저기 청동향로가 적당하겠군요.”
성녀가 우수를 뻗자 청동향로가 한 자 정도 떠올라 취의청 중앙까지 날아왔다.
쿵.
육중한 무게 때문에 큰 소리가 났다.
대단한 허공섭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의공자가 안색을 굳혔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구나. 하지만 무한 내공을 지닌 나의 적수는 아니다.’
여의공자가 내공을 끌어올렸다.
사실 그가 급히 달려온 것은 지존회와의 동맹 체결을 막기 위해서였다.
애초 지존회주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동맹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그 이유는 바로 흑도 세력은 타도의 대상이지 협력할 수 없다는 신념에 있었다.
하지만 와룡대주 신분을 일시적이나마 잃은 지금 대놓고 방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나름의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후후후! 저들 중 한 명이라도 비무를 가장해 죽여버린다면 동맹은 무산될 것이다. 아버님께서도 흑도와의 동맹은 반대하실 테니 후환도 없을 터. 내가 이곳 영웅보에 있는데 감히 흑도와 동맹을 체결하려 하다니. 사전 협의를 해와도 시원찮은 마당에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군.’
여의공자가 애써 진정을 했다.
일단 어떤 방식으로 대결하더라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성녀가 말했다.
“청동향로를 사이에 두고 서서 각자 내공으로 밀어내기 시합을 하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일장 이상 밀려나면 패배한 것으로 하지요. 어떤가요?”
“좋소. 자비선자라 하셨소? 정말 자비로운 대결인 것 같소.”
여의공자가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내공을 최대한 사용하면 향로를 완전히 밀어내 저 계집의 몸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의공자가 눈을 빛내며 청동향로에서 삼장 정도 떨어진 지점에 섰다.
성녀 역시 같은 거리를 두고 맞은 편에 위치했다.
백엽이 성녀에게 전음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성녀. 어떻게 할 생각이오? 여의공자 저자가 성녀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실 테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여의공자 저자는 흑도와의 동맹 체결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거예요. 내버려 두면 계속 훼방을 놓을 테니 적당히 손 좀 봐줘야 할 것 같아요.」
「알겠소. 하지만 저자의 무공은 매우 높소. 감당이 되겠소?」
「감당이 되지 않는데 어찌 제가 나서겠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껏 제 능력을 교주님께 보여드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군요.」
성녀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백엽이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성녀의 무공 수준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그였다.
무엇보다 성녀 역시 외부에 그 무공 수준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백엽은 그것이 그녀가 지닌 성력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력 자체가 워낙 신비스러운 것이라 백엽 또한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성녀를 자신의 편으로 생각했기에 경계심도 없었다.
하지만 백엽은 처음으로 성녀로부터 위엄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 성력은 무한하다. 천마대장경에도 본교가 위기에 처할 때 의지할 것은 성력뿐이라고 적혀 있었지.’
백엽이 눈을 빛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는 여의공자의 우세를 점쳤지만, 지금은 달랐다.
‘어쩌면 성녀의 무공이 나보다 높을 수도 있다.’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성녀와 여의공자의 대결은 시작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격공장력을 펼쳐 청동향로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의공자의 작전은 처음에는 일부러 백중세를 만들다가 한순간에 내공을 폭발시켜 상대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래야 의심을 사지 않기 때문이었다.
‘후후후! 지존회와의 동맹이 깨어져야 무림맹 지원이 더 절실해질 것이고, 결국 무림맹주의 아들인 내게 매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눈엣가시인 백동방 저놈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여의공자의 의도대로일까.
청동향로는 부들부들 떨릴 뿐 한쪽으로 밀리지 않았다.
여의공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혹시 몰라 내공의 삼할 정도를 썼는데 알맞게 힘의 균형을 이룬 것이다.
“하하하! 대단한 내공이오. 부득이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소. 준비를 잘하시오. 귀하가 다치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까.”
여의공자가 말을 한 후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모든 내공을 다 사용했다.
부친과 비교하면 아직 무공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내공만큼은 자신 있는 그였다.
그런 그가 내공을 완전히 폭발시켰으니 그 위력이 대단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위위잉.
청동향로에서 소리가 나더니 급격히 성녀 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장 정도 성녀 쪽으로 밀려간 청동향로가 돌연 방향을 바꿔 여의공자 쪽으로 향햐기 시작했다.
여의공자가 매우 놀라며 내공을 더 끌어올리려 했으나 이미 한계에 달한 그였다.
그러는 와중에 청동향로는 자신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기준선에서 일장 거리가 넘어가면 자신의 패배로 결정되는 것이다.
얼굴이 시뻘게진 그가 잠력을 일으켰다.
순간, 청동향로가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청동향로가 힘의 균형을 완전히 깨고 여의공자 쪽으로 돌진했다.
여의공자가 급히 피하려 했으나 이미 충돌한 후였다.
“으윽!”
여의공자가 피를 한 사발 정도 토하며 쓰러졌다.
영웅보 무사들이 급히 그를 부축했으나 이미 중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후였다.
생사신의가 그를 진맥한 후 말했다.
“내상을 입었군요. 최소 한 달간은 회복운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아!”
중인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여의공자의 행동이 비록 지지를 받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강력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절세고수였다.
아까운 무력 자원을 잃은 것이다.
비록 한 달 뒤 치유가 된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전쟁이 끝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여의공자가 처소로 실려 나가자, 성녀가 말했다.
“죄송해요. 승부만 가릴 생각이었는데 여의공자가 내공을 폭발시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아니오. 대결은 공평했소.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하오.”
“감사해요. 보주님. 그럼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지요.”
성녀가 포권한 후 생사신의, 매영설과 함께 떠났다.
그들이 사라지자 백운목이 백여희에게 물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의공자가 먼저 자비선자의 목숨을 노렸어요. 맹주님께는 제가 자초지종을 잘 보고하도록 할게요.”
“그렇게 해라. 혹시 맹주께서 오해라도 하시면 안 되니까. 그나마 한 달 정도 요양에 그쳤으니 천만다행이다.”
“네. 한데 자비선자의 무공이 정말 대단하군요. 오라버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오라버니.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수하가 저 정도인데 지존회주의 무공은 더 대단할 것 같구나.”
“지존회주는 혼자서 만 명을 제거한 고수예요.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맹주님과 천마 정도일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 오라버니가 지존장원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은 잘하셨어요. 지존회주와 오라버니 두 사람의 대결을 부추기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네 말대로 나는 최대한 지존회주와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둘 중 한 명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놈들을 상대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
“네. 잘 생각하셨어요.”
“방아. 여희 말대로 너는 지존회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본보 방어에 주력해다오.”
“네. 아버님.”